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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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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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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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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선거 운동

DUMMY

형과 달리 푸블리우스는 건드려서 안된다.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놈이라 건드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푸블리우스는 내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가비니우스가 내준 배도 마다하고 내 배에 올라탔다. 아도니아랑 헬레네 안데려오길 잘했다.


수송 함대는 해적 포로와 전리품을 가득 싣고 로마로 향했다.


푸블리우스가 술상자를 뒤적이더니 샴페인 한 병을 깠다. 자기 술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캬아 이게 자유의 술맛인가.”


“마음껏 드십시오. 로마 저택에는 따로 보내겠습니다.”


“고마워 아폴로니스. 너밖에 없다.”


맑은 가을 하늘, 푸른 지중해, 맛있는 포도주, 그리고 멋진 하프 연주.


로마로 가는 길이 경쾌하다.


“로마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할 건가요?”


“재무관 선거를 뛰어볼까 해.”


“대대장 경력을 건너뛰고 말입니까?”


“해군 분함대 지휘관하려다 잡힌 거니까 군생활 했다 치지 뭐. 아폴로니스, 나 선거 좀 도와주라.”


······


“금전적 후원을 바라십니까?”


“돈은 충분해. 형이 죽어서 가문에서 날 밀 수 밖에 없게 되었거든. 문제는 선거 운동이야. 난 친구가 없어.”


······


누가 망나니와 친구가 되고 싶을까? 가문만 아니면 진작 내쳤을 녀석이다.


나는 푸블리우스의 제안을 곰곰히 따져보았다.


푸블리우스의 선거 운동을 돕는게 맞는 일일까?


냉정히 말해 당선 가능성은 희박했다. 하지만 선거 운동 과정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아 보였다.


1. 자연스럽게 로마 시민으로 녹아들 수 있고,


2. 로마 공직 선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3. 명문 클로디우스 가문과 연을 맺을 수 있다.


“선거 운동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죠?”


“나도 형처럼 예언해주면 안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형님께서 티그라노세르타 점령이라는 놀라운 전공을 세웠지만 그해 겨울 폭풍(?)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 예언으로 사람의 운명이 뒤바뀌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잠을 이루기 힘들었습니다.”


“흠···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네.”


“앞으로 개인 예언은 자제할 생각입니다.”


“알겠어. 예언 없어도 도와줄 거지?”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로마에 도착하기 전까지 답해드릴게요.”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선실로 돌아와 선거 전략을 구상했다.


로마 공직 선거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재력과 무력.


후보자는 돈이 많아야 하고, 선거 운동원은 힘이 쎄야 한다. 돈은 유권자에게 뇌물 먹일 때 필요하고, 힘은 상대 후보자 조직과 다툴 때 필요하다.


선거운동이라 쓰고 조폭 구역 싸움이라 읽는다.


힘이 약하면··· 죽는다.


칼빵 패싸움은 기본이고, 상대 후보를 납치해 암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에우메네스가 피식 웃었다.


“바꿔 말하면 망나니를 재무관에 당선시키는 가장 편한 방법이 암살이겠군요.”


“하하 듣고 보니 그렇네. 그래도 제대로 선거 운동을 경험해보고 싶어.”


“미래를 위해서입니까?”


“응.”


파트로누스 - 클리엔테스.


후견인과 피후견인 연쇄사슬로 단단히 얽힌 로마 사회에 내가 뿌리내리려면 기회 있을 때마다 인맥을 넓혀놓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선거 운동은 내게 좋은 기회였다.


“선거 운동이 잘 될까요? 베스타 신전 여사제를 건드려 인심을 크게 잃었을 텐데요.”


“머리를 쓰면 가능해. 선거 제도가 그리스랑 많이 다르거든.”


“어떤 점이 다른가요?”


“그리스는 1인 1표지? 로마는 민회 하나당 1표가 주어져. 다수가 푸블리우스를 바라지 않아도 1표를 얻을 수 있는 간접 선거제야.”


“민회도 여러 종류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난한 시민 수천 명 모이는 프롤레타리아 민회도 1표, 기사 계급 100명이 모이는 겐트리아 민회도 1표. 따지고 보면 유산 계급에 유리한 선거 구조야.”


“전략적으로 겐트리아 민회를 공략하는 게 낫겠군요.”


“한 가지 더 생각할 요소가 있어. 로마에서 시민이 가장 많은 도시가 어딜까?”


“당연히 로마입니··· 아!”


“시민 인구가 많다는 말은 민회도 로마에 몰려 있다는 말이야. 로마를 잡아야 선거에 이길 수 있어.”


