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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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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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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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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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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DUMMY

에스파냐와 북아프리카가 만나는 지브롤터 해협.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14km 너비의 좁은 통로가 40척 분함대 둘에 의해 봉쇄되었다.


이제 지중해 유일한 출구가 막혔다. 해적 토벌의 시작점에 선 폼페이우스의 두 부관이 악수를 나눴다.


한동안 서로 보지 못할 것이다. 한 명은 북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한 명은 히스파니아(에스파냐) 해안선을 훑으며 동진할 예정이다.


“일주일 뒤에 보세 루키우스.”


“무운을 비네.”


루키우스는 기함에 올라탔다. 기함은 건조된 지 한 달도 안된 4단 노선이었다. 이번 해적 토벌에 동원된 함선 500척 중 300척이 100일 만에 건조된 신형 함선이라 했던가.


“어마어마한 생산력이야.”


“예전 카르타고와 싸울 때는 더했습니다. 60일 만에 200척을 찍어냈지요.”


루키우스옆 노련한 백인대장이 거들었다.


“배는 합격이고, 병사들 상태는 어떤가?”


“나쁘지 않습니다. 오는 동안 바다 적응 훈련을 시켰고, 접현전 모의 훈련을 치렀습니다.”


지중해 해적은 대부분 소형 함선 렘부스를 탄다. 렘부스는 50명 정원에 노잡이와 승무원 40명, 해적 10명으로 구성된 작은 갤리선으로 해안 침투에 용이하게 설계되었다.


반면 3단 노선은 350명 정원에 노잡이 180명, 선원 20명, 전투원 15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렘부스와 싸운다면 어른과 아이 싸움과 같을 것이다.


일방적 전투가 예상되었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루키우스는 자신 외 10명의 분함대 사령관이 공적을 다툰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북아프리카 해안선을 훑게 될 친구 역시 경쟁자였다.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잠시 후 전령이 도착했다.


“히스파니아 주둔 군단으로부터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보조군 히스파니아 기병대를 보내 내륙 토벌을 돕겠다 합니다.”


“좋아. 해안부터 쓸어버린다. 소굴로 의심되는 곳은 배와 항구를 모조리 불태운다.”


열흘 후.


루키우스는 해적 소굴 세 곳을 불태우고, 해적선 열 척을 나포하여 포로 5백 명을 잡아들였다. 히스파니아 은광에서 빼앗긴 은괴와 은화 상자도 여럿 되찾았다.


다른 분함대에 비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하지만 1차 집결지 발레리아스 제도 팔마에 도착했을 때 들은 소식은 허탈함을 주었다.


가비니우스 공적이 월등히 자신을 앞섰다. 마요르카, 이비자 등 해적이 숨기 좋은 섬이 모인 발레리아스 제도를 맡은 가비니우스는 굵직한 전공을 쌓았다. 게다가 가비니우스는 해안가를 탈출한 해적선을 요격하여 추가 전과를 올렸다. 자신이 몰아온 사냥감을 힘들이지 않고 낚아챈 것이다.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가 노예였던 녀석을 위해 사냥감을 몰아주다니··· 귀족인 자신이 사냥터 몰이꾼 하인이 된 것 같아 찜찜했다.


가비니우스가 웃으며 반겼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로써 히스파니아와 발레리아스 제도, 북아프리카 카르타고까지 해적이 일소되었습니다.”


“웃음 가득한 얼굴이 재미 좀 봤나 보군 가비니우스.”


“그쪽이 흘린 해적을 잘 받아먹었지요. 고맙습니다 루키우스.”


루키우스가 매섭게 노려봤다.


“나는 작전기간 내내 긴 해안선을 따라 이동했다. 섬 넷을 장악하고 해적만 기다린 너와 비교가 된다 생각하나?”


“이동거리보다 전과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빵에 굶주린 로마 시민은 특히 그럴 것 같은데 말이죠.”


“가, 감히 평민 놈이···”


루키우스가 부들댔다.


“해적 토벌에 귀족 평민이 어디 있습니까? 지중해 해적 토벌 입안자로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폼페이우스 사령관께 보고를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루키우스가 이를 갈며 물러섰다. 가비니우스가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우리는 작은 전공에 일희일비할 필요없습니다. 애초 서지중해는 이렇다할 해적 세력이 없습니다. 가벼운 몸풀기였다 생각하십시오.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로마 해적.


