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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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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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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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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DUMMY

늦은 저녁 타르수스 아카데미아.


한때 그리스 3대 학문도시로 꼽혔던 타르수스가 지중해 해적에게 넘어간지 십 년이 되었다. 철학을 논하던 아카데미아는 해적 파벌의 요새로 바뀌었다.


이례적으로 모든 파벌 수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평상시 이들은 할당된 구역에서 노예를 잡아들여 얼굴 마주칠 일이 없다.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는데 바로 타르수스 점령전이었다. 셀레우코스 제국 킬리키아 지방 주도 타르수스를 점령하여 해적 소굴을 세울 때 해적 3만 명이 연합한 바 있다.


동지중해 해적이 또 한 번의 거대한 연합을 위해 모여들었다.


검은 안대를 찬 해적 두목이 입을 열었다.


“이오니아해 남쪽을 맡고 있는 검은 안대요. 다들 소식을 들어 알고 있을 것이오. 로마가 칼을 빼 들었소.”


로마··· 그리고 로마 해적.


발작 버튼을 누르자 대뜸 욕이 튀어나왔다.


“빌어먹을 로마 해적놈들. 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아서 이 지랄이야.”


“그러게 말이오. 선을 넘은 건 로마 해적인데 왜 우리가 토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시부럴.”


검은 안대가 손을 들어 두목들을 진정시켰다.


“로마 해적을 욕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소. 우리가 지금 할 일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오.”


앞니 둘이 빠져 발음이 새는 두목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스 연안 담당 빠진 앞니요. 대책은 하나, 전투밖에 없소. 오만한 폼페이우스가 500척을 11개로 나누었다 하오. 우리가 배를 모으면 800척이 넘소. 각개격파로 무찌릅시다.”


몇몇 호전적인 두목이 동조했다.


“옳소.”


“빠진 앞니 말이 맞소. 다들 전력을 읊어봅시다.”


주력함 렘부스 700척


3단 노선 60척


400톤급 화물선 120척


해적 전투원 4만 4천 명.


노잡이와 선원을 합쳐 총 1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수가 집계되었다.


“이렇게 보니 아깝구려. 빌어먹을 카르타고 놈들이 튀지만 않았어도 천 척 이상은 확실했소.”


“쩝··· 나라잃은 병신이 깝치는 건 재수없었지만 실력 하나는 진국이었는데.”


사정이 이리 되니 카르타고 해적의 부재가 아쉬웠다. 해군 출신으로 이번 해전에 꼭 필요한 존재였는데···


하룻밤사이 사라진 놈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함대 지휘는 누가 맡을 것이오?”


호전적인 빠진 앞니가 성큼 나섰다.


“내가 하겠소.”


몇몇 해적 두목들이 검은 안대를 쳐다보았다. 가장 막강한 해적 파벌을 이끌고 있는 검은 안대는 홀로 로도스 함대와 맞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검은 안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빠진 앞니, 그대가 지휘를 맡으시오. 나는 후방에서 보급과 요새 방어를 맡겠소.”


“하하하 고맙소 검은 안대. 내 반드시 승전보를 가져오리다.”


해적 최강 파벌로 거듭나려는 빠진 앞니, 몸을 사려 세력을 보존하려는 검은 안대.


각자 꿍꿍이를 숨긴 채 엄청난 해적 연합이 탄생하였다. 지난 10년간 노예 무역으로 힘을 키운 해적은 예전 타르수스 점령전보다 몇 배 커진 덩치로 로마를 상대할 것이다.


2주 후 로도스 앞바다.


터키 해안과 14km 떨어진 로도스 항구에 비상종이 울렸다. 해군 지휘부가 서둘러 청동 거상 내부 계단을 올랐다.


지휘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전망대에 도착했다.


“맙소사··· 헬리오스 신이시여.”


“저게 전부 해적이란 말입니까?”


로도스 앞바다에 말도 안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다가 해적선 천지였다. 작은 렘부스부터 커다란 3단 노선까지 크고 작은 해적선이 로도스 해협을 빼곡히 채웠다. 저 중에는 로도스 해군에게서 나포한 3단 노선도 포함되어 있었다.


겁없는 해적이 갑판 위에서 엉덩이를 까고 씰룩거렸다.


저급한 도발이었다.


“사령관 각하 어찌 하시겠습니까?”


해군 사령관이 이를 악물었다.


3단 노선 백 척을 보유한 로도스였지만 저 많은 해적을 상대하려면 나라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 숫자였고, 이겨도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했다.


홀로 싸워선 안된다.


해군 사령관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명령을 내렸다.


“방어에 치중한다. 함부로 나서지 마라. 적은 로도스를 통과하길 바랄 뿐이다.”