“요약하자면 로마의 겐트리아 민회 공략이 필승 공식이군요.”


“문제는 그걸 우리도 알고 상대도 알고 있다는 점이야.”


“로마 공직 선거에 뇌물과 폭력이 빈번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하하 제대로 이해했네.”


에우메네스와 함께 선거 전략 구상을 하는 동안 함대가 시칠리아를 돌아 이탈리아 반도에 이르렀다.


“오스티아가 보입니다.”


한창 재건중인 오스티아항이 보였다. 해안 요새는 벌써 지어졌고 항만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와··· 따로 수로를 만들었어.”


로마는 이게 무섭다.


한 번 당하면 절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오스티아 항구가 불타 곡물 수입이 끊겼던 로마는 오스티아를 요새화하였고, 곡물 수송선 전용 수로를 지어 로마시까지 화물선 운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훗날 통상파괴전을 벌일 때 주의해야겠다.


······


푸블리우스가 다가왔다.


“로마에 도착했으니 답을 들려줄 차례야.”


“두 가지 부탁을 들어주시면 푸블리우스님을 돕겠습니다.”


“에이 조건 같은거 없으면 안돼? 우린 친구잖아.”


망나니 녀석이 날로 먹으려 하네.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푸블리우스님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말해봐.”


“먼저 로마에 신전을 짓고 싶습니다. 이집트 이시스 여신전과 그리스 아폴론 신전입니다.”


“신전 건립은 시민들이 좋아하는 일이니 누구나 환영하지. 그런데 포룸 로마노(로마 중심 광장)는 자리가 없을 텐데···”


“로마 외곽에 지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나야 좋지.”


“두 번째 조건은 따로 떨어져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푸블리우스 얼굴이 찌푸려졌다.


“무슨 조건이 그래?”


“로마는 푸블리우스님께 맡기겠습니다. 저는 지방을 돌아다니며 지방 민회를 설득하겠습니다.”


“뭔 개소리야? 로마를 잡아야 선거를 이기잖아.”


어휴··· 망나니 녀석, 자기 기분 조금만 틀어지면 바로 쌍욕이 나온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천천히 설명하였다.


“기존 선거 전략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아서 그렇습니다. 푸블리우스님이 이길 유일한 방안은 지방 민회 표를 전부 모으는 길 밖에 없습니다.”


끄응.


푸블리우스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자기도 불리한 건 아나 보다.


“로마에서 유효표 1/4만 모아주십시오. 나머진 제가 하겠습니다.”


“... 돈 많이 필요하겠지?”


“저번에 클로디우스 가문에서 지원해주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푸블리우스가 머뭇거렸다.


“알잖아. 난 상대방보다 돈을 더 써야 한다는 걸. 지방까지 돈 쓰면 감당하기 어려워.”


“난감하네요.”


“크라수스를 찾아가 볼까?”


크라수스.


로마 최고 재벌 이름이 나왔다.


로마 시대 돈하면 크라수스지.


공직 선거가 천문학적인 선거 비용을 치르는 만큼 많은 정치가들이 크라수스에게 빚을 졌는데 대표적인 빚쟁이가 카이사르다.


800만 데나리우스(4천억 원) 빚을 갈리아 정복으로 깔끔히 갚았으니,


따갚되의 시조라 부를 만 하다.


“괜찮을까요? 푸블리우스님이 폼페이우스에게 구출되었으니 크라수스가 어떻게 볼지 의문입니다.”


삼두 정치로 결합하기 전,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스파르타쿠스 반란 토벌 당시, 알프스로 도망치려는 스파르타쿠스를 막타 처리한게 폼페이우스였기 때문이다.


히스파니아 반란을 토벌하고 돌아오는 폼페이우스의 운이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크라수스는 폼페이우스와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나란히 집정관이 되었으니 라이벌 의식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걱정하지마. 우리 가문은 크라수스와도 친하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나는 선원들에게 하역 작업을 지시하였다.


“난 저택으로 가있을게.”


“네? 최종 책임은 푸블리우스님께 있습니다만···”


“대충 해도 돼. 내가 가비니우스한테 말해놓고 갈게.”


······


하여간 제멋대로인 놈이다.


저런 놈 당선시켜줘봤자 고마워하긴 할런지.


“아니다. 저런 녀석이 로마 요직을 차지해야 내가 편해지겠구나.”


반대로 생각하니 화가 가라앉았다.


푸블리우스 화이팅.


가비니우스가 다가왔다.


“서류 확인은 나중에 한다. 하역한 전리품을 빨리 수레에 싣도록.”


“... 괜찮겠습니까?”


