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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최근연재일 :
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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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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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

DUMMY

알렉산드리아 궁전.


언제부터였을까? 흥청망청 놀던 연회장이 연주회장으로 바뀌었다. 오늘따라 피리 연주가 유난히 귀에 거슬린다.


시종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일어나겠습니다.”


“가봐.”


파라오는 시종장을 붙잡지 않았다. 가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총애를 잃었다는 확신을 주었다.


후우 후우.


별궁으로 가는 짧은 길. 숨이 가빠온다.


미소년 거세 노예로 팔려온지 30년. 시종장의 얼굴은 화장으로 감추기 어려울만큼 세월을 맞았다. 성호르몬 불균형으로 비만 체질이 되었고, 근육이 붙지 않은 살이 무너져 흘러내렸다.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시종장을 옥죄었다. 권력에서 멀어지는 순간 그의 정적들이 일제히 덤벼들 것이다. 지금껏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지.


시종장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노예들이 몸을 씻기고 향유를 발랐다. 다시 곱게 화장한 후 가마에 올라탔다. 행선지는 알렉산드리아 항구 감독관 저택이었다.


많은 귀족들이 저택에 모여 있었다. 시종장이 도착하자 시종장 파벌이 공손히 수장을 맞이하였다.


지중해, 홍해 교역항을 다스리는 지방 태수들도 보였다. 이들은 나일강 범람원을 지배하는 신전과 더불어 이집트 지방세력의 양대 축이었다. 지방 태수들은 교역을 통해 부를 쌓았고, 상업적 성공을 토대로 사병과 함대를 운용하는 군벌로 발전하였다.


시종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 일어났소. 4년 전 지방에 틀어박히겠다 말했던 꼬마놈이 파라오를 꾀어 군대 요직을 차지했소이다.”


전임 해군사령관이 책상을 내리쳤다.


쾅!


“지난 십 년간 지중해 해적이 날뛰었지만 알렉산드리아가 무사했던 것은 왕실 해군이 바다를 지켰기 때문이오. 헌데 파라오는 아무런 상의없이 나를 내치고, 건방진 꼬맹이는 내 부하를 전부 잡아가두었소. 세상에 이런 패악질이 어디 있단 말이오?”


펠리시움 태수가 피식 웃었다.


“왕실 함대가 지중해 해적 토벌에 빌빌댄 건 까먹었나 보구려. 그러게 작작 좀 해먹지 그랬소? 오죽하면 간부 전원이 감옥행일까··· 쯧쯧.”


“흥! 베두인 놈들에게 추수철마다 털리는 분이 입만 살았나 보오. 포세이돈 신께서 무료나눔하라고 가르치셨나 보네.”


“이 자식이···”


전임 사령관과 펠리시움 태수가 서로를 노려봤다.


시종장이 끼어들어 둘을 말렸다.


“우리가 싸우려고 모인 것은 아니지 않소. 진정하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끄응. 알겠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군사권이오. 왕실 함대와 근위대, 이집트를 좌우하는 육해군이 저쪽으로 넘어갔소. 저쪽이 우릴 치면 우린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소.”


펠리시움 태수가 물었다.


“꼬마 녀석이 무얼 했길래 이집트 해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이오?”


“파라오의 총애, 알렉산드리아 시민의 인기, 막대한 재력. 녀석은 악기 연주로 파라오를 홀렸고, 전염병을 잡아 시민의 지지를 얻었소. 그리고··· 로마군 보급을 홀로 해결하겠다고 장담하였소.”


녀석의 연주는 궁전 연회장에서 몇 번 들어봤다. 얼핏 들어도 파라오와 쿵짝이 잘 맞았다.


알렉산드리아 시민의 열광적 지지도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전염병 사태 해결은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엄청난 업적이었다.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돈이었다. 전염병 해결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엄청났는데 로마 동방원정 보급을 홀로 지탱할 재원은 어디서 확보했단 말인가.


“분명 놈의 영지는 하마와 악어가 우글대는 습지대였을 텐데··· 어디서 그런 돈을 긁어 모았소?”


“페르가몬 상단이 녀석의 것이오.”


지방 태수들이 흠칫 놀랐다.


동지중해에서 페르가몬 상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페르가몬 상단 때문에 지중해 도시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아낙네들은 옷을 짓기 위해 더이상 실을 잣고 천을 짜지 않는다. 아고라 직물 상점에는 오색 빛깔 실부터 무늬가 들어간 천까지 원하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마음에 드는 천과 실을 골라 옷을 지으면 된다. 아름다운 색상의 천이 예전 허름한 천의 절반 가격 밖에 되지 않는다.


