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최근연재일 :
2022.08.08 23:47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301,296
추천수 :
12,467
글자수 :
455,925

작성
22.07.08 20:25
조회
2,869
추천
110
글자
12쪽

군항 건설

DUMMY

서둘러 한노를 불렀다. 카르타고 해적 거취를 의논할 필요가 있었다.


“카르타고 해적 규모가 어떻게 되지?”


“전부 2만 명입니다.”


예상보다 규모가 컸다.


“이주 계획은 진행되고 있어?”


“눈치 봐서 빠져나올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 그게 전붑니다.”


“장난해? 2만 명 움직이는데 눈치 봐서 빠져나오는게 계획이라고?”


“인구 절반은 노잡이, 하녀 같은 노예들입니다. 타르수스에 버리고 오면 됩니다.”


“만 명이라 치자. 만 명이 머물 곳은? 만 명이 먹을 식량은?”


“식량이나 필요한 물자는 약탈하면 됩니다. 머물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만만한 도시를 털면 됩니다.”


하아···


말도 안되는 계획에 한숨이 나왔다.


지중해 해적을 홍해 해적으로 간판 바꾸는 것 밖에 더 되겠는가. 이것들이 싸우고 뺏을 줄만 알지 계획을 세울 줄 모른다.


“한노, 너까지 그러면 안되지. 넌 내가 도시 세우는거 봤잖아. 내가 2만 명 아무렇게나 들이밀면서 도시 세웠어?”


“... 아뇨.”


“항구랑 창고 짓고 시작했지. 그다음 주거지 짓고, 신전, 행정 건물.”


“죄송하지만 왕자님, 저희는 만들고 짓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무실 벽면에 걸린 대형 지중해 - 인도양 지도로 향했다.


“토벌 시작되면 홍해로 거점을 옮겨야 하는 건 알고 있지?”


“네.”


“거점부터 생각해보자. 어디가 좋을까?”


“운하옆 커다란 호수 어떨까요?”


그레이트비터호는 운하를 따라 40km 동쪽에 있다.


“정착촌이랑 가까워서 좋긴 한데 대신 눈치가 너무 보여. 베두인족도 꺼려할 테고, 로마나 이집트가 눈치채면 위험해.”


“멀리 홍해 끄트머리가 어떨까요?”


한노가 짚은 곳은 홍해 입구, 오늘날 소말리아 해적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누가 해적 출신 아니랄까봐 명당 자리를 짚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거긴 지원하기 너무 멀어.”


지중해 방면은 정보가 많았지만, 홍해와 인도양은 알려진게 별로 없었다. 가밀라트가 향료 교역항 정보를 내주지 않았다면 빈공간만 가득했을 것이다.


카르타고 해적을 수용할만한 마땅한 도시가 없었다.


나는 탐사를 결심했다.


말 스무 마리, 낙타 스무 마리. 사람은 말에 타고 짐은 낙타에 싣고 길을 떠났다. 호위대는 풀로를 대장으로 신병이 추가되었다. 말 탄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된다. 말이 처음인지 말을 타는게 아니라 매달려 있다.


“보레누스 대장님도 참··· 말도 못타는 놈을 호위병이라고 보냈네요.”


풀로가 신병에게 다가갔다. 라틴 억양이 섞인 그리스말로 물었다.


“이름 뭐야?”


“티, 티루스입니다.”


“티티루스?”


“티루스입니다.”


“티티루스, 내려봐.”


티루스가 소심하게 반항했다.


“제 이름은 티루스입니다.”


“그래 티티루스, 말에서 내려.”


······


티루스가 주춤주춤 말에서 내렸다.


신병 교육 행군 코스였던 운하 둑길은 보기만 해도 구토가 나올 만큼 싫다. 설마 말 못탄다고 걸어가라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풀로가 가죽주머니에서 끈을 꺼내 안장 아래 고리 매듭을 달았다.


임시 등자였다.


“고리에 발 걸쳐서 다시 타봐.”


발을 등자에 건 티루스 얼굴이 확 밝아졌다.


“좋냐?”


“좋습니다.”


“내가 해준대로 십인대 말 다 바꿔.”


“가, 감사합니다.”


채비를 마친 일행이 도시를 출발했다.


“야, 티티루스.”


“네.”


“짬밥 몇 년이냐?”


“1년 되었습니다.”


“따끈따끈하네. 원래 뭐했어?”


“.... 건달이었습니다.”


“크으 나랑 똑같네. 신병이 호위대 뽑힐 정도면 한가닥 했을 거 아냐?”


티루스가 왕자를 슬쩍 보더니 어깨를 폈다.


“사격에 자신있습니다. 필룸 던지기 대대 1등입니다. 하마 사냥에서 발리스타로 왕자님을 구한게 접니다.”


“오호, 그게 너였구나. 그때 나 봤어?”


“대장님께서 하마 등에 올라타 하마를 잡은 걸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흐흐흐 그런데 말야, 그때 왜 나 안구했냐?”


