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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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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9.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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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글자
25쪽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3)

DUMMY

“설마 했지만, 그 ‘늑대’가 저주받은 씨앗을 옹립하다니.”


원로 귀족대표이자 가슈펠라르 가문의 가주, 윌리안 가슈펠라르의 진한 붉은빛 시선이 전운이 흐르는 평원을 내려다본다.

흔한 바윗돌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마치 누런 도화지와도 같은 말끔한 정경.

풀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그 황량함이 대전쟁의 유산이라는 것은 공화국의 기사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0년 전, 이 땅에 검은 죽음을 몰고 왔던 아실레마제국 ‘학살의 검성’. 그의 숨결이 닿았던 모든 장소는 아직도 저렇게 작은 생명조차 허락되지 않은 채 파헤쳐진 상처를 안고 남아있었다.


“단순히 우리 군에 반응하여 나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윌리안과 마찬가지로 군마 위에서 평원을 내려다보던 부관의 조심스러운 의견이었다. 말끔한 남색 제복과 고풍스럽게 기른 턱수염이 그 또한 귀족의 피를 가지고 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대한 윌리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니, 그는 명분 없이 저렇게 군을 이끌고 나올 자가 아니다. 애초에 자처해서 베르달에 주둔한 것도, 선왕의 목을 직접 베었던 것도, 모두 명분이란 이름을 내세워 행동했던 남자니까.”


“왕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친구였으면서 그의 목을 베고, 이제는 자신이 직접 목을 벤 친구의 아들을 도와 난을 일으키다니, 명분은커녕 이렇게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기회주의자 같습니다.”


“정치적인 태도나 평가는 여기서 필요 없다. 전장에서의 그는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존재야.”


전장에서 검을 들고 휩쓸며 다니던 시절은 이미 윌리안에겐 옛날의 영광이 되었지만, 노기사의 눈은 여전히 적을 저평가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부관에겐 역시나 이런 가주의 조심스러움이 납득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가주님,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쪽은 아군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척후의 보고에 따르면 숲속에 별다른 매복이나 지원군이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그러면서 평원에 진을 치다니, 오히려 상당한 만용이 아닐는지요.

게다가 저 질서없는 군세를 보십시오. 정규군은커녕 잡배들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여태까지 저따위 군기로 베르달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를 지켜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울-”


“저 무질서를 얕봐서는 안 됩니다.”


윌리안과 그의 부장이 새롭게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린다.

눈부신 백마를 천천히 움직이며, 자신감이 가득 찬 표정으로 금색 휘장이 새겨진 갑옷을 뽐내고 있는 남자.

윌리안은 그의 이름과 그를 향한 인사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다.


“페드로 천인대장. 간밤엔 잘 쉬셨소?”


“예에, 덕분에. 용병단 따위에 술을 대접하는 귀족은 드문데,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전투가 끝나면 단장님께도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치 패배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약속. 페드로는 윌리안과 부장 사이의 틈을 파고들며 들어와 평원을 시야 아래에 둔다.

“저게 얼핏 무질서처럼 보여도, 사실 상당한 자신감이 기반이 된, 고조된 분위기입니다. 우리 용병단도 전투 직전엔 저런 분위기로 시작하지요. 상대의 군세가 자신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런 분위기와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저들을 얕봐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흐음, 용병다운 의견이로군.”


라며 비꼬는 듯한 부장의 대답에도, 페드로는 이를 내보이며 웃을 뿐 반박은 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용병들의 지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군의 편제로 재편되는 건가?”


윌리안의 물음에 페드로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제 아이들은 제 지휘만 받습니다. 독자적으로 움직일 예정이죠. 아, 걱정은 마세요, 계약은 확실히 지킬 테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상관없네.”


“자, 그럼, 진격나팔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페드로는 윌리안은 물론 부장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고, 곧바로 군영을 향해 백마를 끌고 돌아간다. 그런 페드로의 그림자를 향해 부장은 침을 탁 뱉으며 욕설까지 함께 내뱉었다.


“계약은 지랄. 역시 용병 놈들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검으로 지배되는 세상에 검을 팔아 살아가는 자들이다. 쓰고 버리면 그만.”

윌리안의 붉은 시선이 평원에서 주둔지로 옮겨간다.

“분대 단위 명령 하달과 마법사들 통신, 마력 운용 상태는?”


