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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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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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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3
추천수 :
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6.0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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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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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DUMMY

내가 파이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에릭씨의 쇼핑을 따라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떠나 몽레알의 거의 대 부분의 상점 간판과 그 곳에서 일하는 점원들이 퀘백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이튼 백화점같이 큰 메이커 백화점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제국공통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지금 말하는 상점들은 영세한 보세 상점들을 말한다.). 혹시라도 퀘백어를 이제 겨우 초급듣기만 간신히 뗀 에릭씨 혼자 보낼 경우, 쇼핑은커녕, 길을 잃고 밤 늦게까지 헤맬 확신이 파이와 나에게는 있어서였다.


브랜드 점을 돌아다니며 에릭씨가 입을 정장 외에도 캐주얼 의상 몇 벌과 허리띠, 셔츠, 타이, 액세서리같은 패션 잡화와 구두와 운동화까지 맘에 드는 것들을 싹 담아보니 생각보다 물건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점원들에게 택배로 보내달라고 주문하자 곧바로 백화점 소속 배달부들이 와서 짐을 들고 갔다. 에릭씨는 배달부들이 조인족이자 신기하게 보는 것이 확연히 눈에 드러났다.


[신기하세요?]


[아, 제국은 아시다시피 소수인종이나 이종족들을 거의 보기 드물어서요.]


제국은…… 효율성과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니 소수의 희생에 반응이 둔하고 무심한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들이 제국을 떠나와 이 곳에 정착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기계차와 사람들이 배달을 하죠? 몽레알에서는 이게 일반적이에요. 신속 배달업무는 주로 조인족이 하고 엽서나 편지는 우편 업무용 새들이 하고 있어요. 이 새들의 훈련도 조인족이 하고 있고요. 종족 특기를 내세워서 일하는 분들이 많죠. 예를 들면, 썰매견들을 훈련시키는 견인족이나 어부 일을 하는 인어족이나.]


설명을 할 때 마다 나타나는 에릭씨의 표정은 정말 갓 배움의 재미를 깨달은 어린아이처럼 마냥 순수해서 나도 모르게 설명이 길어진다. 과외 아르바이트 할 때도 이 정도로 열심히 수업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제국민들이 아예 퀘백국에 출입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어 물었다.


[그런데 항상 신기하게 들으시네요. 제국에는 저희 퀘백국 문화가 별로 안 알려져 있나 봐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확산 돼있지는 않습니다. 제국 자체가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퀘백국의 95배 되는 땅 덩어리 크기를 자랑한다.) 부자들이 아닌 이상 서민들 중에서는 굳이 퀘백 국까지 여행 오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제 거주지가 제국의 중서부라서 오는 데 그 비싼 비행선을 세 번을 갈아 탔으니까요. 회사에서 비행선 티켓을 출장비로 해결해주지 않았다면 과연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행선 금액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워낙 강대국이라 주변 나라들에 대해 둔감한 것이 한몫 하기도 합니다.]


그렇구나. 여기랑 물가가 조금 다른 가보네. 퀘백국은 워낙 문화활동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잘 돼있어서 일반 월급을 받는 사람의 경우 한 달치 월급으로 제국으로 가는 비행선 왕복 티켓을 구할 수 있다. 또 퀘백국은 워낙 교통의 요충지라 제국의 정보며 동대륙의 다른 왕국들과 공화국들에 대한 정보에 사람들이 예민한 편이긴 하다. 특히 나처럼 셀러브인 경우,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은 살롱에 가면 무조건 그 나라의 문화나 상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토론을 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보니 국가에서 다루는 극비 정보가 아닌 이상 다른 나라의 대한 정보의 교류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직접적인 경험은 아니어도 간접적인 경험들을 통한 정보 경험이 자유로운 몽레알 사람인 나에게 무슨 정보를 말하면 신기하다고 받아들이는 에릭씨의 반응이 반대로 신기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이튼 백화점에서는 에릭씨의 옷뿐만 아니라 각종 생필품이며 내가 카페 인테리어로 사용할 소품들, 카페에서 쓸 소모품들, 카펫과 새로 나온 잡지와 책, 음반들까지 실컷 사고서야 나설 수 있었다. 원래 들어왔던 6시 통로의 카페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와플과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에릭씨, 남자분치곤 쇼핑 굉장히 즐기시는 타입이네요? 놀랬어요, 후후.]


