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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31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0 23:30
조회
210
추천
5
글자
12쪽

(72) 형벌권

DUMMY

“참. 쯔엉, 그 여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이 소동의 원인.

잠시 그 여자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게 기억났다.

믿고 있던 조국이 자신을 버렸으니 참담한 기분일 것이다.


“재판에 넘겨지겠죠?”

“그렇군요.”


그런데 재판에 넘겨진다 한들 처벌을 얼마나 받을까 싶다.


“참, 비서실장님.”

“네?”

“저번에 말씀하신 거요.”

“저번이라면 뭘 말씀하시는 건지...”

“왜 섬 하나 알아보고 계시다면서요.”

“아. 그거... 요.”

“표정을 보니 쉽지는 않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요?”


역시 그런가.


“보통 부동산이야 매입이 어렵지 않거든요. 해외에서도 한국 내 부동산 소유자 많지 않습니까.”

“그렇죠.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섬이라는 게 아무래도 일반적인 국토의 영역이 아니라 영해와 관련이 있는 민감한 부분이라 쉽지가 않네요.”


우리는 아직도 독도 문제로 일본과 싸우고 있다.

때문에 서로가 주장하는 영해의 영역도 다르다.


“계속 알아는 보겠습니다.”


법의 허술함을 노리고 자꾸만 죄를 저지르는 나쁜 놈들.

선량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십년이건 이십년이건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다음 복수를 하러 찾아오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며 살기도 한다.


“급한 대로 형법을 손을 좀 볼까요?”

“형법요?”

“네. 미국처럼 징역 몇 백 년씩 나올 수도 있도록 하는 겁니다. 지금은 아무리 죄를 지어도 무기징역이잖아요. 무기를 받아도 항소해서 감형을 받고, 모범 죄수라 감형 받고요. 사형도 실제로는 시행을 안 한지도 꽤 됐구요. 아, 말 나온 김에 사형집행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실제로 집행을 꽤 오랜 기간 안 해온 상태라 이 역시 굉장히 민감한 문제긴 하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으로 있든 한번은 보여줘야 한다.


“임기 내에 만족할 만큼 바꾸긴 힘드실 겁니다.”


임기 내에...

오년은 짧기는 하다.


“그럼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건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 강한 처벌을 주는 게 현행법상 어렵다면, 언제까지고 물고 늘어질 수 있도록 국가의 형벌권이 보장돼야 한다.

법이 우습게 느껴지니까 가볍든, 무겁든 범죄 자체가 늘어나는 거니까.



###



덜커덕.


‘으음... 뭐지?’


저 소리는 문이 잠겨있는데 열려는 시도를 했을 경우 나는 소리다 보통은.


콰직!


“어?”


뭔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렸고.


쿠당탕!

부서져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이어서 들렸다. 문짝이 통째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니가 감히 나를 경찰에 신고해?”


처음 보는 남자의 면상은 악마의 그것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푹!


“허억!”


날카로운 금속성 이물질이 뱃가죽을 뚫고 들어오는 게 섬뜩하게 다 느껴졌다.


‘칼에 찔렸구나...’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불청객 남자가 눈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였다.


“정민주. 넌 내꺼야. 이제 안 놔줄 거야.”


정민주? 누구지?

아 설마...

내가 지금 정민주라는 여자의 의식에 들어와 있나보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대통령님! 대통령님!”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허어억!”


칼에 찔려본 적은 없다.

누군가의 의식에 들어가 있을 때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하아...”

“안색이 너무 창백한데요. 주치의 부를까요?”

“아닙니다.”


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일단 진정을 위해 노력했다.


“칼에 찔렸습니다.”

“네??”


기함을 하며 놀라는 비서실장.

동시에 얼굴에 나타나는 의구심.


“정민주. 이름이 그랬어요. 오랜만에 다른 사람의 의식에 들어갔었던 거 같은데... 어떤 남자가 그 여자가 사는 집에 쳐들어와서 칼로 찔렀습니다.”

“아...”

