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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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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319

작성
14.08.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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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5)

DUMMY

세 개의 은화로 로빈은 3일 동안 맹렬하게 식도락을 즐겼다.

새로운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로빈의 차림새를 향한 종업원과 주인의 무례한 표정이 반복되었지만, 동전만 꺼내면 곧바로 혀를 살랑살랑해오며 해결되었다.

게다가 그는 매번 끼니의 마무리를, 그렇게 호되게 당했음에도 아이스크림을 고집했다. 식당에서 후식으로 제공되었던 크림을 얹은 달콤한 빵이나, 초콜릿 조각을 박아 넣은 쿠키 등도 먹어봤지만, 역시나 그의 입맛엔 이게 최고였다.


어느덧 입소를 눈앞에 둔 시간.

로빈이 광장 중앙의 기다란 의자에 앉아 여유와 함께 맛보고 있는 것은 역시나 예의 그 요거트 아이스크림. 마지막으로 남은 돈을 털어 산 것이라 그 풍미는 전과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이제 앞으로 한 시간이면 저 언덕을 올라야 한다. 자신의 정확한 미래를 알 수는 없었지만, 저 언덕을 오르는 순간 이 아이스크림은 물론 ‘도시의 맛’과는 한동안 작별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이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채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서 통곡과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나이 든 자들이 젊은이들을 보내며 눈물을 흘린다.

그곳에선 결코 국가의 위업이나 애국의 의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내는 자들은 그렇다 쳐도, 떠나는 자들조차 눈물을 훔치고 있다. ‘기사’만큼은 징집이 아닌 자원입대라고 들었는데, 이래서야 이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 같지?”


익숙한 목소리가 로빈의 옆에 자리 잡는다.

찬란한 금발의 여인. 하지만 전과는 달리 늘어트렸던 머리를 말아서 깔끔하게 묶어 올린 채였다.

하늘하늘하고 가벼워 보였던 원피스 대신, 장식이나 무늬라곤 찾아볼 수 없는 먹색 바지와 못지않게 새카만 셔츠. 특유의 거칠게 뻗친 잔머리들과 왼손에 들고 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아니었다면, 로빈은 반갑게 인사를 건넬 타이밍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어, 왔네. 덕분에 아이스크림에 제대로 꽂혔어. 그리고 왜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라고 했는지도 알겠더라.”

그녀는 살짝 비웃으며 턱을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자신의 추천이 상대의 취향에 적중했다는 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오른팔을 올려 의자의 등받이에 길게 걸치고, 여전히 우악스럽게 아이스크림에 코를 박아 핥아 먹는다. 로빈은 그런 그녀의 허물없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칙칙하게 입고 나왔네?”

아이스크림을 혀에 올려놓은 채로 로빈이 다정하게 물었다. 3일 전에 만났을 때는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그녀의 분위기였지만, 오늘 그녀의 차림새는 밝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더욱 밝은 그녀의 눈동자를 돋보이게만 할 뿐, 마치 장례식이라도 가는 무거움이었으니까.

그나마 바짓단과 소매를 걷어 올려 답답해 보이는 모습은 피하고 있었다. 셔츠의 윗단추도 과감하게 세 개까지 풀어헤친 터라, 로빈은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었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그녀의 풍만한 굴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는 넌 여전히 촌스럽구나. 아이스크림 사 먹을 돈으로 옷부터 좀 갈아입지 그랬어.”


“응? 이거 새로 산 건데?”


“······.”

그녀는 로빈이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눈을 마주쳐왔고, 이내 농담기가 없는 로빈의 표정에 절망한 듯 보였다. 그녀의 표정과는 별개로, 로빈은 아직 그 빛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녀의 태양 같은 눈동자가 어색하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도시에 입성한 후로 수많은 눈동자를 봐왔지만, 저런 명도와 채도를 가진 눈빛은 없었다. 물론 그 감상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신비하다는 편이 알맞은 것이리라.

로빈은 멍하니 그녀의 옆모습을 지켜보다가, 굳은 그녀의 표정이 광장의 북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도시의 평범한 인파가 아닌, 절실하게 떠 있는 불안과 절망, 그리고 공포로 얼룩진 공기.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이라고 했던가.

“다들 억울해 보이지?”