[원래 제국에서도 좀 별나다는 말을 많이 듣기는 했습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누님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절 데리고 쇼핑을 하시다 보니 이게 더 익숙해졌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엘레나가 그런 걸 참 좋아하죠? 참 엘레나랑은 몇 살 차이세요?]


[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군요. 누님이 올해 35살이니까 5살 차이라 누님께서 절 키우다시피 하셨습니다. 다정하셨지만 엄할 때는 엄청 엄격하셔서 누님에게 겁을 많이 먹었어요. 에클레어 양은 외동딸 맞으시죠?]


[바로 맞추시네요. 맞아요, 어머니가 몸이 약하셔서요. 무남독녀 외동딸로 곱게 자랐답니다. 슬슬 사람들이 많아질 시간이라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런치 타임은 이곳 저곳에서 학생, 직장인,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와서 레스토랑이며 식당을 찾아 다닐 시간이다. 그리고 더 바빠지기 전에 파이를 위해 카페에 들어가봐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백화점에서 오래 지체하긴 했지만 어디 팔랑팔랑 돌아다니지 않고 집중해서 볼일을 봤으니까 잔소리는 안 듣겠지?


[뭐, 쇼핑 리스트 중에 못 사신 물건이 있나요?]


[아, 저 이 카메라에 맞는 여분의 필름과 필름을 인화할 때 필요한 암막용 천과 필름현상액, 인화지를 구입해야 하는데 백화점 직원 말로는 너무 옛 모델이라 지금 당장 구입을 원하시면 골동품 골목에서 직접 보고 구매 하는 게 좋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아, 클래식 카메라라면 아무래도 9시 통로의 쁘띠 샹토르아랭으로 불리는 골목으로 가야겠군요.

다른 이름으로는 골동품 거리로 불리는데 민속품부터 고미술품, 도자기, 그림, 목기, 민예품, 서적, 가구, 의류, 장식품, 그릇 등 지금은 절판되거나 품절된 물건들도 구할 수 있어요. 에릭씨 카메라 그렇게 오래 된 아이였어요? 보관 진짜 잘 하셨나 보네요.]


쁘띠 샹토르아랭에서 골동품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물건들에 조건이 있다면, 기본 조건이 최소 반세기 이상 오래된 물건이라는 점이다. 오십 년의 세월을 보낸 골동품도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골목에서는 가장 어린아이 축에 끼곤 했다. 이번에는 센트럴 광장을 거쳐 가지 않고 6시 통로에서 바로 7시, 8시 통로를 거쳐 9시 통로로 향하기로 했다. 막 8시 통로에 들어섰을 때 대로에는 런치타임으로 인해 사람들이 북적북적 하였다. 맛있는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는 8시 통로라서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이용하는 반은 이 통로로 몰렸을 것이다. 나머지 반은 또 다른 맛 집들이 몰려있는 2시 통로로 향하고 있겠지.


어, 어어, 이러다가 에릭씨와 엇갈리면 어떡하지? 고민하고 있을 때 또 한 무더기의 관광객들이 우리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려는 듯 덮쳐왔다.


……! 나 지금 얼굴이 빨갛게 익혀 졌을 거야!!! 에릭씨는 재빨리 한쪽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당기며 다른 쪽 손으로는 내가 비틀거리지 않도록 허리를 휘감아 관광객 무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해주셨다. 에릭씨의 가슴에 파묻힌 자세로 보호를 받다가 인파들을 보내고 나서 화들짝 물러섰다. 발그레해진 내 얼굴과는 달리 에릭씨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유롭게 웃으며 내 상태를 물으셨다.


[괜찮습니까?]


[아, 아, 넷!]


[잠시 실례를, 에클레어양.]


에릭씨는 손을 부드럽게 이끌어 자연스럽게 팔짱을 유도했고 우리들은 인산인해의 8시 통로를 벗어나 무사히 9시 통로에 도착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는 허둥대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 원피스 형 외투는 작은 꼬리를 달고 있었다.




