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최근연재일 :
2022.08.08 23:47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301,294
추천수 :
12,467
글자수 :
455,925

작성
22.07.27 20:24
조회
2,500
추천
125
글자
12쪽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DUMMY

안티오키아는 내 고향이고, 셀레우코스 제국은 내 조국이다.


그리고···


폼페이우스는 셀레우코스 제국 합병을 선언했다.


조국을 등지고 자신을 따를 것인지 묻다니··· 내겐 너무 잔인한 테스트였다.


여기서 흔들리는 감정을 내보여선 안된다. 나는 담담히 폼페이우스를 바라봤다.


“셀레우코스 제국은 힘을 다했습니다. 시민을 지킬 수 없는 국가는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사령관 각하께서 셀레우코스 제국 백성을 보살펴 주신다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국가의 존재 의미라··· 재밌군.”


폼페이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에 비해 똑똑한 것은 인정한다. 허나 이 자리에 모인 부관들은 너보다 뛰어난 머리를 갖고 있다. 멋진 술을 바쳤지만 나는 재물에 인생을 걸만큼 물욕 강한 사람이 아니다. 내게 있어 네 가치는 하나다.”


“각하께서 동방을 정복하셨을 때, 점령지 불만을 잠재울 조정자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폼페이우스가 씨익 웃었다.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좋군.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못하겠거든 지금 말하라. 널 대체할 인재는 야외 연회장에 가득하다.”


“맡겨주십시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환영한다 아폴로니스. 난 내 밑으로 들어온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남자다.”


폼페이우스가 증류주를 들고 일어났다. 50명 넘는 장성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술잔을 채워주었다.


독한 증류주로 연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하 이거 물건이네요. 맛있습니다.”


“남자의 술이라더군. 많이 들게. 첫째 아들은 언제 공직에 출마할 참인가?”


“서른 살까지 몇 년 남았습니다.”


“자네처럼 똑똑하다는 말을 들었어. 기대하겠네.”


한 명 한 명 대화를 나누는데 부하들 인적 사항을 모르는게 없었다.


내전이 터졌을 때 아버지 부하들 지지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들었다. 이때 폼페이우스 나이가 열아홉 살이었다. 열아홉 애송이에게 수십년 짬밥쌓인 부하들이 지지를 보냈다니··· 폼페이우스의 인망이 그만큼 두텁다는 방증일 것이다.


부하들에게 증류주를 한 잔씩 돌린 폼페이우스가 나를 불렀다.


작은 내실. 폼페이우스와 나만 남았다.


“조용하니 마음에 드는군. 한 잔 받아라.”


폼페이우스가 물 탄 포도주를 건넸다. 나는 공손히 잔을 비웠다.


“원로원은 보호국 합병에 큰 관심이 없어.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동방은 둘 중에 하나로 갈라설거야.”


“로마 아니면 파르티아겠지요.”


“알고 있었나.”


폼페이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 차출도 힘든 조그만 보호국 유지해봤자 군사 비용만 늘어날 뿐이야. 파르티아의 전쟁 명분을 주느니 합병하여 큰 덩어리를 만드는게 나아.”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파르티아는 생각보다 무서운 국가입니다.”


“호오 파르티아를 알고 있나?”


“인더스강에서 그들을 만났습니다.”


“인더스강? 알렉산더 대왕께서 진출하신 그 강 말인가?”


이름 좀 날리는 장군이라면 듣는 말이 있다.


ㅇㅇㅇ는 제 2의 알렉산더다.


한니발, 피루스, 스키피오··· 고대사에 발자취를 남긴 장군 모두 알렉산더에 비교되었고 폼페이우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마그누스(위대한 자) 칭호 역시 알렉산더 대왕 칭호에서 따온 것이 아니던가.


인도와 파르티아 이야기를 듣자마자 큰 관심을 보였다.


“얼마 전 이집트에서 배를 타고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파르티아가 인더스강까지 진출한 것을 확인했지요.”


나는 품 속의 파피루스를 꺼내 지도를 대충 끄적였다.


“파르티아는 현재 동쪽으로 인더스강, 서쪽으로 유프라테스강까지 진출했습니다. 과거 페르시아 제국 영토 9할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보니 로마와 막상막하로군.”


“그동안 삼킨 영토가 커 움직임이 뜸했지만 한 세대쯤 지나면 소화가 될 것입니다. 곧 막강한 국력을 뿜어낼 겁니다. 동쪽의 그리스 - 인도 왕국이 몰락하여 서쪽 진출에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폼페이우스가 한동안 지도를 바라봤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마음 같아선 나도 알렉산더 대왕처럼 페르시아 원정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원로원이 허락할 리 없겠지. 로마가 공화국인 게 아쉬울 따름이야.”


