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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님의 서재입니다.

cafe, 체리블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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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프
작품등록일 :
2013.02.03 22:5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56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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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5
추천수 :
144
글자수 :
236,186

작성
13.06.23 23:14
조회
462
추천
4
글자
16쪽

#7. 다섯 번째 손님. 디자이너 나디아의 오트쿠튀르.

DUMMY




에릭씨는 바로 헤어 세팅과 화장을 하러 가셨고, 나는 의상 피팅을 하러 들어갔다. 기장과 치수는 정확히 내 몸매에 맞았고 수선 해야 할 부분은 없어 보였다. 내 의상을 보러 온 나디아도 그렇게 판단했는지 스텝들에게 의상에 맞는 액세사리와 무대를 꾸미고 있는 플로리스트를 불러오라는 명령을 내린 후에 바쁘다며 무대체크를 하러 나갔다.


정확히 두 시간 반 만에 화장과 모든 세팅을 마무리 지은 나와 에릭씨는 대기실에 서서 우리의 출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릭씨는 백금발의 가발을 쓰고 계셨는데 볼륨이 살아있는 굵은 웨이브가 머리카락 끝을 가볍게 날리고 있어 동안인 얼굴을 더욱 젊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 위에 암청색 바탕에 화려한 은사가 수놓아져 있는(클라미스와 똑같은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천으로 헤어 밴드를 해서 오른쪽으로 길게 늘어뜨렸다. 그리고 입매를 가리는 하얀 면사를 쓰고 있어 눈매만 보였는데, 깊은 눈매를 강조하는 쉐이딩을 하여 푸른 시안 빛 눈동자가 신비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드러난 오른 쪽 팔뚝은 월계수 관 같은 팔찌를 하고 있었고, 샌들을 이루고 있는 끈들도 초록색의 나무 덩굴들로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오만하면서 장난기가 넘치고, 신비하면서 활기가 넘치는 여름을 담당하는 하유군(夏幼君: 여름을 다스리는 나이 젊은 임금을 뜻하는 여름을 담당하는 대정령. 동장군과 반대)이었다.


하긴, 나디아가 나와 에릭씨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하유군과 봄꽃 소녀를 떠올려 만든 의상이니 그럴 수 밖에.


내가 입은 의상은 미니 드레스로 쇄골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탑 드레스의 허리에 플라워 새시로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연한 핑크색 드레스는 허리까지 몸매를 휘감아 날씬한 체형임을 돋보이면서 골반부터 풍성해지면서 모양을 살리기 위해 겹겹의 천이 덧대어져 있었다. 드레스의 앞 단의 길이는 무릎을 살짝 덮는 수준이지만 뒤로 갈수록 하늘하늘 땅에 끌렸다. 나는 요정가루(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된다.)를 섞은 염색제로 다크브라운 색으로 염색했다. 짙은 색 머리의 굵고 풍성한 웨이브가 사랑스러움과 우아한 여성성을 강조한다나 뭐라나.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벚꽃 화관을 쓰고 빨간 데이지로 장식한 글레디에이터 킬힐을 신고 있었다. 액세서리는 다 빼버리고 수선화 부케 하나만을 들고 있었다.


슬슬 우리 차례가 다 돼 가자 여유 있어 보이는 에릭씨보다 내가 더 긴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확연히 드러났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눈을 살짝 내리깔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패션쇼에 서면서 파트너 모델이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 그런지 자꾸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내가 긴장한 걸 알아채신 걸까? 갑자기 에릭씨가 차갑게 식은 내 손을 감싸 쥐었다가 놓았다. 그러고 보면 에릭씨는 내가 전대여왕으로 축제에 참여했을 때에도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위안을 해주셨었더랬다. 그 마음의 따뜻함이 전해지자 미소가 지어진다. 사실은 에릭씨도 지금 긴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장난을 치려 한 것은 나인데 도움을 받는 것도 나라니, 이런 볼썽 사나운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큐 사인이 떨어지길 차분히 기다렸다.


현장 총 관리 스텝의 사인이 떨어졌다. 눈을 감고 속으로 봄꽃 소녀를 세 번 헤아린 뒤에 다시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한 발자국을 띄웠다. 귀가 멍멍해지도록 긴장감에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봄꽃 소녀로서의 이미지를 패션쇼를 보러 온 그들에게 상기시켜 줘야 하고 그러려면 나 자신이 봄꽃 소녀와 동화가 되어야 했다.


