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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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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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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해군사령관

DUMMY

“말도 안통하는 인도는 어떻게 간 거야?”


“말은 가면서 배웠습니다. 아람어(시리아 토착민족어), 페르시아어(파르티아), 산스크리트어(인도어), 지방 방언도 몇 개 배웠습니다.”


말을 배워가며 여행을 할 줄이야.


이녀석도 보통이 아니다. 나랑 처음 만난 열세 살에 그리스 철학과 의학 저서를 집필했을 만큼 사기적 두뇌를 지녔다.


“여비는 어떻게 마련했는데?”


“비단길 상단 의사 노릇을 해주고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여섯 달쯤 잘 갔는데··· 페르시아 고원에서 마적떼를 만나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갈레노스가 떠돌이 의사로 끼니를 때우며 서쪽으로 향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고생담이었다.


“아···”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이집트에 도시 건설하고 운하 짓겠다고 한 말 기억해?”


“하하 그래서 제가 바로 이집트로 온 것 아닙니까?”


“운하 개통했어.”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언제요?”


“작년에.”


“휴우··· 배로 가면 몇 달 걸리나요?”


“한 달도 안걸려. 보름이면 돼.”


“으으··· 그래도 육로 여행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갈레노스가 커다란 등짐을 내려놓았다.


“비단길 가는 곳곳마다 식물 종자를 채취하였습니다. 말라리아에 효험을 보이는 개똥쑥, 몸속 기생충을 잡는 담배풀, 항암 효과에 탁월한 구지뽕, 건초로 쓰이는 알팔파, 페르시아 밀 종자까지 전부 가져왔습니다.”


“하하 잘했어.”


말이 유라시아 대륙이지 동서로 워낙 길어서 식물군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아시아 식물 종자를 가져온 것은 희소식이었다.


“네가 돌아와 얼마나 기쁜지 몰라. 알렉산드리아 사정은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갈레노스가 수천 번 실험으로 검증한 완벽한 경구수액 레시피를 건넸다.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아··· 칼륨을 깜박했네.”


우리 몸이 나트륨과 칼륨의 전해질 균형으로 대사 작용을 하는 걸 깜박했다.


그리고···


“석호 입구에 페르가몬 선단이 들어옵니다.”


멀리 필론이 손을 흔든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필론이 약속한대로 일주일 안에 설탕을 가져온 것이다.


완벽한 레시피와 정량화.


경구수액이 완벽해지면서 사망률이 뚝 떨어졌다.


우리는 인간의 힘으로 신의 징벌이라 일컫는 전염병을 잡는데 성공하였다. 8년 전 전염병 사태에 사망자 5만 명에 비하면 기적적인 결과였다.


알렉산드리아 민심이 완전히 나와 이시스 신전으로 기울었다. 파라오의 부름으로 궁전 대로를 가는데 시민의 감사와 환영이 이어졌다.


“아폴로니스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어머니가 살아났습니다.”


“아폴로니스님 만세. 이시스 신전 만세.”


근위대장이 투덜댔다.


“시부레, 나도 순찰한다고 뺑이 쳤는데···”


“근위대장님이 격리에 나서준 덕분에 전염병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흠 어흠. 파라오께 내 노력도 잘 말씀드려주게.”


“물론이죠. 우린 한 배를 탄 사이 아닙니까.”


“찌그러져 있을 시종장 패거리를 생각하니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야.”


이번 전염병 사태에 시종장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자가 격리를 당한 채 내 활약을 무력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궁전 정문까지 나와 나를 맞이했다. 정치적 위기 위기에서 벗어난 파라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어서 오게. 신의 징벌을 잠재운 내 친구여.”


“파라오의 지도 아래 모두가 일치단결한 덕분입니다.”


“겸손해 하지 말게. 자네 아니었으면 신전이 그리 나설 수 있었겠나.”


우리는 연회를 즐기며 악기를 연주했다. 내가 드럼을 치면 피리를 불었고, 하프를 타면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했다.


말이 없어도 우리는 음악으로 대화를 나눴다.


“자네 근심이 가시지 않았군.”


“아직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멤피스를 비롯한 하이집트 도시들은 여전히 전염병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치료제를 더 나눠줄 수 없겠나?”


“... 재료가 다 떨어졌습니다.”


갑작스레 터진 전염병 사태였기에 인력도 물자도 부족했다.


내가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수도 알렉산드리아 뿐이었다. 설탕과 과일이 바닥나 더이상 경구수액을 만들 수 없었다.


