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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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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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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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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

DUMMY

나는 냉정히 현상황을 짚어보았다.


1. 동지중해 상황


악명높은 지중해 해적이 사라졌고, 고통받던 그리스 이오니아 도시들은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스, 이오니아 항구 도시, 해안 마을이 얼마나 오랜 기간 해적에 시달렸던가. 이번 업적은 동지중해 민심을 휘어잡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리스는 축제를 열고 폼페이우스를 찬양하였다. 도시국가 수장들이 전승연에 참석했다. 이들은 돈, 특산품, 예술품, 값진 선물을 앞다퉈 폼페이우스에게 바칠 것이다.


역사대로 동방 원정을 마무리하면 이집트에서 그리스까지 동방 속주 모두 폼페이우스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카이사르와 내전이 벌어지면 동방은 폼페이우스 편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에게 시간을 줬다면 폼페이우스는 엄청난 물량을 뽑아내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을 것이다.


2.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이다.


간신히 기반을 마련했는데 동지중해가 폼페이우스의 세력권으로 변해버렸다.


현상황에서 폼페이우스를 거스를 수 없다. 내 기반이 동방에 있고, 내 사람도 동방에 있다. 내 것과 내 사람을 지키려면 폼페이우스를 택해야 한다.


휴우···


결말 뻔한 폼페이우스 코인에 강제 탑승해야 한다니···


사실 이번 해적 토벌 전만 해도 꽤 자신감이 생겼다.


동지중해 직물 산업을 손에 넣었고, 인도 교역로를 뚫는 등 경제력을 손에 넣었다.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엄청난 부가 보장되어 있다.


이집트 신전과 좋은 관계를 쌓았고, 동지중해 그리스 신전과도 적극 교류하고 있다. 양쪽 신전을 등에 업고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


하지만···


폼페이우스 함대를 본 순간 말이 안나왔다.


로마는 이번 해적 토벌에 정예군 15만 명에 함선 500척을 동원하였다. 루쿨루스가 이끄는 동방 원정군을 제외하고, 이만한 병력과 함선을 힘들이지 않고 뽑아낸 것이다.


한 마디로 로마는 고대판 천조국이었다.


역시··· 내가 성장하는 걸로 부족하다.


로마 내부로 들어가 국가 역량을 깎아내려야 한다.


나는 지난 결의를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겼다.


“자, 들어가 볼까.”


나는 연회장인 타르수스 아카데미아로 들어섰다.


그리스 자치도시 수장 수백 명이 보였다. 신탁 수행에서 마주친 얼굴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했다.


“오, 아폴로니스 왕자님 아닙니까?”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냈죠?”


“왕자님 상단 덕분에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해적도 사라졌으니 다시 우리 도시를 찾아주십시오.”


“물론이죠.”


스토아 안쪽에 우울한 얼굴의 로도스 민회 의장 킨토스가 있었다. 며칠 사이 폭삭 늙어보인다.


충격이 컸나 보다.


“... 아폴로니스 왕자님. 오랜만입니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번에 이집트 소속 수송 함대로 참전하였어요. 로도스가 이번 해전에서 용감히 싸웠다는 말을 들었어요.”


“... 함대 절반을 잃었습니다. 해군 사령관이 전사했습니다.”


“큰 희생을 치렀네요. 죽은 이의 명복을 빕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자리를 뜨려는데 킨토스가 붙잡았다. 내 어깨를 잡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일전에 왕자님께서 로도스의 미래를 예언하셨습니다. 세 차례 위기가 찾아올 것이니 진실된 친구를 찾으라 하셨지요.”


“네.”


킨토스가 고개를 떨궜다.


“로마는 진실된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우릴 사지로 내몰았습니다.”


“킨토스, 아직 함대 절반이 남았다는 걸 기억하세요. 로도스는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로도스에 아테나 여신의 지혜를 나누어주길 간청합니다.”


흠··· 어떻게 할까?


나는 내 구상에 로도스를 넣고 그림을 그려보았다.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로도스가 절반의 전력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방법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보다 더 풍부한 교역의 혜택을 누리게 만들 수도 있지요.”


“그게 무엇입니까?”


맨 입으론 안되지.


나는 고민하는 척 뜸을 들였다. 킨토스와 로도스 수뇌부가 내 옷자락을 잡고 빌었다.


“제발 알려주십시오 왕자님.”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관세 동맹입니다. 내 도시와 로도스, 그리고 다른 그리스계 도시를 끌어들여 커다란 관세 동맹을 만들고 싶어요.”


“동맹 가입 여부에 따라 관세를 차별 부과하는 동맹을 말하는 것입니까?”


“맞아요.”


