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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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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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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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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코라케시온 해전

DUMMY

키레니아 항구에서 북상한 로마 함대는 남하하는 해적 함대와 조우하였다. 타르수스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곳이었다. 함대간 거리는 10km 안팎. 하늘이 맑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거리였다.


양쪽 모두 800척이 넘는 대함대로 바다가 배로 가득했다.


선실에서 망원경으로 훔쳐보는데 손바닥에 땀이 밴다. 후방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긴장이 장난 아니었다.


첫출전이 20만이 맞붙는 해전일 줄이야.


무지 떨린다.


나는 한노에게 망원경을 넘기며 물었다.


“해적들이 본진 멀리 마중나왔어. 이유가 뭐야?”


“타르수스에 묶여 있는 것은 해적에게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어째서?”


“바람 때문입니다. 어느 쪽이 바람을 등지고 싸우는지에 따라 전투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누가 바람을 등지느냐에 따라 함대 속도가 달라진다. 북서쪽 풍상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 대결이 시작되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양쪽 함대가 서쪽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


이른 아침 시작한 기동전 결과가 정오 무렵 드러났다.


작고 재빠른 렘부스를 보유한 해적의 승리였다. 3단 노선이 다수인 로마 함대는 본격적인 전투를 앞두고 노잡이 체력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내가 소속된 수송 함대가 역풍에 취약한 400톤급 화물선인 것도 한몫했다. 수송 함대를 보호하기 위해 가비니우스 분함대가 뒤에 붙었고, 함대 끝에서 끝까지 수 km 넘는 대열이 늘어졌다.


폼페이우스가 결단을 내렸다.


로마 함대가 움직임을 멈추고 전열 수습을 택했다.


“젠장 해적이 풍상을 차지했네.”


이쪽은 맞바람, 저쪽은 등바람.


이러다 지는 건 아니겠지. 결과 다알고 임하는 해전인데 심장이 벌렁거린다.


“염려 놓으십시오. 양쪽 전열의 수습 속도에서 차이가 뚜렷합니다. 조직력 수준이 다릅니다.”


한노 말대로였다.


로마 함대는 재빨리 전열을 재정비했다. 해적 함대보다 길었던 전열이 어느새 분함대끼리 대오를 맞췄다. 그에 반해 해적 함대는 늘어진 횡진을 수습하는 것도 벅차보였다.


폼페이우스는 해적 함대가 수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부우우 부우우.


전투 나팔이 울었다.


“전체 돌격 명령입니다. 폼페이우스 녀석, 과감하네요.”


둥 둥 둥.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노를 수백 개 노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로마 함대가 파도를 가르며 거침없이 전진하였다.


해적 중앙 진영.


“두목, 놈들이 일제히 돌진해옵니다.”


빠진 앞니가 쉭쉭 새는 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수신호가 전달되지 않는거냐?”


“간격이 멀어 시간이 걸립니다.”



“제기랄.”


이쪽은 서있고, 저쪽은 달려온다.


위험했다.


속도차는 무시무시한 충각 공격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했다. 맞돌격하던지, 우회하던지 아군도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


어느 쪽도 쉽지 않은 판단이다.


서쪽으로 대열을 이뤄 이동하라는 명령도 개판으로 알아먹은 해적이다. 개인 플레이에 익숙한 해적 파벌이 제때 명령을 들을 리 만무했다.


“어떡할까요 두목?”


······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적의 함대가 들이치기 전 결단을 내려야 했다.


“맞돌격하겠다. 좌우익 두목에게 명령을 전하라.”


“좌우익 움직임이 한 박자씩 늦을겁니다.”


“감수한다.”


빠진 앞니는 중앙 돌격으로 승부를 짓기로 했다.


어차피 주력은 중앙이다. 각 파벌에게 끌어모은 60척의 3단 노선과 200척의 정예 렘부스로 적 전열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좌우익은 구색만 맞춰도 된다.


관건은 속도.


적보다 빠른 속도로 진형을 돌파하면 승산이 있다. 순식간에 기함을 에워싸 폼페이우스를 사로잡는다면 로마도 꼼짝못한다.


대열을 흩트려가며 얻은 풍상을 차지한 이유는 빠른 속도를 얻기 위함이었다.


“돛을 펼치고 노를 내려라.”


바람을 품은 돛이 펄럭였다. 동시에 노가 내려졌다.


둥 둥 둥.


노예 노잡이들이 북소리에 맞춰 노를 저었다.


폼페이우스 기함 5단 노선.


지휘석의 폼페이우스가 팔짱을 낀 채 적 진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견시가 적의 움직임을 알렸다.