파라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지방 민심이 안좋은 파라오에게 이번 전염병은 치명적 악재였다. 수만 명이 죽은 멤피스나 헬레오폴리스 등 하이집트 주요 도시 민심이 바닥을 쳤다.


홍수 피해를 복구하더라도 내년 농사는 흉작일 것이다.


지방 반란이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신년제의에 제의만 드려선 안됩니다. 지방 신전과 백성들을 찾아 가십시오. 올해는 세금을 낮추시고 이집트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나는 주저하는 프톨레마이오스 12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반란이 터질 것입니다.”


······


프톨레마이오스 12세가 고개를 저었다.


“세금을 낮추면 밀을 거둘 수 없고, 밀을 거두지 못하면 로마군 보급은 물건너 가네. 로마는 날 갈아치우거나 이집트를 합병하겠지.”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가불기에 걸린 파라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굳이 고른다면 반란이 나으려나··· 지방 반란은 어찌어찌 막는다 쳐도 로마 군단은 답이 안나온다.


나는 하프를 집어들었다.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헤라클레스 찬가를 연주했다. 파라오는 합주 대신 조용히 내 연주를 들었다.


“자네 연주에서 희망이 느껴지네. 뭔가 방법이 있는가?”


“4년 전 파라오께서 영지를 내리셨습니다. 지방 영주에게 내리는 땅치고 넓은 땅이었지요.”


“하마와 악어가 드글거리는 습지대 아닌가. 그런 땅을 주어 미안할 따름이네.”


“그 땅이 옥토로 바뀌었습니다.”


“그래 옥토··· 뭐? 뭐라고?”


“로마군 15만 명을 제가 먹여살리겠습니다.”


파라오가 감격하여 내 손을 마주잡았다.


“... 정말인가?”


“대신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절 이집트 해군사령관으로 임명해주십시오.”


“해군사령관?”


“폼페이우스가 절 계속 쓸 모양입니다. 가비니우스를 통해 내년 동방 원정 보급을 제게 맡기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호오 폼페이우스가 자넬 쓴다면 해군사령관으로 임명하는데 무리가 없겠어.”


거래가 성사되었다.


다음날 나는 이집트 해군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시종장이 발악했다.


그간 시종장 파벌이 근위대장에게 꿀리지 않았던 이유가 왕실 함대를 거느린 해군사령관의 존재 덕분이었다. 해군사령관을 뺏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와 근위대장이 이집트 핵심 군사권을 손에 넣게 되었다.


“해군사령관은 절대 안됩니다. 외국인 출신에 이집트 군권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외국인 출신? 그렇게 따지면 우리 모두 그리스인 아닌가? 또한 아폴로니스는 신의 징벌에 맞서 알렉산드리아를 도운 은인이다. 시종장, 자네는 도시의 은인을 외국인으로 차별하는 것인가?”


“아폴로니스의 활약은 인정합니다. 허나 군대는 다릅니다. 열두살 애송이에게 이집트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


“작년 지중해 해적 토벌 당시 보급 분함대를 누가 지휘했나?”


“... 아폴로니스입니다.”


“폼페이우스가 올해 동방원정 보급을 아폴로니스에게 맡겼다. 폼페이우스가 바보라서 그런 명을 내렸다 생각하나?”


“아닙니다.”


기승전로마.


로마를 등에 업은 내게 시종장이 대항할 도리가 없었다.


다음날 나는 알렉산드리아 등대가 위치한 파로스섬을 찾았다. 해군사령부가 위치한 곳이었다.


저벅 저벅.


직속 대대가 흩어져 사령부 건물부터 군수창고까지 장악했다.


“동작 그만. 지금부터 파피루스 한 장이라도 건든 새끼는 손모가지 날려버린다.”


“아폴로니스, 이게 무슨 짓인가?”


“풀로, 저자식 한 대 때려.”


쿵.


“어이쿠, 살짝 쥐어박았는데 기절하셨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사령부 참모들이 긴장했다.


“오늘부로 이집트 왕실 함대는 내 명을 따른다. 나는 신임 해군사령관 아폴로니스다. 호칭에 각별히 주의하도록.”


“아무리 사령관이라도 저희를 이리 겁박하실 순 없습니다.”


“곧 이해하게 해줄게. 호위대는 장부랑 주요 서류 전부 챙기고, 행정관은 창고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참모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작년 같이 해적 토벌하면서 내가 못봤을 줄 알아? 너희들 다 죽었어.”