우리는 포도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자기 편은 확실히 품어준다고 말했던 것처럼 대화는 시종일관 부드러웠다.


내 얼굴이 붉어질 즈음, 폼페이우스가 물었다.


“가비니우스가 그러길 직접 만나야 예언을 할 수 있다더군. 이제 내 얼굴을 봤으니 예언을 할 수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불가합니다.”


“지금은··· 이라니?”


“인간의 운명은 운명의 세 여신께서 실을 잣고 감고 끊음으로 결정됩니다. 만약 아폴론신의 예언으로 한 인간의 운명이 바뀌었다면 세 여신은 말할 수 없는 중노동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 사람과 얽힌 수많은 인과 관계의 실들을 전부 고쳐야 합니다.”


“한 인간의 운명을 두 번 이상 바꾸는 것은 무리란 말이군.”


“예언을 바라신다면 그 시기를 신중히 결정하길 권합니다.”


“흐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사령관께서는 바라는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예언이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폼페이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은 눈치다.


예언을 아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언을 약속받았으니 나도 선물을 하나 주지.”


폼페이우스가 수행 비서를 불렀다.


“왕자의 로마 시민권을 준비하게.”


“신원 보증인을 누구로 할까요?”


“나.”


수행 비서가 깜짝 놀랐다.


이제껏 여러 그리스계 왕족의 망명을 받았지만 폼페이우스 본인이 직접 신원 보증에 선 경우는 처음이었다. 수행 비서가 눈치를 보더니 내 인적 사항을 물었다.


폼페이우스가 느긋하게 술을 마시는 동안 서류가 완성되었다.


“이 서류를 포룸 행정관에게 제출하면 시민권자로 등록시켜 줄겁니다.”


나는 시민권 등록 서류를 받았다. 뭔가 얼떨떨했다.


“이제 자네는 로마법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가 생겼네. 또한 관직에도 공식적으로 진출할 자격을 갖췄네.”


“감사합니다 각하.”


“한동안 로마와 동방을 오가느라 얼굴 보기 힘들걸세. 토벌 성과로 시민 지지는 문제없을 테지만, 원로원 노친네 달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따로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가끔 그 술 좀 보내게. 부하들이 좋아해서 말야.”


“그리 하겠습니다.”


나는 올 때처럼 가슴에 손을 얹고 쭉 뻗어 군례를 올렸다. 이번에도 폼페이우스가 빵 터졌다.


“귀여운 군례가 한동안 생각날 것 같군. 이제 가보게.”


내실 밖에서 가비니우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 후 수송 함대는 전리품과 포로를 싣고 로마로 간다. 행정관을 보낼 테니 전리품 분류 작업을 거들도록.”


“알겠습니다.”


나는 에우메네스와 상단원을 이끌고 아카데미아 건물을 찾았다. 임시 행정청으로 쓰이는 건물에 행정관이 바글거렸다.


이십대 중반의 젊은이가 다가왔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기억이 안난다.


“소문의 예언자 왕자가 납셨군. 난 푸블리우스라 해.”


“안녕하세요. 아폴로니스입니다.”


푸블리우스가 슬쩍 내 머리를 만졌다.


“와··· 뿌리까지 금발이네. 염색없는 금발은 처음 봐. 나 머리카락 한 올만 주면 안돼?”


“네?”


“행운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야. 며칠 전까지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어. 해적한테 잡혀 있었거든.”


잠깐!


“혹시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동생분께 몸값 지불 서신을 보낸 분 아닙니까?”


“오호! 어떻게 알았어? 역시 예언자.”


아이고 저 골칫덩이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어디서 봤다 했더니 아키우스 클로디우스 동생이다. 즉 루쿨루스 둘째 처남. 형은 나이가 되어 대대장 직위를받았지만 동생은 젊어서 임시 행정관을 맡았다.


덤 앤 더머.


푸블리우스는 형보다 멍청하고 욕심이 많았다.


푸블리우스는 자신을 중용하지 않는 매형 루쿨루스를 비난하고 병사들의 불만을 조장하였다. 말빨이 있는 편이라 적지 않은 병사가 선동되었다. 현재 태업으로 중단된 동방 원정은 이녀석 지분이 크다.


결과적으로 루쿨루스 대신 폼페이우스가 동방을 제패하였으니 제대로 나비효과를 몰고 온 셈이다.


푸블리우스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군 지휘관이라도 해볼까 삼촌을 찾아가다 지중해 해적에게 붙들렸다.


