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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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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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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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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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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DUMMY

인도 생산 기지 구축 프로젝트.


후추와 계피, 목화, 강황, 꼭두서니, 쪽···


향신료, 염료, 직물··· 모두 돈 되는 인도 작물이다. 공통된 특징으로 인도 정글에서 살던 종자답게 다들 더운데서 잘 크고 물은 무지 쳐먹는다.


나일강 삼각주에 데려가 키울까 생각했는데 종자 개량을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냥 인도에 플렌테이션 농장 짓고 키우는게 싸게 먹힌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적 이유 말고 정치적 이유도 있다. 인도 - 그리스 왕국이 군소 왕국으로 분열하면서 정치 불안이 커졌다. 열심히 바다 건너 찾아왔더니 교역 불가령이 떨어지면 이 얼마나 열받는 일인가.


바르바리쿰에서 교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 정치 상황은 아무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문화적 이유도 있다.


불교 믿는 그리스인. 대리석 불상과 신전. 그리스어 불교 경전.


나는 인도 - 그리스 왕국의 불교 문화가 마음에 들었다. 이곳은 알렉산더 대왕이 꿈꾸던 문화 융합(헬레니즘)이 실현된 곳이었다.


인도 - 그리스 왕국이 혼란을 바로잡고 불교 문화를 널리 퍼뜨리길 바랐다.


“한노, 배 한 척을 보내서 남쪽 해안을 수색하도록 해. 인더스 강을 따라 내려온 왕족이라면 배를 이용했을 것이고, 내륙수운에 알맞은 배일거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니 찾아서 데려와.”


“알겠습니다.”


곧 바르바리쿰 태수의 궁전에 도착하였다.


태수는 통통한 체형이었다. 얼굴살이 유독 두툼했는데 꼭 두꺼비 같았다.


“바르바리쿰을 다스리는 왕을 뵙습니다.”


왕이라 부르자 두꺼비 녀석 얼굴이 헤벌쭉 풀어졌다.


“예의바른 꼬마 상인이 먼 길을 찾아왔군 그래. 예물은 잘 받았네. 처음 보는 물건이 많은데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거울, 창문, 증류주, 샴페인, 연마 보석, 실피움··· 설명을 들을 때마다 두꺼비 입꼬리가 승천하였다.


“하하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좋은 물건을 가져왔어.”


“왕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원하는게 교역인가?”


“그렇습니다.”


“로마 전체가 인도에 보내는 상선이 1년에 스무 척이네. 그런데 일개 상단이 열 척을 보내다니··· 게다가 계절풍에 상관없이 세 달 먼저 보냈단 말이지.”


“주피터신의 가호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계절풍에 상관없이 꾸준히 입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그런데 말야, 그쪽에서 일찍 오는 바람에 우리쪽 준비가 덜 되었어. 후추 물량도 모자르고, 다른 향신료나 상아, 면직물도 넉넉치 못해.”


두꺼비가 의뭉스런 얼굴로 말했다. 이만한 도시에서 배 열 척 채우지 못한다는 말이 의심스럽다.


간보기일까?


“흠흠··· 내게 자네 물건의 독점 판매권을 준다면 자네 물량을 채울 수 있도록 힘쓰겠네.”


역시나 흑심이 있었다.


“죄송하지만 다른 태수님도 알현하고 예물을 드려야 합니다.”


“허어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말귀를 못알아듣는군. 인도의 물산이 이곳을 거쳐 팔려나가는데 어찌 다른 곳을 둘러보겠다는 말인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 욕심 많은 두꺼비가 몽땅 자기 입에 털어넣을 심산이었다.


“그렇다면 독점 판매권에 어울리는 혜택을 받고 싶습니다. 관세를 낮춰줄 의향이 있으신지요?”


“흐음··· 일개 교역 상단이 관세 혜택을 주장한다는 말인가?”


“거절하신다면 다른 항구를 찾아볼 밖에요.”


“하하 허세부리긴. 물량 구하기 쉽지 않을 걸세. 바르바리쿰은 국제교역항으로 보관 창고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다른 항구는 그때그때 보관하는 소규모 창고가 전부야. 도시 열 곳은 돌아야 자네 배를 채울 수 있을 걸세.”


······


“내 말을 듣는게 어떤가? 내 관세 1할을 깎아주지. 욕심부리다 후추 한 상자 못싣고 빈 배로 돌아가면 자네 손해 아닌가.”


후추 가진 놈이 갑이라 이건가. 이번 공격은 뼈아팠다.


수십년 그리스, 로마 상인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반면 나는 인도 - 그리스 왕국 사정에 아직 밝지 못했다. 잔뼈 굵은 두꺼비를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별궁 숙소에서 알싸한 냄새가 풍겼다.


커리향이었다.


그리스 주방장이 인도 요리를 내왔다.


“인도를 찾는 손님은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요리를 좋아하시더군요. 마음껏 즐겨주십시오.”


