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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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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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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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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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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홍수 다음 전염병

DUMMY

“왕자님, 한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말해봐.”


“자유 무역을 표방하면서 우리 항구를 개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리한걸.


비블로스 녀석, 보고서 뒤적거리면서 공부 좀 했나보다.


“정착촌 개항을 미룬 이유는 알지?”


“정착촌은 기술 우위에 둔 경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추세로 간다면 인구 10만 명에 도달하였을시 알렉산드리아 경제력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문제는 경제력에 몰빵을 때려 군사력이 낮습니다. 근처 그리스계 도시 태수나 유목 민족 습격은 막을 수 있는 수준이나 이집트, 나바테아 왕국, 유다 왕국이 쳐들어오면 위험합니다.”


“지금 정착촌 상태를 비유한다면 황금고블린이야.”


“κομπάλος(고바루스, 그리스 신화 요정) 말입니까?”


“그래. 고바루스가 보물을 갖고 다니다 인간의 눈에 띄면 어떻게 되겠어?”


“탈탈 털리겠지요. 하지만 평소 돈이면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용병을 고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누비아 궁병, 베두인 경기병은 검증된 용병입니다.”


“아까 내 최종 목표를 들었잖아. 난 보조병보다 점령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가 필요해.”


“... 로마 군단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하지만 보레누스와 교관 열 명으로는 양성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걱정마. 곧 기회가 올거야.”


“기회라면··· 아! 동방원정.”


“동방원정이 시작된지 십 년이 넘었어. 스무살 신병이 서른살 숙련병이 되었고, 서른살 숙련병은 마흔살 노병이 되었어. 이들이 제대를 바라는건 당연한 일이야. 폼페이우스는 루쿨루스 휘하 동방원정군의 전역과 귀환을 약속했어. 내겐 천금같은 기회야.”


곧 제대군인이 길가에 채이는 돌만큼 굴러다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가치를 늙은 퇴역병으로 보겠지만 나는 다르다. 10년, 20년 실전 경험을 쌓은 베테랑은 내게 황금고블린이었다.


너무 많아 사람들이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때 돈바구니 들고 가서 담아오면 된다.


내가 폼페이우스 동방원정 보급에 신경쓰는 이유는 제대 군인과 접점을 만들고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내년은 군사력을 늘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얘기해보자. 정착촌이 생산한 것을 페르가몬 상단이 판다. 우리는 생산과 판매를 분리하여 정체를 숨겼고, 지금까진 잘 통했어.”


“하지만 교역량이 국가 단위로 늘어나면서 페르가몬 상단 이름을 걸고 장사하기에 덩치가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유무역을 내세운 거야. 페르가몬 상단 역할을 로도스에 떠넘기고 우리는 계속 존버한다.”


“존버는 무엇입니까?”


“덩치 커질 때까지 숨는다고.”


“... 왕자님은 가끔 이해못할 말씀을 하십니다.”


“눈치껏 알아들어. 하루 세끼 무화과 빵만 먹게 해줄까?”


“... 아닙니다.”


“로도스는 교역량 늘려서 좋고, 우리는 정체 숨겨서 좋고. 일일히 배달할 필요 없이 로도스 한군데 배달하면 되니 페르가몬 상단도 편해. 얼마나 좋아?”


“로도스가 자유무역항으로 너무 커지면 관세 동맹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로도스는 나중에 울면서 날 찾아올 테니까.”


나는 씨익 웃으며 비블로스 등을 두드렸다.


“열심히 공부하니 보기 좋네. 앞으로 궁금한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 * * * * * * * * * * * * * * * * * * * *


아버지 장례와 운하개통 축제가 끝난 12월.


나는 궁전 8층 옥상정원에 올라 나일강을 살폈다.


흙탕물 강물이 여전히 넘실거린다. 생각보다 강물이 빠지는 속도가 더디었다. 연말연초가 이집트 파종 시기인 것을 감안하면 농사 시기가 걱정이다.


정착촌이야 거대한 북쪽 제방이 홍수를 막아주니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도시나 마을은 사정이 다를 것이다.


며칠 뒤 안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범람원 곳곳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시스 신전에서 이재민을 받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5천 명까지 받겠다고 전해줘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신전만이 아니었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나를 찾았다.


“알렉산드리아로 입궐해달라는 명입니다.”


