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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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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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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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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계산기

DUMMY

나폴리만 교역항 헤라클레니움.


멋진 바다와 커다란 베수비오 화산을 끼고 자리잡은 항구 도시다.


화산은 일대 도시를 풍요롭게 했다. 폼페이는 온천과 휴양으로 유명하며 네아폴리스는 농업과 교역으로 유명하다. 베수비오 화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헤라클레니움 역시 화산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우르르르.


낮은 진동음이 해안가 별장을 울린다. 움푹 패인 분화구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른다.


불의 신이자 화산의 신, 대장장이 신인 불카누스께서 오늘도 열일하고 계시나 보다. 얼마 남지 않은 불카놀리아(불카누스신을 모시는 대축제)를 더 성대하게 열라는 뜻일지 모른다.


막시무스는 신전 기부액을 늘려야겠다고 결심하며 포도 접시에 손을 뻗쳤다. 영양이 풍부한 화산토로 재배한 포도는 올해도 알알이 굵은 포도알을 달았다.


그리스 노예 비서가 다가왔다.


“주인님, 페르가몬 선단이 입항했습니다.”


“이번엔 몇 척이더냐?”


“스무 척입니다.”


막시무스는 입가에 흘러넘치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게 이런 것일까.


화산토를 퍼담으면 돈이 들어온다.


가끔 항구 관리를 찾아가 기름칠하고, 귀족 나으리께서 주관하는 신전 행사에 기부금 기탁하면 자신의 일은 끝이다.


남들은 바지 사장이라 헐뜯지만 막시무스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로마는 인맥 사회로 파트로누스(Patronus 보호자)와 클리엔테스(Clientes 피보호자) 관계로 나뉜다.


사회 정점에 원로원 귀족이 있고, 그 밑에 하위 귀족이 있다. 원로원 귀족은 각종 법률을 제정하여 하위 귀족이 법안의 혜택을 받도록 노력한다. 하위 귀족은 원로원 귀족에 정치 자금을 상납하고 보호를 받는다.


하위 귀족은 휘하 기사 계급을 보호하고, 기사 계급으로부터 자금을 상납받는다.


기사 계급은 상업에 직접 뛰어들 수 없는 고귀한(?) 귀족을 대리하여 사업을 맡고, 평민과 노예를 부린다. 그 대가로 자금을 상납한다.


이렇듯 로마 사회는 정점의 원로원 귀족부터 밑바닥 노예까지 파트로누스와 클리엔테스라는 쇠사슬로 묶여 있다.


돈많은 외국인이 로마에 들어와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은 돈만 뜯기는 산제물에 불과하다.


막시무스가 포도씨를 뱉으며 말했다.


“알아보라는 대농장(Latifundium) 매물은 어떻게 되었어?”


“매입 협상중인 농장이 두 건 있습니다. 요구 조건은 매각액 즉시 지불입니다. 저··· 매입 대금을 지불할 경우 이번 분기 적자입니다.”


“상관없으니 진행시켜. 돈은 동생이 얼마든지 빌려줄거야.”


에페수스로 이주한 사촌 동생이 2년 전 헤라클레니움을 찾았다. 에페수스 건설붐을 타고 로마 콘크리트 제조로 돈 좀 만진 녀석이다.


오랜만에 찾아와 하는 소리가 합작 제안이었다.


“형님 농장 화산토가 필요합니다.”


“지금 가져가는 걸로 부족해?”


“도시 하나 지을 만큼 필요합니다.”


“사업이 잘 풀린 모양이구나. 도시 하나 지으려면 양도 무지 많을 텐데 어떻게 퍼갈 것이냐?”


“모든 건 제가 맡겠습니다. 형님은 명의만 빌려주시면 됩니다.”


그 말대로였다.


사촌 동생은 항구까지 땅을 매입하고 농장 건물을 노예 수용소로 개조했다. 한 달 후 노예 오백 명을 데려와 화산토를 퍼나르게 했다. 퍼나른 흙은 400톤급 화물선이 다섯 척, 열 척씩 실어갔다.


작년에는 목재 궤도를 깔아 효율을 높였다. 목궤에 화산토를 퍼담고 항구까지 밀기만 하면 된다.


싼 값에 퍼주는 흙이라 해도 수백 톤, 천 톤이 넘어가면 거금이 되는 법이다.


“싣고 온 물건은?”


“박카스입니다.”


흐흐흐 웃음이 절로 난다.


아무리 흙 퍼나르는 배라고 올 때 빈 배로 올 수 없지 않나. 언제부턴가 사촌 동생이 박카스를 싣고 들어왔다. 거품 나는 포도주라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포도주 향과 맥주의 톡쏘는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니···


혹시나 싶어 동생을 찔러봤는데 동생이 흔쾌히 판매권을 넘겼다.


