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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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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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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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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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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DUMMY

왕실전용선에 지중해 해적 토벌 소식이 들려왔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 이마 주름이 깊어졌다.


동방 원정에 이은 또 하나의 대규모 원정 소식은 로마의 군사 비용 지출 증가를 의미했고, 이집트의 상납금 부담이 한층 더 커질 것을 의미했다.


뾰족한 수는 없다. 놀기 좋아하는 피진남이 씀씀이를 줄일 리 없고, 세율은 한계에 달했다. 여기서 세금을 높였다간 당장 반란이 터질 것이다.


남은 방법은 딱 하나, 악명높은 로마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길이 남았다.


휴우... 내게도 좋지 않다.


동방의 부를 차지한 로마가 풍요로운 이집트까지 먹어버리면... 로마 제국 완성이다. 막자니 역사 흐름이 바뀔까 두렵고, 놔두자니 이집트 경제가 로마에 종속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답답한 마음에 하프를 들고 갑판 위로 나왔다. 감정을 실어 거칠게 현을 뜯었다. 핑거스타일에 바닥을 발로 구르며 리듬감을 더했다.


띵띵 띠리링 쿵쿵 띠리링.


감미로운 하프 선율 대신 다이내믹한 리듬이 터져나온다.


“역시 자넨 재밌어. 하프도 타악기처럼 연주하다니.”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피리를 가져왔다.


우리 둘은 즉석 연주를 시작했다. 몇 년 같이 연주하니 호흡 읽는 것은 기본이다. 연주를 마친 파라오가 물었다.


“무엇이 그리 답답한가?”


“제 감정을 읽으셨군요.”


“자네 연주에 드러나더군.”


“파라오께서도 많이 불안해 하셨습니다.”


지음(知音).


악기 연주를 듣고 친구의 마음을 느낄만큼 가까운 사이. 나와 프톨레마이오스 12세는 합주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 자네도 듣지 않았나. 로마가 대군을 출병할 걸세.”


······


“며칠 전 시종장이 로마인 한 명을 소개시켜주었네. 가이우스 라비리우스 포스투무스. 로마에서 가장 큰 금융가라더군.”


가이우스.


로마 최고의 악덕 고리대금업자. 기사계급인 가이우스는 돈놀이와 상업에 직접 종사하지 못하는 귀족을 대신해 동방 전역에 빨대를 꽂는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에게 2천만 데나리우스 빚을 지게 한 장본인이었다.


2천만 데나리우스(1조원). 이집트 1년 총생산에 해당하는 막대한 액수다.


빚진놈 따로 갚는놈 따로. 클레오파트라가 아버지의 막대한 빚과 불안한 왕권을 물려받게 된다.


클레오파트라 집권 초기 크게 민심을 잃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맥주에 세금을 부과한 일이다. 오죽하면 이집트인에게 종교 다음으로 중요한 맥주에 세금을 부과했을까.


“시종장은 그에게 돈을 빌리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장담했네.”


“내년에 갚을 수 있겠습니까?”


“올해 나일강 수위를 보아 내년 풍년이 예상된다더군.”


······


따갚되도 아니고, 수갚되(수확해서 갚으면 되잖아)인가.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서도 날씨따라 작황이 왔다갔다 하는데 고대에서 수갚되를 시전하겠다니... 한 해 흉작나면 그냥 X되는 거다.


이대로 두면 저 아저씨랑 이집트는 망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역사 개변이 일어나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개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빚을 지되 사람을 바꾸자.


“저 역시 파라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로마인이며 기사계급인 루푸스라는 자입니다. 가이우스와 마찬가지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 자는 믿을 만한가?”


“신원은 제가 보장합니다. 그는 저리에 제 영지 개발 자금을 빌려준 금융가이자 로마 콘크리트 작업장을 여럿 소유한 사업가입니다.”


로마 콘크리트 사업가 루푸스.


아르테미스 신전 예비 사제인 딸을 구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 루푸스는 내게 충성을 맹세했고, 나는 로마시민권이 필요한 일에 그를 활용했다.


헤라클레니움 화산토 채취 사업도 루푸스를 거쳤고, 송유관 기술자도 루푸스를 통해 영입했다. 루푸스는 로마와 접점이 없는 내게 훌륭한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파라오의 신하인 내가 파라오에게 돈을 빌려줘봤자 뜯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로마시민권자 루푸스를 대리인으로 세워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로마에 바칠 올해 상납금은 얼마입니까?”