“억울?”


그녀의 짧은 감상에, 로빈이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아, 그야, 물론 다들 자진해서 입소하는 거긴 하지만, 예전처럼 귀족 출신 기사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평민 출신 기사들에게 국가와 가족의 안녕을 위한 봉사-라는 구실만으로 무한한 희생과 결속력을 요구하는 건 슬슬 한계가 아닐까 싶어서.”


그녀가 아이스크림의 표면을 길게 핥는다. 아무리 봐도 유달리 새빨간 혀라고 로빈은 생각했다.


“귀족 출신이랑 평민 출신이랑 뭔가 달라?”


어느새 요거트의 달콤한 향은 잊은 채 숟가락을 꽂아버리는 로빈. 그녀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스크림에 집중할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녀는 긴 한숨을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귀족에게 국가는 곧 가문의 확장이야. 단순한 세뇌교육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지.

국가를 위한 죽음. 가문과 이름의 영광을 위해 최대한 위대하게 죽는 것. 그 자체가 개인의 목표이자, 동시에 모두에게 가문의 이름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하지만 평민들은 어때? 태어나는 순간부터 준비와 재능이라는 부분에서 귀족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 기사라 할지라도 그들은 결국 병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소모품이 되는 거야. 하지만 그들이 기사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개인에게 내거는 달콤한 유혹.”

한 번 더 아이스크림을 향해 길게 혀를 내민다.

“자신의 미래와 자신이 받을 취급을 알면서도 그걸 거부할 수 없으니까 억울하다는 거지.”


“한마디로, 귀족은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 평민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라는 거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로빈이 그녀의 표정을 돌아보자, 시선은 정면에 고정한 채로 무언가 한심하다는 듯이 비웃는 그녀의 얼굴선이 보인다. 그것이 그녀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그로선 판단할 수 없었다.


“넌 귀족이지?”


로빈이 넌지시 물었다. 약간의 긴장을 품고 내뱉은 질문이었지만, 의외로 대답은 가볍게 돌아온다.


“할아버지도 귀족이고 할머니도 귀족이고, 아버지가 귀족이고, 어머니가 귀족. 오빠도 언니도 동생도 귀족이었으니 나도 귀족이겠지.”

그녀가 장난스레 웃는다.

비웃음이 아닌 그녀의 웃음은 혀끝과 송곳니가 돋보이는구나. 라고, 로빈은 생각했다. 그의 감상이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그녀가 투명한 아이스크림 용기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아뮤르 지나. 지나라고 불러.”


“아, 난 로빈슨 듀켓. 그냥 로빈이라고 불러 줘.”


로빈도 아이스크림 용기를 내밀어 마치 술잔처럼 예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 투명한 용기 위로 로빈이 발견한 것은, 이쪽을 묘하게 비웃고 있는 지나의 반짝이는 입술과 눈빛. 영문을 알 수가 없는 그녀의 반응에 로빈이 눈을 끔뻑이자, 지나는 큭큭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영력도 감추지 못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 정말로 진성 촌놈이구나. 내 이름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 보니.”


“엥? 이름? 아, 미안, 내가 뭐 실례라도 했어? 너 높으신 분이야?”


계속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지나를 앞에 두고 로빈은 자신의 얼굴이 무방비로 달아오르는 것을 느껴야 했다.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이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법.


“하하하, 아니, 아니야. 너 같은 애는 처음 봐서 그래. 하아-, 진짜 간만에 웃었네.”

지나가 후련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비어있는 용기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코와 입술 주변에 묻었던 아이스크림의 잔해들은 이미 기다랗고 새빨간 혀로 정리가 된 상태였다.

광장의 분위기는 서서히 북쪽의 언덕, 훈련소 입구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슬슬 우리도 ‘절규의 광장’으로 가볼까? 너나 나나 배웅해줄 사람 하나 없는 건 마찬가지인 거 같으니까.”


“절규의 광장?”

로빈이 언덕 위를 바라보며 웃는다.

“하, 그럴싸한데.”


“뭐, 실상은 그냥 연병장일 뿐이지만. 모두가 같은 심정으로 올라가니까 그런 이름이 붙었어. 하긴, 다 알면서도 꾸역꾸역 이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만 불쌍하지.”