“놈들이 맞돌격해옵니다. 예상대로 따로따로 움직입니다. 중앙과 좌우익이 분리되었습니다.”


“놈들의 속도는?”


“우리보다 2할 빠릅니다.”


“역시 바람의 힘인가.”


폼페이우스는 동요하는 기색없이 전방을 주시했다.


지중해는 변덕이 심한 바다다. 주로 편서풍의 영향을 받지만 오늘처럼 더운 여름날이면 육지의 영향을 받은 고기압으로 바람 방향이 흔들린다.


“오늘은 운이 없군. 바람이 일정하게 북서풍이라니···”


“로도스만 불쌍하게 되었군요.”


부관 한 명이 중얼거렸다.


로마군 함대 중앙은 폼페이우스 본함대 60척 외 로도스 함대 100척, 마실리아(마르세이유, 자유도시 동맹항) 함대 50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폼페이우스는 동지중해 지리에 익숙하다는 점을 들어 로도스 함대를 전위에 내세웠다. 양쪽 주력이 충돌하게 되면 로도스의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폼페이우스의 노림수.


로도스는 로마와 친한 동맹국이지만, 로마가 동방을 거의 점령한 현시점에서 동맹의 가치를 잃었다. 주변 시선이 있으니 대놓고 동맹을 끊진 않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합법적으로 힘을 빼야 한다.


이번에 해적과 공멸하면 자연스럽게 로마 속주로 편입할 수 있으리라.


쿠웅 쿠웅.


곳곳에서 거대한 충돌음이 들렸다. 수십톤의 거체가 뾰족한 충각을 앞세워 서로를 들이받았다.


로도스 함대는 제 역할을 다했다. 해적들이 끌어모은 3단 노선의 60척의 충각 전술을 몸으로 받아낸 것이다.


로도스 함대를 돌파한 빠진 앞니의 렘부스 함대가 폼페이우스 본진으로 쇄도하였다. 먹잇감을 발견한 개미떼가 사방에서 모여드는 것 같았다.


폼페이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목표는 기함이군.”


“곧 백병전이 치러질 겁니다. 지휘권을 양도해주시면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호위 병력과 함께 선실로 대피하시지요.”


“불가. 총사령관이 자리를 이탈하면 전체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전투 끝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기수는 군단기를 높이 들어라.”


폼페이우스 직속 군단의 깃발이 펄럭였다. 정예 로마군단이 군단기를 보며 결의를 다졌다.


“각 백인대는 진형을 갖춰라. 사수는 사격탑으로 올라간다.”


폼페이우스의 기함은 전투원만 450명이 탑승하는 초대형 5단 노선이었다. 또한 다른 함선과 달리 필룸과 불화살 공격이 가능한 2층 사격탑이 지어져 있었다.


투캉 투캉.


사방에서 갈고리 밧줄이 걸렸고 해적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적이 쉽게 승선하도록 놔두지 마라. 방패벽을 앞세워 적을 몰아내라.”


진형을 이룬 로마군이 기계같이 움직였다.


스쿠툼으로 밀어내고 글래디우스로 마무리한다. 갑판에 오른 해적은 5초도 버티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전열 교대.”


전열이 바뀌면서 쌩쌩한 2열이 진형 앞으로 나왔다. 동작은 같았다.


스쿠툼으로 밀어내고 글래디우스로 마무리.


힘 좀 쓰는 해적이 나오면 사격탑에서 지원 사격이 날아들었다.


컥!


떡 벌어진 어깨에 듬직한 체구를 지닌 해적이 가슴에 꽂힌 필룸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전열 교대.”


3열이 임무를 이어받았다.


갑판에 갈고리 밧줄이 걸린지 10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뱃전에 고인 해적들의 피만 제외하면 똑같았다.


기세등등했던 해적들이 겁에 질렸다. 올라가는 족족 죽어나가니 당연한 일이었다.


빠진 앞니가 이를 악물었다.


“무턱대고 올라가니 당하지 병신들아.”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들이받아 놈들 진형을 허물어 뜨린다.”


빠진 앞니가 직접 북채를 잡았다.


둥 둥 둥.


직속 렘부스가 폼페이우스 기함을 향해 돌진했다.


쿠웅.


기함 선체가 흔들리는 동시에 해적들이 배에 올랐다. 빠진 앞니도 직속 부하와 함께 폼페이우스 기함에 승선했다.


“지금이다. 밀어붙여라.”


빠진 앞니가 개인 무력을 앞세워 로마군 진형을 몰아부쳤다.


쾅 쾅.