“지금 바로...”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전혀 없다는 걸.


‘예전에 학폭 때처럼 학교이름이라도 알면 좋을 텐데.’


여자라는 것도 내 추정이다.

사는 곳도 모른다.


“혹시 강도 사건인가요? 기억 나는 거 더 없으세요?”

“아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남자의 태도가 그랬어요. 아, 그러고 보니...”


넌 내 꺼라고 했고, 안 놔줄 거라는 말도 했었다.


“스토킹 살인 사건인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살인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래야 하는데...”


난감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대체 이름 하나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시간은 좀 걸리겠네요. 지금 바로 팀 하이드에 지시하겠습니다.”

“찾을 수가 있다구요?”


대체 이름 하나로 뭘 하겠다는 거지?

대한민국의 모든 데이터를 뒤질 생각인가?


“그런 성격의 사건이면 이미 경찰에 신고가 한번 이상 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징역을 살다가 만기 출소를 하고 나와서 복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를 할 수 없구요.”

“아, 피해자 데이터를?”

“맞습니다. 하지만 방대할지도 모르겠군요.”


한가지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파고 들어야 한다.

이건 살인사건이다.



###



세상에 동명이인은 많다.

동명이인에 나이도 같고 성별도 같은 경우도 의외로 흔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을 당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닌가보다.


“다행이네요.”


피해자 정민주가 사는 곳은 부산이었다.


“살아 있어서 더 다행입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더니.

칼에 찔린 건 맞지만 찌른 놈이 서툴러서 그런 건지 정민주라는 여자의 운이 좋은 건지 피를 꽤 많이 흘렸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


“가해자는 체포했습니까?”

“네.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는 건지 여자를 그렇게 찌르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도 그 옆에 같이 누워 자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정말 미친놈들이 많다.

미친놈들만을 위한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혹시 비슷한 전과가 많은 놈입니까?”

“맞습니다. 아직 어린데 이미 3범이더군요. 전부 또래의 어린 여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였습니다. 초반엔 합의로 끝났고, 두 번째는 집행 유예였구요. 이번에야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경찰하고 검찰에 수사 제대로 하라고 전하세요.”


과연 피해자가 만족할만한 처벌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리고...



“십 년요?”


살인 혹은 성범죄자가 출소 후 나와 복수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뉴스에도 그다지 보도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국민들 사이에 처벌을 빠르고 강하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네. 방금 연락 받았습니다.”

“미친 거 아닙니까? 피해자가 이십대 초반이라면서요?”


가해자는 스물다섯.

피해자는 스물 한 살이었다.

십년 형을 선고 받고 나오면 피해자는 고작 서른한 살.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끝까지 진술을 했다네요. 그래서 과실치사로 기소를 했고 판결이 그렇게 나온 모양입니다. 피해자가 아직 어리고 반성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는 뻔한 내용도 있었구요.”


과다출혈로 피해자가 죽었다면 재판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까?


“피해자도 이 사실 압니까? 아니 지금 그 정민주라는 여자는 어디 있습니까?”

“아직 회복이 덜 돼서 병원에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아주 가혹하지는 않더라도 현행법 안에서 더 엄중한 처벌은 과연 불가능했던 걸까.


“혹시 검사가 따로 항소하지는 않았나요?”

“네. 결과에 승복한 걸로 확인이 됐습니다.”

“그 판사 한번 만나봐야 되겠습니다. 얼굴 보고 한번 물어보기나 해야 되겠어요,”

“바로 들어오라고 할까요?”

“아닙니다. 지금 부산으로 갈 준비 좀 바로 해주세요. 그 판사하고 대화는 부산으로 가는 차안에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판사도 부산에 있겠군요.”


차안에서 보려고 한 이유가 있었는데 다른 방도를 강구해봐야 될 것 같다.


“아닙니다. 요새 정계 쪽이랑 자주 만남을 갖는 것 같습니다. 마침 지금 서울에 와 있다고 하네요.”

“그래요? 잘 됐네요.”



