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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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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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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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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DUMMY

역풍 항해 17일차.


홍해 끝자락 수에즈만 땅콩 모양 섬이 보인다.


회색빛 방파제가 있고, 방파제 안에 정크선이 가지런히 정박해 있다. 항구 너머 콘크리트 성벽이 있고, 인슐라 단지도 보인다. 반짝이는게 창문 시공까지 마친 모양이다.


이집트에 돌아오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는 인도행에 성공하였다. 후추를 가득 싣고 돌아온 것이다.


“교역품은 북쪽 교역항 창고로 옮기도록 해. 선원들은 딴데가지 말고 주점으로 가. 내가 쏠게. 맥주, 포도주 마음껏 마셔.”


와아아!


히밀코가 마중나왔다.


“왕자님의 인도 교역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모두 축하받을 일이잖아. 들어가서 축배를 들자.”


대성공을 거둬서 그런지 샴페인 맛이 달달하다. 우리는 샴페인을 나누며 인도행 성과를 이야기했다.


“... 그렇게 5년간 바르바리쿰과 교역하기로 했어. 바르바리쿰은 우리 교역품 독점 판매권을 얻는 대신 관세 혜택을 줄거야.”


히밀코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안드는데 제가 가서 손 좀 볼까요? 서른 척 데려가서 두꺼빈지 개구린지 밟아버리겠습니다.”


사람좋게 생긴 아저씨가 아무렇지 않게 저런 말을 하다니··· 히밀코만 보면 사람 외모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재빨리 손사래쳤다.


“그러지마. 우리 농장 지어지기 전까지 후추 모아줄 고마운 녀석이야. 어느 정도 욕심있는 녀석일수록 다루기 편해.”


“그렇긴 하죠.”


“독점 판매권을 가져갔으니 열심히 우리 상품 시장을 개척해줄거야. 우린 후추 받아먹다가 디우 농장으로 갈아타고, 녀석이 뚫어놓은 시장과 직접 교역하면 돼.”


5년 후 두꺼비는 끈 떨어진 연 신세다. 뷜뷜거릴 두꺼비를 떠올리니 미소가 머금어졌다.


한노가 슬쩍 귀뜸했다


“왕자님이 아버지보다 더 심합니다.”


그런가···


“다른 항구에서 접촉이 오진 않았어?”


“몇 번 군항 가까이 정찰온 적이 있었습니다. 함대가 출동하니 도망치더군요. 이후로 얼씬도 안합니다.”


클리즈마 등 이집트 홍해 항구는 무시해도 된다. 해군 없는 지방 태수는 어린아이보다 약한 존재다.


향로 건드리지 않고 인도 직항로를 뚫었으니 베두인족도 문제없다. 나는 향신료, 그쪽은 향료. 밀약을 지키면 나바테아 왕국 가밀라트가 정보를 차단해줄 것이다.


“정찰이 아니라 교역을 원하면 어떻게 할까요?”


“교역도 막아. 돈보다 중요한게 기밀인 것을 잊지마.”


“알겠습니다.”


“지중해 소식 들은 게 있어?”


“왕자님 예언대로 지중해 해적 토벌이 시작되었습니다. 45일 만에 서지중해를 평정했다 합니다.”


“동지중해는?”


“함대 재정비 후 토벌을 재개할 예정이라 합니다. 그때문에 이집트가 난리났습니다.”


“응? 이집트가 난리나다니?”


“폼페이우스가 동지중해 보급 거점을 이집트로 잡았습니다. 현재 로마 함대가 나일강을 오르내리며 이집트 전역을 탈탈 터는 중입니다.”


아차 싶었다.


로마 함대가 나일강을 누빌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정착촌은 다른 이집트 도시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밝은 회색 콘크리트 도시를 멀리서 보면 확 튄다.


혹시라도 로마 함대 눈에 띄면··· 찾아오겠지.


술이 확 깼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정착촌으로 가야한다.


“북쪽 교역항 공사 끝났지? 배 있어?”


“연락용 쾌속선을 내드리겠습니다.”


나는 밀린다를 불렀다.


“사정이 급해서 정착촌으로 바로 가야 할 것 같다. 오늘 군항 모습은 잘 봐뒀지?”


“덕분에 디우섬을 어떻게 지으면 될지 알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식량, 자재 마련할게. 빠르면 보름 안에 인도로 떠날 수 있을거야.”


“감사합니다.”


“인도 도착하면 보고서 잊지마.”


“물론입니다. 1년에 한 번 꼭 찾아오겠습니다. 저···”


“앗샤는 잘 키울게. 나중에 돌아가고 싶다 하면 언제든 보내줄 거고.”


밀린다와 앗샤가 포옹으로 인사했다. 시간을 더 주고 싶었지만 내가 급했다.