“급한 일이더냐?”


“헤르모폴리스 근처 마을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습니다.”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홍수가 일어나면 안좋은 것이 연이어 발생한다.


마을 수몰.


이재민 발생.


흉작.


그리고··· 치명적인 전염병.


“제기랄 수인성 전염병! 경구수액! 경구수액은 소금 탄 설탕물이고, 설탕이 중요해. 설탕은 사탕수수. 사탕수수 어딨어?”


“궁전 창고로 옮겨놓았습니다.”


“가서 필론 불러와. 그리고 전용 작업장으로 사탕수수 줄기 보내.”


설탕 제조 계획이 장례 치르고, 축제 주관하고··· 너무 바빠서 뒤로 밀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빠도 해놓는 것이었는데···


잠시 후 필론이 궁전 전용 작업장으로 찾아왔다.


“필론, 부탁할게 있어. 설탕을 만들어야 해.”


“내년 상품화하기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


“사정이 급해졌어. 전염병이 번지고 있어.”


나는 파피루스를 꺼내 설탕 제조 과정을 그렸다.


“압착 과정. 커다란 롤러 두 개 사이에 사탕수수를 집어넣어. 롤러를 통과한 사탕수수가 납작해지면서 비정제 원당액이 흘러나올거야.”


“그다음은 농축 과정이겠군요.”


“맞아. 원당액을 커다란 솥에 넣고 끓여. 짜고 남은 사탕수수 줄기를 땔감으로 써도 되고, 중유로 돌려도 좋아. 중요한 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가열해야 해.”


“분별증류탑처럼 자동온도조절장치를 붙이겠습니다.”


“농도가 높아지면 설탕 결정이 생길거야. 결정이 무거우니까 가라앉겠지. 눌지 않게 솥을 저어줘야 해. 젓는 기계를 만들어줘.”


기술적 한계로 원당액 원심분리, 화학물질 첨가 과정이 필요한 백설탕 제조는 무리다. 비정제 원당으로 충분했다. 비정제 원당은 각종 미네랄이 들어있으니 단순 포도당 경구수액보다 더 나을 것이다.


전용 작업실은 철괴, 청동괴가 가득했고, 고로와 대장간을 갖춰 언제든 원하는 부품 조달이 가능했다.


“일주일이면 가능합니다.”


“부탁할게.”


나는 아폴론 신전의 아도니아와 헬레네를 찾아갔다.


“예전 페르가몬 갔을 때 수인성 전염병 설명했던 거 기억하지?”


“환자들에게 소금과 설탕물을 먹이면 된다고 하셨어요.”


“설탕물은 급한대로 꿀이랑 대추야자 졸인 물을 이용해. 일주일 있으면 필론이 설탕을 만들어줄거야.”


“알겠습니다.”


“이시스 신전이랑 협력해서 의료 사제단 조직을 만들어. 전염병 기간 동안 정착촌 행정 권한은 의료 사제단이 가진다. 모든 집행은 너희가 우선이야.”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의료 물자 비축하고, 정착촌 전염병 파악을 게을리 하지마. 날마다 세 번씩 해. 그리고 도시 확장 구역에 새로 지은 건물을 격리소로 쓴다.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보내.”


“네.”


정착촌 재난 재해를 지휘하고 싶었지만 파라오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배에 올라타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다.


배를 타고 가는데 무언가 흙탕물 속에 둥둥 떠내려왔다.


사람 시체였다.


······


이건 정말 보기 힘든 일이다.


이집트인은 사후세계에서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 육체를 미라로 보존한다. 미라에 값비싼 향유와 몰약을 쓰느냐 싸구려 방부제를 쓰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장례 의식이 엄격한 이집트에서 시체가 강물에 떠밀려 내려왔다는 말은···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마을 하나가 전멸한 것이다.


배는 계속 서쪽으로 향했다. 삼각주 꼭지점에 위치한 멤피스가 보인다.


멤피스는 알렉산드리아가 번성하기 전 이집트 삼각주 최대 도시였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시스 대신전이 위치한 곳이다. 처음 자리잡을 때 멤피스 대사제께서 식량과 이주민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나와 친분이 깊다.


“멤피스에서 연기가 올라옵니다.”


희미한 연기에서 역한 냄새와 탄 냄새가 동시에 느껴졌다.


시체 태운 냄새였다.