어렸을 적 나를 보러 온 봄꽃 소녀는 순수하지만 생명의 깊이를 알고, 지혜롭지만 연륜이 부족한 소녀와 여인의 경계선에 서 있는 대정령이었다. 한 발자국을 뗄 때마다 나는 패션쇼를 보러 온 관람객들을 봄꽃 소녀를 보러 온 자연정령들이라 생각하면서 그들의 눈과 하나하나 마주하듯이 스쳐가는 시선과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대관리를 하는 스텝들 중 한 정령사가 바람의 정령을 내보내 바닥에 살며시 끌리는 드레스 자락을 선녀의 날개 옷 마냥 나폴 거리게 살짝 띄어 주었다. 런웨이의 마지막까지 걸어와 앞서 걸어갔던 여타 모델들 같은 도도한 표정이 아니라 눈썹을 살짝 내리 깔고 먼 거리를 응시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모으면서, 에클레어인 나를 들어내지 않기 위해 들고 있던 수선화 부케를 살짝 들어 입매를 가려 표정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귓가로 나를 따라오는, 뚜벅거리는 구두 소리가 두근대는 심장을 들뜨게 만들었다. 나는 속으로 셋을 세고 돌아서서 걸어갔다. 런웨이의 중간에서 나와 만난 에릭씨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나 역시 멈춰 섰고, 나에게 다가와 선 에릭씨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를 떼어 이마에 있는 벚꽃 화관에 살며시 키스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모른 체 하며 에릭씨에게 진심을 담아 웃으며 그에게 수선화 부케를 전달했다. 대기하고 있던 무대보조 마술사가 타이밍 좋게 수선화 부케를 해바라기 꽃대로 바꾸어 주었다. 해바라기의 꽃대를 받아 쥔 에릭씨가 남은 런웨이를 걸어나갔고, 여름의 젊은 왕에게 계절의 왕좌를 내어준 봄꽃 소녀는 뒤돌아 서서 다시 돌아올 봄을 기다리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 후 에릭씨는 카리스마 넘치는 하유군을 무사히 연기해낸 뒤에 런웨이를 돌아왔고, 관람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피날레 무대를 서기 위해 모델들이 차례대로 나왔다. 나와 에릭씨도 무대에 다시 올랐고, 마지막으로 나디아가 도도하게 걸어 나오자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엘레미노 S/S 오트쿠튀르 무대를 마무리 한 것이다.




"기념적인 오트쿠틔르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디자이너 나디아의 건배 제의가 있겠습니다!"


박수소리와 함께 나디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디아는 절대로 일주일을 밤 샌 몰골로 볼 수 없는 완벽한 차림으로 활기차게 외쳤다.


"오너인 내가 제일 잘나서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 말에 파티에 온 사람들이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어넘겼다. 나디아는 이런 자아도취성 멘트가 아주 자연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고 멋진 남자인데다, 실제로 말한 대로 잘 성공한 자수성가 디자이너였다.


“다들 날 잘 쫓아와줘서 고마워. 솔직히 말하면 너희들이 없으면 일할 맛이 안 날 것 같긴 하다, 내가 너희들 모두 사랑한다고 말했니? 엄머, 말했구나! 뭐, 어때! 오늘 같은 날은 실컷 말해줄게. 사랑한다, 모두들!!! 앞으로도 잘 쫓아와줘야 해. 주아 드 비브로(인생을 즐겁게)!"


"주아 드 비브로(인생을 즐겁게)!!!"


나와 에릭씨는 들고 있던 진토닉으로 건배를 하며 외쳤다.


우리는 지금 관계자들만 참석하여 조촐하게 열리는 칵테일 파티에 참석해 있었다.




패션쇼를 실수 없이 무사히 마친 뒤에도 우리가 할 일은 남아있었다. 의상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로 스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화장을 고쳐 정기 간행되는 엘레미노 잡지의 화보를 찍고 나서야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지치고 무겁고 배고픈 몸을 이끌고 집에 가려는 찰나 다시 억센 스텝들 손에 붙잡혀, 뒤풀이 파티에 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와 있는 상태다. 에릭씨는 모르겠지만 난 지금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배고파… 피곤해…


못 이기는 척 하지 말고, 그냥 집에 갈 것을 그랬나? 하지만 저렇게 기뻐 보이는 나디아를 두고 갈 수 없었다. 에릭씨는 아침에 입고 온 세미 정장을, 나는 나디아가 건네 주는 푸른 실크 소재의 엠파이어 드레스를 입고 칵테일 파티에 참가했다. 하루 종일 거의 먹은 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부실한 상태에 노동은 있는 대로 했더니 빈속에 알코올이 들어가자 바로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 위험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모금씩 진토닉을 마셨다. 홀짝홀짝 마시려니 영 성에 안 차지만, 오늘은 들이키면 바로 취할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지.