······.


다급한 푸블리우스는 도움을 구하는편지를 곳곳에 보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이집트령 키프로스를 다스리는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동생도 거절했다. 일면식 없고 평판 안좋은 녀석을 위해 거금을 지불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물론 푸블리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집트 녀석이 돈만 제때 냈어도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거야.”


이때 당한 거절로 앙심을 품은 푸블리우스는 원로원에 키프로스 합병안을 제출한다. 로마 함대가 상륙하고 이집트령 키프로스는 항복한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동생은 자살한다.


그리고···


키프로스를 방치했다는 명목으로 이집트에서 반란이 터진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은 만 달란트(3조 7천 5백억 원)를 가비니우스에게 제공하고 로마 군대를 끌어온다.


이 정도 나비 효과면 역사적 인물로 쳐야 하지 않을까.


하아···


풀로처럼 힘이 세면 저 자식 대가리 찍어버리고 싶다.


“왜 세상 다 산 것처럼 한숨 쉬어?”


“... 서류가 많아서 다 끝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하하 그까이꺼 대충 하면 돼.”


푸블리우스는 제목도 안읽고 서류에 싸인했다.


어이 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저... 수량 확인 안하십니까?”


“지중해 해적이 노예 교역으로 10년 모은 재물이야. 이 많은 양을 어떻게 일주일에 해결해?”


“그건 그렇지요.”


“폼페이우스 각하께서 로마 시민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해. 하지만 아닌 건 아닌거야. 우리 대충 확인한 시늉만 내자구."


“문제가 생기면요?”


“배째라 그래.”


X발 새끼.


같이 일하다 암걸릴 것 같다.


내가 직접 가 수량 확인을 하는 수 밖에...


아카데미아 건물 한 동이 전리품 창고였다. 로마군 백인대장의 안내를 받아 문을 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금화 상자만 수십에 금괴, 금 공예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와··· 이게 다 금이야?”


“... 그런 것 같습니다.”


서류 대조 결과 누락된 양이 엄청났다. 어림 잡아도 15%는 될 것 같다.


“폼페이우스가 너무 서둘렀습니다.”


“로마 시민에게 성과를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을거야. 동방 원정 지휘권을 얻어내려면 시민 지지는 필수니까.”


에우메네스와 눈이 맞았다. 말하지 않아도 뜻이 통했다.


우린···


이미 한 번 털어먹은 적 있다.


“털죠.”


“털자.”


이집트 추수철부터 해적 토벌까지 무보수 노동이 두 달 넘어가는데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공짜로 퍼갈 배도 있겠다 눈감고 싸인하는 멍청이 상관도 있겠다 거리낄 게 없었다.


나는 서류에 누락된 200만 데나리우스를 꿀꺽했다.


푸블리우스가 대충 서류 끄적이고 만담을 늘어놓는데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샴페인 한 병 까더니 흑역사를 방출한다.


“낄낄 내가 로마에서 쫓겨난 적이 있는데 말야.”


“베스타 신전에서 여장한 사건 말인가요?”


“크크 역시 아는구나. 내가 로마에 유명세를 떨친 대사건이었지.”


그리스 아르테미스 신전처럼 로마 베스타 신전은 처녀신 신전이다. 여사제의 처녀성을 중시하는 신전에 저 미친놈이 여장하고 신전제의에 참석했다.


목적은 하나.


여사제 따먹기.


당연히 들켰고 난리가 났다.


“아··· 그때만 생각해도 아쉬워죽겠어. 저녁 시간까지 분명 안들켰는데 말야.”


그러고 보니···


5년 후 푸블리우스 녀석 베스타 신전 축제 기간에 저 짓을 반복한다.


범행 대상이 일반 사제가 아니라 대사제였는데,


대사제가 카이사르 아내다.


······


로마 유력 가문이 몽땅 얽힌 희대의 재판이 열린다.


루쿨루스는 근친상간 혐의로 푸블리우스를 법정에 세우고, 카이사르는 아내와 이혼하고, 폼페이우스가 동방 원정 중에 로마로 급거 귀환한다.


이쯤되면 역사적 인물 맞는 것 같다.


작가의말

푸블리우스와 주인공 만남은 살짝 각색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로마 쩔더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45 22.08.09 2,202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2.05.15 472 0 -
공지 소설 설정과 초반부 지도 +5 22.05.13 7,831 0 -
80 음모 +11 22.08.08 2,066 109 13쪽
79 이집트 해군사령관 +11 22.08.06 2,129 121 12쪽
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5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7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6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4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