그녀가 손가락으로 자신과 로빈을 번갈아 가리키며 비웃더니 크게 걸음을 옮긴다.


“어, 야! 네 이름에 대한 거 안 알려줄 거야?”


이에 먼저 앞서나가는 지나의 뒤로 로빈이 질문을 던졌지만-


“저길 올라가는 동시에 내 이름 따위 아무 의미도 없어질 텐데, 뭐.”


이런 대답이면 로빈은 납득하고 웃을 수밖에.



***



언덕으로 다가갈수록 흐느끼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선명해진다. 더불어 주변의 시선도, 쓸쓸한 등 뒤의 그림자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언덕을 오르는 그 ‘등’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과 함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억울함.

그 단순한 단어만큼 이 기이한 풍경을 간파해내는 말이 있을까.


“난 내 이름 덕분에 네 살 때부터 검을 들었어.”

로빈과 마찬가지로 표정을 지운 채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던 지나가 입을 열었다.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탐구할 이성을 찾기도 전에 말이야. 옛말에 의지가 생기면 길이 생긴다-라고 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정해진 길을 걷고 있었지.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 정해진 의지의 결실을 위해 언덕을 오르고 있지만, 결국 난 어떠한 감흥도 찾지 못하고 두 번째로 보는 남자한테 이런 말이나 지껄이고 있네.”

말을 마치며, 지나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이마를 덮고 있던 앞머리를 쓸어 넘긴다. 약간의 땀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였지만, 로빈은 그것이 오로지 한여름의 햇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걱정 마. 아마 여기 있는 모두가 비슷할 테니까.”


로빈이 웃었다. 그런 그를 돌아보는 지나의 얼굴 또한 다시 비웃음으로 물든다.


“하, 촌놈들이란.”


웃음의 교환은 길지 못했고, 둘이 동시에 걸음을 멈춘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소란의 기운이 눈앞을 어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여 명의 인파가 한 남자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는데, 남자가 지닌 압도적인 키와 덩치 덕분에 그가 인파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로빈과 지나가 가까이 다가가면서, 여러 명이 거구의 남자에게 소리치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너 이 씨발 변절자 새끼, 광장에 들어오기만 해봐, 내가 먼저 죽여 버린다!”


“도대체 어떻게 너 같은 놈이 선발된 거야? 이거 기사단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냐?”


“난 이런 새끼랑 같이 훈련 못 받아!”


쏟아지는 비난과 살벌한 욕설. 몰려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남자에게 하나라도 더 욕설을 내뱉느라 바빠 보일 지경이었다. 피해자의 얼굴을 확인한 지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로빈의 어깨를 붙들었다.


“나라면 저 인간한테 상관하지 않을 거야.”


로빈은 의아한 얼굴로 무리와 지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표정을 지운 지나의 얼굴은 단호해 보였으나, 어떠한 설명도 없이 그의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아닐 터.

즉, 몰라도 되니 그냥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리라.

그러나 로빈은 정중하게 지나의 팔을 뿌리치며 웃었다.


“난 촌놈이잖아.”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거칠게 인파 속을 헤집기 시작한다. 얼떨결에 뒤로 밀려난 사람들은 갑자기 끼어든 이 남자가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자 여러분,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입소에 늦겠습니다. 주변 가족분들 보기에도 안 좋구요. 개인적인 사정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사정?!”

무리 중 하나가 소리쳤다.

“이 촌놈은 또 뭐야?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뭔 성자 흉내를 내고 있냐? 네가 지금 감싸주려는 인간이 누군지나 알아?”


“어어······.”

너무나 확고한 사실이었기에 촌놈이라는 욕에는 별다른 정신적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갑작스레 자신을 향하기 시작하는 비난의 창에 로빈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그럼에도 계속 침착하게 그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언성은 더욱 높아져만 갈 뿐,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로빈의 개입 직전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었던 장신의 남자는 그때까지도 어떠한 반응 없이 언덕 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제 그만.”

보다 못한 지나가 끼어든다.

“내 귀여운 얼굴을 봐서라도 그만 넘어가시지?”


“넌 또 뭐-, 윽.”

“야, 쟤는······.”

“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두 번째로 개입한 지나까지 윽박을 지르려던 남자가 뒤에 있던 여자에 의해 필사적으로 저지당하더니, 동시에 침묵이 깔린다.

