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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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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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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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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만세! 운하 뚫었다

DUMMY

추수도 끝났고, 수확제도 끝났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거대한 흙탕물이 밀려들었다.


8층 옥상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은 끝없는 갈색 바다였다. 추수를 끝낸 농경지는 흙탕물 속으로 사라졌고, 탁류 속에 남은 것은 제방에 둘러싸인 정착촌이었다.


압도적인 대자연의 힘을 보노라면 이집트 사람이 어째서 수천 년 동안 신을 섬겼는지 알 것 같다.


“왕자님, 북쪽 멀리 선단이 보입니다.”


“망원경 줘봐.”


망원경 길이를 조절해 초점을 맞추자 또렷한 상이 맺혔다.


페르가몬 상단이었다. 선두 기함 뱃머리에 듬직한 체격의 에우메네스가 서있었다. 에우메네스도 망원경을 들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쳤다. 나는 에우메네스 얼굴에서 미소를 읽었고, 그 역시 내 미소를 읽었다.


해외 출장 돌아온 아빠 보는 기분이다. 과부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나는 헐레벌떡 항구로 뛰어갔다.


“오랜만입니다 왕자님.”


“잘 지냈어?”


“물론입니다. 궁전으로 가시죠.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에우메네스가 집무실 문을 닫았다. 보통 단둘이 얘기할 때는 그 대상이 로마일 경우가 많다.


역시나 에우메네스가 로마 소식을 들고 왔다.


“왕자님 예언대로입니다. 티그라노세르타를 점령한 로마군이 곧장 아르메니아 본토로 향했습니다.”


지난해 티그라노세르타를 기습 점령한 루쿨루스는 또 한 번 허를 찔렀다.


메소포타미아 점령지를 안정화시키리란 예측을 뒤엎고 아르메니아 본토로 곧장 진격한 것이다. 이는 수도를 점령당하고 혼란에 빠진 적에게 수습할 시간이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목표는 아르메니아 고원, 아르메니아 옛수도 아르탁사타인가? 조만간 전투가 벌어지겠군.”


“공성전입니까?”


“중기병은 거점 방어에 어울리는 병종이 아니야. 티그라노스 2세는 회전으로 승부를 보려 할거야.”


······


루쿨루스의 전투 기록을 보면 거짓말 같다.


데려간 군단은 둘. 보조병 3천 남짓, 잘해야 1만 5천 군세다. 병종은 로마 중보병, 보조병 궁병. 기병은 오백 안팎의 정찰대가 전부다.


아르메니아는 최소 5만. 여기에 중기병 전력이 온전하며, 유목민족을 끌어들여 궁기병을 보강하였다.


병력도 병종도 열세.


그런데 전투를 이긴다. 무슨 치트키를 썼길래 불리한 전투를 이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전투기계라도 밥은 먹고 싸울 것 아닌가.


루쿨루스 앞에는 개마고원보다 높은 아르메니아 고원이 기다리고 있다. 여길 보급하려면 지금껏 들어간 보급 노력의 수십 배는 필요하다.


“내가 루쿨루스라면 아르탁사타를 점령해 보급 문제를 해결하려 할거야.”


“아르메니아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로마군이라 해도 아르탁사타 점령은 쉽지 않을 겁니다.”


에우메네스 말이 옳다.


로마는 회전에서 승리하지만 아르탁사타 점령에 실패한다. 루쿨루스는 티그리스강 상류로 회군하여 보급선을 확보하고, 숙영지를 지어 겨울을 난다.


봄이 되면 다시 진격할 계획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 유명한 항명 사태가 터져버린다.


병사들이 총사령관의 진격 명령을 거부하고 숙영지에 틀어박힌다. 십 년 넘은 전쟁에 병사들이 지쳐버린 것이다.


사상 유래없는 사태에 루쿨루스도 당황하고, 원로원도 당황한다. 아르메니아는 죽음 직전 간신히 살아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전쟁도 결국 사람 일인가 보다. 아무리 유능한 전략가라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역사대로 흘러가면···


내년 해적 토벌을 완수한 폼페이우스가 동방 원정 사령관에 부임한다. 아르메니아로부터 막대한 조공을 받고 로마의 속국 삼는다. 북쪽을 마무리한 폼페이우스는 남쪽으로 진격해 시리아, 유다를 차례로 손에 넣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셀레우코스 제국도 멸망하겠지.


역사를 방관하면 아버지가 죽고 나라는 멸망한다.