“누구세요?”


그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야, 꼬마 레이디. 사람들을 헤치고 한산한 9시 통로에 도착했을 때 내 코트자락을 살짝 붙잡고 따라 오던 소녀가 뒤돌아선 우리를 보고 외친 말이었다. 아이는 속사포처럼 여러 질문을 던져 우리의 입을 자연스럽게 막았다. 자기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했냐며, 유괴범이냐며, 여긴 어디냐며, 날 왜 이리로 데려온 건지 묻는 어조는 한 점의 당황함도 없이 당돌하고 당당할 뿐이었다.


“음, 우선 꼬마아가씨, 이름이 뭐에요?”


“아만다에요. 아만다 이프리스. 아만다라고 불러주세요. 언니랑 오빠는요?”


앞에 꼬마는 맘에 안 들지만 레이디로 봐주셨으니까 대답해줄게요. 하고 어른인척 새침을 떼는 아만다가 너무 귀여워서 웃으며 이름을 말해주었다. 아만다는 또렷한 이목구비에 골드브라운 머리가 허리까지 치렁치렁 내려오고 에릭씨와 똑 같은 푸른 색깔의 커다란 눈동자가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8살로 보이는 어린 소녀였다.


“언니는 에클레어, 여기 이 신사분은 에릭씨라고 해요. 아만다는 언더그라운드 시티에 누구랑 온 거에요? 몽레알 시민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는 혼자 다니면 위험하답니다.”


[미아인가요? 시관원들한테 연락해야 하지 않습니까?]


시관원은 제국의 경찰관과 같은 업무를 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 하기 위한 일종의 권한이 주어진 공무원이다.


[미아로 보이는데요. 우선 사정을 먼저 들어볼게요.]


[나, 미아 아니에요. 우리 엄마랑 아빠가 미아에요. 난 뒤에서 잘 따라갔다 뭐. 에릭 오빠는 왜 제국공통어를 써요?]


8살 밖에 안된 꼬마 레이디는 영특하게도 제국공통어에도 굉장히 능숙해서 순간적으로 우리 둘 다 진땀을 뺐다.


[아, 제국공통어 할 줄 알아요? 에릭씨는 유스 제국 국민이셔서 퀘백어를 모르거든요. 그럼 우선 미아보호소에 가서 엄마, 아빠 찾아 달라고 할까요? 아니면 시관원 아저씨들에게 데려다 줄까요?]


[흐응, 에클레어 언니랑 에릭 오빠는 연인 아니에요? 둘이 팔짱을 꼬옥 끼고 있어서 엄마랑 아빠인줄 알았는데. 서로 존대를 하네?]


[자, 자꾸 화제를 돌리지 말고요. 아만다, 부모님 보러 가야지요. 우리도 빨리 볼일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답니다. 부모님 보고 싶지 않아요?]


[응, 안보고 싶어. 우리 부모님은 지금쯤 나는 홀라당 잊고 둘이서 오붓하게 일이랑 데이트나 하실 거에요. 에클레어 언니랑 에릭 오빠 좀 따라 다닐게요. 나 억지로 시관원이나 미아보호소들에게 맡기면 막 납치했다고 덮어 씌어버릴 거에요. 그럼 조사 받는다고 시간 오래 걸릴걸요?]


[하, 하하하……]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니 이쪽이 오히려 할말이 없어지는데. 에클레어 양, 우선 우리도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으니 아만다를 데리고 움직일까요? 아만다, 잘 따라다닐 수 있지?]


[걱정 마세요. 아주 얌전히 두 분을 따라 다닐 테니까.]


이렇게 해서 나는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보내지 못했다고 파이에게 한 소리를 듣게 생겼다.



9시 통로는 통로 전체의 천장이 채광창으로 햇빛이 바로 쏟아져 매장 밖 진열 테이블에 있는 골동품들 위로 쏟아져 내렸다. 상점마다 매력적인 간판들이 자신들이 주요 상품이 무엇인지 표현하고 있었다. 카페 체리블로섬이 철 간판에 벚꽃 잎과 커피가 새겨져 있듯이 도자기 상점은 도자기가 간판에 매달려 있었고, 고서적 상점은 책이 펼쳐진 모양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 세월을 건너온 물건들이 상점 안이며 진열대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 아만다의 손을 이끌고(혹시나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어서 에릭씨와 나는 동시에 아만다의 한쪽 손을 꼬옥 붙잡았다.) 카메라가 새겨진 간판을 향해 걸어가며 물건들을 구경했다.