“100만 데나리우스(500억원)일세. 해적 토벌을 지원하면 좀 더 필요할 테고···”


“넉넉히 200만 데나리우스(1,000억원)를 잡아야겠군요.”


“루푸스란 자가 그런 금액을 동원할 수 있겠나?”


“제가 빌린 금액이 100만 데나리우스입니다. 외국 왕족인 제게 그만한 돈을 빌려줬으니 파라오라면 더 많은 돈도 가능할 겁니다.”


“이자는 얼마였나?”


“원금의 1할이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믿을 수 없다는듯 눈이 커졌다.


“1할 밖에 안된다고? 혹시 못갚으면 어찌 된다는 말은 없었나?”


“못갚으면 복리만 더합니다. 가산 금리는 없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내 손을 덥썩 잡았다.


“루푸스는 지금 어디 있나?”


“제 영지에 별장을 짓고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재상을 보내겠네. 루푸스에게 다리를 놓아주게.”


“괜찮다면 재상보다 왕실 서기관으로 보내주십시오.”


중립파 재상보다 같은 파벌 왕실 서기관이 낫다. 어려운 요청이 아니었는지 파라오가 바로 수락했다.


최악의 사태를 막은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피같은 내 돈을 내주고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는 것일까.


이게 최선책일까?


분담금을 없애면 내 돈을 빌려주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만약 폼페이우스로부터 함대 지원 요청이 오면 어쩌시겠습니까?”


로마는 동맹국 군대를 전장에 끌어들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에게 부족한 병과는 반강제 차출해갔다.


중보병 위주 로마가 데려가는 병과가 뭘까?


기병과 해군이다. 돈 잡아먹는 병과인 기병과 해군을 타국으로부터 제대로 뽑아먹는게 로마였다.


지난 동방 원정에서 로도스 함대가 크게 활약했고, 이번 해적 토벌도 차출이 확실시 된다. 나랑 기싸움을 벌였던 로도스 해군 사령관 얼굴이 떠오른다. 그 아저씨 또 고생하겠네.


이집트 역시 왕실 해군을 갖고 있다. 차출 요청이 오면 프톨레마이오스 12세도 파견을 승낙해야할 것이다.


“... 요청이 오면 협력해야겠지.”


달리 방법이 없다.


로마가 까라면 까야지.


“왕실 해군을 데려가면 알렉산드리아 방비가 취약해질 겁니다.”


“알고 있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네.”


“다른 도시의 협력을 얻는 것은 어떨까요? 왕실 해군을 절반만 동원하고 지방 태수로 하여금 상선 한 대씩 보내라 하면 얼추 숫자가 채워질 겁니다.”


“그래 봤자 상선이지 않나?”


“상선도 쓸 수 있습니다. 폼페이우스가 동원하는 전함이 500척이란 말은 그만큼 보급 함대와 수송 함대가 필요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오오 자네 말이 맞아."


“어차피 군량 보급은 알렉산드리아 곡물 창고를 통해 이뤄질 겁니다. 파라오께서 이집트가 보급을 책임지겠다고 선수치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로마로 흘러들어갈 곡물을 군량으로 바꾸는 대신 분담금을 줄인다?”


“네.”


“하하 좋은 생각이야. 이제보니 머리도 비상해.”


“제겐 아테나 여신의 지혜가 있으니까요.”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 같아선 딸이라도 주고 싶어.”


“네?”


“큰딸 베레니케 어떤가? 자네 외모엔 못하지만 미모가 훌륭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어. 한 살 터울이니 곧잘 어울릴듯 하군.”


안돼.


베레니케는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와 결혼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며칠 만에 남편을 죽인 무서운 여자다.


잘못했다간 역사책에 그 왕자 대신 내 이름이 올라갈 수 있다.


나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명을 거두어주시옵소서. 이집트 왕실의 혈통은 직계 왕족의 피로 이어져야 합니다. 파라오께선 아직 젊으시고 왕자를 생산할 충분한 힘을 가졌습니다.”


이집트 파라오는 누이와의 결혼으로 혈통을 이어간다. 이집트 신화에서 신들이 혈통을 이어간 방식을 답습한 것이다.


왕자를 낳았는데 딸이 시집간 상태라면? 시집간 딸을 이혼시키고 다시 데려와 혼인시키는 수 밖에 없다. 폐쇄성 짙은 이집트 사회에서 논란이 안생길 수 없다. 당연히 왕실 정통성이 흔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사생아 논란으로 파라오 취임부터 삐걱거린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인데, 자신의 후대까지 정통성 논란이 생긴다면 그건 참기 힘든 일일 것이다.