“저희는 이미 왕자님께 무관세 혜택을 드리고 있습니다만···”


로도스 무관세 혜택이 짭짤하지만 그리스계 도시 전체 교역량에 비하면 조촐하다. 로도스에만 물건 파는 것도 아니고 팔 곳이 넘쳐난다.


“관세 동맹에 참가하면 무관세 혜택을 포기하겠어요. 동맹간 낮은 관세로 바꾸죠.”


“로도스는 동지중해 - 에게해 중개 무역과 관세로 먹고 사는 도시입니다. 관세 동맹을 맺으면 로도스 경제 근간이 흔들립니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교역품을 알려드릴게요.”


“그게 무엇인가요?”


“일단 계약서부터 쓰죠.”


나는 파피루스와 갈대펜을 꺼내 즉석에서 계약서를 썼다.


킨토스는 어리둥절했다.


“두 번째 조건은 제가 알려주는 교역품의 수익 배분입니다.”


“... 어떤 교역품이길래 수익 1할을 왕자님께 바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로도스 안보 유지 비용에 비하면 헐값이에요. 두 번째 조건은 우리 계약을 공고히 할 안전장치에 불과해요.”


나는 킨토스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유 무역을 표방하고 노예 시장을 개설하세요. 뭐든 다 파는 도시, 노예 거래도 환영합니다. 대충 이런 문구면 충분해요. 로도스가 타르수스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는 것이지요.”


킨토스가 눈을 부릅 떴다.


관세 동맹과 동맹간 자유 무역을 그런 식으로 써먹을 줄이야.


“노예제 사회 로마가 굴러가려면 노예는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해요. 로도스가 타르수스 노예 시장을 대체하면 로마든 해적이든 암묵적으로 건드리지 않을거예요. 함대 절반으로도 도시 지킬 힘은 충분할 겁니다. 어떤가요? 돈과 안보 모두 충족되었지요?”


“... 놀랍습니다 왕자님.”


왕자가 성장했다.


아테나 여신의 축복이 커진 것일까? 지중해 정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안까지 제시할 만큼 지혜가 깊어졌다.


“이번 희생으로 로마는 로도스에게 부여했던 관세 혜택을 당분간 유지할 거에요. 내 교역품을 로도스에 맡길 테니 로마에 싸게 풀어보세요.”


“맡겨주십시오.”


여기서 그치면 아쉽지.


“말 나온 김에 관세 동맹을 구하러 가볼까요?”


나는 킨토스와 함께 연회장을 돌았다.


폼페이우스 덕분에 일일이 도시 국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각 도시국가 수장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높아진 명성 덕분에 다들 내게 호감을 표했다. 나는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폼페이우스 각하 덕분에 해적이 사라지고 지중해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이고, 교역은 늘어날 것입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장벽을 허물어뜨려 지중해 경제가 꽃피우길 기대합니다.”


“마지막 장벽이 무엇인지요?”


“관세입니다. 그리스 도시간 관세가 들쭉날쭉하여 교역이 원할하지 못한 상황이 아쉽습니다. 나는 지중해 그리스계 도시들의 자유로운 교역을 바랍니다.”


나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관세 동맹을 역설하였다.


동지중해 곳곳에서 맺은 인연이 힘이 되었다. 그 자리에서 수락한 도시가 열 곳이었고, 긍정적 답변을 얻은 도시는 서른 곳이 넘었다.


이렇게 잘 먹힐 줄 몰랐다.


잘하면 유럽 연합처럼 범그리스계 경제 연합을 만들 수 있을지도···


크흠.


풀로가 헛기침으로 신호했다.


멀리 가비니우스가 보였다. 나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아폴로니스, 폼페이우스 각하께서 찾으신다. 따라오도록.”


“네.”


나는 가비니우스를 따라 공회당으로 들어갔다.


공회당은 로마군으로 가득했다. 회랑에는 보레누스 같은 평민 백인대장들이 서있었고, 건물 안뜰에는 기병대장과 행정관 같은 기사 계급이 앉아 있었다. 안쪽 대기실에서 재무관, 법무관, 부관 등 귀족이 포도주를 마셨다.


가장 안쪽 회당에 폼페이우스와 측근이 있을 것이다.


끼이익.


가비니우스가 공회당 문을 열었다.


반원형 공회당에 지휘부, 군단장과 기병대장, 분함대 사령관이 앉아 있었다. 현대식으로 따지면 별들의 모임이려나··· 15만 대군답게 50명이 넘었다.


또각 또각.


나는 별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


중앙 단상에 폼페이우스가 서있었다. 동글동글 살이 붙은 호감상이었지만 다부진 근육과 날카로운 눈매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나는 가슴에서 팔을 뻗어 로마식 군례를 올렸다.


폼페이우스가 씰룩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내평생 이렇게 귀여운 군례는 처음 받아보는군.”