이탈리아 반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간이 부은 녀석들.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잡식성으로 해안가 마을 습격, 납치, 약탈은 기본이고, 무기 매매, 노예 공급 등 운송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만약 로마 해적이 스파르타쿠스와 결탁하여 무기 매매를 도왔거나 시칠리아 상륙을 도왔다면 검투사 반란은 족히 몇 년을 더 끌었을 것이다.


또한 로마 해적은 타르수스 노예 시장에서 대량으로 구입한 노예를 로마 노예 시장에 되파는 운송상 겸 도매상 역을 맡고 있다.


세력이 만만치 않은 대형 파벌인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긴 회의 끝에 10개 분함대에 작전 구역이 할당되었다. 가비니우스는 자신의 함대를 오스티아로 옮겼다.


“이번 토벌은 폼페이우스 사령관께서 직접 나설 예정입니다. 저는 사령관과 교대하여 오스티아와 로마를 지키겠습니다. 모두의 무운을 빕니다.”


루키우스가 가비니우스를 바라봤다.


지난 작전에서 전공 욕심을 내던 평민 녀석이 내뺐다. 수상한 냄새가 풍겼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나요 루키우스? 설마 해적들이 발레리아스 제도처럼 오스티아로 도망칠거라 생각하진 않겠죠?”


작년 습격 사건 이후 원로원은 오스티아에 대대 둘을 배치하여 방비를 굳혔다. 살겠다고 사자 입으로 머리를 들이미는 해적은 없을 것이다.


알아서 기겠다는데 더이상 추궁하기도 애매했다.


“더 할 말 없으면 함대로 돌아가겠다.”


루키우스가 지휘본부를 떠나고, 다른 부관들도 하나둘 떠났다. 홀로 남은 가비니우스가 씨익 웃었다.


“멍청한 자식들 같으니···”


로마는 노예제 사회다. 평민집 가정도 노예 한두 명은 꼭 있다. 로마 경제 근간을 이루는 대농장은 수백만 노예가 일하고 있다. 노예의 짧은 기대 수명을 감안하면 매년 수십 만의 노예가 공급되어야 한다.


해적이 사라지면 노예 공급이 끊기고, 노예 공급이 끊기면 로마 사회는 붕괴한다.


원로원이 가만 보고 있을까?


작년 겨울 원로원 의원 몇이 비밀리 가비니우스를 찾아왔다.


“가비니우스, 해적 토벌이 가져올 결과를 알고 있소?”


“지중해가 깨끗해질 겁니다.”


가비니우스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아니, 그것 말고 노예 말이오. 해적이 사라지면 노예가 사라지지 않소?”


“이참에 농장을 파시죠. 빈 땅에 자영농 육성 정책을 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원로원 의원이 분노했다.


“자네, 그라쿠스 형제(농지 소유 상한선을 주장한 개혁가)처럼 되고 싶은가?”


그라쿠스 형제는 빈민으로 몰락한 평민 자영농을 위한 농지법 개정을 주장했다. 토지 보유 상한을 넘은 개인 토지를 국가가 몰수하여 빈민에 재분배하는 것이 내용이었다. 대지주인 귀족들의 반발을 샀고, 그라쿠스 형제는 원로원이 보낸 자객에 암살당하였다.


그라쿠스 형제처럼 암살당하고 싶냐는 말에 가비니우스는 웃으며 분위기를 무마했다.


“하하 진정하시죠. 농담입니다. 저처럼 욕심많은 녀석은 절대 그라쿠스 형제가 될 수 없습니다.”


“... 바라는게 뭔가?”


“집정관입니다.”


가비니우스의 대답에 원로원 의원들이 놀랐다.


“자넨 폼페이우스 파벌이 아니었나? 현직 집정관은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인데 둘을 어찌 상대하겠단 말인가?”


“당장 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3, 4년 후가 적당하겠네요. 내가 집정관 선거에 출마하면 원로원에서 날 밀어주십시오.”


“해적 토벌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염려놓으십시오. 내가 제안한 토벌안입니다. 제 입맛대로 작전안을 바꾸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밀약이 성사되었다.


가비니우스는 로마 해적과 동지중해 해적의 노예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개체수 조절(?)할 것을 약속하였고, 원로원은 가비니우스의 집정관 취임을 돕기로 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에메랄드빛이다. 바람은 안은 배는 거침없이 파도를 가르고 쭉쭉 나아갔다.


걸그룹 여름 노래가 떠오르는 풍경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화물칸에 실린 교역 샘플만 봐도 배부르다.