피진남 아저씨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 자네 말이 맞네. 내가 성급했네.”


“아닙니다. 파라오의 진심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파라오와 저는 음악으로 맺어진 친구 사이 아닙니까.”


“그래. 우리는 친구지.”


그날 우리는 밤늦도록 악기를 연주하며 우정을 불살랐다.


음악 실력이 늘긴 하는데 파라오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피리부는 아저씨랑 영혼의 듀오가 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미 되었을지도···


* * * * * *


신년 제의가 빡세긴 하다. 낮에는 이집트 곳곳의 제의에 참석하고, 밤에는 파라오 아저씨 연회에 참석해야 한다.


정착촌에 돌아온 나는 침대에 쓰러져 하루종일 잤다.


흐아암.


“잘잤다.”


너무 늦게 일어났는지 해가 동쪽 창문 위에서 비추고 있다.


꼬르륵.


“와, 왕자님 기침하셨습니까?”


얼굴이 빨개진 비블로스가 인사했다.


“아침 안먹고 왔냐? 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


“짠돌이 녀석, 빵값 아낄려고 굶고 왔구만. 궁전 오면 공짜로 배채워주니 좋디?”


“그게 아닙니다. 제가 빵집이랑 사이가 좀 안좋습니다.”


“쯧쯧 빵집이랑 싸웠구나. 그러지마라. 빵 가격 이집트에서 제일 싸다. 빵집 가서 짠돌이짓하면 못써.”


“... 아닙니다 흑흑.”


비블로스가 울먹였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게 뭔가 사정이 있나 보다. 빵집에서 빵으로 얻어맞았나? 눈물을 뚝뚝 흘리는게 불쌍해 보인다.


“가서 파피루스 보고서나 가져와. 나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는지 좀 보게.”


“... 네.”


나는 시녀에게 1인분 식사를 추가시키고 집무실로 향했다.


벽면 작전판 지도를 봤다.


삼각돛 함대가 군항 지점에 표시되어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이주 작전 성공이군.”


똑똑.


비블로스가 양팔 가득 보고서를 가져왔다. 앞이 가려질만큼 많았다.


“으아··· 왜 이렇게 많아?”


“대부분 지중해 해적 토벌 소식입니다.”


“날짜대로 구분되어 있지?”


“네.”


양이 많아 섞여있을 줄 알았는데 항목별로 날짜별로 제대로 정리해놨다. 비블로스 녀석··· 이 정도면 밥값했다. 빠르게 첫 장을 넘겼다.


“3월 중순 히스파니아 해안과 발레아레스 제도부터 시작할 전망. 3월이면 엄청 빠르네.”


“빠른 겁니까? 작년말 소식 들리고 100일이나 걸리는 겁니다만···”


“함선 500척 동원하는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이 정도 규모 원정이면 최소 연단위로 준비해야 해.”


“그 말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민회에서 만장일치 지지가 나왔다는 사실을 미루어 보면 그럴 공산이 커. 미리 진행시켜놓고 원로원을 압박한거지.”


나는 계속 보고서를 넘겼다.


“4월 초 북아프리카 해안, 4월 중순 시칠리아, 4월말 사르데냐섬과 코르시카섬. 5월 로마 본토 해안.”


······


미친 일정이다. 이 속도로 해적을 쓸어내리겠다니···


다음 보고서에 미친 일정이 가능한 이유가 나왔다.


“500척 함대를 12개 분함대로 나누어 토벌. 폼페이우스 자신은 60척 본함대를 이끌고 분함대를 자유롭게 지원한다.”


1. 500척을 40척으로 이뤄진 11개 분함대와 60척 본함대로 나눈다.


2. 각 분함대는 해역을 나누어 구역별로 해적을 쓸어낸다.


3. 포위망이 뚫리거나 해전이 벌어지면 폼페이우스 본함대가 즉각 지원에 나선다.


“쉬발··· 물량이 받쳐주니 이런 작전이 가능하네.”


기가 막혔다.


나는 비블로스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보고서를 살폈다.


“혹시 지원 함대 요청 소식은 없냐?”


“있습니다. 최신 보고서라 맨아래 있습니다.”


찾았다.


동맹국및 보호국 함대 파견 요청안.


“7월 중순까지 함대 동원이라··· 동지중해 토벌 시기에 맞춰 동원할 속셈이네.”


슬쩍 미소가 나온다.


이런 때 숟가락 걸쳐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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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암살 +9 22.08.01 2,255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8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8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8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9 125 12쪽
»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7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6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7 1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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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군항 건설 +9 22.07.08 2,870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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