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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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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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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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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다음 전염병 2

DUMMY

프톨레마이오스 12세와 왕실 대사제를 중심으로 신전 제의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궁전을 빠져나왔다.


곧장 알렉산드리아 이시스 대신전으로 향했다. 할머니를 뵈야 했다.


“왕자님, 탑문 앞에 아픈 시민들이 보입니다.”


치료를 바라는 시민들이 탑문 앞에서 문지기 사제에게 호소하였다.


“콜록 콜록. 살려주시오.”


“사제님, 어머니를 치료해주세요.”


사실 고대 이집트 의료 기술은 높은 수준이다.


도자기 이빨로 임플란트를 박고, 정교한 의족과 의수를 제작했으며,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뇌수술을 하였다. 수술을 위해 뼈톱, 혈관 집게, 카테터, 메스, 붕대 등 현대 병원과 비슷한 의료 도구가 쓰였다.


하지만 의료 수준과 방역 수준은 별개로 봐야 한다. 고대와 비교할 수 없는 의료 수준을 가진 현대 사회조차 방역이 뚫리고 사회 붕괴 직전으로 몰렸던 경험을 치르지 않았던가.


“풀로, 군장에서 붕대 꺼내서 입이랑 코 막아. 망토 끈 조여서 신체 접촉을 막아.”


풀로가 허둥지둥 붕대를 꺼냈다. 우리 둘은 미라처럼 둘둘 둘러말고 문지기 사제를 찾았다.


“헉! 너희들은 뭐냐?”


마스크를 열어 살짝 얼굴을 비쳤다.


“아폴로니스다. 이시스 대신전 대사제님을 뵈러 왔다.”


“아, 알겠습니다.”


“신전 내부에 환자들이 들어갔는가?”


“아닙니다. 대사제님께서 신전제의를 기다리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치료법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의료 인력이 감염되어버리면 답이 없다. 할머니께서 외부인 출입을 막으며 시간을 잘 벌어주셨다.


곧장 신전 내부 사원에 들어가 대사제를 만났다.


“어서 오거라 아폴로니스. 위태로운 때 와줘서 고맙구나.”


“할머니께 부탁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껏 네 말을 듣고 이시스 신전이 이리 크지 않았더냐? 개의치 말고 말해보거라.”


“이번 전염병 사태, 저와 이시스 신전이 합쳐 백성을 구했으면 합니다.”


“이시스 신전이 전면에 나서길 바라는 것이니?”


“네.”


대사제가 앙크(사제의 부적)를 굳게 쥐었다.


고대 사회에서 전염병은 신의 분노를 의미한다. 아폴로니스는 신의 뜻을 거스를 각오가 되었는지 물은 것이었다.


잘 되면 대박이겠지만 잘못되면 나락이다. 이집트 제1 신전의 지위가 휘청일지 모른다.


······


대사제가 결단을 내렸다.


“어떻게 도우면 되겠느냐?”


“고위 사제들과 의료직 사제를 불러주십시오.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습니다.”


고위 사제와 의료직 사제, 신전 기술자들이 모여들었다. 알렉산드리아 대신전 답게 200명이 넘게 모였다. 그동안 나는 파피루스 종이에 알렉산드리아 지도와 현황판을 그렸다.


대사제가 나섰다.


“모두들 알렉산드리아에 닥친 위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시스 신전은 신전제의를 포기하는 대신 백성 구호로 방침을 바꾸었다. 신전은 치료를 위해 개방할 것이고, 사제들은 방역에 나설 것이다.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하길 바란다.”


웅성 웅성.


갑작스런 방침 변경에 사제들이 안절부절하였다. 이럴 땐 빠르게 분위기를 제압해야 한다.


금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내가 등장하였다.


“염려마십시오 여러분. 아테나 여신께서 제게 전염병을 극복할 지혜를 주셨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하지만 신의 지혜를 행동으로 옮기기엔 저 혼자로 부족합니다. 이시스 신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와 친분 있는 고위 사제가 손을 들었다. 식량과 직물 거래로 정착촌을 오간 사제였다.


“무얼 도우면 되겠습니까?”


“무얼 하기 이전에 현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도를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검게 칠한 구역은 석호 우측에 위치한 공방 단지입니다. 공방 단지는 완전히 전염되었습니다. 빗금 친 구역은 알렉산드리아 주거지역입니다. 확산 위험 지역으로 공방 단지에서 출퇴근한 사람으로부터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제들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아는 것보다 치료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염병에 있어서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감염 속도 조절입니다. 치료 속도보다 전염 속도가 빠르면 치료가 소용없으니까요. 감염자를 격리시켜 전염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구역을 나눈 이유를 깨닫고 웅성거림이 커졌다.