나는 섬 북쪽 교역항으로 향했다.


라쟈가 또 배 탄다고 땡깡부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사탕수수 줄기 하나 물려주니 해결되었다. 앗샤가 오빠 보고 싶었다고 우렁차게 우는 문제가 있었지만 한 번 안아주니 해결되었다.


정착촌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었다.


집무실에 등불을 밝히고 에우메네스가 일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절로 미소가 나왔고, 에우메네스 역시 미소로 날 맞이했다.


말이 필요없는 관계가 이런 것일까.


나는 짧게 인도 교역 성공을 전하고 이집트 소식을 들었다.


충격이었다.


“가비니우스가 이집트에 왔다고?”


“아는 사람인지요?”


쉬벌··· X됐다.


가비니우스.


폼페이우스 부관으로 경력을 쌓은 가비니우스는 집정관에 올라 시리아, 유다 속주 총독으로 부임한다.


그때 이집트에서 반란이 터지고 프톨레마이오스 12세는 시리아 총독 가비니우스의 군대를 빌리는데···


가비니우스가 군대를 제공하고 받은 대가가 만 달란트다.


달란트는 돈 단위가 아닌 무게 단위다. 1 달란트가 약 30kg.


금인지 은인지 모르겠지만 은이라 치자. 은 만 달란트면 은괴 300톤이다.


1 데나리우스 은화가 은 4g이니까···


7,500만 데나리우스(3조 7천 500억원).


바보같은 피진남 아저씨가 로마 군대 끌어들인 대가는 이집트 1년 총생산 4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돈이었다.


계산하고 나니 더 빡치네.


나는 파피루스를 구겨 내던졌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더니··· 고리대금업자 가이우스 피하려다 더 악질을 만났다.


“욕심 많고 야망 큰 녀석이라면 쉽게 약점을 보이지 않을까요?”


“노예 할아버지를 둔 평민이 호민관이 되고, 호민관이 원로원 의원을 설득해 역대급 권한을 가진 임페리움을 이끌어냈어. 욕심만큼 능력도 출중한 녀석이야.”


“곤란하군요. 그렇지 않아도 시종장이 가비니우스에게 붙었다는 소문이 돕니다.”


“젠장, 망할 간신 색기.”


한 명은 이집트 사정을 잘 알고, 한 명은 막강한 힘을 지녔다. 둘의 조합은 커다란 위협이었다. 지금껏 파라오 총애로 잘 버텨왔는데···


“왕실에서 내려온 공문은 없어?”


“있습니다. 교역항을 가진 태수들은 지방 함대 차출에 협조라하는 내용입니다.”


“... 우리도 해당되네.”


“열 척이 할당되었습니다.”


쉬벌···


“시종장의 짓이 틀림없습니다. 왕실 항구 관리 감독관이 그쪽 파벌이니까요.”


로마가 까라면··· 까야 한다.


“계속 정보를 모아봐. 할 일을 마치고 와서 대책 회의를 열겠어.”


나는 이시스 신전에 들러 어머니께 인사드렸다. 인도에서 가져온 향신료, 염료 작물 씨앗을 드리고 내년 시험 재배를 부탁드렸다. 사탕수수도 잊지 않았다.


인도에서 가져온 직물 샘플을 공방에 나누어주었다. 면사(목화실)와 생사(비단실)를 섞어 혼방 직물을 짜볼 것을 주문했다. 염료 역시 아낌없이 실험하여 좋은 색상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송유관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바위분지의 필론을 찾았다.


“필론, 나 인도 다녀왔어.”


“하하 운하에 이어 인도행도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미안해. 분별증류탑 건설을 도왔어야 했는데···”


“왕자님께서 바쁘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간 서신으로 의견 교환한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얼만큼 진행되었어?”


“시험 제작으로 알아낼 것은 다 알아냈습니다. 이제 짓기만 하면 됩니다.”


“수고했어 필론.”


나는 필론을 끌어안았다. 땀냄새와 석유냄새가 싫지 않았다. 필론이 얼만큼 노력했는지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였다.


“예전 운하 계획 말할 때 했던 이야기 기억해? 분별증류탑 완성하면 아카데미아 짓자. 필론 이름으로 크게 지어줄게.”


“그걸론 부족합니다.”


“응?”


필론이 눈을 찡긋했다.


“도서관도 같이 지어주십시오.”


“물론이지. 멋진 놈으로 지어줄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랑 페르가몬 도서관에서 꾸준히 사본을 보내주고 있어.”


분별증류탑과 송유관 완공일이 기다려진다.


정착촌에 돌아와 아도니아와 헬레네에게 앗샤 교육을 부탁하였다. 투덜댔지만 그래도 거절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건축가 양반을 만나 코끼리 마굿간을 논의했다. 예술병 걸린 건축가 양반이 궁전앞 마굿간이 왠 말이냐 항의했다.