나디아는 건배 제의가 끝난 뒤에 화해한 로딜씨와 찐한 키스를 하고 있었다. 내 저럴 줄 알았어, 헤어지긴 뭘 헤어져. 나는 솔로인 내 모습에 울컥해서 홀짝대던 진토닉을 홧김에 원샷했다.


역시 나디아와 로딜씨는 천생연분이야. 화려하게 싸우는 만큼, 빠르고 익숙하게 화해하는 스킬도 늘어난 커플. 부러우면 지는 거야, 크림. 지나가던 웨이터에게 빈 잔을 건네고, 새로운 잔을 들어 홀짝이며 중얼거렸다.


그 뒤로도 껌 딱지처럼 붙어 다니며 성공적인 패션쇼 소감, 인터뷰, 감사인사를 하러 사방팔방을 뛰어 다니는 나디아와 로딜씨를 보았다. 끊임없이 나디아를 찾아대는 사람들로 인해 로딜이 시선을 끄는 동안, 나디아만 간신히 우리 곁으로 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자기. 고마워, 샤흠. 샤흠한테는 의견도 묻지 않고 마구 끌고 다닌 건 미안해. 내가 나중에 샤흠이 원하는 컨셉만 말해주면 의상으로 멋지게 보답해줄게."


"전 괜찮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에클레어 양한테 보답해야 할 것에 비하면 이런 일들은 기꺼이 해드릴 수 있는 걸요. 오히려 보고 싶던 오트쿠틔르 무대에 서게 해주셔서 에클레어 양과 나디아에게 인사를 해야겠지요."


"아냐, 아냐, 원래 샤흠에게는 의상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하고 시작한 거니까 옷도 받아줘야 해. 나도 만드는 보람이 있거든, 무르기 없기야. 그런데 자기 괜찮아? 얼굴이 하얀 게, 창백해 보이는 걸?"


어머, 티가 나나 보다. 나는 술기가 오르면 하얗게 질리는데. 어째 좀 멍한 기분이다 했지. 후후후.


"네, 괜찮아요. 피로가 좀 쌓여서 그러나 봐요.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밖에 추워. 나디아가 걸치고 있던 네크숄을 빌려 주었다. 테라스에 나와 얼굴을 때릴 듯한 찬 바람을 쐬자 정신이 확 돌아왔다. 어, 엄청 춥구나 밖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파트너와 함께 하는 패션쇼는 처음이었다. 에릭씨한테 장난 좀 치려 했던 작은 소동이 생각보다 본인들만 더 고생(나디아는 밤샘 야근으로 인한 몸 고생,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친절한 에릭씨를 속이려 한 마음 고생)하게 되어버리는 이상한 일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재미있었다. 잡지 화보 촬영에서 정작 카메라로 찍히는 시선처리가 어색한 에릭씨(본인의 본직업이 직접 사진을 찍는 기자라서 그런 걸까)를 보면서 크게 웃었던 일도, 패션쇼와 화보촬영을 하는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 에릭씨의 에스코트도, 그리고 차가워진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어준 그 커다란 손도.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거웠다.


"무엇이 즐거워 혼자서 웃고 계십니까?"


도수가 좀 센 위스키를 두 잔 들고 와 한잔을 건네며 에릭씨가 물었다. 숄을 걸치고 있어도 추워 보이는지 외투를 벗어 어깨에 걸쳐 주셨다. 늘 매너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감사인사를 할 타이밍을 놓치지만 오늘은 꼭 감사인사를 해야지 싶어 배시시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에릭씨, 오늘은 정말 감사드려요.”


근데, 머리가 너무 무거워 한참 뒤에야 들어올려진다. 에구구구, 오늘은 정말 술 발이 안받네.


괜찮습니까? 에릭씨가 걱정스런 눈길로 날 바라봤다. 그럼요, 끄덕 없어요. 축제 때 제가 술 마시는 거 보셨잖아요. 후후후. 말해놓고 속으로는 아이고! 외쳤다. 난 왜 술에 취하면 말은 더 또박또박 대답하면서 안 취한 척 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에릭씨는 아, 맞아. 엄청 세셨죠. 하고 고개까지 끄덕이신다. 하긴 그러니 저 독한 위스키를 편하게 건넸겠지요. 내가 얌전히 술잔을 받아 홀짝이자 에릭씨가 아까 혼자 웃는 내 모습을 꼬집으며 술을 마시는 파티라서 다행이지 혼자 테라스에서 그러고 있으면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하고 농담조로 말을 건넸다.