흙 팔고 박카스 팔고. 양쪽으로 대박났다.


고작 2년 만에 막시무스는 헤라클레니움의 유력 자산가로 떠올랐다. 숨만 쉬어도 돈을 버는 막시무스였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막시무스는 기회가 날 때마다 주변 땅을 사들였다.


포도 농장 둘에 올리브 농장 하나. 매입 협상중인 농장이 둘.


수확기가 끝나면 매물 하나 정도는 더 나올 것이다.


대농장 여섯이면 하위 귀족 부럽지 않다.


“이름 참 잘 지었단 말야.”


“듣기론 원래 이름이 샴페인인가 그랬는데 로마 바쿠스(로마 술의 신) 대신전에 10만 데나리우스를 기부하고 이름을 받았다 합니다.”


“돈을 받았으니 쓸 수 있는 이름이라··· 덕분에 홍보도 잘 되었지. 동생이 참 사업 잘한단 말야.”


“예전엔 평범한 분 같았는데요. 그분 뒤로 누가 있지 않을까요?”


“하긴··· 2년 전부터 녀석이 달라졌어. 저번에 만났을 때도 뒷배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는데···”


“그 분 파트로누스가 궁금합니다.”


막시무스가 눈쌀을 찌푸렸다. 아무리 비서라지만 신분은 노예다. 가끔 주제 모르고 나설 때가 있다.


“함부로 나대지마라. 한 번 더 그딴 질문을 하면 직접 매질해주마. 가서 매출장부나 작성해.”


수행 비서가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났다.


막시무스는 다시 포도 접시에 손을 댔다.


“이번 불카놀리아 후원금을 두 배로 늘려야겠어. 잘하면 사제가 될 수 있어.”


귀족이 독점하는 제사장직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밑의 신전 사제는 가능하다. 귀족 나으리도 그동안 쳐먹은 돈이 있으니 그 정도는 해줄 것이다.


봉사직으로 돈만 버리는 신전 사제직을 노리는 이유는 조그만 공직 명함 한 장 얻기 위한 쇼다.


진짜 목적은 신분 상승.


기사 계급인 막시무스는 로마 귀족을 꿈꾸고 있다.


물론 그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혈연과 가문으로 닫혀있는 귀족 사회의 문을 여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돈을 쳐발라도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막시무스가 택한 방법은 혼인이었다.


자신의 딸과 가난한 하급 귀족 자제를 결혼시키는 것. 막대한 지참금을 내야겠지만 평민이 귀족 가문 이름을 얻을 수 있다면 녀석의 발바닥이라도 핥을 각오가 되어 있다.


자신의 대에선 불가능하더라도 자식, 손주 대에선 이름을 갈아탈 수 있으리라.


그러기 위해선··· 사촌 동생의 선단이 헤라클레니움에 더 자주 들어와야 한다.


막시무스가 포도씨를 뱉으며 중얼거렸다.


“물주는 누구라도 상관없다. 돈만 벌어다오.”



* * * * * *


정착촌 궁전 집무실.


머리가 아프다.


일을 너무 많이 벌였다.


정착촌 도시 건설, 운하 건설, 송유관 공사, 군항 건설. 굵직한 공사만 넷이다.


과부하가 걸렸다.


“테베 임시 선착장 창고 건설은 어떻게 되었어?”


“건설중입니다.”


“늦어. 상류는 벌써 수위가 높아지고 있단 말이야. 동부 사막 와디(임시 하천)는 생겼어?”


“생겼습니다.”


“··· 배는?”


“한노가 렘부스(Lembus 지중해 해적 주력함, 작고 빠른 평저선, 해안 상륙 용이)를 개조하여 끌고 오는 중입니다.”


“제기랄! 늦잖아. 이미 도착했어야지.”


누군가 파피루스 종이를 들고 다가왔다.


비블로스였다.


“왕자님, 방금 계산해봤는데 배만 충분하면 수송 가능합니다.”


“계산이라니?”


“군항 건설에 필요한 로마 콘크리트가 5만톤. 로마 콘크리트에서 화산토 비중이 10%니까 5천톤이 필요합니다. 400톤급 화물선에 수송 가능한 화산토는 최대 250톤. 테베 창고까지 20척이면 가능합니다.”


“그렇지.”


“와디는 작은 하천이므로 400톤급 화물선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테베 임시 선착장에서 동부 사막 선착장까지 렘부스로 날라야 합니다. 렘부스 수송 규모는 20톤이며 250번 왕복하면 됩니다.”