“알렉산드리아 시민이 100만 명입니다. 격리는 불가능합니다.”


“파라오께서 비상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근위대장이 제 편입니다. 근위대를 동원하여 자가 격리를 명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일정 시간마다 순찰하며 환자 발생 유무를 점검하면 됩니다.”


사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 대응 전략을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자가 격리로 감염 속도를 늦춥니다. 다음은 예방입니다. 깨끗한 식수 음용, 오염된 옷가지 소각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환자 치료입니다. 제게 아테나 여신께서 주신 치료제가 있습니다.”


“맙소사, 지금 치료제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끄덕였다. 이런 때일수록 뻥카가 필요한 법이다.


“정착촌에서 여러분을 도울 치료제가 오고 있습니다.”


치료제 소식에 고무된 사제들이 지지를 선언했다.


나는 즉시 조직 구성에 나섰다. 고위 사제와 일반 사제는 지휘 본부로, 의료직 사제와 기술자는 의료 사제단으로 나누었다.


“할머니께서 지휘 본부를 맡아주세요. 제가 의료 사제단을 맡을게요.”


“괜찮겠니? 혹시라도 잘못되면 아르티 볼 낯이 없을 것 같구나.”


할머니가 내 손을 잡고 이시스 여신께 기도를 올렸다. 사원 내부에서 비밀리 하는 기도를 공개적으로 하신 것은 처음이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지만 누구보다 나를 염려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이시스 신전과 나 v.s. 전염병


싸움의 서막이 올랐다.


나는 의료직 고위 사제에게 다가갔다.


“이름이 어떻게 되죠?”


“네르티입니다.”


“네르티, 치료제가 올 동안 의료 물품을 만들겠습니다. 창고에 있는 린넨 천을 모두 꺼내 붕대와 속옷을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병상은 어떻게 할까요?”


“신전 예배당을 병실로 바꾸겠습니다. 예배당 출입은 의료 사제단으로 제한합니다.”


“신전 바깥 환자들은···”


“데려오세요. 치료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환자와 환자 가족이 들어왔다.


“환자를 살펴보죠. 상태가 어떻죠?”


“발열 증상, 구토, 경련, 설사 증상입니다.”


“옷가지를 확인해보세요.”


“속옷이··· 누렇습니다.”


“아까 준비한 속옷으로 갈아입히고 더러운 것은 모아 태우세요.”


“네?”


“환자의 분비물이 묻은 옷가지, 오염된 식수는 나쁜 악령과 같습니다. 태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알겠습니다.”


“치료약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세요.”


나는 네르티를 불렀다.


“식수 사정은 어떤가요? 대신전 안에 맥주 양조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재고 확인을 부탁드려요.”


네르티가 바로 사람을 보냈다.


“3천 명 한 달 분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부족한데··· 지휘 본부로 가서 알렉산드리아 양조장 전부 확보하라고 전하세요. 시급한 일입니다.”


“바로 전하겠습니다.”


“치료는 간단합니다. 설사와 구토로 빠져나간 몸의 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면 됩니다.”


“수분 공급이요? 그렇게 간단한가요?”


“간단해보이지만 어렵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비율에 맞춰 함께 공급해줘야 합니다. 소화를 전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꿀물이나 대추야자 졸인 물이 필요해요. 아! 소금도요.”


나는 설탕물 그릇을 들고 환자 가족에게 갔다.


지금은 의사보다 신을 믿는 시대다. 의사의 진단보다 사제의 기도가 잘 먹힌다. 어머니께 배운 이시스 신전 봉헌 기도를 올렸다.


“이시스 여신께서 축복을 내리셨다. 이 약을 환자에게 한숟갈씩 천천히 먹이거라.”


“감사합니다 아폴로니스님.”


이시스 신전이 환자를 받는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예배당 세 곳이 환자로 가득 찼다. 환자 대부분이 공방 단지 사람들인 것으로 보아 주거 지역의 전염은 크지 않아 보였다.


“풀로, 정착촌에 선단을 보내달라 해. 직물이랑 설탕, 맥주가 필요해. 되는대로 싣고 와.”


“지금 가면 새벽에 도착할 텐데요?”


“일분 일초가 아까워. 신전 비축분이 떨어지면 사망자가 만 단위가 될거야.”