[에클레어 양 이시라면 아시겠죠? 제국은 골동품 골목처럼 본격적으로 골동품이나 고미술품을 개인간에 거래하는 합법적인 공간이 없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를 거쳐야 하지요.]


알고 있어요. 개인이 개별적으로 구매하려면 뒷세계를 통해야 한다는 것도요.


[골동품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건 굉장히 오래됐어요. 아마 처음 생긴 부티크 에클레틱은 몽레알의 시작과 같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오래된 곳이죠.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골동품을 모아 문을 열고 있는 골동품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 곳이 유명하게 된 이유는 어느 부호가 자신의 골동품을 들고 수선을 맡겼는데 순식간에 그 골동품의 전성기적 모습으로 우아하게 변신시켜 진 게 알려 지면서였어요. 어린 시절의 향수에 빠지려는 나이가 있으신 노인들, 옛 추억을 찾는 세월을 거스르는 종족들,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도, 가보의 진가를 알기 위해 찾아오는 인간들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골목을 찾아오죠. 몽레알 사람들은 특히나 오래된 것들이 담아온 세월과 사연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서 골동품이 망가질까 전쟁을 하지 않는 다고 말한 역사가도 있었죠. 망가지는 것에 좀 민감해요. 소중히 아껴주기를 바라죠. 그런 마음이 모여 생긴 골목이 바로 이 곳이랍니다.]


조용히 설명을 듣고 있던 아만다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했다.


[에클레어 언니는 진짜 모르는 게 없구나!]


후후, 고마워. 하며 아만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9시 대로를 벗어나 작은 통로 어귀에서 카메라 상점을 찾아 들어갔다. 기름칠을 하지 않은 나무 문에서 끼이익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들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먼지 냄새가 풀풀 풍기는 가게 안은 어두컴컴해서 상점 자체가 잠에 든 것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계세요? 안을 향해 주인을 찾자 인기척이 들리며 머리가 희게 세신 인자한 외모의 할아버지가 안경을 들썩이며 나왔다.


“아이고, 오랜만에 가족손님이 왔구먼. 신랑 되시는 이가 필요한 게 있으신가?”


“으아,으아,으아!”


아니, 어딜 봐서 내 얼굴에 이렇게 큰 딸을 가질 수 가 있어? 내가 당황함에 얼굴을 붉히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아만다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재빨리 선수를 쳤다.


“네, 할아버지. 우리 아빠가요, 카메라에 관심이 많거든요. 아빠, 필요한 게 뭐였죠?”


에릭씨는 분명히 저 내용들 다 알아들으셨을까? 아마, 아니라 본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필름이며 다른 종의 카메라며 인화지들을 둘러보느라 바빠 보였으니까.


“아만다, 그런 장난은 못써요. 주인 어르신, 저희는 가족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클래식 카메라 기종에 쓰이는 필름과 인화지, 인화할 때 쓸 암막천과 필름현상액 좀 챙겨주세요.”


“그려. 있어보게나.”


내가 아만다에게 꿀밤을 살짝 주며 에릭씨에게 카메라를 건네 받아 할아버지께 건네드리자 아만다는 바로 칫, 재미없어 하며 에릭씨 옆에 꼭 붙어 서서 제국공통어로 투덜댔다. 하지만 에릭씨는 카메라에 푹 빠져있는지 듣는 둥 마는 둥 성의 없는 고갯짓을 하다가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나에게 물어왔다.


[저, 이 카메라 만져 봐도 됩니까? 에클레어 양?]


[물어볼게요.]


“여기 진열대에 있는 카메라들 둘러봐도 괜찮나요?”