“양호합니다. 단기전으로 끝날 예상인 만큼, 화력지원장교들에게 미리 언질도 해놨습니다.”


“좋아. 그럼, 대대장들에게 전파해라. 30분 뒤에 나팔이라고.”


“옛, 헌데 가주님-,”

군영으로 돌아가려는 윌리안을 조심스럽게 붙잡는 부장의 말끝.

“손녀님은 어찌하실······?”


“본인이 저기서 검을 들기로 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애초에 나의 이름도 물려받지 않은 반쪽짜리 혈육, 어찌 되든 내 알 바 아니다.”

차가울 정도로 냉정한 판단. 그러나 그 미간에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한 짜증과 분노였다.

“흥, 그 더러운 어미의 피를 이어받았으니, 이럴 것이라 예상은 했다만!”


명백하게 적의가 담긴 윌리안의 고성이었다.

부장은 다시금 말에 채찍질을 하며 멀어져가는 노인을 붙잡을 어떠한 구실도 찾지 못했다.





***





“지휘관으로서, 말입니까?”


살짝 긴장된 얼굴로 로빈이 되묻는다.

숲을 벗어난 평원의 초입. 반대편 저 멀리에 보이는 군세는 분명 아군의 배는 가볍게 넘어 보이는 깃발의 향연이었다. 그런 곳으로 돌입하는 군대를 지휘하는 자리에, 로빈이 함께할 것을 요구한 크라트였다.


“네가 곧 이 전투의 명분이다. 그 얼굴을 당당히 앞세워서 모두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어. 통제되긴 했지만, 아마 언론사에서 나온 종군기자들이 보급대 틈에 몰래 섞여 있을 거다. 이 전투에서 이기면, 단숨에 수도까지 네 얼굴이 알려지는 거지.”


“그렇······습니까.”


“지휘는 어차피 내가 한다. 걱정할 건 없어. 올리도 있고 나도 있으니, 어찌 보면 네가 있을 자리가 전장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아닙니다.”


로빈은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한다.

물론 그가 지휘관의 자리가 부담된다거나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언제까지나 곁에서 검을 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누군가를 향한 미련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검을 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곁에서 같이 검을 들 수가 없다. 이제는 서로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 로빈을 괴롭히고 있었다.


“답답한가? 직접 검을 들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한다는 사실이?”

속내를 들킨 로빈은 다소 놀라며 크라트의 얼굴을 돌아보지만, ‘늑대’의 시선은 여전히 평원의 끝을 향하고 있었다.

“네, 뭐 비슷합니다.”


“지휘관에게 훌륭한 무력은 부차적인 요소이지. 물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일군의 지휘관이 쉽게 죽어버린다면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지휘관을 훌륭한 지휘관으로 만드는 것은, 압도적인 검의 위력보다도 전장을 볼 줄 아는 눈이다.”

크라트의 푸른 시선이 로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왕의 눈은, 그것 또한 뛰어넘어 정세(情勢)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전투에서 사라져갈 목소리들을 들으려 하지 말고, 전투가 끝나고 다음으로 향해야 하는 시선, 바로 그다음과, 그다음에 딛어야 할 발아래의 장소.

왕은 그걸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하려는 이것은 너에게 있어서 아주 작은 첫 번째 발걸음에 지나지 않아. 요컨대 ‘체험’이라는 거다.”


“체험이라.”


로빈의 시선이 평야로 향한다. 멀리서 묵직한 나팔 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평온했던 들판으로 먼지와 함께 피를 부르는 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한다.


“이봐, 작은 왕. 네 패업을 위한 첫걸음이다.”

크라트가 희미하게 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것이 여기서 그칠지라도, 좀 더 당당하게 나아가라.”


‘늑대’의 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임과 동시에, 그늘에서 편히 쉬고 있던 모든 베르달의 용사들이 저마다 시끄럽게 농을 주고받으며 무기를 꺼내 든다.

소란스럽고, 무질서한 그 흐름에서, 로빈은 어째서인지 깊은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검을 뽑고 말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어 크라트의 바로 뒤를 따라 평원을 향해 나아간다.

어느새 주위로 ‘늑대의 딸’, 올리를 비롯한 밝은 표정의 용사와 기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거대한 한 무리의 뱀처럼 꿈틀거리는 용사들에게, 크라트는 영력을 실은 목소리로 개전을 알리는 명령을 내린다.


