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일곱개의 탑 1부-09. 1895년 3월 1일(3)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3-
팔극권(八極拳)!
청대(淸代)에 창현에서 전수되는 무술의 일종으로 접근전용으로 위력을 가진 권법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형의권, 팔괘장, 소림권, 철사장과 비교하면 인지도는 낮지만 파괴력은 여느 권법보다 떨어지지 않는 숨은 무술중 하나였다.
특히 팔극권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는 지면의 반발력을 이용한 진각에 의한 파괴력은 독보적이다.
안세기가 뒤로 물러났다.
상대방도 내가 나타나자 한걸음 후퇴하고는 주변을 살핀다.
하지만,
싸움을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안세기는 버럭 외쳤다.
“뭐야!”
나는 화를 내는 그를 제지하고 말했다.
“귀하의 권법은 팔극권! 사승이 맹촌이오? 나동이요?”
상대방이 흠칫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는 들고 있던 곤봉을 내려놓고 말했다.
“나동 장가의 직계이다.”
타고 있던 장작불에 드러난 그의 얼굴.
갓 3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키가 작고 눈매가 날카로운 권사였다.
"장극명, 장대인의 제자였군.“
“······.”
“본인은 모험가의 길을 걷고 있는 조선의 한 아무개라고 하오.”
“내 사부님을 아느냐?”
이 놈도 안세기처럼 초면에 반말을 지껄인다.
급한 놈이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꾹 참으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맹촌의 오정렴 대인과 친분이 깊다.”
나도 반말을 했다.
당대 팔극권의 양대 지파는 회족의 맹촌 오가와 한족의 나동 장가의 계통으로 서로 경쟁을 하고 있었고, 장극명과 오정렴은 양대 종사(宗師)였다.
“이 움막은 내가 거하는 곳이다.”
“객(손님)이 미처 몰랐다.”
“알았다면 나가라.”
“사승에 대한 예를 갖추었는데 자네는 안하무인이군.”
“뭐라고.”
곤봉을 쥐고 달려들려고 하는 그.
하지만 총이 빨랐다.
타앙!
“한발자국만 움직이면 대갈통에 총알을 넣어주지.”
나는 화가 나서 외쳤다.
한두 번도 아니고, 눈앞에 안세기와 같은 녀석이 화를 돋우자 폭발했다.
“움막이 언제부터 네 소유이냐! 주변에 몇 달 이상 사람이 산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도 듣지 않고 지랄을 해.”
“.....”
“네 녀석이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신분을 밝혔다. 오대인과 네놈의 사부 장대인은 같은 항렬에 속한다. 그와 친분이 있는 나는 무림의 법규에 따라서 너의 사숙뻘이다.”
“······.”
황당해하는 그를 향해서 연달아 분노를 표출했다.
보고 있던 안세기가 당황할 정도로 퍼붓고 나서 나는 등을 돌렸다.
“들어오려면 오고 갈려면 가라.”
화르르!
모닥불이 타오르고,
물이 솥단지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성격 더러운 놈과 안세기는 죽이 맞던지 그가 가져온 호리병을 한 모금씩 나눈다.
“케아악! 술이 독하군.”
“산서의 분주(汾酒)이다.”
“내 이름은 안세기다. 너의 곤봉술이 제법 대단하던데 뭐라고 부르냐.”
“이교문! 육합대창을 기반으로 한 응용술이지.”
“내 칼을 여러 번 막는 것을 보니 전통 있는 무술이겠군.”
“내가 익힌 무술은 천하제일이다.”
“그래?”
대화 같지 않은 시답잖은 말들.
천하제일을 외치는 철부지다.
‘팔극권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십대문파에 들지도 못한다. 저 녀석도 허황된 꿈에 젖어 사는군.’
모험가로 중국대륙을 끝에서 끝으로 왕복한 경험이 있던 내게 천하제일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강자가 출현을 하고, 끊임없이 싸워서 이긴다고 해도 나이가 들고 늙으면 지기 마련이다.
무슬을 익히는 자들은 하나같이 허황된 이야기와 꿈에 사로잡혀서 살다가 늙어서 후회를 하게 된다.
‘머저리 같은 녀석들, 무술인은 심심의 수양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시대가 패권으로 좌우가 되다보니 너도 나도 법률보다는 힘에 의존하는 사회로 변했다.
안세기와 이교문도 어쭙잖은 힘에 취해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지만 굳이 훈계와 지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한 결과도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안세기, 출발준비를 한다.”
“응?”
“약속장소로 가야한다.”
“제기랄, 무슨 산봉우리인지, 소요관 인지를 가야겠군.”