“한노가 스무 척을 끌고 온다 했으니 열세 번 왕복이네. 왕복 거리와 날짜를 감안하면 한 계절 열세 번은 힘들겠어.”


“이시스 신전은 예전부터 동부 사막과 거래가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수송선도 있을 테고, 대사제님께 부탁드리는 건 어떨까요?”


“아! 그러면 되겠다.”


비블로스가 덧붙였다.


“동부 사막 선착장이 끝이 아닙니다. 홍해 항구에서 군항 예정지 운송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 알아.”


“군항 예정지에 노예 주거지 건설과 로마 콘크리트 작업장 건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 알아.”


“노예 먹일 식량과 공사 장비도 날라야 합니다.”


“... 알아.”


끄응.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300km 외딴 바다에 떨어진 곳에 공사하는게 이리 어려울 줄이야. 40km 구간 운하 공사가 천사처럼 보일 지경이다.


“좀 쉬자. 8층 가서 밥 먹을까?”


“알겠습니다.”


나는 비블로스를 데리고 도르래 통로로 향했다.


취이익.


풀로 100을 장착한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1층과 5층, 8층 딱 세 곳만 오가는 기계식 엘리베이터다. 문도 수동으로 철망을 여닫아야 하고, 수송 무게도 200kg 밖에 안된다. 속도도 사람 걸어가는 것보다 느리다.


풀로 100명이 내는 힘인데··· 직선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운동 에너지 손실이 많나 보다.


빨리 필론이 돌아와 증기기관 개량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아니지.


에우메네스가 더 급하다.


에우메네스는 교역과 상단을 책임지느라 지중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아직 항구 개방을 하지 않은 탓에 에우메네스에게 주어진 부담이 크다.


원래 군항 건설도 에우메네스와 상의하고 들어갔어야 할 프로젝트였는데··· 지금 과부하가 걸린 것도 한노의 무대포 계획과 에우메네스의 부재가 맞물린 결과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비블로스가 있다는 것이다.


한 달 전 신전 추천으로 받은 교육생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기본 수학 지식과 경제학 지식을 전수했는데 물먹은 솜마냥 지식을 흡수했다.


안티오키아 동향 사람인데다 가난하게 살아 근검절약을 잘 아는 녀석이다. 효율성 따지기 좋아하니 경제 관료로 키우면 딱 좋다.


현재 인간 계산기로 유용하게 써먹는 중이다.


“... 왕자님, 도착했습니다.”


잠깐 딴 생각하는 새 옥상 정원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오르니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범람원 끝까지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황금빛 물결을 자아낸다. 보리는 추수를 끝냈고, 밀은 내일부터 추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밀밭 참 멋지지?”


“보고 있어도 배부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시범 경작이었고, 내년부턴 공격적으로 경작지를 늘려나갈 계획이야.”


“식량도 수출하실 생각이십니까?”


“남은 건 증류주를 만들어볼까 해.”


“증류주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마시는 포도주, 맥주는 과일과 곡식을 발효한 술이지?”


“네.”


“증류주는 발효된 술을 끓여 주정만 따로 모은 술이야. 엄청 독해.”


“... 굳이 독한 술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하하, 짠돌이답네. 지금 곡식 아깝다 생각했지?”


비블로스가 움찔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계획을 밝혔다.


“증류주는 로마에 팔거야.”


“로마 말씀입니까?”


“로마에 샴페인이 팔리는거 알지?”


“바쿠스(로마 술의 신) 신전에 거액을 기부하고 박카스란 이름을 따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도주 증류한 게 브랜디인데··· 이번에도 이름 바꿔서 팔아먹어야지.”


“사람들이 독한 술을 좋아할까요?”


“하하 두고 봐. 없어서 못마실 걸.”


비블로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일상적으로 물 탄 포도주를 마시지만 딱히 좋아서 마시는 것은 아니다.


혹시 물먹고 배앓이 할까 포도주를 마실 뿐이다. 그냥 포도로 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만찬이 나왔다.


오늘 요리는 살찐 거위 간이다. 왕자님이 푸아그라라 그러는데··· 그리스어도 아집트어도 아니라 잘 모르는 말이다.


짠돌이 비블로스는 기름진 간을 만들기 위해 거위에게 먹인 곡식 양이 궁금해졌다.


저 간을 곡식으로 바꾸면 얼마나 될까.


“계산 그만하고 팍팍 먹어.”


왕자님이 푸아그라를 자르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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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귀환 +12 22.08.02 2,276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5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8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8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8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6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7 135 12쪽
»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4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70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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