“마법사들은 보호막에 치중해라! 수적으로 불리하니 화력 싸움은 하려고 하지 마! 대장들은 마법사들의 통신에 맞추어 각자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따스한 곳에 앉아 엉덩이에 살만 찌우고 있던 놈들에게 실전이란 단어를 새겨줘라!”


“으하핫!”


폭소와 함께 양익으로 갈라지는 병력의 물결.

크라트는 일부 용사들과 함께 그대로 중앙을 향해 말을 몰아 나간다. 기병이라곤 없이, 배가 넘는 적들을 상대로 평야에서 맞부딪쳐야 할 군세치고는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걱정이 될 법도 했지만, 로빈은 파이튼성의 전투 내내 느꼈던 ‘불안’을 지금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넌 여기서 뭐 하냐?”


긴장을 쫓아낸 로빈의 눈이 어색한 승마술로 따라나서고 있는 벤에게 향한다. 여전히 마법사 로브는 걸치지도 않은 채로,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가벼운 차림이었다.


“이래 봬도 마법사인데. 내 몸 하나는 챙길 수 있다고.”


“네 몸 하나 지킨다고 되는 곳이 아닐 텐데 여긴.”

로빈이 큭큭 웃으며 말을 이었다.

“뒤에서 그렇게 노려보지 않아도 쓸데없는 짓은 안 할 테니까 걱정 말고 돌아가.”


“하, 내가 뭘 믿고.”

결국 로빈은 그 깊은 먹색 눈을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한숨과 함께 웃어 보인다.

크라트와 함께 앞서서 말을 모는 로빈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벤의 시선이 점점 가까워져 가는 적의 군세로 향한다. 그리고는, 그 군세를 넘어 저 멀리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한다. 잠시 멍하니 그 시선을 유지하던 벤은, 옆에서 마법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하파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파님.”


“아, 벤. 무슨 일이시죠?”


“이번에 마법사들은 화력 대신 보호막만 담당하게 되셨죠?”


“예, 그렇습니다만.”


“아, 그럼 마력 부담은 크게 없으시겠네요. 제가 하는 말을 들어보시고, 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그리고 그 순간, 가슈펠라르군 마법사들의 포격을 신호로 전투가 시작된다.




***




함께 전투수색을 나갔던 용사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인하여 좌익의 선봉을 맡은 지나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온갖 전투마법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한발 앞서서 달려오는 적 기병대의 선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가 한곳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쏟아지는 마법들을 능숙하게 보호막으로 막아내거나 상쇄시키는 아군 마법사들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었다. 하지만 보병만으로 이루어진 이쪽의 선봉대를 갈라놓기 위해 엄청난 기세로, 마치 송곳처럼 찌르고 들어오는 적 기병대를 막지 못하면 아군 전투마법사들의 희생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여기서 기사의 역량이 드러난다.

몇몇 작은 국지전의 경험밖에 없는 지나로서는, 넓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대규모 회전에 대해 떠올릴 이론적 지식이 제한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그녀의 몸에서 흐르고 있는 피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정답의 틈을 파고들어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움직인다.


그녀는 자신의 에페에 영력을 담아 분출시키듯 반월형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목표는 눈앞까지 다가온 적 기병의 몸통이 아닌, 딱딱하게 굳은 대지.

에페에서 뿜어져 나온 영력 그 자체는 물론이고, 그 검끝이 닿은 곳에서 튕겨 나간 수많은 파편들이 다가오던 말들의 다리를 부수고 내장을 찢으며 총알처럼 관통해 나아간다. 말에 올라탄 전투마법사들의 보호막이 포격을 위시하여 말의 머리와 기병들의 몸을 중심으로만 전개되어있던 탓이었다.

물론 앞서오는 소수의 기병만을 저지하는 것만으론 기병대 전체의 기세를 멈추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말’이라는 선두의 기동력을 빼앗을 수 있다면, 기병대 전체를 움직이던 전열과 기세가 선두가 묶이면서 줄줄이 쓰러지는 인형처럼 와해당하고 만다. ‘머뭇거림’이라는 이름의 독이 모든 기병대원의 머리를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앞에서 낙마한 아군의 얼굴을 짓밟지 않기 위해 고삐를 당기면, 뒤에서 오는 말이 자신의 등을 밟는다. 머뭇거림으로부터 파생된 의식의 망설임은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의 전형적인 약점이었다.

