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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221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7 23:30
조회
215
추천
7
글자
11쪽

(59) 검찰놀이

DUMMY

대통령이 직접 처벌을 하겠다는 말.

이건 보나 마나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이겠지.


‘안 믿겨지지? 나도 안 믿겨진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이 땅에 이렇게 많은 게.’


잠시 한숨을 쉬는 사이.


“대통령님 준비 됐습니다.”


비서 실장이 태블릿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음...”

“정말 처벌까지 하실 건 아니죠?”

“조사해서 넘겨야죠. 그냥 겁 좀 준 거구요.”


수사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관이, 그리고 기소는 검찰이, 재판해서 형량을 결정하는 건 재판부가 하는 일이다.

그 말인 즉슨 내가 직접적으로 처벌을 할 권한은 없다는 거다.


“그래도 입법과 사법, 행정이 분리된 나라에서 그게 가당키나 합니까?”

“호송차에 태워서 여기까지 데려 오시길래요.”

“여기에 데려오면 안 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내가 지금부터 할 건 협박이다.

물론 협박 자체는 나쁜 것이지만 이런 놈들한테는 해도 된다.

마음 같아서는 형량까지 결정을 직접 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 경찰관 말입니다.”

“누구요? 경찰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 사람요? 문병 다녀왔던?”

“네.”

“그분은 왜요? 혹시...”


갑자기 쇼크가 와서 죽기라도 했나?

내 표정을 읽은 비서 실장이 다행히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때 그 차량요. 순경 시보가 온몸을 던져서 막았던 멕라렌. 지금 여기 그때 그 멕라렌 차주도 있습니다.”

“아, 그래요?”


현행범으로 잡혔다 그러더니.

또 아빠 변호사 찬스라도 쓴 건가?


“그 자식은 좀 호되게 혼을 내야 되겠네요.”



잠시 후.

팀하이드와 암행 경찰국에서 수집한 자료를 보며 난 한 명, 한 명 불러다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었다.


‘여기서 검찰 놀이를 하고 있네.’


사법 연수원 졸업 후 지극히 짧은 기간 검찰을 거친 후, 바로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는 바람에 내가 많이는 경험해볼 수 없었던 수사.

그걸 내가 지금 대통령이 된 후에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금초록씨. 불과 이틀 전 광남대로 한복판에서 본인 소유... 정확하게는 금초록씨가 차린 법인 명의의 수퍼카 멕라렌으로 통행 중이던 차량 한 대를 추돌 후 뺑소니, 제지하던 순경 시보를 매달고 일 킬로미터 가량을 전력 질주 한 사실 있죠?”

“...”

“금초록씨. 답변 안 합니까?”


사고를 많이 쳐서 경찰 조사를 꽤 받아봤을 법한 관상이다.


“저기...”

“네?”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대통령한테 저기라고?


“아, 죄송합니다.”

“죄송은. 금초록씨가 피해를 입힌 순경 시보랑 그날 피해 차량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한테 해야 되구요. 아, 나한테도 해야 되겠네. 내가 지금 내일 아침부터 일정이 몇 개나 있는지 압니까? 지금 이것 때매 잠 못 자서 내일 국가 주요 일정 망치면 그거 다 당신 책임이예요!”

“...”

“대답하세요. 앞서 말한 내용, 그런 사실 있어요?”

“... 변호사 오면 말하겠습니다.”


이런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천둥 벌거숭이 같은 애송이를 보았나!


“금초록씨. 모든 사람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

“당신 같은 사람은 그런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 강하게 드네.”


이걸 어떻게 하지?

진짜 세상 무섭다는 걸 제대로 실감하게 해줘야 하나?



###



“그 자식은 또 대체 왜 거기 잡혀 있는 거야? 이제 경찰서나 검찰 정도로는 만족이 안 된대?”


파란 유통 금푸른 회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담배를 연달아 피워 대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그러니까 대통령이 직접 호출한 게 맞기는 한 거야?”

“정확하게는 대통령 실에서 비서 실장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권이 바뀐 지 몇 달이 지났다.

건설과 자동차 쪽 등 재계에서 여러 가지로 잔뜩 위축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만든 게 대통령이었고.

하지만 유통은 아직 해당되는 일이 없었다.


“막내 도련님께서 변호 받을 권리 운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그러면 변호인 부르라고 했다네요. 오는 김에 자식 꼬라지 보라고 회장님까지 오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대통령이 직접 했다 이거지?”

“정확하게는 비서 실장이요.”

“그거나 그거나 잖아!”


어느 정권이나 비서 실장이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인 건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비서 실장은 그 정도를 넘어서 대통령과 정책에 대한 모든 의논을 같이 하는 수준이라고 들었다.


“초록이 그 자식은 이번에는 또 뭔데?”

“처음 경찰서에 갔을 때는 정확하게 피해자였습니다. 동호회 회원들하고 대로 한복판에서 소란을 피우기는 했지만 그건 잠깐 소동이었고, 근처에서 회식 마치고 나오는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이 술 취해 차를 몰고 나오는 것에 부딪혔다고 하네요.”

“피해자라고?”

“문제는... 도련님 포함한 동호회 회원들이 약에 취해서...”

“뭐!!”


약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금푸른 회장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것 때문에 미국에 가 있던 놈 살리려고 한국으로 빼왔는데 여기서 또 사고를 치다니.

이제는 미국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다.


‘어휴... 늘그막에 바깥에서 본 자식 하나가 이렇게 속을 썪일 줄이야.’


금회장에게 금초록은 막내이자 혼외자였다.

세간에서 쑥덕이는 건 알지만 한 번도 공식화 된 적은 없는.