“싫으면 궁전 타일 다 떼버리던가.”


······


건축가가 백기를 들었다.


사흘 후 나는 집무실에 가신을 불러 모았다. 에우메네스와 보레누스, 한노, 내가 믿는 사람들이 대책 회의를 위해 한데 모였다.


“다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을거야. 우리가 힘을 기르기 전 로마에 정착촌이 알려질 위기에 처했어.”


“지금 시점에서 로마에 알려지면···”


“다 뺏길거야. 제작 공방, 직물 공방, 유리 공방, 석유, 아프로디시아스.”


모두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에우메네스, 페르가몬 상단 화물선이랑 화산토 운송하는 한노 화물선 합하면 모두 몇 척이지?”


“쉰 척입니다.”


“당분간 교역 중지. 거래처엔 해적 토벌 핑계로 중단한다고 알려. 적당한 사유가 될거야.”


“알겠습니다.


“대신 화물선 제공 숫자를 열 척에서 마흔 척으로 늘린다.”


“어, 어째서?”


“마흔 척은 떡밥이야. 떡밥을 뿌리면 고기가 모여들지. 그때 가장 좋은 놈을 미끼로 투입해 월척을 낚아올린다.”


“월척은 가비니우스, 미끼는 누구인가요?”


“미끼는 나. 내가 시선을 돌려서 시찰을 막을게.”


봉인했던 예언의 힘을 꺼낼 때가 왔다.




* * * * * * * * * * * * * * * * * * * * *


파이윰 오아시스.


왕실 직할지이자 이집트 제일의 곡창 지대가 한해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맞이했다.


농부들이 부지런히 밀을 추수하고 실어나른다. 여느 때 같았으면 왕실 서기가 추수를 감독하였을 것이다.


올해는 달랐다. 로마군 재무관이 그리스계 농부들을 감독하였다. 불만어린 표정이었지만 감히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비니우스가 끝없이 펼쳐진 황금 들판을 바라봤다.


“세상 온 천지가 밀이군. 본토에서 이런 모습은 본 적 없었는데 말야. 15만 명 보급은 파이윰 오아시스 하나로 충분하겠어.”


“그렇습니다.”


“다른 지방도 수확이 시작되었나?”


“하이집트(삼각주)는 다음주부터 수확입니다.”


“좋아. 상이집트 밀부터 로마로 실어나른다.”


재무관이 눈을 껌벅였다.


“로마 말씀입니까?”


“폼페이우스 각하께서 로마 시민의 밀을 가져오길 바라신다.”


“오스티아 항구 재건은 아직 멀지 않았습니까?”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대중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야. 식량 공급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주는거지.”


“그러면 전체 보급은 어찌할까요?”


“하이집트 밀로 때워야지. 지방 신전에 파라오 이름으로 공문을 보낸다. 해적 토벌 협조를 구하도록.”


욕받이 파라오가 있어 든든한 가비니우스였다.


“지방 함대 편성은 완료되었나?”


“총 200척 40척 단위 다섯 분함대로 편성하였습니다.”


“나쁘지 않군.”


“한가지 보고드릴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영지 한곳에서 무려 마흔 척을 동원했습니다.”


“호오··· 제법이군. 유력 귀족인가?”


“아폴로니스라고 아실 겁니다.”


“아폴로니스, 아폴로니스··· 어디서 들어봤는데.”


“셀레우코스 제국 예언자 왕자입니다.”


“그래. 아르메니아 전쟁 대승을 예언한 놈이었지. 잠깐!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랑 이집트는 무슨 관계인가?”


“시종장이 말하길 3년 전 전쟁을 피해 이집트 귀화 의사를 밝혔다 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부터 하이집트 8번 구역 아나톨리코 카마키 일대 습지대를 영지로 받았습니다.”


“습지대 영지에서 함선 마흔 척이라···”


“교역으로 큰 돈을 번 것 같습니다. 예언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비니우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예언이라···”


신전 사제직을 맡아 신을 가까이 모신 적은 있지만 신을 믿은 적은 없다. 가비니우스가 믿는 유일한 존재는 오직 자기 자신이었다.


정말 신이 있고 왕자를 통해 신탁을 내린다면 미래를 알고 바꿀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누가 티그라노세르타가 내부 반란으로 무력하게 쓰러질 줄 알았던가.


가비니우스는 소문의 왕자에게 강한 유혹을 느꼈다.


“분함대장을 바꾼다. 항구 관리 감독관이었나? 그녀석 대신 아폴로니스를 임명하도록.”


“괜찮겠습니까? 감독관은 시종장 파벌입니다만···”


“하하하 재무관. 내가 시종장 따위 눈치를 볼 것 같나?”


“아, 아닙니다.”


“바로 차출하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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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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