비명과 고함.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애를 쓰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 혼란 속에서 지나가 노려보고 있는 것은, 훌륭하게 영력을 감춰왔던 적 기사의 얼굴.

무너진 대열을 수습하기 위해 영력을 실어 소리치던 그를 향해, 지나는 시야를 가리는 먼지와 비명을 뚫고 말의 시체를 발판 삼아 도약하여 뛰어들었다.


“이런-!”


비명조차 허락되지 않은 채로, 우익 기병대를 담당했던 대대장은 그대로 지나의 에페에 목이 뚫리며 절명한다. 하지만 전황 자체를 놓고 본다면 이 재빠른 기선제압은 적 기병대 선두의 돌파를 멈추게 했을 뿐, 기병대 전력에 큰 피해를 준 정도는 아니었다.

지나를 대신하여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것은, 곧바로 이어진 베르달 군의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쇠갈퀴가 달린 줄을 양옆으로 넓게 편 채로 중앙이 무너진 기병대를 감싸며 압박해 온다. 마법사들의 비호 아래 용사들의 활과 소총은 놀라운 명중률로 군마의 관절만을 노리며 혼란에 빠진 기병들을 낙마시켰고, 겨우 대열을 맞춰 돌격해 오는 기병들을 쇠갈퀴가 낚아채어 떨어트린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베르달의 기사들은 귀신같이 집요하게 적 기사들의 목만을 노리며 아군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었다. 지나가 영력을 통해 별다른 명령을 내릴 필요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지나의 행동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의 에페검은 피를 뿌리는 순간 그다음을 찾았으며

지나의 눈은 검보다도 앞서서 바로 그다음을 찾는다.


그녀의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웠다.


그녀는 이곳에서 죽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피를 흘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위하여.







“나쁘지 않군.”

첫 번째 격돌에 대한 크라트의 무미건조하면서도 짧은 평.

보병대 좌측면을 찢으며 이곳 지휘부까지 갈라놓을 목적을 지녔던 적 기병대가 다른 병종도 아닌 보병대에게 격퇴당하고 있다. 우익의 상황도 좌익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중앙에서 맞붙은 백병전에선 올리와 오즈카의 분전에 힘입어 베르달군이 압도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양상이었다.

적 마법사들의 포격은 전혀 이쪽에 닿지 않았고 대부분이 허공에서 힘을 다한다. 하파를 비롯한 전투마법사들이 훌륭하게 그 보호막을 지속시키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크라트가 로빈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에 로빈은 좌익의 선봉대를 주시하며 대답을 내어놓는다.


“기병대를 막아내긴 했지만, 어차피 그들은 오백도 되지 않은 선봉대. 적 본대가 이제 내려오기 시작할 테니 슬슬 이쪽도 전선을 재정비해서 맞서야 하지 않습니까?”


“그것뿐이냐?”


나름 분석했다고 생각했지만, 크라트의 비웃음은 그런 로빈을 움츠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로빈은 지적받은 학생의 표정으로, 다시 피바람이 불고 있는 평원을 향해 눈을 돌린다. 그리고 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채고서, 짧은 탄식을 뱉는다.


“아-!”


“그래.”

크라트의 한기 서린 눈이 멀리,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한다.

“페르난도 용병대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




“이미 기병대는 궤멸입니다. 적 전열이 그나마 얇게 흩어져 있는 지금 중앙을 돌파하시는 게-”


“아닙니다. 자칫 섣불리 중앙으로 갔다간 양익이 밀려 포위당할 수도 있습니다.”


“수적으로 우세한데 포위라니 무슨 말이냐? 적의 주력은 중앙이다. 중앙을 돌파하면 놈들은 무너진다!”


윌리안의 곁에서 많은 무장과 귀족, 그리고 기사들이 저마다의 의견으로 침을 튀긴다.

하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는 윌리안은 어떠한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로, 전선을 밀고 올라오는 적의 군세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 붉은 눈에 초조함이나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방을 어지럽히던 목소리들이 잦아들고 나서야 자신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부관을 향해 붉은 시선을 돌린다.


“용병단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나?”


“예, 그렇습니다.”


“그래? 정말로 ‘계약’만 지킨다는 말이지······.”