직물뿐만이 아니다.


투명한 유리창 덕분에 실내가 밝아졌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는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화려한 은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었고, 화장과 치장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만들었다.


최근에는···


쾅!


클리스마(수에즈) 태수가 책상을 내리쳤다.


“그놈들이 후추를 팔고 있소.”


인도 - 지중해 교역으로 재미를 본 지중해 홍해 항구 도시에 찬바람이 불었다. 죽을 고생 끝에 간신히 인도로 갔더니··· 후추가 품절이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없는 물건을 사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돌아와보니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페르가몬 상단이 후추를 지중해에 마음껏 풀어놓고 있었다.


“대체 놈들은 어디서 후추를 가져왔단 말이오?”


“나도 모르오. 하지만 심증 가는 곳은 있소. 수에즈만 입구 한가운데 섬이 하나 있는데 갑자기 요상한 요새가 생겼소. 함선 수십 척이 드나드는데 무서워서 다가갈 수가 없소이다.”


“페르가몬 상단이 홍해에 진출했단 말이오?”


“그건 아닌 것 같소. 사절단을 보냈는데 항구 구경도 못하고 되돌아 왔소. 딱봐도 해적 같이 생긴 놈들이 버티고 있느라···”


“우리가 모르는 세력이 또 나타났단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어찌해야 하오?”


“재수없는 꼬마놈을 암살합시다.”


“하하 좋은 생각이오. 항구 주먹패만 끌어들여도 꼬마 녀석 따윈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울 수 있소.”


전임 해군사령관이 좋아하며 맞장구쳤다. 하지만 시종장의 생각은 달랐다.


“암살이 쉽고 편해보이지만 그렇지 않소. 녀석의 능력을 생각해보시오.”


“... 예언.”


좌중이 침묵하였다.


······


녀석의 능력은 진짜다.


시종장에게 암살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파라오의 초대로 궁전에 왔을 때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덩치 큰 로마 병사가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궁전은 그의 홈그라운드였고, 거인 한 놈쯤은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100% 확신은 아니었다. 녀석이 정말 미래를 본다면 암살 위협쯤이야 쉽게 벗겨낼 것이다. 자칫 역으로 당할 공산이 컸다.


잃을 것이 많을수록 도박이 겁나는 법이다. 시종장이 갈등하는 동안 아폴로니스는 이집트에 단단히 뿌리내렸고, 자신의 힘만으로 녀석을 물리치기 버거운 상황이 되었다.


“누가 녀석을 암살하겠소?”


고양이 목에 방울걸기.


소리를 높여 암살을 주장하던 이들이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슬금슬금 눈치만 살피더니 전임 해군사령관을 바라봤다. 방금 전 암살을 찬성하지 않았느냔 눈빛이었다.


전임 해군사령관이 헛기침하며 말을 바꾸었다.


“생각해보니 녀석이 폼페이우스로부터 보급 임무를 받은 것을 깜박했소. 자칫 로마의 군사 개입을 부를 수 있으니 신중히 생각해 봅시다.”


로마의 개입이란 말에 작년 가비니우스의 만행이 떠올랐다.


가비니우스는 왕실 직할지만 털어간 것이 아니었다. 지방 태수에게 함선을 빼앗고, 지방 신전의 식량을 강탈했다. 평민부터 파라오까지, 이집트 전체가 쥐어짜인 것은 300년 전 페르시아에 정복당했던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리스 - 페르시아 전쟁기간 내내 이집트는 식량을 수탈당했고, 해군을 차출당했다. 수탈 수준이 비슷했다는 점에서 가비니우스는 이집트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린 셈이다.


······


“답답하구려. 다른 방법은 없소?”


시종장이 입을 열었다.


“시간을 두고 녀석을 고립시키는 것이오. 녀석과 로마를 떼어놓는다면 일을 꾸밀 수 있소.”


“녀석은 이미 동방원정 보급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떨어뜨려놓는단 말이오?”


“동방원정은 사실 루쿨루스가 9할을 끝내 놓았소. 아르메니아는 산골짜기에 틀어박혀 벌벌 떨고 있고, 폰투스 왕국이 마지막 싸움을 위해 병력을 모으고 있지만 어림없는 이야기지. 병력이 많을 때도 번번이 깨졌는데, 적은 상태에서는 이길 가망이 없소.”