‘감히’ 입을 떼지 못한 채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이내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등을 돌리면서도 마지막으로 거한을 향해 분노의 시선을 쏘아대는 것만큼은 모두가 잊지 않았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꽤나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로빈에게 지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뭐어, 이것도 내 이름이 가진 힘이라고 하면 되겠지.”


“지금 큰 실수를 한 겁니다.”

드렌턴보다도 굵고 낮은 목소리. 로빈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본다.

짧은 머리에 검게 탄 피부, 다부진 근육들을 보고 나자 로빈은 왜 이 사람이 당하고만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참을 수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모두를 밀쳐내고도 남았을 만한 덩치이지 않은가. 이런 로빈의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다시금 매서운 시선을 날린다.

“10명의 입은 100명의 귀에 쉽게 퍼져가죠. 저 안에서 당신들은 나와 같은 인간으로 매도될 겁니다. 아군이 많아도 버티기 힘든 곳에, 시작부터 적만 잔뜩 만들게 되었군요.”

험상궂은 얼굴과는 달리 무척이나 점잖은 말투. 그러나 로빈은 그런 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기울였다.


“어차피 다 같은 동기잖아? 괜히 파벌을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내 이름은 로빈슨 듀켓. 로빈이라고 불러. 말은 낮춰도 되고.”


남자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로빈은 그에게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엉뚱하게도 대답은 지나에게서 튀어나온다.


“걔 이름은 오즈카 스파인. 요번 소집 대상에 올랐다고 언론에서도 말이 많았는데, 정말로 올 줄은 몰랐네.”


“뭐? 왜? 입소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지나가 오즈카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본다. 설명의 동의를 구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제부터 자기가 할 말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이 조여 왔을 뿐이었다.


“오즈카의 아버지, 댄 스파인은, 카나반 동부전선의 전방사단을 책임지는 장군이었지.”


“그래? 그럼 장군의 아들이잖아?”


로빈이 경외심을 담은 얼굴로 오즈카를 올려다보았지만,


“맞아. 그는 존경받는 지휘관이었어.”

지나가 괴로운 한숨을 내쉰다.

“그가 아실레마제국에 투항하기 전까지는 말이지.”


“아······.”


로빈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와 지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오즈카는 결국 냉소를 흘린다.


“이제 알겠습니까?”


그리고는 육중한 몸을 돌려 검문소를 통과한 다음, 거침없이 언덕을 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검문소의 기사들도 그런 오즈카를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그가 지나간 자리에 침을 뱉는 이도 보였다.

한참이나 멀어져가는 그의 넓은 등을 바라보고 있던 로빈은, 서류들을 제출하고 검문소를 통과한 직후 갑자기 무언가를 애원하는 눈빛으로 지나를 돌아보았다.


“뭐, 왜?”

대답 대신, 계속해서 시선으로 요구하는 로빈. 그 의중을 알아챈 지나의 샛노란 눈동자가 흔들린다.

“야, 꿈도 꾸지 마. 내가 왜?”

그러나 로빈은 포기하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려는 지나의 눈을 끈질기게 좇는다. 결국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새빨간 혀끝을 살짝 깨물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결국엔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 겁니까?”

오즈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로빈과 지나가 달려오더니 자신과 나란히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제 말을 아직 이해하시지 못하신 것 같은-”


“걱정 마. 이건 싸구려 동정심 같은 게 아니니깐. 넌 너네 아버지랑 다르잖아? 애초에 왜 그런 걸로 널 판단해야 하는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로빈의 말에 오즈카는 냉정하게 웃었다.


“제 옆에서 검을 들어야 할 동료 기사들과, 제가 이끌지도 모르는 병사들에게도 한번 그렇게 이야기해보시죠.”


“그럼 넌 도대체 왜 여기 온 거야?”

예상치 못한, 지나의 날카로운 혀. 그것에 가슴을 찔린 오즈카의 검푸른 입술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지금까지의 태도보다 차가워진 시선으로 지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것으로 지나는 오즈카를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똑바로 마주 보며, 물러서지 않을 태도로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로빈의 말대로, 넌 네 아버지와 다르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기꺼이 많은 비난을 각오하고 온 거 아니야? 센척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두가 적이라는 생각은 버려. 적어도 내 아뮤르라는 이름은 옆에 두고 으스대기엔 꽤 쓸 만하거든.”