“아, 고럼고럼. 맘껏 보시게나. 약혼자가 보는 눈이 있고만. 지금 만지는 카메라도 우리 골목에서 하나밖에 안 남은 필름 카메라라네. 약혼자가 사용하는 카메라도 엄청 희귀한 클래식 카메라에 연식도 오래됐어. 카메라 같은 기계는 주로 유스 제국에서 건너오지만 이건 브리트니안 왕국에서 만든 회심의 역작이지. 손에 익숙하게 잡히는 게 관리를 꾸준히 잘해줬구먼.”


야, 약혼자…… 그나저나 에릭씨 카메라 오래되 보이긴 했지만 브리트니안 왕국의 카메라일 줄이야. 내가 카메라를 유심히 쳐다보는 동안, 렌즈에 스크래치도 거의 없고, 아주 좋아. 하며 흐뭇하게 웃으신 할아버지는 순식간에 카메라를 분리해 내부 청소를 끝내고 바로 조립을 해주시고는 기종을 확인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 할아버지는 필요한 재료들을 바구니에 담아 갖고 그때까지 멍하니 카메라들을 보고 있는 에릭씨의 손에 쥐어주었다. 돈을 지불하고 인사를 하며 상점을 나서는데 할아버지가 에릭씨가 맘에 들었는지 언제든 오라며 외쳤다.


[그나저나 아만다, 우리 이제 진짜 언더그라운드 시티에서 볼일 다 봤어요. 우리 나가기 전에 아만다 부모님 찾으러 가볼까요?]


[싫어, 싫어, 싫어요. 아만다 엄마랑 아빠는 아직 안 봐도 돼요. 에클레어 언니, 나 얌전히 있는다니까요? 나 보내면 막 소리 지를 꺼 에요? 에릭 오빠, 아만다랑 같이 좀 더 있어줘요. 응? ]


[이제 점심시간이 갓 지나갔는데 점심은 먹고 움직이는 게 어떻습니까, 에클레어 양.]


[아, 파이가 분명 우리 걱정할 거에요. 티타임 때는 분명히 제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걸요. 손님들이 차에 좀 엄격해서요. 아만다, 점심 아직 안 먹었죠? 우선은 이렇게 해요. 내 카페 가서 밥부터 먹고 생각해요.]


아만다와 에릭씨는 정말 부녀처럼 똑 같은 색의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격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아만다처럼 똑부러지게 어른들한테 말하는 아이는 좋아해요.


솔직하고 거짓없고 눈치도 빨라. 작가로써는 아주 편애합니다.


불타는 금요일인데 다들 뭐하고 계시나요? 전 글 씁니다. 


저장해둔 분량만 야금야금 집어 먹어서 이제 텅 빌 예정이에요. 씁쓸...


다들 불금, 즐토 하세요. 주말동안 폭풍 글 쓰고 오겠습니다.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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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 쉬어가는 편, 여행! 유콘으로부터의 초대장. +2 13.07.01 358 6 22쪽
27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2 13.06.28 363 3 14쪽
26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57 4 11쪽
25 #8. 여섯 번째 손님. 깜짝, 깜찍, 발칙한 악동들 등장. +1 13.06.28 337 4 16쪽
24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2 13.06.23 463 4 16쪽
23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81 4 17쪽
22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13.06.23 295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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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 13.06.11 359 3 19쪽
19 #6. 네 번째 손님. 플래토 몽 루이얄 골목의 예술가. 13.06.11 318 3 19쪽
18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 13.06.06 305 3 20쪽
17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339 3 17쪽
16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6 282 3 11쪽
15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77 3 17쪽
14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243 3 18쪽
13 #5. 1월의 축제 “퀘백국의 겨울 카니발, 페테 데 네이쥬” 13.06.03 424 3 13쪽
12 #4. 쉬어가는 편, 일상! 휴식을 즐기는 각자의 방법. 13.06.01 349 4 16쪽
11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426 4 13쪽
»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43 3 17쪽
9 #3. 세 번째 손님. 지하도시의 미로와 길 잃은 아이. 13.06.01 358 4 14쪽
8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5 3 17쪽
7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3.06.01 246 3 19쪽
6 #2. 두 번째 손님. 눈보라 아가씨와 늦은 월동준비. +1 13.06.01 391 4 13쪽
5 #1. 첫 번째 손님. 첫 만남. 그 이름은 에릭 윈체스터. +1 13.02.04 45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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