‘단지 핏줄이라서 거뒀는데...’


본처에게서 낳은 자식들은 제 몫은 한다.

사고를 쳐도 알아서 수습을 하고, 늘 수습이 가능한 선에서 놀아도 놀았다.

단지 그래서 그랬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



‘배임과 횡령, 단순 폭행에 특수 폭행, 성추행과 성희롱, 강간 미수, 성폭행, 절도와 특수 절도, 살인죄...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지?’


파란유통의 삼남.

물론 이 자식은 혼외자다.

일부러 그 부분을 건드려봤다.


“금초록씨.”

“네.”

“혹시 열등감 같은 거 있어요?”

“... 지금 열등감이라고 하신 거예요? 제가요?”


열등감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생소하다는 표정이다.

감히 재벌 2세인 나에게 열등감? 딱 그런 표정을 하고 있다.


“아버지 잘 둔덕에 변호사 잘 써서... 뭐 요리조리 잘 빠져나오긴 했네요 그동안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벌을 제대로 받았으면 어휴... 전과 이십 범은 됐겠는데요?”

“다 무혐의였습니다.”

“그러니까 요리조리 잘 빠져나왔다는 거예요. 비싼 변호사 없었으면 이게 가당키나 했겠어?”

“너무 말씀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해도 경찰도 아니면서 이렇게 사람을 늦은 시간까지 잡아놓고! 이래도 되는 거예요?”


정말 도라이가 맞는 것 같다.


“네. 그래도 됩니다. 범죄자들은.”

“범죄자 아니라고!”

“휴... 금초록씨.”

“... 왜요?”

“보통 선량한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 압니까?”

“없이 태어난 놈들은 열심히라도 살아야죠. 그래야 보통 사람 만큼이라도 살 수 있으니까.”

“하... 혼외자로 버려질 뻔한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들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말이예요.”

“...”

“사람답게 살기 위해섭니다. 보통 사람들도 유혹에 흔들려요. 음주운전도 하고 싶고, 아내 말고 다른 여자와 외도도 하고 싶고, 돈 없이 무전취식도 하고 싶고, 화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일단 나를 화나게 한 놈 한 대 패고 보고 싶고.”

“그러... 면 되잖아요.”

“그랬다가는 쓰레기 소리 듣기 때문에 못 그러는 겁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오늘도 참고 또 참죠.”

“...”

“그런데 당신은... 이거 지금 봐줄 수가 없을 정도네.”


죄목을 모조리 긁어 모야 몇 십 년 때려버리고 싶을 정도다.


“파란 유통 금푸른 회장 지금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하도 변호 받을 권리 어쩌고 해서 집에다 연락을 해줬다.

어디 한번 와서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보라고.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조금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몇 십 년 징역 사는 것보다 저 자식에게 더 어울릴 것 같은 방법이.


“안녕하십니까.”


자식보다는 그래도 사리 분별은 있는 모양이다.

금푸른 회장은 그래도 내가 대통령이라고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려 하고 있었다.

조금 긴장을 한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재계 10위권의 재벌도 아니고 고작 유통업 크게 하는 걸로 이런 데는 처음이겠지.’


청와대에는 올 일이 없는 사람이다.

영빈관 내부가 신기한 듯 두리번 거리는 게 얼핏 보면 시골에서 막 상경한 촌놈 같아 보이기도 하다.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이 변호사인가 보네요. 그렇게 변호사 불러서 왔는데 이제 뭐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 금초록을 쳐다봤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어떻게 이렇게 모를까.

든든한 뒷배인 아버지와 늘 사고 친 뒷수습을 해줬던 변호사를 보자 뭔가 희망이라도 생긴 듯 착각을 하고 있다.


“배임과 횡령, 폭행과 특수 폭행, 성희롱과 추행, 성폭행과 강간 미수...”


난 아까 확인했던 무혐의로 끝났던 죄의 목록을 모조리 다시 읊으며 금초록과 금푸른 회장,

그리고 그들의 변호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가 회장님께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제안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금푸른 회장도 그와 함께 온 변호사도 호통이라도 듣지 않을까, 혹은 아들이 친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수습이라도 요구하지 않을까 긴장을 한 모양이다.


“회장님의 사업체, 그리고 혼외자인 이 망나니 새끼.”


대놓고 새끼라고 하는 내 강경한 어조에 이들의 표정이 꿈틀하는 게 보였다.


“두 개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뭘 포기하시겠습니까?”


금푸른 회장으로서는 당연히 선택이 분명한 제안.

그걸 굳이 여기서 입 밖으로 꺼낸 이유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이 애송이가 믿고 기대던 것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을 때 처참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제가 자식 간수를 잘 못한 탓입니다.”


어지간했으면 비벼볼 구석을 찾느라 이러 저리 머리를 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사업하는 사람이면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이다.


“네. 자식 간수를 너무 못 하셨어요. 쓰레기통은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


차마 자식 죄 지은 만큼 감옥에 보내서 벌을 주라는 말은 못하겠는 모양이다.


“혹여나 형식적 으로라도 변호사를 붙이면 아무리 비싼 로펌이라도 앞으로 법조계에서 일을 못하게 할 작정입니다.”

“...”

“그리고 회장님이 뭐라도 할 낌새를 보이면 파란 유통이라는 회사는 그 시간 부로 우리나라에서... 아, 일 열심히 하는 직원들 생계가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회사를 망하게 하는 건 곤란하겠고, 회장을 갈아 치우면 되겠네요.”


금푸른 회장의 안색이 점점 파리하게 질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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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9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6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2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6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8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2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1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6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2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4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8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6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7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9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5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5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8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7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2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2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10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8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8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2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9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11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6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5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7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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