하하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자자 다들 잔을 들어 왕자를 환영하라. 위대한 예언자께서 도착하셨는데 잔이 비어서야 되겠는가.”


우우우.


부관들이 포도주잔을 치켜들고 야유하였다.


“사령관 각하, 우리집 미소년 노예보다 예쁩니다. 전리품으로 데려갈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자네 술이 많이 취했군. 왕자는 해적이 아니라 아군이었네.”


“어디 예언이나 읊어보게 하시지요.”


“서두르지 말게. 이러다 애 하나 잡겠어 하하.”


날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실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예언을 해도 우스갯소리로 넘길 것이다.


내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공손히 예를 취하며 말했다.


“좋은 자리에 좋은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사령관 각하께 술을 바치고자 합니다. 받아주시겠습니까?”


가비니우스가 덧붙였다.


“로마에서 유행중인 박카스가 페르가몬 상단 상품입니다.”


“오호! 그 거품나는 포도주가 네 상단이었나?”


“오늘 준비한 것은 박카스가 아닙니다.”


오늘 선보일 비장의 카드는 증류주.


발렌타인 12개월산.


나는 풀로를 시켜 위스키 상자를 가져오도록 했다. 커다란 덩치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모두의 시선이 상자에 꽂혔다.


나는 상자에 담긴 발렌타인 한 병을 들어올렸다.


“이리 투명한 유리병이 있다니···”


"남자의 술을 담기 알맞은 술병이지요."


퐁.


코르크 마개를 딴 순간 짙은 알콜향이 퍼졌다.


쪼르르.


투명한 유리잔에 황금빛 위스키를 따랐다.


어느새 공회당이 조용해졌다.


나는 유리잔을 폼페이우스에게 바쳤다.


“첫 잔은 축하주입니다. 지중해 해적 토벌을 축하드립니다 사령관 각하.”


폼페이우스가 잔을 들었다.


입에 댄 순간 불길이 이는듯 뜨거웠다. 뱉을까 망설였지만 남자의 술이란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꿀꺽.


신기했다.


마신 후 살풋한 사과향과 알싸한 향신료향이 입 안에 감돌았다.


“두 번째 잔은 감사주입니다. 지중해 평화를 찾아주신 사령관께 감사를 담았습니다.”


독한 술인데 싫지 않다.


폼페이우스가 두 번째 잔을 비웠다.


이번에는 맛도 함께 느껴졌다. 처음에 못느꼈던 꿀향기와 함께 살짝 단 맛이 났다.


“마지막 잔은 아르메니아 전쟁을 매듭짓고 동방을 정복할 마그누스께 바칩니다.”


웅성 웅성.


공회당이 소란스러워졌다.


폼페이우스가 잔을 든 채 물었다.


“내가 동방 원정을 이어받으려면 원로원의 결정이 필요하다. 지금 한 말은 예언이더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예언이 아니라 합리적 예측입니다.”


폼페이우스가 마지막 잔을 단숨에 비웠다.


재미삼아 예언을 볼 마음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술맛보다 꼬마 녀석에게 흥미가 갔다.


“내가 동방 원정을 이어받을 것이라 추측한 이유는?”


“루쿨루스 사령관의 전술과 지휘는 탁월했지만 하나가 부족했습니다. 병사의 지지입니다. 원로원은 사병의 지지가 확고한 새로운 인물에게 동방 원정을 맡길 것입니다. 가장 유력한 분이 사령관 각하이십니다.”


“일리있는 말이야. 병사들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나?”


“전리품, 휴식, 퇴직금을 제때 주면 됩니다.”


폼페이우스가 크게 웃었다. 주변에서 함께 웃음이 터졌다.


“이녀석 뭡니까? 왜 이렇게 군대를 잘 알죠?”


“그러게 말입니다. 정곡이네요.”


······


한참 웃던 폼페이우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동방 정복에 셀레우코스 제국이 포함되어 있다면 어떻게 할 테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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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홍수 다음 전염병 2 +9 22.08.05 2,095 105 12쪽
77 홍수 다음 전염병 +10 22.08.04 2,188 119 12쪽
76 귀환 2 +12 22.08.03 2,257 104 12쪽
75 귀환 +12 22.08.02 2,276 118 12쪽
74 암살 +9 22.08.01 2,254 115 12쪽
73 선거 운동 3 +17 22.07.30 2,448 136 13쪽
72 선거 운동 2 +11 22.07.29 2,313 115 12쪽
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70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12 22.07.27 2,501 125 12쪽
» 첫만남 +13 22.07.26 2,508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7 126 13쪽
64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7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7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5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6 135 12쪽
56 인간 계산기 +9 22.07.11 2,853 125 12쪽
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70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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