아까 떠내려온 시체와 같았다.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지 못할 만큼 도시가 마비된 것이다.


소름이 쭉 돋았다.


“건량이랑 맥주 얼마나 남았어?”


“신년제의도 지낼 수 있다 하셔서 한 달치를 실어왔습니다.”


“잘했어. 앞으로 우린 배의 식량과 맥주만 먹는다. 절대 다른 곳 물이나 음료는 손대지마.”


“네.”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하면 나와 풀로만 내린다. 나머진 배에서 대기하고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다. 침이나 설사 같은 타액에 접촉하면 옮는다는 걸 명심해라.”


“네.”


저녁 무렵 알렉산드리아 석호에 도착했다.


도시 분위기가 흉흉했다. 선착장이 이리 썰렁하긴 처음이다. 알렉산드리아 산업의 상징 공방 단지는 폐쇄되었고, 귀족가 저택 거리에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저녁놀 비친 석호가 핏빛 호수처럼 보이네요.”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 풀로. 너 쫄았냐?”


풀로가 움찔했다.


······


“뭘 쫄고 그래. 사내 자식이.”


“칼들고 싸우라면 싸우겠는데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아까 내가 말한 것만 지키면 돼. 걱정하지마.”


나는 풀로 군장에 식량과 맥주, 깨끗한 붕대와 수건을 챙겨 배에서 내렸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마련해준 저택으로 갔다.


저택이 아수라장이었다. 저택 관리인과 하녀들이 사라져 있었고, 강도가 들이닥친 모양이다.


“쉬발··· 전염병 퍼진지 며칠 되었다고 집을 터네.”


“어떡할까요?”


“어쩔 수 없네. 궁전으로 가자.”


궁전 앞에서 근위대장을 만났다. 근위대와 함께 궁전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아폴로니스, 어서오게.”


“사정이 어떻습니까?”


“석호 공방 단지에서 전염병이 퍼졌네. 주거지역에 퍼지는건 시간문제야.”


“치안도 위험합니다. 제 저택이 털렸습니다.”


“앗! 자네집이 우리집 옆집 아닌가?"


근위대장이 기병대 일부를 자기집으로 보냈다. 투덜대며 말을 이었다.


“파라오께서 전국에 비상령을 내리셨네. 어서 들어가보게.”


나는 곧장 어전으로 향했다.


이집트 중신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카랑카랑한 시종장 목소리가 들렸을 텐데···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답답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책을 내놓으란 말이다. 어째서 8년 전처럼 아무 말도 없는가? 이번에도 신의 노여움을 산 내 탓이란 말이냐?”


“주신 아몬-라께 제의를 올려야 합니다.”


“아닙니다. 나일강의 신인 크눔신께 먼저 올리셔야 합니다.”


각 신전 대사제들이 이때다 싶어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나설 차례였다.


“위대하신 파라오를 뵙습니다. 아폴로니스가 부름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오오, 아폴로니스. 자네 예언이 필요하네.”


“지금은 예언보다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입니다. 잠깐 상황 설명을 드려도 되겠는지요?”


“그리하게.”


나는 커다란 파피루스를 부탁해 이집트 지도를 그렸다.


“발병지는 헤르모폴리스. 이집트 나일강 중간쯤 위치한 도시입니다. 전염병은 물줄기를 따라 나일강 삼각주를 덮쳤습니다. 꼭지점에 위치한 멤피스는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삼각주 하류 도시로 번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말은 상류 도시는 안전하다는 뜻인가?”


“하류로 퍼지는 속도보다 느릴 것입니다. 테베는 안전할 테니 테베를 중심으로 상이집트 방역에 나서십시오.”


약간의 희망을 얻은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표정이 밝아졌다.


“알렉산드리아와 하이집트는 어찌해야 하는가?”


“물과 타액으로 번지는 전염병입니다. 오늘부터 모든 알렉산드리아 주민은 맥주와 끓인 물만 마셔야 합니다. 맥주는 일주일 이전 제조한 것만 마시게 하십시오.”


“... 물로 전염되는게 확실하면 크눔신께 제의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


제의를 벌여서 나쁠 것은 없다.


백성들에게 심리적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제의를 통해 끓인 물과 맥주 음용을 알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하겠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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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4 105 12쪽
»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6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4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2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6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1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09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6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0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6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6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39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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