“아뮤르? 그럼 당신은······.”


말끝을 잃어버린 오즈카의 뒤에서 로빈이 지나를 향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지만, 지나는 그런 그의 반응이 부끄러웠는지 혀끝을 깨문 채 얼굴을 붉히며 애써 로빈에게서 시선을 거두어야 했다. 잠시 후, 그런 둘의 시선 교환을 알아차린 오즈카가 몸을 반쯤 돌려세운다.


“당신들도 이제 막 만난, 서로 이름만 아는 사이 아닙니까?”


“응.”


“맞아.”


양쪽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결국 그 천연덕스러운 얼굴에 오즈카는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히 남 일 간섭하기 좋아하는 분들끼리 모이셨군요.”


“어쩌겠어, 난 아무것도 모르는 촌놈인데.”


“어쩌겠어, 난 촌놈이랑 반역자의 아들이랑 동기 될 사람인데.”


로빈과 지나가 웃었다. 오즈카 또한 실소를 지우진 않았지만, 그는 끝내 고개를 흔들었다.


“호의만 받아두겠습니다.”


그리고서, 그는 다시금 거대한 등을 보이며 로빈과 지나에게서 멀어져간다. 하지만 그 걸음은 분명하게 가벼워져 있었다. 그제야 로빈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나는 그런 로빈을 향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어째 너랑 같이 있으면 앞으로 굉장히 피곤해질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체념이 깃든 그녀의 얕은 미소에, 로빈은 특유의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이상하게 난 저렇게 칙칙한 놈이랑 궁합이 잘 맞는 거 같단 말이지.”


“칙칙한 놈······?”


“아, 내 친구 얘긴데-”


그리고 이어진 긴 대화.

로빈이 여관 앞에서 벤과 헤어진 이야기에 다다를 때 즈음, 그와 지나의 앞으로 언덕의 끝이 그들을 맞이한다. 동시에 커다란 아치형의 대문이 먼저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았고, 곧 넓은 연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른바 절규의 광장.

밖에서 보았던 일반적인 도시건물과는 느낌이 다른, 고풍스러운 양식의 회색건물이 그 커다란 광장을 감싸고 있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넝쿨과 이끼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 층 돋궈준 덕분에 마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물의 외벽이었다.

‘광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개중에는 언덕길에서 오즈카를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도 보였지만, 그들은 일찌감치 오즈카를 두둔했던 인물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는지, 혐오가 담긴 시선으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을 뿐이었다.


“흐, 저 뒷담화 중에 내 이름은 얼마나 나오려나.”


지나가 자조적인 어투로, 마치 모든 것이 그의 책임 이라는 듯 로빈을 돌아보며 비웃었다. 그에 로빈은 가벼운 미소가 담긴 얼굴로 연병장을 둘러보았고, 씁쓸하고 희미한 미소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오즈카를 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까처럼 소리치는 인파에 둘러싸이진 않은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오즈카에게 다가가는 로빈의 발걸음에 거리낌은 없었다.


“오즈카보다 어째 우리가 더 유명해진 것 같네.”


로빈은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만끽하며 연신 감탄을 내뱉는다. 그런 로빈과 그의 뒤를 따라오는 지나를 향한 오즈카의 목소리엔 이제 우려까지 스며있었다.


“대담하시군요. 그런데 아뮤르 양은 저랑 엮이시면 안 되시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나의 짜증 섞인 표정.


“아니, 저기, 너 언제쯤 말 놓을 건데? 동기잖아 동기. 그냥 지나라고 부르라고. 난 예전부터 그렇게 가식적인 예의니 뭐니를 차리는 애들을 너무 지이이이-겹게 봐와서, 그런 거 진짜 잘 못 참거든?”


오즈카는 다소 놀란 눈치였다. 로빈으로선 그가 놀란 부분이 지나의 귀족답지 못한 언행인지, 아니면 오즈카 스파인이란 존재를 개의치 않아하는 부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편해지면 말을 놓도록 하죠.”


오즈카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연병장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입소식을 위한 통제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오즈카는 팔짱을 풀어 천천히 그쪽을 향해 움직였다.