짧은 한숨 뒤, 윌리안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떠오른다. 그는 바로 다음 순간, 직접 자신의 검을 뽑아 모든 이의 입을 다물게 만들더니, 부관에게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하달한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변수가 되어주지. 양익에 보병을 각 1개 대대씩 배치해서 적 양익의 진군을 최대한 늦춰라. 격파할 필요는 없다. 묶어두면 더욱 좋아. 본대는 내가 직접 중앙으로 이끌 것이다.”


“가주님, 그건-”


“난 상관없다. 나는 그 저주받은 핏줄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 알겠나? 전력이다, 전력으로 중앙을 노린다.”

그의 명령을 받든 지휘관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다시 한번 나팔을 울릴 것을 명하며 윌리안은 전장 속으로 말을 몰았다.

“붉은 나무는 여기서 뿌리를 뽑는다.”

나팔 소리에 묻힌, 분노가 담긴 노인의 혼잣말을 들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




“역시, 바로 밀고 들어오는군요. 양익에서 아군의 발목을 잡고, 본대가 중앙으로 내려옵니다.”


로빈의 말에 크라트는 턱을 쓰다듬는다.


“직접 정면승부인가? 늙은이답지 않은데.”

하지만 ‘늑대’의 의심과는 별개로, 로빈의 말처럼 오천이 넘는 적의 본대가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지금 그들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였다. 베르달군의 양익은 두 배가 넘는 적을 맞이하여 분전하고 있었지만, 방어태세를 갖춘 그들을 뚫고 적의 본대를 포위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빠르게 판세를 읽은 크라트의 눈이 차갑게 빛난다.

“양익에 통신을 보내라! 무리해서 돌파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전선을 유지하라고! 본대는 우리가 잡을 테니까!”

그는 뽑아 든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로빈을 바라본다.

“보는 눈이 많다. 역시 기사된 자로서 검에 피도 묻히지 않는다면 굴욕이겠지?”


로빈은 대답 대신 같이 검을 쥐며 웃을 뿐. 그는 뒤에 남겨진 벤에게 짧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고, 벤은 마치 다녀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며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나와 마찬가지로, 넓은 전장에서 적을 맞이하여 싸운다는 것은 로빈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말에서 내리라는 크라트의 조언에 따라 땅으로 내려서기는 했지만, 시야가 낮아진 것만으로도 전장의 혼란은 배가 되어 그를 덮쳐오고 있었다.

병사들이 맞부딪치고 있던 기다란 전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엉키더니, 난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로빈은 끊임없이 나오는 부상자들을 뒤로 끄집어내며, 망설이지 않고 그들을 대신하여 적 기사와 검을 맞댄다. 자신이 그들의 검을 대신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베르달의 용사들이 그 틈을 파고들어 적의 몸뚱어리에 무기를 꽂는 데 성공한다. 마치 완벽하게 기사를 보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한, 능숙하면서도 매끄러운 움직임이었다.

필요할 땐 로빈에게 간격을 내어주고, 그가 노출되었을 땐 대신 방패를 내밀어 측면을 보호해준다. 마치 자신의 영력 흐름을 읽고 있다는 듯이, 물 흐르듯 맞춰주는 그들의 움직임과 시야에 로빈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베르달의 용사들이 기사를 중심으로 싸우는 방식인가.’


일반병사들은 스스로가 절대로 기사만큼의 활약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전장에선 단지 소모품일 따름이라고, 고기방패일 따름이라고 스스로를 폄하하기 마련이지만, 이 용사들은 그러지 않는다.

이들은 완벽하게 기사를 ‘이용’할 줄 안다.

어쩌면 이것이 계급을 두고 있지 않은 베르달군의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로빈은 생각할 수 있었다.


로빈이 또 다른 기사에게 검을 맞대는 순간, 그의 검붉은 눈동자가 혼란 속에서 하나의 안광을 찾아낸다.

깔끔하게 넘긴 금빛 머리에, 불타오르는 듯 붉은 눈동자를 가진 노인.

병사들을 앞에 두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정체를, 로빈은 눈을 마주하는 순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로빈은 앞에 있던 용사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는 슬쩍 로빈을 돌아보더니, 이내 로빈의 시선을 쫒아 그 대상을 알아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뚫어라!”