괴력의 빠진 앞니가 무거운 곡도로 스쿠툼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조금만 더한다면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필룸이 날아들었다.


빠진 앞니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사격탑 필룸은 승선하기 전부터 계속 체크해왔다.


퍽.


뒤의 부하가 필룸에 뚫려 쓰러졌다.


“시부럴 새끼들···”


잠깐 필룸을 피하는 동안 전열 교대가 이뤄졌다. 쌩쌩한 로마군이 앞에 나선 모습에 입맛이 썼다.


폼페이우스가 지휘석에서 외쳤다.


“항복해라 빠진 앞니. 항복하면 관대한 죽음을 약속하마.”


빠진 앞니가 깜짝 놀랐다.


“헉! 내 호칭을 어떻게 알았지?”


“검은 안대가 알려주었다.”


빠진 앞니가 휘청였다.


설마 여기서 검은 안대가 나올 줄이야.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빠진 앞니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뒤를 보아라. 네 함대가 어찌되었는지.”


빠진 앞니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어느새 나타난 가비니우스 분함대가 자신의 렘부스 함대를 쳐부수고 있었다.


“시부레, 우리 편은 뭘 하고 있는거야?”


“네 양익은 명령을 받지 못했다. 연락 체계 조직과 후방 지원이 검은 안대였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좌우익 역시 신나게 깨지고 있었다. 속도를 높이지 못한 해적 함대는 로마 분함대의 충각 전술에 녹아내렸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후방이었다.


해적 함대 후방이 비어있었다. 검은 안대가 도주한 것이다.


“거, 검은 안대 네 이노오옴.”


완벽히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빠진 앞니가 격노하였다.


쑤욱.


갑자기 불로 지지는 통증이 일었다. 돌아보니 군단병이 자신의 갑옷 틈을 글래디우스로 찔렀다.


아차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전장에서 적이 시키는대로 등을 돌리다니···


“이, 이런 바보 같은···”


빠진 앞니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폼페이우스가 말했다.


“항복하라. 두목은 사형이지만 너희들은 살려줄 수 있다.”


챙그랑.


대세가 기울었음을 깨달은 해적들이 하나 둘 무기를 떨궜다. 렘부스에 남은 해적도 마찬가지였다.


곧 전장 곳곳에서 백기가 올랐다.


기함에 승선한 가비니우스가 폼페이우스에게 군례를 올렸다.


“가비니우스 분함대 적 렘부스 함대를 격멸하고 돌아왔습니다.”


“수고했네. 해전이 쉽게 끝난 건 자네 덕분이야.”


가비니우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가비니우스는 로마 해적 밀로를 통해 검은 안대와 접촉하였고, 배신을 이끌어냈다. 쏠쏠한 공훈을 세웠으니 다른 부관들도 검은 안대의 면죄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로마 해적도, 지중해 해적도 적당한 가지치기가 되었다. 골치 썩이던 놈들은 사라지고 말 잘듣는 패거리만 남았다.


이정도면 원로원도 만족하리라.


······


“와··· 전투가 이렇게 끝나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망원경을 집어넣었다. 한노가 푸념했다.


“이리 될 줄 알았습니다. 뒤통수 칠 놈들이 모였는데 한마음 한뜻이 될 리 없죠.”


“최소한 로마 분함대 몇 개는 날라갈 줄 알았어.”


“대신 로도스 함대가 갈려나갔습니다.”


“그러게 말야.”


불쌍한 로도스.


도시 국가는 인력 충원 속도가 느리다는 약점이 있다. 함대 100척 뽑아낼 돈은 충분하겠지만 모집할 해군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할 텐데··· 로마가 그 시간을 기다려 줄까?


청동거상 재건하면서 나름 친해졌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아 싱숭생숭했다.


“앞으로 타르수스는 어떻게 될까요?”


지중해 해적 토벌 후 노예 공급이 끊어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랬다면 로마의 노예제 사회가 진작 붕괴했을 것이다.


해적은 로마의 노예 공급업자로 필요악이었다.


로마는 그들을 묵인할 것이다.


“타르수스 노예 시장은 몇 달 후 다시 문을 열거야.”


다음날 내 함대는 타르수스로 로마 군단을 수송했다. 형식적인 공성전이 벌어졌고, 요새에 백기가 올라왔다.


검은 안대와 일당이 항복을 청했고, 폼페이우스는 관대한 처분을 약속했다.


“아폴로니스, 폼페이우스 각하께서 승전연을 주최하셨다. 연회에 참석하도록.”


“알겠습니다.”


밀 나르고 병력 나른게 전부인 나를 부른 이유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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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7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2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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