“이야, 너 은근히 고집있구나?”


그리고 그런 오즈카를 바라보며 비웃음과 함께 혀끝을 살짝 깨무는 지나였지만, 그래도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양대를 향해 움직였다. 아직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지만, 오즈카를 향한 사람들의 심리적, 물리적 간격만큼은 철두철미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잠시 후, 연병장의 입구가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입을 다물었다.


“이게 다야?”

지나가 한숨 섞인 헛웃음을 터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아야 150명-도 안 되는 거 같은데? 작년 기수는 그래도 200명은 넘었다고 들었는데.”


“주목.”

로빈은 지나의 말에 반응을 하려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덕분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귀 바로 옆에서 말한 것처럼 크고 분명하게 울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오즈카와 지나를 바라봤지만, 그들의 시선은 게양대 위를 향해 있었다. 그곳엔 어느새 나타난, 남색 제복을 차려입은 덩치 큰 남자가 후보생들이 모여 있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은 영력을 이용하여 내는 목소리다. 앞으로 지겹게 들을, 아주 기초적인 것이니, 이런 것에 당황하지 말고 모두 게양대를 주목해 주기 바란다.”

이번에는 더욱 확실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빈을 어쩐지 뜨끔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입소를 축하한다. 원래 정식으로 입소식을 해야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공지되었던 과정 중 많은 절차와 훈련이 생략될 것임을 미리 알려둔다.”

광장엔 어느새 남자의 울림 외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아직 도시의 한복판이란 것을 고려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고요함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수습기사 교육과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2년의 훈련기간이 1년, 더 나아가 6개월로 줄었다는 소리를 듣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소리의 끝에서 남자가 소름끼치는 웃음을 내뱉는다.

“내 식이라면 3개월로 충분하거든.”

여기저기서 침을 삼키는 소리와 낮은 한숨이 들려온다. 교육기간이 줄어든다는 현상은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해도 후보생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는 것일 터. 게다가 게양대 위의 위압적인 남자는 그마저도 다시 반으로 줄인다고 말하고 있다. 연변장에 모인 모두가 자신들의 미래를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식 교육에 앞서 너희들에게 보급품을 지급하고 기본적인 영력 측정이 있을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질서가 갖춰져 있어야겠지?”

어색한 침묵.

“5열 종대로 정렬햇!”

고함 소리 하나에 100명이 넘는 인파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나와 오즈카처럼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로빈처럼 어리둥절하다가 급류에 휩쓸리듯 이리저리 치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지나가 그를 자신과 오즈카 사이로 끌어당겼고, 이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연병장은 평온을 되찾게 되었다.

“좋아, 그 상태로 잠시 대기.”

정면에 있던 건물에서 게양대 위의 남자와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광장에 있는 훈련생들에게 기다란 가방 하나씩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마법사로 보이는 남색 로브의 장교들이 뒤따라 나와 훈련생들에게 차례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맨 앞줄에 서 있었기에 로빈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신, 가장 앞이라는 거리 덕분에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자세히 게양대 위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설마.’


로빈은

게양대 위의 남자가,

말끔하게 면도된 턱과 강렬해진 눈빛을 제외하면,

3일 전 자신의 여관방문 밖으로 사라진 어떤 우락부락한 남자와 무척이나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의말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 작성자
    Lv.24 주정
    작성일
    14.09.25 10:11
    No. 1

    드렌턴. 악질 교관으로 재등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09.25 12:02
    No. 2

    마음만은 따듯한 도시남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4.10.31 15:03
    No. 3

    지나란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드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10.31 15:10
    No. 4

    헠헠 나카브님 계속해서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흰코요테
    작성일
    14.11.02 05:59
    No. 5

    같은 나라도 같은 민족도 아닌데 무슨 결속력이니 그딴 타령 하는 미친x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나라와 같은 민족이라도 아닌건 아닌거고, 누가 나한테 뭐 잘못 했으면 그딴건 전혀 상관 없고 족쳐야지. 대통령이라도 나한테 뭐 잘못 했으면 죽여버릴 거야. 확실하게 조사해서 관계된 x들 다 쳐죽여야지.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4.11.02 12:00
    No. 6