해군 사령관의 예상은 적중했다.


해적 함대가 천천히 로도스를 빠져나갔다. 저들의 목적지는 타르수스였다.


“폼페이우스에게 알려라. 동지중해 해적이 타르수스로 모여들고 있다고. 규모는 최소 500척 이상, 5만 명 이상이다.”


로도스 쾌속선이 로마를 향해 출발했다.



* * * * * * * * * * * * * * * * * * * * *


가비니우스가 눈앞의 아이를 내려보았다.


아이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미소년 취향을 가진 귀족이라면 거금을 들여 살 만한 용모였다.


물론 가비니우스에게 그런 호색한 취미는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소년의 능력이었다.


“그대가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 아폴로니스인가?”


“네.”


“함선 차출 요청에 적극 협력한 점에 감사를 전한다. 이집트 수송함대 분함대장에 임명할까 하는데, 일각에서 너무 어리지 않냐는 말이 나와서 말이야. 임명하기 전에 네 뜻을 묻고 싶다. 할 수 있겠나?”


“맡겨주시면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입으로는 누구나 자신있다 말하지. 서약서를 쓸 수 있는가?”


“쓰겠습니다.”


소년은 서약서를 읽고 바로 인장을 찍었다.


가비니우스는 아폴로니스에게 상이집트 밀 운송을 맡겼다. 튕기는 지방 신전이 있어 생각만큼 밀이 모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폴로니스를 투입하자 밀이 운반되었다. 지금껏 버티던 신전이 거짓말처럼 태도를 바꾸었다.


“자신만만하게 서약서 쓴 이유가 있었군.”


“이집트 제1신전인 이시스 신전이 왕자와 친하다 합니다.”


“타국 왕족이 이집트 신전의 사랑을 받고 있다니··· 재밌어.”


하이집트는 재무관을 보내 압박할 필요가 없었다. 이시스 신전을 비롯한 이집트 신전들이 자발적으로 밀을 바쳐왔다.


지방 시찰을 하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밀부터 처리해야 했다. 재무관과 행정관은 매일 창고와 숙영지를 오가며 장부를 작성했다.


마침 폼페이우스의 전령이 도착했다.


“다음 주까지 이집트령 키프로스로 거점을 옮기라는 명령입니다.”


가비니우스는 주어진 시간이 끝난 것이 아쉬웠다.


이집트에 와보니 원로원에 바치는 상납금 액수가 단번에 이해되었다. 이집트는 놀라울만큼 풍요로운 땅이었다.


이번 추수 감독으로 얻은 밀은 로마 시민을 1년 먹여살리고 남을 양이었다. 15만 군대 보급은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가비니우스는 절대 욕심내지 않았다. 이집트를 쥐어짠 밀을 고스란히 폼페이우스에게 바쳤다.


그가 얻은 이득은 정보, 이집트 내부 사정이었다.


이번엔 방법을 알아낸 것으로 만족했다. 다음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고 한계까지 쥐어짜리라.


“출항 준비가 끝났습니다. 저···”


“왜?”


“왕자도 데려가실 의향이신지요?”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반대입니다. 이집트야 내부 사정에 밝아 잘 운송했다 쳐도 중대한 해전을 앞두고 꼬마에게 아군 보급을 맡기는 것이 미덥지 않습니다.”


“상관없다. 데려간다.”


“혹시 왕자가 예언을 하겠답니까?”


왕자에게 예언이 가능한지 몇 번을 물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 모든 것은 아폴론 신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계시를 받았을 때만 예언이 가능합니다.


예언을 하지 않는다면 데려갈 필요 없다는 것이 부관의 생각이었다.


가비니우스의 생각은 달랐다.


“데리고 있으면 언젠가 한다. 녀석을 전장으로 데려가 적당히 압박을 줄까 해.”


“해전 끝나고 예언 해봐야 무용지물 아닙니까?”


“아니. 그 이후가 더 중요해.”


부관이 의아해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난 해전 승리 예언이 필요하지 않아. 어차피 우리가 이길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바라는 건 해전 그 이후야.”


“해전 이후는 토벌 종료 아닙니까?”


가비니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폼페이우스 각하께서 받은 임페리움이 몇 년 기한이지?”


“3년입니다.”


“내 예상대로 해전을 이겼다고 가정하세. 2년 반이 남았는데 병력 15만과 함선 500척을 움직일 권한을 반납하는게 아깝지 않나?”


“물론 그렇습니다. 허나 우리가 달리 쳐들어갈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이 친구 머리가 굳었군. 동방이 있지 않나?”


“동방원정은 루쿨루스가 맡고 있지 않습··· 아!”