“네?”


티루스가 당황했다.


“내가 탄 놈 빼고 다 쏘던데?”


“보레누스 대장님께서 풀로님 하마 빼고 쏘라고 하셔서···”


“티티루스, 너 보레누스 대장님이랑 군생활 오래 할 것 같아 나랑 오래 할 것 같아?”


“... 풀로 대장님입니다.”


“이젠 소속도 같네. 누구 말 들어야 할까?”


“풀로 대장님입니다.”


“잘하자 티티루스.”


“... 네.”


동쪽 커다란 호수(그레이트비터호)에 도착한 티루스는 후들거리며 말에서 내렸다. 편한 줄 알았던 승마는 행군보다 고역이었다. 안쓰는 근육까지 균형잡는데 동원된 탓에 온몸이 쑤신다. 특히 허벅다리 안쪽이 심했다.


“어으··· 죽겠다.”


“엄살피지마 티티루스. 숙영지 세우고 불침번 정해.”


풀로가 나무 그늘에 기대며 말했다.


티루스가 꿍얼대며 삽을 들었다. 로마군에서 십 년 근무하면 기술자가 된다고 했던가. 숙영지 건설은 도가 텄다. 숙달된 동작으로 막사 터를 다지고, 배수로를 팠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그때였다.


히이이잉.


말 비명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런 소음에 모두 어리둥절했다.


반응한 사람은 풀로가 유일했다.


“무기들어. 악어다.”


9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악어가 말을 물고 호수로 끌고 갔다. 말이 발버둥쳤지만 악어의 치악력을 이길 수 없었다.


“진형부터 짜. 왕자님 보호가 최우선이다.”


티루스가 스쿠툼 방어 진형을 짜는 사이 풀로가 왕자 곁을 호위하였다.


호숫가 악어떼가 뜻밖의 먹이에 몰려들었다. 곧 무시무시한 장면이 펼쳐졌다. 말 한 마리가 산 채로 찢겨 사라졌다.


“조심하십시오. 피냄새를 맡고 눈이 돌았습니다.”


악어 무리가 숙영지로 다가왔다. 선두에 선 놈은 아까 말을 물어간 녀석이었다. 아직 배가 덜 찼나보다.


호위대가 왕자를 진형 안에 들이자 풀로가 앞으로 나섰다.


“티티루스, 필룸에 자신있다 했지?”


“네? 네.”


“내가 시선을 끌겠다. 악어가 입을 벌리면 입 안에 꽂아넣어라. 할 수 있겠나?”


“해, 해보겠습니다.”


풀로가 성큼성큼 걸어가 악어떼 앞에 섰다.


짧은 대치.


상대는 연약한 인간.


먹이 파악이 끝난 악어의 찢어진 눈이 차갑게 빛났다. 악어는 꼬리힘을 이용해 튀어올랐다. 당장이라도 풀로의 팔뚝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텁.


악어가 문 것은···


풀로의 글래디우스였다. 풀로가 팔을 비틀어 글래디우스를 악어의 입천장과 턱 사이에 끼워넣었다.


악어는 뜻밖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풀로가 재빨리 뒤로 돌아 악어 등에 올라탔다. 목을 감아조르며 호위대 정면을 향했다.


“지금이다 티티루스. 던져!”


악어 입안이 살짝 드러났다.


네크로폴리스 시절 티루스는 돌팔매의 달인이었다. 돌팔매에 의식 잃은 녀석 빤스까지 털어가는 퍽치기로 유명했다.


티루스의 투척 솜씨는 필룸 훈련에서 빛을 발했다. 발리스타 훈련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번 하마, 이번에 악어까지 잡으면 인생역전이다.


티루스는 사력을 다해 필룸을 던졌다.


퍽!


스르륵.


티루스의 손을 떠난 필룸이 악어 입을 뚫고 뇌를 관통했다. 악어가 그대로 절명했다.


그르르르.


대장 악어가 죽었음에도 악어떼는 줄어들지 않았다. 계속 시간을 끌었다간 말을 먹어치운 악어떼가 더 몰려들 것이다.


왕자가 속삭였다.


“낙타 등에 실은 노란 항아리 기억하나?”


“기름 항아리로 기억합니다.”


“그거랑 쇠막대에 연결된 통 같은게 있을 거야. 둘 다 가져와.”


티루스가 방패를 동료에게 맡기고 항아리를 날랐다.


왕자가 밀봉된 항아리를 열더니 통에 끼웠다.


“여기 풀무를 밟아.”


풀무를 밟으니 꿀렁꿀렁 기름이 통 안으로 들어갔다.


“쇠막대를 악어한테 겨눠.”


한눈 팔 때가 아닌데··· 답답했지만 왕자 명령을 따랐다.


왕자가 갈대잎을 모아 부싯돌을 튕겼다. 기름통을 앞두고 불씨를 피우는게 불안했지만 신분이 왕자라 따질 수도 없고 미칠 것 같았다.