    히익....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아슈탈로스
    작성일
    16.01.07 22:30
    No. 7

    지나는 아마 사생아인 듯 하네요. 아니면 눈동자색이 다른 걸로 가족취급 못받던가.
    그나저나 코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을 수 있다니 혀가 정말 긴 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1.08 04:29
    No. 8

    아슈탈로스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16.04.14 23:58
    No. 9

    드렌턴은 자신의 훈련 과정이라면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그의 위치상 훈련 강도나 구성은 바꿀 수 있더라도 6개월이라는 정해진 기간 자체는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훈련 기간이 줄어든다는 건 다른 부대들이 인원보충 요청을 신청하는 기간도 바뀐다는 뜻이고 그렇게 해서 여러가지 조정이 필요한데 훈련소 하나만 맡은 드렌턴은 거기까지 어떻게 할 권력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그냥 3개월이면 충분할 강도로 6개월 동안 훈련을 받는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작가님이 공식적으로 훈련 기간이 축소된 것을 뜻하신 거라면 좀 더 직접적으로 드렌턴이 말하도록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훈련 기간이 공식적으로 축소되었다면 드렌턴이 그리 되도록 손을 썼다고 생각하기 어렵군요. 로빈이 드렌턴에게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지만 드렌턴은 로빈이 기사되는 것에 미묘한 입장이었던 것 같은데 로빈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훈련 강도를 높이는 건 말이되지만 안 그래도 2년에서 6개월로 크게 축소된 훈련기간을 그 절반으로 줄인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우니까요. 훈련을 어떻게 받든 훈련 기간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일찍 실전에 나간다는 것이고 일찍 실전에 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다 많이 처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5 세스퍼
    작성일
    16.04.16 18:43
    No. 10

    몽중정원님 계속해서 감사드립니다!
    드렌턴이 복귀한 시점에 이미 단축이 된 상태였고, 그걸 향해 드렌턴은 약간의 허세(?)를 부린 셈이지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석손권
    작성일
    23.05.05 18:54
    No. 11

    아무것도 모르기에 로빈은 오즈카가 '난 아버지와 달라!'라는 말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겠죠. 지나도 집안이 정치적으로 중립이기에 오즈카가 왜 기사가 되려 하는지를 편견 없이 알아차릴 수 있었을 거구요. 선입견이란 게 참 무섭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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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2) +18 14.09.25 3,033 73 14쪽
41 (6막) 왕의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1) +20 14.09.24 2,442 63 21쪽
40 (막간) 구원 +18 14.09.23 2,469 59 10쪽
39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7) +10 14.09.23 2,258 63 21쪽
38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6) +11 14.09.22 2,656 93 20쪽
37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5) +17 14.09.21 2,540 81 19쪽
36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4) +14 14.09.20 2,619 73 21쪽
35 (5막) 그를 위하여, 그녀를 위하여 (3) +11 14.09.19 2,643 84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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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7) +15 14.09.16 2,899 94 19쪽
30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6) +9 14.09.15 3,030 8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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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4) +11 14.09.12 2,943 86 29쪽
27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3) +13 14.09.11 2,869 81 21쪽
26 (4막) 붉은 나무의 씨앗 (2) +12 14.09.10 3,052 8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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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5) +7 14.09.05 2,701 87 18쪽
20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4) +11 14.09.04 2,743 85 20쪽
19 (3막) 피로 물든 깃발을 꽂아 넣고, 웃는다 (3) +16 14.09.03 2,916 9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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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2) +6 14.08.24 3,600 102 21쪽
9 (2막) 그리웠던 악취, 생소한 향기 (1) +14 14.08.23 3,530 102 18쪽
8 (막간) 캉페온 광장의 노을 +4 14.08.22 3,943 102 13쪽
7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6) +9 14.08.22 5,428 158 18쪽
6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5) +6 14.08.21 3,987 128 22쪽
5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4) +11 14.08.21 4,753 123 24쪽
4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3) +6 14.08.21 5,193 141 14쪽
3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2) +26 14.08.21 6,177 164 28쪽
2 (1막) 붉은 모래, 시린 달빛, 그리고- (1) +32 14.08.20 8,722 152 26쪽
1 (여는막) 그와 그녀의 한방울 +17 14.08.20 15,698 2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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