“생각보다 동방원정이 빨리 끝난다는 말인가..."


“녀석의 보급 임무가 끝나면 뇌물을 퍼부어 녀석과 로마를 떼어놓아야 하오.”


“그리고 놈을 덮친다···”


“두 가지 준비가 수반되어야 하오. 하나는 충분한 병력. 다른 하나는 충분한 뇌물.”


지방 태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 병력을 모으겠소.”


시종장 파벌이 뇌물을 약속했다.


“우리가 폼페이우스에게 뇌물을 바치겠소.”


전임 해군사령관이 덧붙였다.


“용병은 내게 맡기시오. 누비아 궁병과 베두인 경기병을 끌어들이리다.”


항구 관리 감독관이 슬쩍 눈치를 봤다.


“시종장님, 파라오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군대를 일으키기로 마음먹은 이상, 반란이라고 봐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도 함께 보내버리면 마음이 편하겠지만···


이집트에서 파라오는 살아있는 신이었다. 제거하기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폐위하고 새로운 파라오를 옹립한다.”


“마땅한 후보가 없습니다.”


근친혼으로 왕실 계보를 잇는 이집트 왕실 특성상 새로운 파라오를 내세울 후보가 마땅치 않았다.


현재로선 파라오가 낳은 딸 둘이 전부였다. 시종장이 귀족들의 욕망을 자극하였다.


“큰딸을 파라오로 올리고 마땅한 사윗감을 붙여 공동 파라오로 통치한다.”


사윗감 소리에 귀가 솔깃해졌다.


자신이 파라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큰딸이 열두살 꼬맹이니 사실상 이집트 단독 통치자와 다름없었다.


“모두 자신의 각오를 연판장에 서명해주시오.”


“하하 그럽시다.”


시종장이 연판장 두루마리를 돌돌 말아 통에 넣었다.


의도대로 욕심많은 귀족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집트 절반에 해당하는 힘이 하나로 뭉쳤고, 시간을 두고 군사력으로 환산될 것이다.


근위대와 왕실 해군만으로 반란을 막아낼 리 없다. 지방 태수만 모아도 5만 병력은 우습게 모인다. 여기에 수도 귀족의 사병과 용병이 가세하면 전력차는 더욱 벌어질 터.


변수가 있다면 녀석의 예언일 것이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시종장을 신중하게 만들었다.


궁전으로 가는 길. 가마에 올라탄 시종장이 주변을 살핀 뒤 조심스레 통을 열었다.


“감쪽같군.”


아까 서명한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자신의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잉크를 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차하면 연판장을 파라오께 들고 가면 된다.


반란에 성공하든 진압하든 자신의 공적이 기록되리라.


로마가 개입하면 분담금 요구가 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시종장에게 중요한 것은 권력이지 나라 사정이 아니었다.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나라가 로마에 수탈당하든 말든 개의치 않았다.


지독한 권력 중독자의 모습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하하하 매진이다.”


“예상했지만 엄청난 수익입니다.”


에우메네스와 나는 방안 가득 쌓인 금화 상자를 보며 기뻐했다.


“후추 싸게 판다는 소문이 주요했어. 찾아가지 않아도 알아서 가입하러 왔잖아.”


“이제 관세 동맹 가입도시가 70곳입니다.”


한자동맹 최전성기에 가입 도시가 80곳을 넘었던가··· 우리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 같다.


올해 돈 쓸 곳이 많았는데 걱정을 덜었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신전 건축. 로마 각지에 지을 신전이 30곳이다. 이건 비용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주요 도시에 지은 신전은 정보 거점으로 내 눈과 귀가 될 테니까.


“로마에 쓴 돈은 교역으로 다시 챙겨오겠습니다.”


신전만 진출하는게 아니다. 페르가몬 상단도 함께 진출한다. 페르가몬 상단 교역품을 팔면 3년 안에 건설 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정착촌으로 돌아와 새로 조성한 농경지 파종 작업을 지휘하였다. 남쪽 습지대 사탕수수 재배지도 열 배 늘렸다. 하마가 걱정되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점프가 불가능한 약점을 이용해 콘크리트 방벽을 둘러쳤다.


로마 각지에 신전이 공사에 들어가고, 밀과 보리가 농경지를 푸르게 바꿀 즈음, 크라수스에게 서신이 왔다.


“신도시 토지 매입이 끝났대.”


도시 설계 의뢰를 두고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어떤 도시를 지어볼까나···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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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6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4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2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7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2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09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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