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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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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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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 2

DUMMY

뜨거운 함성을 뒤로 포룸 로마눔 북동쪽 레기아(행정청)로 향했다. 평소였다면 민원인으로 가득 찼을 건물이 폼페이우스 귀환 퍼레이드로 한산했다.


신청 서류를 살피던 행정관이 깜짝 놀랐다.


“후견인이 폼페이우스 각하 맞습니까?”


“의심가면 광장에 나가서 물어보세요. 밖에 계시잖아요.”


“아닙니다. 잠깐 놀랐을 뿐입니다. 어디 보자··· 가문명은 뭐로 하겠습니까? 보통 후견인 가문명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제 이름이 아폴로니스 폼페이우스로 등록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건 아니지.


아폴로니스 폼페이우스는 내 정체성을 폼페이우스 파벌로 낙인찍는 짓이다. 로마의 미래를 떠올리면 절대 해선 안되는 일이다.


내게 어울리는 가문명을 떠올렸다.


나를 상징하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예언자, 셀레우코스 제국, 안티오키아, 아폴론 신전, 이집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생각났다.


오리엔트(동방).


내 고향과 내 사람과 내 기반이 있는 동방이 내게 어울린다.


“가문명은 오리엔투스로 하겠습니다. 아폴로니스 오리엔투스.”


“멋진 이름이네요. 그럼 그렇게 제출하겠습니다.”


······


처음 계획했던 대로 로마 시민이 되었다.


3년 반. 예상보다 빨리 첫 번째 징검다리 돌을 건넌 것이다.


나는 담담히 마음을 다잡았다. 큰 의미는 없다. 이제 첫 돌다리를 건넜을 뿐이다.


나는 광장으로 돌아와 전리품 분배를 감독했다. 아까 분위기 띄운답시고 은화를 마구 뿌린 탓에 시민들이 흥분했다.


시민 몇몇이 수레에 달려들었지만 풀로 앞에서 어림도 없었다. 머리 몇 대 쥐어박는데 광장이 울리는 느낌이다. 이후 큰 문제는 없었다.


나는 가비니우스에게 최종 보고를 올렸다.


쯧쯧···


가비니우스는 쉬지도 못하고 서류에 파묻혀 있었다. 궁전 집무실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폼페이우스는 동방원정 인수인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쁠 것이다. 병력 수십만이 교체되는데 인수인계가 간단할 리 없다. 동방원정 사령관직을 뺏긴 루쿨루스가 인수인계에 협조할 리 없으니 최소 1년은 개고생할 것이다.


가비니우스가 고개를 들었다.


“이집트로 귀환해도 좋다. 내년 추수철에 또 부를 것이니 현재 함대 조직을 유지하도록.”


“내년 추수도 감독하실 겁니까?”


가비니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쉬움이 가득 남은 얼굴이었다.


“인수인계로 바빠 그럴 틈이 없다. 내년초 알렉산드리아에 감찰관을 파견할 테니 협조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나는 군례를 올리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아싸 끝이다.”


억지로 끌려와 남의 전쟁 뒷바라지하는게 기분 더러웠는데··· 끝나니 속이 후련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에우메네스와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에우메네스는 수송 함대를 데리고 이집트로 돌아가. 가는 길에 헤라클레니움 화산토 채워 가면 될거야.”


“왕자님은 로마에 남으실 건가요?”


“선거 운동을 도와야지.”


“선거 운동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보레누스와 직속 대대를 부르십시오.”


Be폭력 선거 운동에 무력을 갖춘 조직원은 필수다.


“알았어.”


“관세 동맹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왕자님이 로마에 묶여있으면 추진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로도스랑 이야기해서 내년초 회의 일정을 잡아줘.”


노예 교역을 대신할 로도스와 동지중해 직물 산업과 인도 후추를 손에 넣은 나는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가입하려는 도시 국가가 많이 나올 것이다.


“5년 안에 그리스 도시 국가 절반을 끌어들이는 걸 목표로 하겠어.”


“알겠습니다.”


지난 4년이 손 안의 눈덩이를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다가올 4년은 언덕 위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시간이다.


클 수 있을 때 커야 한다.


로마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내부는 삐걱이고 있다. 기존 공화정 체제로 비대해진 로마를 지탱하기 버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 해적 토벌과 동방원정만 보더라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 않나. 제정 로마였다면 황제 한 마디에 바로 해적 토벌하고 동방 원정 사령관 교체하여 빠르게 아르메니아 전쟁을 끝냈을 것이다.