엉덩이를 털면서 일어난다.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벌어진 사건은 이교문과 대화로 끝을 맺었다. 비슷한 나이에 서로 대등한 실력을 가진 것도 주효했지만 말이다.
“친구, 일이 끝나면 보자고.”
“옥황봉으로 가나?”
“헉! 어떻게 알고 있었어.”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나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좀 전에 안세기가 자기 입으로 주절주절 거렸지 않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세기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옥황궁이라는 단어조차 말이야.”
바보 같은 놈이 나를 쳐다본다.
기가 차서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원인을 모르는 돌 머리에게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소요관은 옥황봉에 있다."
"······."
뻥져있는 안세기,
속으로 열불이 터졌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때였다.
이교문이 말을 걸었다.
“옥황봉은 일본군이 진을 치고 있다.”
나는 신음성을 토했다.
“음······.”
성질이 급한 안세기가 물었다.
“무슨 일로 말이야?”
이교문이 말을 받았다.
“고대유적의 흔적이 발견이 되었다.”
모른척하고 나가려는 발걸음이 멈추었다.
등을 돌리는 순간에 안세기가 섣불리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인상이 찌푸려졌다.
“놈들이 보물을 찾는 중이다.”
“어이쿠! 머리야.”
정체를 알 수가 없는 이교문의 말에 흔들리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 아직까지 그가 누구의 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철컥!
반장총의 총구를 겨누었다.
“넌 누구지?”
안세기가 놀라서 외쳤다.
“뭐하는 짓이야.”
눈에 힘을 주고 쏘아보았다.
“넌 가만히 있어. 이교문,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군.”
이교문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양반다리중에 양발의 날로 땅을 지지하는 동작을 하고 있다. 언제든지 땅을 박차고 공격을 하겠다는 의미의 초식이다.
“안세기, 주변을 살피고 싸울 준비를 해. 어서!”
나의 닦달에 놀란 단도를 꺼내고 밖으로 나간다.
성격이 급하고 상황파악이 더디기는 하지만 전투감각은 본능적인 인물이 안세기였다.
“기척이 있나?”
“제기랄, 포위를 당한 것 같다.”
“어서 들어와!”
짧은 시간동안에 움막주위가 포위를 당했다.
경계심이 강한 안세기가 방심을 한 사이에 흔적 없이 둘러싼 그들의 실력은 무시하기가 힘들다.
“너, 이 새끼! 나를 우롱해.”
“흥, 나는 너희들을 속이지 않았다.”
“그럼 뭐야!”
“이곳은 우리의 안가(安家)였다.”
“정체가 뭐야?”
안세기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에게 속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의 손에 단도가 윙윙! 하고 진동을 한다.
손잡이를 잡은 손을 느슨하게 흔드는 기법, 초당 수십 회씩 셀수가 없는 진동을 통해서 칼을 내찌르면 닿은 물체는 쇠를 막론하고 썰린다.
모험가의 집단에서 꽤나 무서운 절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진동절검(振動絶劒)이다. 이 수법은 백호의 비법중 하나로 소문이 무성한 그와 인연을 제시해주는 살인술이다.
‘안세기가 그자와도 인연이 있었구나.’
다른 이름으로 백호의 어금니라고 불리는 수법으로 막거나 적중을 당하면 잘리고 상처가 한 움큼 파힌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었다.
이교문도 눈에 놀란 기색이 반짝인다.
청국의 무림계에서 백호의 위명을 모르는 이는 드물었다. 그가 만약에 중원의 명망 높은 권법의 일맥을 이은 제자라고 하면 모를 리가 없었다.
“안세기, 경거망동은 하지 말고 기다려라.”
“제기랄, 나를 속이는 놈은 가만두지 않을 테다.”
“그는 너를 속이지 않았다.”
“뭐라고.”
“우연하게 우리와 만난 것이겠지.”
한발 물러나서 협상을 요구하는 말, 의도를 알아채지 모르면 어쩔 수가 없지만 그의 눈빛이 이채를 띠는 것으로 보아서 알아들은 것 같다.
“나는······.”
“알고 있다. 너는 청국의 비밀요원이겠지.”
“어떻게!”
“너 만한 인재는 둘째 치고 이 주변에 깔아둔 부하들의 실력을 살펴보면······.”
말을 안 해도 뻔했다.
이 정도 실력자를 가진 곳은 중국에서도 몇이 되지가 않는다. 개인이 거느리고 있는 실력자의 수는 한정이 된다. 그렇지만 국가는 수십 명을 명분과 대의라는 이름으로 부릴수가 있다.
“맞다! 우리는 북양대신 휘하의 북양대(北洋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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