불 피우는게 서투른지 왕자는 한참 낑낑댔다.


마침내 불피우기에 성공했다. 왕자는 불타는 갈대 뭉치를 쇠막대 입구에 대었다.


“불길이 나갈거야. 바람 방향 고려해서 잘 겨눠야 해.”


“알겠습니다.”


화르륵.


깜짝 놀랐다.


불길이라길래 모닥불 정도 불을 말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거대한 불줄기가 전방으로 향했다. 악어 한 마리가 순식간에 통구이가 되었다. 쇠막대를 옮기자 다음 악어가 구워졌다.


엄청난 무기였다.


악어 떼가 혼비백산하여 흩어졌다.


풀로가 글래디우스를 회수하고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호숫가에 야영하는게 아니었는데···”


“비싼 경험했다치고 다음부터 조심하자.”


“그나저나 방금 무기는 뭡니까?”


“화염방사기.”


혹시 몰라 챙겨왔는데··· 안가져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


석유 탐사대 대원 넷을 잃었던게 괜히 그런게 아니었다. 도시를 벗어나니 완전 야생 생태계 자체였다.


풀로가 노릇노릇 구워진 악어를 봤다.


“저녁은 저걸로 할까요?”


······


악어 고기는 닭고기 비슷했다.


우리는 호수를 끼고 빠르게 남하하여 클리즈마(수에즈항)에 도착했다. 고작 사흘 걸렸을 뿐인데 도시를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도시는 꽤 컸다. 만 명 이상 거주하였고, 항구도 제법 컸다. 신전과 향을 거래하는 이집트 상인, 낙타에 향을 싣고 떠나는 베두인족, 후추 선단이 돌아오길 바라는 로마 상인도 보였다.


“태수를 찾아가자.”


이집트 교역항은 그리스계가 다스리고 있었고, 클리즈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그리스계 태수를 만나 인사하였다. 빛나는 보석과 샴페인을 선물로 건넸다.


“아폴로니스님을 만나 영광입니다. 클리즈마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이시스 신전에 봉헌할 유향과 몰약을 찾아 왔습니다.”


동방 박사가 아기예수에게 바친 예물로 알려진 유향과 몰약은 홍해 연안에 자생하는 감람과 나무 수지를 굳힌 향이다.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비쌌는데 이집트는 신전의식과 제례에 사용했고, 로마는 향료와 약으로 이용하였다.


“비싼 향을 찾아 오셨군요. 아랫것에게 일러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집트 이시스 신전 전체에 봉헌할 양이 필요합니다.”


“전체 말입니까? 그만한 양은 비축되어있지 않습니다.”


“괜찮다면 산지에 내려가 직접 구하고 싶군요. 배를 빌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풀로에게 눈짓했다.


풀로가 고급 린넨천을 선물 옆에 쌓았다. 린넨천이 사람 키를 넘어서자 태수가 미소지었다.


“누구 부탁인데 거절하겠습니까? 당연히 들어드려야지요.”


나는 배를 빌려 수에즈만을 따라 내려갔다.


“마땅한 곳이 없네. 항구를 세울만한 곳은 벌써 도시가 세워져 있어.”


“그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그러네.”


이국적인 향의 원산지를 찾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었지만, 계속 멀어지는 거리가 불안했다. 너무 멀면 도움을 주기 힘들어진다.


사흘째 저녁 수에즈만 입구까지 내려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찾았다.”


“네? 어디 말씀인지요?”


“저기있잖아.”


수에즈만 입구에 커다란 언덕을 두른 섬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섬 말입니까?”


“그래.”


항만 시설을 짓고 언덕에 성벽을 쌓으면 섬은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육지로는 불가능하고, 배를 타고 와야 하는데 해군력은 카르타고를 상대할 나라가 없다.


“건설 자재는 어떻게 나르겠습니까?”


“테베가 있잖아.”


테베의 간이 선착장.


어머니는 범람기에 동부 사막으로부터 와디(임시 하천)가 형성되어 배가 지나갈 수 있다 말씀하셨다.


슬슬 추수할 시기다.


추수가 끝나면 나일강이 범람할 것이다.

위성사진.jpg

홍해 주변 지도입니다.


수에즈만과 홍해 연안을 따라 향료가 생산되었습니다. 지금 예멘, 오만, 에티오피아, 소말리아가 고대 시절에는 부유한 지역이었지요.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로마 쩔더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45 22.08.09 2,202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2.05.15 472 0 -
공지 소설 설정과 초반부 지도 +5 22.05.13 7,831 0 -
80 음모 +11 22.08.08 2,066 109 13쪽
79 이집트 해군사령관 +11 22.08.06 2,129 121 12쪽
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5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7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6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4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69 첫만남 +13 22.07.26 2,507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 군항 건설 +9 22.07.08 2,870 1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