“지금 당장 폼페이우스 각하의 가두행진에 맞춰야 한다. 망실분은 감안해줄테니 서둘러라.”


“알겠습니다.”


우리는 허겁지겁 전리품을 수레에 옮겨 실었다. 쇠고랑을 찬 해적 포로들이 줄줄이 끌려나왔다.


황금 흉갑을 걸친 폼페이우스가 백마에 올라탔다. 그 뒤로 군악대가 북과 나팔을 점검했고, 수도 군단 기병대가 군단기를 들고 등장하였다. 마지막으로 전리품 수레와 포로 행렬이 따랐다.


“출발한다.”


폼페이우스가 포룸 로마눔을 향해 행진하였다.


팔라티노 언덕을 지나 커다란 대리석 건물들이 보인다.


공공건물과 신전으로 둘러싸인 로마의 정치 1번가.


포룸 로마눔(Forum Romanum).


와아아아!


광장에 모인 로마 시민이 함성으로 영웅의 귀환을 반겼다.


“폼페이우스 만세. 마그누스 만세!”


“해적 토벌 영웅 폼페이우스 만세.”


돈보다 명예를 바란다고 했었지.


시민들의 환영을 받는 폼페이우스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폼페이우스는 행렬을 이끌고 포룸 로마노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원로원 회당 앞에 멈추었다.


원로원 의원들이 떨떠름한 얼굴로 폼페이우스를 맞이했다.


“오늘 자리는 최종 보고를 듣기 위한 자리인데··· 어째서 이리 거창한 행사를 준비한 것이오? 개선식과 다를게 없소.”


“개선식에 허용된 4두 마차를 끌고 나타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뒤에 선 군대도 군악대에 불과합니다. 기병대는 수도 군단 아는 친구들이 절 돕겠다고 나선 것이구요. 난 그저 로마 시민들에게 돌아갈 전리품과 노예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끄응.


여기저기서 불편한 신음이 터졌다. 많은 원로원 의원들이 시민 함성에 기가 질렸다.


“해적 토벌이 끝났으니 임페리움을 반납하시오.”


폼페이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내게 주어진 임페리움은 3년 기한입니다. 동지중해 곳곳에 해적 잔당이 남았을지 모르니 권한을 이어가겠습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폼페이우스의 협박이었다. 수틀리면 해적의 씨를 말려 노예 공급을 끊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중재를 맡은 원로원 의원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폼페이우스, 우리 솔직해집시다. 당신이 바라는 건 해적 잔당 토벌이 아니지 않소?”


“제 바램은 시민들의 요구와 같습니다. 저들은 동방의 마지막 남은 적을 일소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임페리움으로 동방 원정까지 맡기기엔 주어진 권한이 너무 크오.”


“해군은 제외하겠습니다. 군단 20개로 합의하죠.”


“끄응. 물자 징발 권한도 줄입시다.”


“지중해 전역 징발 권한은 반납하죠. 대신 이집트와 아시아 속주 징발 권한은 유지시켜주십시오.”


“아시아 속주 총독은 루쿨루스의 심복이···”


몇몇 원로원 의원이 머뭇거렸다.


아시아 속주는 루쿨루스 동방원정군 보급기지 에페수스가 위치한 곳이다. 아시아 속주 총독을 폼페이우스 인물로 바꾼다는 말은 루쿨루스의 보급선을 자르겠다는 말이었고, 루쿨루스의 동방원정 끝을 의미했다.


“인정하시죠. 루쿨루스는 실패했습니다. 내가 나설 차례입니다.”


와아아아!


시민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가비니우스가 부하를 시켜 시민들에게 은화를 나줘주기 시작한 것이다.


원로원 의원들 이마에 삐질삐질 땀이 흘렀다.


“피곤할테니 며칠 쉬었다 다시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소?”


폼페이우스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시민들을 바라봤다. 큰소리로 호소했다.


“로마 시민 여러분, 여러분의 아버지가, 여러분의 자식이 저멀리 동방에서 십 년째 묶여있습니다. 그들은 지쳤고 고향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나를 보내주십시오. 내가 그들을 데려오겠습니다.”


가비니우스가 은화 상자를 열고 마구 뿌렸다.


와아아아!


귀가 먹먹할 함성이 일었다.


“폼페이우스를 동방으로 보내라!”


“폼페이우스를 동방으로!”


마침내 원로원이 굴복하였다.


“루쿨루스에게 원로원 최종 권고를 보내겠소. 동방 원정을 잘 마무리해주시오.”


“맡겨주십시오.”


승자는 폼페이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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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4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6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4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2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7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 선거 운동 +8 22.07.28 2,482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09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0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6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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