위스키를 들고 쨍! 하고 가볍게 에릭씨의 잔과 부딪힌 뒤에 깔끔하게 들이켰다. 매섭게 불어 닥치는 겨울 바람에 차가워진 몸과는 달리 속은 후끈거리며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취했네, 취했어. 나는 에릭씨의 팔에 살짝 머리를 기댄 체로 제 정신이라면 약간의 조정을 거쳐 나올 마음의 진심이 그대로 툭 여과 없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웃을 일이 많아서 매일매일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어요. 에릭씨는 제게 있어서 기적과도 같은 인연이에요."


“네?”


“에릭씨를 만나기 전에도 저는 항상 즐겁고, 신나고, 친구들의 만남도 지겹지 않고 늘 유쾌했었거든요. 언제나 더 멋진 것이 눈에 보이고, 언제나 비슷한 일상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하루하루 새롭고 재미있는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어요. 전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상하게도 에릭씨와 만나고 난 다음의 저는, 에릭씨를 몰랐을 때의 저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한 거 같아요. 왜 그럴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중얼거리던 내 진심이 얼마나 술에 힘을 빌려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그 날 하루 종일 배고픔에 지치고, 에릭씨와 파트너로 무대에 서는 것에 긴장을 하고, 속이고 있는 죄책감으로 피곤에 절어 있지 않았다면 그깟 술 몇 잔에 휙 정신을 놓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나는 버티고 있던 몇 안 남은 정신줄을 놓아주었다.

마지막 생각은 이거였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무지 미안해 할 거라는 것.




-그녀는 모르는 그의 이야기


에클레어는 거의 속삭이듯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드문드문 문장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에릭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받쳐든 자세에서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귀를 바짝 붙이고 있었다.


“에릭씨는 엘레나의 동생으로 저와 만났으니까……”


너무나 작게 들리는 마지막 말에 에릭은 살짝 굳었다.


“그런데… 그런데…… 친구…… 지금…… 생각…….”


에클레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새근새근 대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에릭은 자신도 그녀처럼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얼굴에 열이 오르지 않을 테니까.


한쪽 팔로는 그의 팔에 기대어 잠든 그녀를 부축하면서, 에릭은 다른 팔로 마른 세수를 하며 잠든 그녀에게 말했다.


“저도 에클레어 양과 친구가 되어서 기쁩니다.”


에클레어가 마치 에릭의 말을 듣고 있는 것처럼 빙긋 웃었다. 에릭도 피식 웃으며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춰 엎고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전략.


다음날, 아침 내려가자마자 몰아치는 파이의 잔소리 끝에 벌로서 한 달간의 금주령과 반성문 20장이 내려졌습니다. 손을 싹싹 빌고 애원을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외출이 금지되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네, 제가 이번엔 큰 실수를 하긴 했어요. 오죽하면 간만에 블랙집사 파이가 나타났을까요...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봐도 에릭씨는 그저 서글서글한 특유의 웃음으로 무마할 뿐 대답해주지 않아서 크림은 지금 멘탈이 붕괴되기 직전이에요. 너무 피곤해서 기절한 건 기억나지만 그 앞 부분이 좀 흐릿하네요. 파이 말로는, 아빠도 못 알아볼 정도로 인사불성인 채로 에릭씨 등에 업혀서 왔다는 거 있죠.

그나저나, 전 어제 무슨 말을 했던 걸까요? 에릭씨한테 설마 무례한 행동이라도 한 걸까요? 하지만 그런 거치고는 에릭씨는 현재 기분이 엄청 좋아 보여요.

당신께서 보셨다면 레이디로서 실격이라며, 파이보다 엄청 혼내시겠죠? 크림은 오늘 또 한가질 배워갑니다. 엄청 피곤할 때는 술 마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네, 걱정하지 않도록 정신교육을 제대로 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항상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웃음을 담아. From 크림.





작가의말

이번 편 브금은 윤상의 한 걸음 더. 크림이 한 걸음 발자국을 떼었어요.


하지만 이제 친구. 겨우 친구. 


하이고, 둘이 스킨십은 팍팍 나가면서, 멘탈은 아주 굼벵이구만.


아무튼 이번 편에서 진도 좀 나갔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죠.


오타와 비평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선추코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걸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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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6 월망
    작성일
    13.06.24 12:29
    No. 1

    즐겁게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낭만클럽
    작성일
    13.06.25 04:53
    No. 2

    주말내내 달려서 여기까지 왓네요:)
    꼭 거창하게 세계를 구할필요있을까요. 세계는 딴분들에게 지키라고 던져두고...
    저흰 이렇게 느긋하게 가보죠.
    전 이런 잔잔함이 더 좋네요.
    다음글을 주세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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