올리브와 포도주, 아몬드 등 기존 지중해 특산품에 그리스 조각가들이 조각한 예술품, 풀로 100으로 압착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샴페인, 창문과 거울, 빛나는 보석을 잔뜩 실었다.


이정도 퀄리티면 로마처럼 금은 때려박고 후추 사는 짓은 안해도 된다.


홍해를 빠져나온 우리는 동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어디부터 가시겠습니까?”


······


배를 타긴 했는데 인도가 너무 크다. 괜히 아대륙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


기존 지도에 나온 곳이라곤 두 군데가 전부였다.


바르바리쿰과 탁실라.


둘중 만만한 곳은 바르바리쿰(오늘날 파키스타 카라치)이다. 인더스강 하구에 자리잡은 도시로 알렉산드리아와 비슷한 국제 교역항이다. 인더스강 수운을 통해 모인 인도 물산이 바르바리쿰을 통해 수출된다.


로마 상인도 바르바리쿰에 들러 후추와 면직물을 사간다. 1년에 한 번 초여름 계절풍을 타고 인도로 가 늦가을 계절풍을 타고 돌아온다고 한다.


나머지 한 곳은 인도 - 그리스계 왕국 수도가 위치한 탁실라(파키스탄 간다라 지방)였다. 이곳에 가려면 인더스강 중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서 부담이 컸다.


현재 그리스 - 인도 왕국이 쪼개진 정치 상황도 미지수였다. 죽어라 갔더니 나라가 망해있으면 그게 무슨 생고생인가.


나는 정보를 먼저 수집하기로 결정했다.


“바르바리쿰에 들른다. 국제 교역항이니까 정보가 있을거야.”


“알겠습니다.”


바르바리쿰까지 5천 km.


정크선은 편서풍을 후측풍으로 받아 속도를 높였다. 우리는 대양의 거친 파도를 뚫고 하루 400km씩 나아갔다. 평균 10노트 속도로 3단 노선의 충각 돌격 속도인 10 ~ 11노트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간혹 역풍이 불 때면 태킹을 구사하였다.


지난 습격 사건으로 실전 경험을 쌓은 한노는 노련한 함대 지휘관으로 거듭나 있었다. 함대가 일사분란하게 역풍을 거스르는 모습이 안심이 되었다. 나는 한노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식물학 백과 사전 정독에 들어갔다.


두꺼운 식물학 백과 사전 시리즈를 절반쯤 읽었을까··· 항해 13일째 바르바리쿰이 보였다.


한노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도시를 바라봤다.


“... 저게 바르바리쿰입니까?”


“그런 것 같아.”


“인도 무지 가깝네요. 보름도 안걸렸습니다.”


“그게 아냐. 우리 배가 빠른거야. 로마 화물선이었으면 족히 한 달은 걸렸을 걸?”


“나침반, 지도, 배··· 왕자님이 말씀하신게 모두 맞았습니다.”


“하나 더 있잖아. 배를 모는 카르타고인.”


한노가 씨익 웃었다.


“내리자. 돛 두 개 접는 것 잊지 말고.”


“물론입니다.”


우리는 평범한 사각돛 함선처럼 돛 하나로 위장한 뒤 바르바리쿰 항구에 들어섰다.


“저기 그리스 신전이 보여.”


지중해 항구 도시에 흔한 포세이돈 신전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데요. 포세이돈 신이 왜 저렇게 생겼습니까?”


“... 그러네.”


포세이돈 신이 삼지창 대신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불교 석상에 흔히 보이는 후광이 새겨져 있었다.


항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까무잡잡한 인도인이 제일 많고, 파르티아인도 제법 보였다. 그 다음이 그리스계였다. 말타고 돌아다니는 유목 민족도 보인다.


“내리자.”


커다란 교역선 열 척이 입항하자 항구가 술렁였다. 곧 항구 관리가 경비병과 함께 도착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


“로마입니다.”


“별 일이군. 계절풍 따라 1년에 한 번 오던게 로마 상단 아니던가? 세 달 일찍, 그것도 화물선 열 척이나 끌고 오다니···”


“주피터 신의 가호 덕분입니다.”


나는 손짓으로 준비한 예물을 가져오도록 하였다.


두근거린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는데··· 과연 결과는?



지중해 인도양 지도입니다.

지중해 인도 지도.jpg

지중해 인도양 고대 지도입니다. BC 69년 기준이라 국경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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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4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6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4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2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7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2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09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6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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