카이사르가 로마를 제정으로 뜯어고치기 전, 지금이 골든 타임이다. 시간이 주어졌을 때 바짝 따라붙어야 한다.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하지? 내가 안에서 로마를 흔들고 에우메네스가 밖에서 지원해주기로 했잖아.”


“그 말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에우메네스가 미소지었다.


“이번 기회에 연습해보자. 나는 로마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에우메네스는 이집트에서 후방 지원을 해줘.”


“선거 유세를 페르가몬 상단의 로마 시장 진출 기회로 삼는 건 어떨까요?”


“그러고보니 선거 유세가 우리 물건 소개할 기회구나.”


뇌물 명목으로 술과 옷감만 뿌려도 절반은 먹고 갈 것 같았다. 술은 투표권자인 남자들이 좋아하고, 비싼 옷감은 어디서나 환영받는 교역품이다.


“파피루스, 창문, 거울, 빛나는 보석. 인도에서 가져온 후추, 계피, 면직물, 상아. 팔 거 많네.”


“11월부터 진주도 가능합니다.”


“하하 깜박 잊고 있었어.”


2년 굴 양식, 2년 진주 조개 양식.


올해 처음 양식 진주가 출하된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 우리 손으로 대량 생산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대박 상품에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이번에 배가 묶여 운송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상단 규모를 더 키워야 합니다.”


“내게 생각이 있어. 타르수스 항구에 화물선이 많이 정박해 있을거야. 폼페이우스가 렘부스 함대는 불태우도록 명령했는데 화물선은 그대로 두었거든. 행정관에게 말할 테니까 구입해봐.”


“좋은 생각입니다.”


우리는 의견을 주고 받으며 다시 움직일 채비를 마쳤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에우메네스는 내 최고의 파트너였다.


* * * * * * * * * * * * * * * * * *


푸블리우스 저택을 찾았다.


티베레 강이 내려보이는 언덕에 잘 가꾼 그리스식 정원과 그리스 조각상이 비치된 저택이 보인다. 품격이 느껴지는게 7대 귀족 가문의 저택다웠다.


수행 비서에게 연락을 받고 푸블리우스 어머니 세실리아가 마중나왔다. 망나니 아들과 다르게 어머니는 친절한 분이셨다.


“어머나 귀여운 꼬마 손님이 오셨네. 이름이 뭐니?”


“아폴로니스 오리엔투스입니다.”


“오리엔투스? 처음 듣는 가문명이네. 평민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출신?”


“안티오키아 출신으로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입니다. 이번에 폼페이우스 각하로부터 로마 시민권을 선물 받아 가문명을 새로 지었습니다.”


“어머 그리스 왕족이었구나. 어서 오렴.”


나는 풀로에게 준비한 선물을 가져오도록 했다.


정착촌 조각가가 조각한 그리스 대리석상, 알렉산드리아 공방에서 만든 키위(Kyphi) 향유는 로마 귀족 부인에게 알맞은 선물이었다.


푸블리우스가 주문한 샴페인도 수레 가득 싣고 왔다.


세실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나, 이건 알렉산드리아 공방 향유 아니니?”


“어머님께 잘 어울릴 것으로 골라봤습니다.”


“호호 고맙구나.”


“푸블리우스님은 어디 계신가요?”


세실리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친구를 만나러 갔단다. 곧 돌아올 거야.”


망나니 녀석에게 친구가 있을 리 없는데···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푸블리우스가 샴페인을 수레에서 빼내려고 낑낑대고 있었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다.


분위기가 쌔한 걸 뒤늦게 눈치챈 푸블리우스가 샴페인을 슬쩍 돌려놓는다.


어휴···


“ 딸꾹, 아폴로니스, 왜 이리 늦게 온거야?”


“푸블리우스, 손님이 찾아왔는데 무례하구나. 가주답게 행동하거라.”


“전 멀··· 딸꾹, 쩡합니다. 딸꾹 엄마.”


“빨리 공중 목욕탕 가서 술 깨고 오거라. 저녁 만찬 전까지 돌아와.”


“아 잔소리 좀 그만해. 갔다 오면 되잖아.”


저택이 다시 조용해졌다. 부끄러움은 남아있는 사람들 몫이었다.


얼굴을 붉힌 세실리아가 응접실로 안내했다.


