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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54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03 23:30
조회
209
추천
6
글자
12쪽

(65) 담합

DUMMY

“정현씨. 힘내세요. 항소하면 됩니다.”


백형진 변호사는 재판 결과가 황당할 정도로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의뢰인을 먼저 위로했다.


“항소요?”

“네. 이대로 끝내실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승소확률 백퍼센트라고 봐도 좋으니 걱정할 것 전혀 없다고 장담을 했던 재판의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사기가 많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기지도 못할 재판 굳이 항소를 할 필요가...”


재판이 단순히 업무의 일부분인 백형진 변호사야 항소는 일상이었지만 일반인에게는 다르다.

그것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보통의 서민에게는.


“지금까지처럼 제가 다 할 겁니다. 정현씨는 그냥 차분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비용하나 들지 않는 소송.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그게 진행 중이라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무겁다.

백형진은 그걸 잘 알기에 조금만 더 힘을 내자는 말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날 저녁.


“이런 거 많이 못 먹지?”


광남에 있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백형진을 이곳으로 부른 건 정현씨가 연관된 아파트 입주민 갑질 사건의 상대측 변호사가 보자고 한 탓이었다.


“많이 먹는다. 왜 못 먹는다고 생각 하냐?”


똑같은 회다.

장소만 조금 고급스러울 뿐이다.

백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강하게 나갔다.


“그래? 그래도 먹고 살만한가보네?”


정치만 변호사.

연수원 동기였다.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항소 왜 했냐? 두 번을 하든 세 번을 하든 결과는 똑같을 거야.”

“재판 결과가 납득이 안가니까? 그리고 결과가 똑같을지는 해봐야 아는 거고.”


아무리 상대측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백형진이 아는 정치만 변호사는 이런 일로 보자고 할 사이가 아니었다.


“용건이 뭐냐? 용건이 재판은 아닐 거고.”

“자식. 눈치는.”


정치만 변호사는 속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며 말했다.


“스카웃 할까 하는데.”

“스카웃? 성추행 전문 변호사가 나 같은 인권변호사에게 스카웃?”


백형진은 뭔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명함이나 잘 보고 말해.”


그제야 본 명함에 law-line 이라고 박혀 있었다.


“이거 뭐냐? 너 원래 사무실 혼자 쓰잖아.”

“대의를 위해서 뭉치기로 했다. 제시한 금액도 마음에 들었고. 사실 나도 돈이 되니까 이혼, 성추행 이런 걸로 먹고 살았던 거지. 이제 그만하고 싶어.”

“헛소리 집어치우고. 대의? 갑자기 무슨 대의야? 원래 그런 거 너하고는 거리 멀잖아.”


속내가 궁금했다.

생각지도 못한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최근에 의뢰인을 뺏겼어.”

“...”

“요새 정부에서 법률 서비스 제공하는 거 알고 있지?”


당연히 안다.

백형진 변호사도 최근에 계약서 작성하고 청와대 콜센터로 접수된 민원인의 변호를 시작했으니까.


“너도 거기랑 계약하고 일하는 거 알고 있어.”


스카웃이 무슨 말인지 백형진은 그제야 이해를 했다.


“지금 정부 시책에 반기 드는 거구만.”

“정확하게는 변호사들끼리 먹고 살기 위해 단합을 하는 거지.”

“단합이 아니라 담합이겠지.”


작대기 두 개로 의미가 정반대로 바뀐다.


“그런데 무료 서비스에 대응이 되겠어?”


스카웃을 하겠다는 건 정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많이 빼감으로서 정책에 차질이 생기게 하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거액을 주고 스카웃을 하면 타산이 맞지 않을 텐데.


“우리는 퀄리티로 승부를 보려고.”

“퀄리티? ... 너 지금 이번 재판에서 내가 졌다고 그러는 거냐?”

“이번 재판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정부에서 보조를 해주는 소송 건들은 아무리 능력 좋은 변호사가 붙어도 절대로 원하는 대로 안 될 거다. 확신해 이건.”

“근거는?”

“어차피 재판이야 판사가 하는 거 아니냐. 이번에 제대로 뭉치기로 했거든.”


그 말이 뜻하는 의미를 한 번에 깨달은 백형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항소가 많아졌네요?”


처음에는 청와대에서 사법소외계층에 변호사를 지원한다는 말에 상대측 변호사들이 꼬리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재판에서 연달아 패소하고 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상대측에서 아주 비싼 변호사를 써서 그런가요?”