그 용사의 한마디에 다른 용사들이 급격하게 간격을 벌렸고, 후방에서 날아오던 화살과 총탄들이 그 줄과 줄 사이, 정확히는 로빈의 앞으로 집중된다. 갑작스러운 포화에 흙더미처럼 무너져 내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로빈은 용사들의 엄호를 받으며 돌파해 들어갔다.

크라트가 보았다면 잔소리로는 끝나지 않았을 광경.

하지만 로빈은 자신의 행동이 다소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노인의 얼굴에 겹쳐 보이는,




그녀를 위하여.






노인은 곧바로 다가오는 그림자의 존재를 깨닫더니 크게 웃으며 검을 맞대온다.

그 또한 본능적으로, 이 풋내기의 깊은 정체를 알아챈 것이다.


“시대를 넘어서도 끝내지 못한 것이 스스로 굴러들어왔구나, 저주받은 나무의 혈육이여!”


“그럼 어디 뿌리 뽑아 보시지.”


붉은 눈과 검붉은 눈이 맞붙는다.

그 검의 합이 겹친 순간,

뜨거운 불꽃과 함께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묵직한 나팔 소리.

그리고 뒤이어 지축을 흔드는, 기분 나쁜 진동.

그 진동의 정체를 알아채기까지는 난전 속의 로빈이라 할지라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혹감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용병대가 모두 기병?!’


이것은 크라트마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전투 직전 확인했을 때까지만 해도 용병단은 귀족군의 보병대를 대신하여 후방에 예비대로 편성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

베르달군의 양익을 공격해온 가슈펠라르 기병대의 숫자가 적었던 이유-.

바로 용병단에게 군마를 몰아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왜 그러나, 왕자? 죽음이 지척이다. 있어서는 안 될 그 피를 머금고 이 땅에서 사라질 때가 왔다.”


승기를 확신한, 윌리안의 미소.

로빈은 용사들의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기병대가 베르달군의 우익을 크게 돌아 후방으로 우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익의 용사와 기사들은 자신들의 후미를 붙들고 있는 가슈펠라르군 때문에 빠르게 돌아가는 그들을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어쩐지 선두로 달려 나온 기병대의 수가 적다했어. 이대로 가면 저 용병대가 우리 중앙군의 후방으로 협공해 들어온다.’

“크라트님은, 대장님은 어디 계시나? 진형을 다시 짜야 한다! 후방에도 방어태세를-”



“그럴 필요 없어.”


다급하게 전선에서 빠져나온 로빈의 눈에, 유유자적하게 말을 몰고 다가오는 벤의 모습이 보인다.


“벤······?”


“후방은 신경 쓰지 마. 대장에겐 말해놨어. 그대로 중앙을 돌파해.”


참으로 여유로운 벤의 어투에, 로빈은 당황할 수밖에.


“뭐? 무슨 소리야? 이대로 두면 저 용병대가-”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날 믿고 그냥 앞이나 신경 써.”


“······엉?”


결국 벤은 그래도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로빈의 등을 말 위에서 걷어차고 만다. 떠밀리듯 넘어질 뻔한 로빈이 다시금 벤에게 따지기 위해 몸을 일으킨 순간-




“?!”




맹렬한 폭음이 연속으로 전장을 울린다.

그것은 이미 충분히 소란스러운 난전의 전장에서도 압도적인 울림이어서, 양 군세가 자신들도 모르게 순간 행동을 멈출 정도였다.

로빈은 곧바로 진원지를 찾아 눈을 돌린다. 그곳은 용병대가 파고들어 오고 있었던, 베르달군의 후방이었다. 그 와중에도 폭음은 연속하여 전장을 휩쓸고 있었고, 마침내 그 정체를 알아챈 로빈이 조그맣게 그 이름을 중얼거린다.




“마력지뢰······?”


작가의말

언제나 감사합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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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88 百花亂舞
    작성일
    14.09.19 20:31
    No. 1

    와우! 화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09.20 00:03
    No. 2

    난무님 항상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조쉬라이먼
    작성일
    14.09.20 03:15
    No. 3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09.20 11:53
    No. 4

    조쉬라이먼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inno7
    작성일
    14.09.20 16:07
    No. 5

    초반에는 여자가 비호감이라서 진입장벽이 좀 있었는데요... 재미있네요. 전체적인 내용은 이제야 시작인 느낌이지만 로빈과 지나가 잘 됐으면 좋겠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inno7
    작성일
    14.09.20 16:10
    No. 6