“아들 녀석이 사고뭉치라 미안해. 듣자니 억지로 친구 행세를 시키는 모양 같던데···”


······


“나도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어. 아들 녀석 선거는 내가 막을 테니 아폴로니스는 돌아가도록 하렴.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전 푸블리우스님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실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가문의 힘을 총동원한다 해도 로마 유효표 1/3밖에 얻지 못할거야.”


“제가 도우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나는 품안의 파피루스와 갈대펜을 꺼내 이탈리아 반도 지도를 그렸다.


“전체 민회 1/3이 로마에 집중되어 있고, 이탈리아 반도 중부와 남부에 2/3가 흩어져 있습니다. 농촌 지역은 넓고 분포가 분산되어 있어 표를 얻기 힘들지만 항구 도시는 다릅니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교역으로 부유한 편이지요.”


“항구 도시 민회를 공략하겠다고?”


“배를 타고 이탈리아 해안을 훑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특히 해군항을 공략해야 합니다. 중부 미세움, 남부 브린디시움, 동부 안코나 군항에 군인이 몰려들 겁니다. 해적 토벌을 마친 함대가 귀환할 테니까요.”


······


세실리아의 눈이 깜빡였다.


가문의 힘으로 로마 유효표 1/3 획득.


아폴로니스 전략으로 항구 도시 유효표 1/3 획득.


당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놀랍네. 아폴로니스, 아직 성인식 치르지 않은 아이 맞니?”


“열한 살. 곧 열두 살이 됩니다.”


세실리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눈앞의 아이는 말썽쟁이 아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잘생기고 똑똑한 아폴로니스가 자기 아들이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해보았다. 양자로 들이는 건 어떨까? 로마 7대 귀족 클로디우스 가문이라면 아폴로니스도 좋아하지 않을까?


······


크흠 크흠.


헛기침으로 세실리아의 주의를 돌렸다.


“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했구나. 무슨 얘길 했니?”


“제 선거 전략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로마 공직 선거에 필요한 것은 돈과 힘.


힘은 가문을 동원하면 된다. 파트로누스와 클리엔테스 관계는 이런 때 써먹으려고 있는 것이다.


돈도 있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마련한 돈이 남아 있었다.


다른 귀족 가문에게 돈을 빌렸으면 바로 몸값을 마련했을 텐데··· 베스타 신전 여사제를 성추행한 아들에게 돈을 빌려줄 가문은 없었다.


가문 소유 농장과 광산을 팔아야 했는데 부동산이 재깍 팔릴 리 없고, 절반 가량 팔린 사이 폼페이우스가 해적을 토벌했다.


아들 녀석 돌아와 하는 말이,


“엄마, 나 재무관 선거 나갈래. 돈 줘.”


였다.


몹쓸 자식이 돌아와 한다는 말이 돈 내놓으라는 것이라니···


“오는 길에 친구 한 명 만났어. 걔가 제대로 얘기해줄거야.”


그리고 술집으로 가버렸다.


이러다 홧병으로 죽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던 차, 아폴로니스가 방문한 것이다.


“푸블리우스님이 크라수스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나요?”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단다. 무턱대고 돈이 필요하단 말만 했지.”


나는 선거 예산 계획서를 세실리아에게 보였다.


축제 후원, 신전 기부, 선거 뇌물··· 확실히 적지 않은 액수였다.


공직 선거는 정치인의 빚을 만들어낸다.


채무자가 있으면 채권자도 있는 법.


정치인의 빚을 휘둘러 자신의 입맛대로 정책을 만드는게 크라수스다. 크라수스가 원로원 배후 조종자 소리를 듣는 것은 금전 관계에서 나온 힘 때문이었다.


바꿔 말해 내가 로마 핵심 권력에 다가서려면 크라수스를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빼돌린 200만 데나리우스(4천억원)로 선거 비용은 차고 넘치지만 빌려주지 않은 이유는 크라수스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수스는 어떤 사람이고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을까?


이야기가 잘 풀리면 함께 하고픈 사업이 있는데··· 내 제안을 들으면 깜짝 놀랄지 모른다.


세실리아는 수행 비서를 불러 크라수스와 약속을 잡게 하였다. 그리고 내게 감사를 표했다.


“너무 받기만 해서 미안하구나.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말하렴.”


“로마에 그리스 아폴론 신전과 이집트 이시스신 여신전을 짓고 싶습니다.”


“공공사업으로 짓는 신전을 개인이 짓겠다는 말이니?”


세실리아가 황당한 얼굴을 지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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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4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6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4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2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7 136 13쪽
»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2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2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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