마살라(향신료 조합) 소스와 돼지고기, 야채를 볶아 내놓은 인도 요리.


오랜만에 매운게 들어가니 혀가 얼얼하고 얼굴에서 땀이 난다. 그런데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한 접시를 비웠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크아···


풀로가 땀범벅 얼굴로 엄지를 척 세웠다.


“평생 이렇게 많은 향신료를 먹어보긴 처음입니다. 인도 오길 잘했습니다.”


“나도 그래.”


마살라에 대충 볶아 난(인도식 빵)에 얹어 먹으면 뭐든 꿀맛이었다. 우리는 연신 감탄을 토하며 접시를 비웠다.


마지막으로 후식이 나왔다.


인도식 치즈를 코코넛 기름에 튀긴 디저트였다. 치즈 튀김이 반짝반짝했다.


잠깐? 반짝반짝이라고?


“설탕물인가?”


주방장이 깜짝 놀랐다.


“설탕을 아시는군요. 사탕수수가 북인도에 알려진 것은 최근입니다만···”


하마터면 사탕수수를 까먹을 뻔했다.


설탕 정제법을 개발한 인도는 설탕을 제조하는데 성공하였다. 설탕 역시 가져가면 대박칠 히트상품이다.


맛있는 식사에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협상으로 피를 말리는데 서비스는 완벽했다. 두꺼비 협상 스킬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튿날 교역 협상이 재개되었다. 나는 에우메네스를 데려올 걸 후회하였다. 노련한 두꺼비는 내가 빈 손으로 돌아가기 원치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느긋하게 협상에 임했다.


······


협상만 빼면 별궁 생활은 완벽했다. 나는 바르바리쿰 태수의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았다. 시가지와 불교 사원을 구경하고, 그리스 신전을 찾아 제의를 지냈다.


파르티아 상인도 만났다.


나는 파르티아 상인에게서 비싼 값에 비단을 사고 정보를 얻었다.


파르티아는 인도 - 그리스 왕국이 약해지면서 인더스강 코앞까지 진출했다 한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더스강에 이르는 예전 셀레우코스 제국 영토를 고스란히 흡수한 것이다.


새삼 파르티아 국력이 높아진 것이 체감되었다.


커진 영토를 소화하느라 웅크리고 있을 뿐이지 동방에 진출한 로마와 한판 붙을 일이 머지 않았다.


일주일 줄다리기 협상 끝에 결론이 나왔다.


“수입 관세 1/5, 수출 관세 1/5로 일괄적으로 매긴다. 그대신 페르가몬 상단의 물품은 바르바리쿰에 독점 판매권을 부여한다. 계약 기간은 오 년. 오 년째 계약 갱신을 재차 논의하기로 한다.”


한노에게 교역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며 큰소리 뻥뻥 쳤는데··· 관세 조금 깎은게 전부였다.


자존심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후추 가진 놈이 갑이다. 농장을 지을 때까지 바르바리쿰과 교역할 수 밖에···


“인상을 펴게. 눈부시게 화창한 좋은 날에 우중충한 얼굴을 해서야 되겠나?”


두꺼비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예물에 대한 답례를 해야겠지. 여봐라. 준비한 놈을 대령하라.”


준비한 놈?


궁전 안뜰에 커다란 덩치가 아장아장(?)걸어왔다.


풀로 키만한 아기 코끼리였다.


긴 속눈썹 사이 까만 눈이 매력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코를 쓰다듬었다. 아기 코끼리는 싫지 않은지 코를 내 손에 얽어매었다.


코를 얽는게 코끼리식 인사였던가.


아기 코끼리가 코를 풀더니 자기 머리 위를 가리켰다.


“하하 타보라는군.”


코끼리가 슬쩍 무릎을 굽혔다. 풀로가 나를 번쩍 들어 코끼리 등에 태웠다.


“으허헉.”


건물이 일어나는 기분이다. 순식간에 눈높이가 높아졌다. 내가 풀로를 내려다볼 일이 생길 줄이야.


성큼성큼 걷는데 체감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으아아 너무 빨라. 조금만 줄여줘.”


사육사가 휘파람을 불자 속도가 줄었다.


속도가 줄자 경치가 제대로 보였다. 궁전과 시가지, 사원의 탑이 들어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에 빠져들었다. 나는 듬성듬성 난 코끼리 머리털을 쓰다듬으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가벼워서 그런가 잘생겨서 그런가 나는 잘 안태워줘도 자네는 잘 태워주는군. 마음에 드는가?”


“멋집니다. 이름이 뭔가요?”


“라쟈(Rājā). 왕이란 뜻일세.”


“라쟈, 라쟈, 멋진 이름이네요.”


“그리스계 사육자를 붙여줄 테니 잘 키워보게. 유명한 전투 코끼리 씨를 이어받은 놈이야. 멋진 전투 코끼리가 될 걸세.”


“고맙습니다 폐하.”


두꺼비가 미소지었다.