    그리고 왕이 전면에 나서는 건 별로 바람직한 전투 방식이 아닌데요 (알렉산더가 그러긴 했는데 굉장히 리스크가 크죠). 이번이야 연출상 그런다고 해도 앞으로도 그럴 생각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09.20 16:17
    No. 7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inno님!
    그리고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셨네요, 이것 역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최고지휘관이 최전방에서 전투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이죠. 다만 본편에서 크라트나 로빈이 있던 곳은 본대의 중앙에 위치한 지휘부였고, 크라트가 로빈을 부추겨서 최전방으로 나아가자고 한 것은 전세가 이미 기울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투의 승리에 있어서 로빈을 얼굴을 앞세워야 한다는 저의가 담긴 것이기도 했습니다. 올리와 마법사, 그리고 완벽하게 기사를 보조할 줄 아는 자신만의 용사들이 뒤를 봐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지요.
    물론 윌리안의 얼굴을 보자마자 냅다 달려든 로빈에게 큰 잘못은 있었고, 그 대가는 곧 치루게 된답니다. ㅜㅜ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아직은 많이 미숙한 편이라,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inno7
    작성일
    14.09.20 16:34
    No. 8

    친절한 답글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09.20 16:35
    No. 9

    어휴 저야말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적 부탁드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주정
    작성일
    14.09.27 13:05
    No. 10

    쥐약을 뿌려뒀군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09.27 13:10
    No. 11

    무서운 쥐에 더 무서운 쥐약...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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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의 굴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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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3) +16 14.09.26 2,864 69 16쪽
42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2) +18 14.09.25 3,033 73 14쪽
41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1) +20 14.09.24 2,442 63 21쪽
40 (막간) 구원 +18 14.09.23 2,469 59 10쪽
39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7) +10 14.09.23 2,258 63 21쪽
38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6) +11 14.09.22 2,657 93 20쪽
37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5) +17 14.09.21 2,540 81 19쪽
36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4) +14 14.09.20 2,620 73 21쪽
»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3) +11 14.09.19 2,644 84 25쪽
34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2) +23 14.09.18 2,693 96 19쪽
33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1) +20 14.09.17 2,785 84 19쪽
32 (막간) 붉은 장미 +7 14.09.16 3,095 93 11쪽
31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7) +15 14.09.16 2,900 94 19쪽
30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6) +9 14.09.15 3,032 81 22쪽
29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5) +10 14.09.13 2,839 86 17쪽
28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4) +11 14.09.12 2,945 86 29쪽
27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3) +13 14.09.11 2,871 81 21쪽
26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2) +12 14.09.10 3,053 87 22쪽
25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1) +9 14.09.09 2,777 86 25쪽
24 (막간) 소녀는 올려다보고, 그는 내려다본다 +4 14.09.08 2,805 93 14쪽
23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7) +5 14.09.07 2,977 83 18쪽
22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6) +5 14.09.06 2,897 83 21쪽
21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5) +7 14.09.05 2,703 87 18쪽
20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4) +11 14.09.04 2,743 85 20쪽
19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3) +16 14.09.03 2,916 95 18쪽
18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2) +8 14.09.02 2,608 85 27쪽
17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1) +18 14.09.01 3,313 94 21쪽
16 (막간) 일상생활 속 일상성연구회 +16 14.08.31 2,764 86 12쪽
15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7) +11 14.08.30 2,936 88 20쪽
14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6) +2 14.08.28 3,125 84 16쪽
13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5) +11 14.08.27 2,799 90 25쪽
12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4) +15 14.08.26 3,234 97 18쪽
11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3) +3 14.08.25 2,968 101 15쪽
10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2) +6 14.08.24 3,600 102 21쪽
9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1) +14 14.08.23 3,530 102 18쪽
8 (막간) 캉페온 광장의 노을 +4 14.08.22 3,944 102 13쪽
7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6) +9 14.08.22 5,428 158 18쪽
6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5) +6 14.08.21 3,987 128 22쪽
5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4) +11 14.08.21 4,753 123 24쪽
4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3) +6 14.08.21 5,193 141 14쪽
3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2) +26 14.08.21 6,177 164 28쪽
2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1) +32 14.08.20 8,723 152 26쪽
1 (여는막) 그와 그녀의 한방울 +17 14.08.20 15,698 2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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