콜레라의 사망 원인 1위는 탈수로 인한 쇼크사다. 바꿔말해 탈수만 막아도 사망률이 대폭 떨어진다. 경구수액의 완벽한 성분비만 알면 좋을 텐데···


어쨌든 정착촌의 생산력을 믿어야 할 때다.


근위대가 거리를 통제하고 이시스 신전 사제들이 시민들을 설득하면서 알렉산드리아 격리 조치가 시행되었다.


다른 신전들은 나일강변으로 나가 신전제의를 열었다. 파라오는 제의를 주관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여기서 삐끗하면 반란이었기에 프톨레마이오스 12세는 여느때보다 절박했다. 그 좋아하던 연회도 끊고 제의에 열중했다.


첫날이 지나갔다.


환자가 더욱 늘었다. 나는 신전 안뜰에 천막을 치고 환자들을 눕혔다.


“환자 수는?”


“6,500명입니다.”


“지역 구분했죠?”


“공방단지 출신 6,200명, 주거지역 출신 300명입니다.”


우려했던대로 전염병이 주거지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사제들을 독려하였다.


“예상 범위 안입니다. 침착하게 대응합시다.”


이집트인은 철저한 위생관념이 덕분일 것이다. 이집트인은 양치와 목욕을 날마다 하였고, 비누와 향유를 써 몸을 깨끗이 씻었다.


네르티가 초조한 얼굴로 다가왔다.


“큰일입니다 아폴로니스님, 붕대가 떨어져갑니다.”


“아끼지 말고 쓰세요. 정착촌에서 싣고 올 테니까요.”


10분이 멀다하고 토하고 설사하니··· 소모량이 엄청났다. 어제 오늘 쓴 직물값만 10만 데나리우스는 넘을 것이다.


물론 돈을 아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저녁 무렵 선단이 도착했다.


“아도니아, 헬레네.”


나는 둘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렇게 든든할 수가···


“호호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며칠 더 있다가 오는 건데.”


“농담하지마. 의료물품 떨어지기 직전이었단 말야. 예상보다 물자 소모가 커.”


“걱정마세요. 화물선 열 척 분량을 가득 싣고 왔으니까요.”


석호 선착장에 맥주와 붕대가 하역되었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정착촌은 어떻게 하고 왔어?”


“이시스 신전 어머님께 맡기고 왔어요.”


“감염자는?”


“선원 출신 두 명이요. 바로 격리시켰고, 경구수액을 투여중이에요.”


아폴론 신전 의료 인력이 추가되면서 한시름 덜었다.


일주일 후.


격리와 치료가 먹히면서 감염이 잡히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점은 사망률이었다. 경구수액 성분비만 안다면 1%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사망률이 5% 가까이 나왔다.


어쩔 수 없는게 설탕이 없어 꿀, 과일을 마구 투입하여 정확한 경구수액 성분비를 맞추기 어려웠다. 설탕이 있다면 정량화할 수 있을 텐데···


안좋은 소식이 들렸다.


“꿀이 떨어졌습니다.”


“무화과, 건포도, 대추야자도 떨어졌습니다.”


신전 과수원을 탈탈 털고, 파라오 궁전까지 털어 가져온 설탕 대용품이 바닥났다.


“환자 수는?”


“18,500명입니다.”


“... 설탕은 아직인가?”


필론이 일주일을 약속했는데··· 답답한 마음에 선착장으로 나갔다.


“아폴로니스 왕자니임.”


왠 산적처럼 생긴 시커먼 놈이 조그만 배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누구지?”


“글쎄요, 이집트인보다 더 까무잡잡한게 인도인 같습니다.”


배가 도착하자 시커먼 놈이 훌쩍 뛰어내렸다.


“왕자님, 제 얼굴을 잊으셨나요? 저 갈레노스입니다.”


“페르가몬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의 갈레노스?”


열세 살 천재 소년이 열일곱 살 산적이 되어 돌아왔다. 고생이 심했나 보다.


“하하 경구수액을 위해 제가 인도까지 다녀왔다는 것 아닙니까?”


“혹시 사탕수수 구하러 간거야?”


“앗!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왕자님도 식물학 백과 사전을 갖고 계셨죠.”


“혹시 육로로 갔다 왔어?”


“가는데 1년 오는데 1년 걸렸습니다.”


갈레노스가 해맑게 웃었다.


불쌍한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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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5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7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5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4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0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69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69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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