나는 거울과 창문, 증류주와 샴페인, 올리브유와 연마된 보석을 팔고, 후추와 면직물, 염료, 설탕을 실었다.


나는 라쟈와 함께 바르바리쿰을 떠났다. 해안선을 따라 남하하는데 수색하러 갔던 배가 돌아왔다.


“왕자님, 말씀하신 인도 - 그리스 왕국 왕족을 데려왔습니다. 이틀 거리 해안가에서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해류를 거슬러 남하하려고 하더군요. 그냥 먼 바다에서 바람을 타고 가면 될 것을···”


“바다 항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어쨌든 잘됐네. 멀리 안가서 다행이야.”


왕족을 따르는 무리는 전부 50명이었다.


까만 머리에 오똑한 콧날.


놀랍게도 내가 찾은 왕족은 인도 - 그리스 혼혈이었다. 나이는 십대 후반으로 한노와 비슷해보였다.


왕족은 서투른 억양의 그리스어를 띄엄띄엄 구사했다.


“은인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먼 서방 셀레우코스 제국에서 온 왕자 아폴로니스에요.”


“박트리아 소왕국 왕자 밀린다입니다.”


“밀린다는 메난드로스의 인도식 발음이지요?”


“메난드로스 1세께서 제 증조부 되십니다.”


나는 물 탄 포도주를 권하며 밀린다의 사정을 들었다.


“현재 인도 - 그리스 왕국은 인더스강 지류를 따라 수십 개 나라로 쪼개졌습니다. 소국끼리 침략이 잦고 암살이 빈번하여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


셀레우코스 제국이랑 똑같네.


내전과 암살은 그리스계 제국 전통놀이 맞나 보다.


밀린다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저는 가족과 가신을 이끌고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인더스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정착할 곳을 찾았지만 누구도 우릴 환영하지 않았습니다.”


밀린다 얼굴에서 3년 전 전생하고 좌절했던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어디라도 정착할 곳을 찾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내가 좋은 곳을 알고 있어요.”


“네?”


나는 선실로 밀린다를 데려갔다. 벽면 항해 지도를 가리켰다.


“인더스강 하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툭 튀어나온 반도가 있어요. 반도 남쪽에 육지와 가깝게 붙은 섬이 하나 있죠.”


디우.


포르투갈은 디우에 요새를 쌓고 400년간 인도 무역로를 유지했다.


“섬에 요새를 쌓고 인근 육지에 향신료 농장을 세워보세요.”


“돈이 없습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내가 빌려줄게요.”


“사람도 부족합니다.”


“사람도 걱정마세요.”


나는 한노를 불렀다.


“군항 건설 끝나고 노예들 어떻게 하기로 했어?”


“아직 안정했습니다. 짓고 나서 생각하려구요.”


“일부는 여기 보내는 건 어때? 미래 돈줄로 키우는거지.”


“오, 좋은 생각입니다. 자재 싣고 사람 싣고 왕복 한 달이면 충분하겠네요.”


“돌아가는 길에 제대로 계획을 세워보자.”


밀린다가 멍한 얼굴로 우릴 바라봤다.


아직 실감이 안나나 보다.


* * * * * * * * * * * * * * * * * * * * * *


폼페이우스의 명을 받고 오스티아를 떠난지 보름.


육지에서 내뻗은 빛줄기가 보였다. 알렉산드리아 등대였다.


가비니우스가 감탄했다.


“저것이 그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등대로군.”


“밤에 저걸 보면 그렇게 안심될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다면 등대 전체를 로마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부관, 내게 더 좋은 수가 있네.”


“네?”


“이집트를 로마가 점령하면 굳이 옮길 수고가 없지 않겠나?”


부관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피리부는 광대를 만나면 답이 나올 것 같네.”


알렉산드리아에 입항한 가비니우스가 거침없이 왕궁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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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선거 운동 +8 22.07.28 2,483 1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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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첫만남 +13 22.07.26 2,508 126 13쪽
68 코라케시온 해전 +10 22.07.25 2,510 114 12쪽
67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9 +7 22.07.23 2,688 115 13쪽
66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8 +11 22.07.22 2,570 119 13쪽
65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7 +12 22.07.21 2,678 126 13쪽
»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6 +10 22.07.20 2,698 119 13쪽
63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5 +9 22.07.19 2,737 111 13쪽
62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4 +11 22.07.18 2,801 111 12쪽
61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3 +12 22.07.16 3,148 125 12쪽
60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2 +6 22.07.15 2,816 125 12쪽
59 폼페이우스의 해적 토벌 +13 22.07.14 2,897 124 13쪽
58 운하제일 수영대회 +16 22.07.13 2,816 119 13쪽
57 만세! 운하 뚫었다 +10 22.07.12 2,867 1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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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어느 소년의 멋진 하루 +25 22.07.09 3,040 133 13쪽
54 군항 건설 +9 22.07.08 2,870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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