역사에 개입하면 내가 아는 역사 지식은 사라질 것이고 두 번 다시 예언을 할 수 없다.


마음이 복잡했다.


에우메네스가 격려했다.


“약해지지 마십시오. 이십 년을 바라보며 세운 계획이 있지 않습니까?”


살아남기 위해 신탁 수행쇼를 펼쳤고, 살아남기 위해 이집트로 도망쳤다.


내가 일군 것은 작은 도시 하나. 인구 백만 수도를 지니고 수십 개 나라를 집어삼킨 로마에 비하면 코딱지 수준이다. 살아남으려면 앞으로 몇 번 더 굴러야 할 지 가늠이 안된다.


확실한 것은 처음 세운 대계획대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것.


조급해 하지 말고 내 길을 가면 된다.


아직 내게는··· 예언의 힘이 필요하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선 안된다.


인내하자.


“고마워 에우메네스. 덕분에 고민이 사라졌어.”


“별말씀을요.”


자연스럽게 화제가 건설로 넘어갔다. 나는 최근 고충을 하소연하였다.


“에우메네스가 없는 동안 도시 공사가 두 군데 늘었어.”


“송유관 공사와 군항 건설. 서신을 통해 모두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일단 도시 확장 공사와 송유관 공사를 멈춘 것은 잘하셨습니다. 문제는 군항과 운하 건설이군요.”


“제일 힘든 건 군항 건설이야. 와디 수량이 줄어서 배로 이동하는 거리가 짧아지고 있어. 운송에 문제가 생기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나는 지도 동부 사막 구간을 짚으며 말했다.


동부 사막에서 홍해 항구까지 육로 운송 거리가 길어지고 있다. 바위 사막이라 수레를 쓰지 못하는게 컸다. 낙타 등에 실어 옮기는데 낙타가 무슨 오우거도 아니고 1톤, 2톤씩 옮기겠는가. 화산토가 향료같은 고가품도 아닌데 운송비가 원가 몇 배를 쳐먹는 현실이다.


에우메네스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군항 건설을 보류하는 건 어떻습니까?”


“말도 안돼. 당장 내년 해적 토벌은 어떡하려구?"


“해적 토벌이 서쪽부터 시작된다고 하셨죠?”


“응.”


“로마 해적 파벌에게 토벌 정보를 슬쩍 흘리죠.”


“서쪽 해적에게 정보를 넘겨 토벌을 지연시키겠다는 말이네.”


“그사이 우리는 운하 공사에 집중합니다.”


아!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지금껏 나는 우선 순위를 군항이라 생각했다. 군항을 지어야 카르타고 해적을 수용할 수 있고, 삼각돛 함대를 숨길 수 있다 여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간도 부족했다. 내년 해적 토벌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우선 순위를 운하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하를 뚫으면 지금껏 작은 배로 이어나르던 물량을 한번에 보낼 수 있다. 병목 구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생각을 뒤집으니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 야간 공사를 하자.”


“야간에 공사를 하겠다는 말입니까?”


에우메네스가 눈을 껌벅였다.


고대 사람에겐 생소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주야 교대 근무는 익숙한 개념이다.


건설 기업도 가능하다. 드럼통 석유 불 밝히고 주야로 사우디 사막에 도로 깐 한국 기업이 있다.


“등유라고 등불 밝히기 좋은 석유 기름이 있어. 공사장에 일정 간격으로 깔아 낮처럼 환하게 밝힐거야.”


“시야는 확보할 수 있겠군요. 공사 인력은 충분하니 교대 근무가 가능하겠고요.”


“하나 더. 수문을 연다.”


에우메네스가 경악했다.


“무립니다. 운하는 3/4만 완성되었습니다. 이제껏 콘크리트 수로를 잘 깔아왔는데 강물을 끌어다니요?”


운하 공사가 30km에 이르렀다. 공사장 인부들 출퇴근은 불가능해졌고 건설 자재 운송도 부담이 커졌다.


“공사 현장에 임시 수문을 건설할거야. 그리고 30km 구간까지 배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른다.”


“흐음··· 완공 구간만 활용해도 운송이 빨라지겠군요. 이해했습니다.”


나는 예전처럼 공사 현장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운하 공사를 이끌었다.


먼저 네 군데 공사 인력을 하나로 모았다. 12,000명을 셋으로 나누고 24시간 3교대 근무로 재편했다.