###



“아쉽네요. 옛날에는 스낵카라는게 있었는데요. 아시죠?”

“네... 그렇습니다.”


자리가 많이 불편해 보인다.

특실이라도 잡을 걸 그랬나?


“이런데서...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뭘까요?”


예전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평생을 누군가 옆에서 보좌를 해주다보니 아주 사소한 일도 본인더러 하라고 하면 버럭 화부터 낸다고.


‘물론 모든 판사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다른 일에는 손도 못 대게 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그렇게 습관이 들어버린 걸까.


“혹시 많이 불편하십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이 상태로 열 시간도 넘게 갔어야 했는데요. 그거 비하면 많이 편해진 거죠. 이러고 두 시간 조금 넘으면 도착을 하지 않습니까.”

“크흠... 제가 부산 벗어날 일도 잘 없고... 이런 걸 탈 일이 잘 없습니다.”


오십대 중반의 남자.

아주 점잖아 보인다.

하지만 그 말은 요즘 의미의 젠틀이라기 보다는 깐깐해 보인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꼰대느낌이 철철 넘쳐흐르는 느낌이다.


“그런데 듣던 대로 참 독특하신 것 같습니다. 굳이 이런데서 보자고 하시고요.”

“어차피 부산 갈일이 있어서요. 판사님 서울에 계신다는 얘기 듣고 가면서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한테 무슨 할 얘기가 있으실까요. 아시겠지만 법조계하고는 대척점에 서 계시지 않습니까?”

“대화는 그래서 해야 하는 겁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죠.”

“설득요? 저를요?”


그 말 하면서 살짝 조소를 머금는다.


‘내가 만만해 보이나보네. 의원들이나 각료들을 넘어서 이제는 판사들까지.’


휴... 뭐 예상했던 것 아닌가.

최고 권력자이지만 그 밑에서 내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늘 나에게 반기를 든다.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 이런 자리를 만들었는지. 그래요 들어나 봅시다.”


대놓고 하대까지?

그렇다면 나도 세게 나가줄 수밖에.


“그게 최선이었습니까?”

“뭘 말입니까?”

“아, 제가 말씀 안 드렸네요.”

“...?”

“저 지금 판사님이 판결 내리신 스토킹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인 정민주씨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뭐요?”


내가 한말의 의미를 그래도 이해는 한 것 같다.

대번에 불쾌한 표정으로 변한다.


“도와줄게 있으면 도와주고 위로가 필요하면 위로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요.”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겁니까? 내 판결에는 조금도 잘못된 것이 없었어요.”


본인은 결백한가보다.

정말로 죄책감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판사로서의 자부심만 보일뿐.


“잘못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정말 최선을 다한 판결이었냐고 묻는 겁니다.”

“잘못된 것이 없으니까 그게 최선입니다.”

“비슷한 종류의 범죄를 이미 두 번이나 저지른 적이 있는 놈입니다.”

“그때야 한번은 합의를 피해자와 했고, 한번은 집행유예로...”

“피해자 나이 몇 살인지 아시죠?”


무슨 의미인지 묻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본인의 판결에 대해서는 떳떳하지만 피해자의 이후 삶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전혀 없는 게 분명하다.


‘이래서 문제지.’


법전에 나와 있는 대로만 한다.

잘해봐야 기존 판례를 참고하거나.


“스물한 살 여자입니다. 가해자에게 십년을 선고했는데, 십년이면 피해자가 몇 살인지 아십니까?”

“스물하나에 십년 후면 서른하나 아닙니까.”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시는 거 같은데요?”

“판사는 판결만 정확하게 내리면 됩니다.”

“법전에 나와 있는 대로 말이죠?”


이래서 사람들이 외워서 업무가 가능한 직업에는 ai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거다.


“판결이라는 건 법전에 나와 있는 대로 정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성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립니까? 그럼 죄지은 사람들 벌 줄때도 개인 사정 다 봐가면서 벌을 주란 소립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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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0) 집단 감염 23.12.28 157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4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7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5 5 13쪽
»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6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7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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