왕실함대는 제대로 된 함대가 아니었다.


왕실 함대에 등록된 삼단노선이 100척이었지만 작년 지중해 해적 토벌에 동원된 배는 50척에 불과했다. 너무 오래되어 썩은 배부터 노잡이가 허위로 기재된 배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원인은 군수비리와 부패한 해군 조직 탓이었다.


시종장 파벌답게 예산 빨아먹는데만 혈안이 되어 군대 운영은 뒷전이었다. 작년 해적 토벌이 아니었다면 움직일 수 있는 배가 반의 반도 안되었을지 모른다.


나는 해군 참모뿐만 아니라 이중장부를 작성한 상인, 불량품을 납품한 공방 장인까지 싹 다 잡아들였다.


가담자를 잡아가던 근위대장이 날 걱정했다.


“이렇게 다 잡아가면 함대는 어찌 움직이려고 하나?”


“당장 움직이지 못하는 건 감수하겠습니다. 재산 압수를 부탁드립니다.”


“하하 걱정말게. 삼킨 두 배는 토하게 만들테니.”


간부진이 갈려나가고 남은 것은 사병이었다.


“보레누스, 해군은 기초훈련부터 다시 시켜.”


“안그래도 직속대대 녀석들이 벼르고 있더군요.”


훈훈한 내리갈굼.


과거 눈물을 쏟으며 신병 훈련을 했던 직속대대는 이제 교관이 되어 해군을 훈련시킬 것이다.


“문제는 간부진인데···”


“제가 나설 차례군요.”


루쿨루스 휘하 군단에 귀환령이 떨어졌다.


폰투스 원정부터 아르메니아 전쟁까지 14년 만에 떨어진 귀환령이었다.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로마로 돌아가는 병사가 많지 않았다. 현지에서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 병사들이 많았다.


이들 중 일부만 데려와도 성공이다. 나는 보레누스에게 제대군인을 설득하는 임무를 맡겼다. 같은 군단 출신도 있을 테니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로마인을 대놓고 정착촌에 데려올 수 없었다. 정착촌은 내 미래 계획 대부분을 책임지는 곳이다. 기밀을 반드시 지켜야 했다.


나는 한 단계를 거치기로 결정했다.


이집트 해군.


알렉산드리아에서 검증된 로마인만 정착촌에 데려간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었다.


“부탁할게 보레누스. 한 명 한 명이 황금고블린이란 걸 잊지마.”


“알겠습니다.”


이번에 끌어들인 간부진만큼 군대가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군대의 지휘관은 자기 자신이었다.


보레누스의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 * * * * * * * * * * * * * * * * * * * *


돈을 왕창 썼으니, 다시 벌 차례다.


나는 에우메네스와 함께 로도스로 향했다. 관세 동맹에 가입한 도시 수장이 속속 모여들었다. 로도스에 내 교역품이 소개되었다.


로도스 퀸토스 의장이 헛숨을 들이켰다.


직물.


직물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갖가지 색으로 염색된 천이 배에 가득 실려 있었다.


“이런 색상을 어떻게 염색하신 것입니까?”


“인도산 염료를 썼습니다.”


보석과 진주.


빛나는 보석은 정교해진 커팅 기술로 휘황찬란한 광채를 뿜어내었다. 그리고 고대 지중해 보석의 왕 진주가 등장했다.


“헉! 이만한 크기의 진주 목걸이는 처음 봅니다.”


“특별 한정판이니 잘 팔아주시오.”


판유리와 유리 거울.


인도에서 대박친 판유리와 거울이 지중해에 등장하였다. 앞으로 유럽 곳곳에서 유리 창문이 달린 집을 볼 것이고, 귀족 저택 방에서 유리 거울이 비치될 것이다.


“맙소사, 사람 얼굴이 이렇게 또렷이 보이는 거울이라니···”


후추와 계피


인도산 후추를 시장에 풀 시기가 왔다. 코를 자극하는 매운 향이 항구를 가득 메웠다.


“기절할 것 같군요. 이만한 양의 후추는 태어나 처음 봅니다.”


“계피와 상아도 있으니 많은 이용 부탁드리겠소.”


그 많은 후추가 하루만에 사라졌다.


자유교역 만세!


저관세 만세!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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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해군사령관 +11 22.08.06 2,129 121 12쪽
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4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6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4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2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6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1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499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09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0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6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6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39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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