궁전 짓는 건축가도 얄짤없이 소환했고, 테베 임시 선착장에서 렘부스 함대를 이끌던 한노도 불렀다.


“임시 수문 설치는 어떻게 되고 있나?”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습니다. 수문은 알렉산드리아 대장간에 제작 의뢰하였으며 닷새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부들 숙소는?”


“보레누스가 대대를 이끌고 숙영지를 건설했습니다.”


“석유는?”


“도착했습니다.”


노란 항아리 수레가 속속 도착했다. 나는 도기 항아리에 등유를 담고 심지를 꽂고 대형 등불을 만들었다.


밤이 되자 항아리 등불이 활활 타올랐다. 한밤중 활주로처럼 직선으로 쭉 뻗은 야간 조명을 보자니 현대 도시 밤을 떠올렸다.


“야간 근무자 상태는 어때?”


“다들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는 고대 사람에게 야간 근무는 컬쳐쇼크였다. 야경꾼이나 도둑이면 모를까 밤에 일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혹시 신의 징벌을 당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었다.


“아도니아, 헬레네. 부탁할게.”


“맡겨주세요.”


아도니아와 헬레네를 위시하여 신전 사제들이 멘탈을 잡아주었다.


준비끝.


푸쉬이익.


풀로 100이 증기를 뿜자 포크레인이 일제히 삽질을 시작했다. 인부 4천 명도 삽을 들었다.


새벽에 오전조 4천 명이 투입되어 야간조 삽질을 이어받았고, 해가 뜨거운 정오는 휴식했다. 오후조 4천 명이 콘크리트 공구리를 맡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 500미터를 전진한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20일이면 충분하다.


나는 지휘 본부 앞에 게시판을 세우고 커다랗게 공사 거리와 남은 거리를 표시했다. 또한 특별 수당과 보너스를 약속했다.


20일 안에 끝내면 다음과 같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20일간 맥주, 빵 공짜


20일간 임금 2배 지급 (야간 근무는 3배)


인슐라 창문 무료 시공.


고급 린넨 2필, 모직물 3필 제공(야간 근무는 3필, 4필)


와아아아!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인부들이 땅을 갈아엎을 기세로 삽을 펐다.


역시 돈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우리는 빠르게 호수에 가까워졌다. 간간이 하마와 악어가 보였지만 인간 12,000명을 앞두고 깝칠 녀석은 없었다. 미친놈 한 두마리는 화염방사기가 해결했다 .


······


마침내 운하가 완공되었다. 오늘이 11월 초하루. 작년 5월에 시작했으니 1년 반만에 수에즈 운하를 재가동시킨 것이다.


2년 전 하마와 악어가 우글댔던 구불구불한 임시 하천은 콘크리트로 굳힌 네모 반듯한 직선 수로가 되었다. 튼튼한 로마 콘크리트인만큼 수백년 정비하지 않아도 쓸 수 있을 것이다.


호수에 떠있는 내 배를 보니 실감이 난다.


“슈발··· 이게 되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으며 완공을 축하했다.


에우메네스가 다가왔다.


“인도 항로가 열렸습니다 왕자님.”


그래 인도 항로.


후추랑 염료, 목화랑 면직물 몽땅 싣고 와야지.


한노가 다가왔다.


“항로는 제가 열겠습니다 왕자님.”


말많고 탈많은 녀석들이지만 어쨌든 귀중한 해군 전력이다. 장거리 항해 경험을 쌓은 카르타고 해적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보레누스가 다가왔다.


“이집트에 온 목적을 이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말은 안했지만··· 이집트에 온 목적은 절반만 이뤘다. 나머지 절반을 이루려면 보레누스가 있어야 한다. 이집트가 혼란에 빠졌을 때 보레누스와 군단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필론이 다가왔다.


“석유로 증기 기관을 돌리고, 윤활유로 유압기관을 움직였고, 석유로 등불을 밝혔습니다. 악어와 하마를 쫓은 것은 화염방사기였습니다. 석유의 용도가 이렇게 다양할 줄 몰랐습니다.”


후후. 아직 절반도 안보여줬다고. 기대하시라.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나를 안았다.


“왕자님, 우리 축제 열어요.”


운하 개통 축제.


좋은 생각이다.


안그래도 이집트 신전 따로 그리스 신전 따로 축제를 벌이는게 마음에 걸렸다. 운하 개통 기념축제를 두 종교 함께 참가하는 축제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모두 배에 올라타. 축제를 열겠어.”


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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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7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6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4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8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8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7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70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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