“이제 눈치챘군. 맞아, 루쿨루스는 군단 태업으로 발이 묶였어. 더이상 동방원정을 진행하기 불가능한 상태지.”


“노, 놀랍습니다. 설마 임페리움을 동방 원정과 연계시켰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그 이후는 정치의 영역이야. 폼페이우스 각하의 임페리움을 동방원정에 쓰려면 원로원과 로마 시민을 설득시킬 근거가 필요해.”


부관은 그제서야 의문이 풀렸다.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전략은 동서간 온도 차이가 났다. 폼페이우스는 서지중해처럼 토벌을 서둘지 않았다. 재정비를 구실로 동지중해 해적이 한데 뭉칠 시간을 주었다.


왜 그랬을까?


폼페이우스가 바라는 건 정치적 임팩트 있는 한 방이었다.


자잘한 해적 여럿 때려잡는건 의미가 약했다. 이미 로마 해적을 때려잡은 시점에서 로마 시민은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태였다.


만약 해적이 뭉쳐서 해전을 치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도스 녀석들 말에 따르면 최소 800척이 타르수스에 집결했다 한다. 포에니 전쟁 이후 대해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정치적 계산을 고려한 토벌이었다.


부관은 폼페이우스의 높은 인기 비결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왕자의 예언도 분명 인기를 높이기 위한 재료로 쓰이리라.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가비니우스가 부관의 어깨를 툭 쳤다.


“이 친구 갑자기 얼었네. 가서 출항 명령이나 내리게.”


“아, 알겠습니다.”


부우우우.


멀리 전투 나팔이 들린다. 로마 3단 노선 함대가 먼저 출항하고 그 뒤를 이집트 수송 함대가 따랐다.


선실 창문 틈으로 바깥을 살피던 나는 조심스레 망원경을 집어넣었다.


“휴우 드디어 출발이네.”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우린 지금 전장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에우메네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아. 폼페이우스가 이길거야. 폼페이우스는 강약약강이니까.”


“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단 뜻이야. 그는 타고난 양학러, 양민학살 전문이야.”


“지중해 해적 소식 듣지 않으셨습니까? 함선 수만 800척이 넘는다 합니다. 양민이라고 볼 수 없는 숫자입니다.”


“어설프게 숫자만 모인 것에 불과해. 비정규군이 정규군 흉내를 내봤자 자멸할 뿐이야. 차라리 이오니아해에 흩어져 비정규전을 택했다면 나았을거야.”


에게해가 좀 복잡한가. 해안선 들쭉날쭉하고 섬은 4천개가 넘는다. 해안 강습이 가능한 해적선으로 해안과 바다를 오가며 숨어도 단기간 토벌은 물건너 간다.


“예전 삼각돛 함대로 통상파괴전 설명했던거 기억하지?”


“네.”


“정면 승부는 답이 없어. 로마 함대와 싸우려면 민간 선박 나포하고, 항구 봉쇄하고, 보급 불태우고, 비정규전으로 먼저 힘을 빼야해.”


한노가 씨익 웃었다.


“그거 해적질이랑 똑같네요. 우리 전문 아닙니까?”


“역풍 항해 가능하고 장거리 기동이 가능한 삼각돛 함대에 딱 알맞은 임무지.”


“크흐흐 이거 피가 끓어오릅니다.”


한노가 달아올랐다. 이런··· 로마랑 붙으려면 한참 멀었는데···


“그나저나 왕자님 예언을 몇 번 재촉했는데 괜찮겠습니까?”


“한 번 내주면 계속 내줘야 해. 예언 압박이 들어와도 폼페이우스 면상을 보기 전까지 버틸 작정이야.”


로마쪽 예언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 절대 남발해선 안된다.


딱 한 번. 폼페이우스에게 쓸 작정이다.


해전을 앞둬서일까.


지중해 전체가 조용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키프로스 남쪽 파포스에 들렀다 북쪽 키레니아 항구로 향했다.


항구 끝에서 끝까지 거대한 3단 노선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말로만 듣던 500척을 직접 보니 대함대인 것이 실감났다.


항구 뿐만이 아니었다. 도시 성벽 바깥이 로마군 숙영지로 도배되어 있었다. 우리는 싣고 온 식량을 하역하고 각 숙영지에 보급했다.


곧바로 다음 명령이 떨어졌다.


“보급을 마친 수송 함대는 로마 군단을 수송한다.”


예비대일까? 아니면 타르수스 공성전 참가 병력일까?


400톤 화물선에 꾸역꾸역 들어가는 로마군 병사에게서 긴장된 얼굴이 보였다.


전투가 임박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군 출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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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1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1 1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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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09 114 12쪽
»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6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0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6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6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39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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