“꼭 그렇다기 보다는. 판사의 문제인걸로 보이는데요. 어이없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우리 측에서 계약한 변호사들이 바로 항소를 진행하고는 있지만요.”

“어이없는 판결요? 어느 정도인데요?”

“증거가 있는데도 채택을 하지 않거나 기존의 판례에서 말도 안 되게 벗어나는 정도라는데요.”


로비 때문인가.


‘신기한 일도 아닌데 그거야.’


뇌물 받아먹는 판사도 많다.

꼭 뇌물이 아니어도 한쪽 변호사와의 친분 여부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작정하고 담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law-line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기존에 있던 온라인 법률 서비스인데요. 저희가 시행중인 정책 때문에 타격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비서실장이 내민 태블릿으로 확인한 해당업체의 정보로는 그랬다.

변호사사무실을 방문하지 않고도 분당 상담료로 전문적인 법률 자문이 가능한 시스템.

그런데 우리는 무료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담합을 한다고 해봐야 별수 있습니까? 우리도 기존에 일없어서 놀고 있는 변호사들에게 일을 주는 형식이라 우리 쪽에 서는 변호사도 많을 텐데요.”

“그쪽이 들고 나온 게 퀄리티라고 하네요.”

“퀄리티?”

“네. 무료서비스로 법률자문하고 변호사 직접 상담 받아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전부 패소한다. 그럴 바에는 돈을 좀 쓰고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아라. 뭐 이런 식의.”

“그러니까 그게 왜... 아, 설마 그래서 담합이라는 겁니까?”


대한민국 법조계 좁다.

적으로 싸우다가도 언제 같은 편이 될지도 모른다.

검사나 판사를 하다가도 개업을 하면 똑같은 변호사니까.


“모든 판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청와대 콜센터로 접수돼서 진행된 고소건만 작정하고 노리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판사 회유는 뇌물이든 향후의 자리보전 약속 같은 게 될 것 같구요.”


법은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법전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가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처럼.


“휴... 지출이 많아서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못한 벽이네요.”


수임료 때문에 변호사 선임을 엄두도 못 내던 사람까지 정부에서 연결을 해주고 있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없던 시장이 생겨난 거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오히려 환영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편 모처에서는 법조계의 거물들이 은밀한 회담을 진행 중이었다.


“이번 기회에 흔들어야 합니다.”


노법 변호사가 신중하지만 의욕적으로 말했다.

의욕적인 건 지금 모인 자리가 자신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라 그랬고, 신중한건 같이 함께 하고 있는 이들 때문이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이 상태로 가면 기세가 겉잡을 수 없게 돼버려. 수사권 박탈을 완전하게 하려고 할지도 모르지.”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둔 게 있는데요.”

“좋은 생각 있으면 말해보겠나?”

“아이디어는 제가 내지만 검찰의 손을 빌려야 하는 일입니다. 총장님께서 직원들 좀 움직여 주셔야 되겠습니다.”


노법 변호사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이었다.

일개 변호사로 대통령에 대적을 하는 건 불가능했기에 다른 수가 없었다.


“뭔데 그래? 설마 뻔한 건 아니겠지?”

“뻔한 방법 맞습니다.”

“뭐야? 설마 대통령을 수사라도 해달라는 건가? 먼지라도 털어달라고?”

“비슷합니다.”


비슷하다는 노법의 말에 검찰총장은 잠시 실망하는 기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노법은 확신을 하듯 말했다.


“원래 클래식이 확실한 법입니다.”

“본론만 빨리. 지금 대통령이 어지간히 털어서는 나오는 것 하나 없다는 것쯤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그래서 확인이 불가능한 의혹을 제기해서 이미지에 분탕질을 좀 해볼까 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 확인이 쉽지 않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강직하고 반듯한 이미지에 먼지를 묻힐 수는 있죠.”

“분탕질?”

“네 말 그대로 분탕질입니다. 최태웅 대통령의 학폭 의혹을 끄집어 내는 겁니다. 배우는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검찰에서 쑤셔서 시끄럽게만 해주십시오.”



###



청렴결백으로 유명한 강직한 아나운서가 몇 년째 진행하는 천분토론처럼 외압에서 자유로운 방송도 있지만 철저하게 기득권이 원하는 내용만 내보내는 프로그램도 당연히 있다.

수량 면에서는 오히려 압도적이었고, 어느 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현직 대통령의 학폭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생방송 뉴스텐. 안녕하십니까. 일단 오늘은 지금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최태웅 대통령의 학폭 의혹에 관해 얘기를 나눠볼 텐데요.”

“충격적인 사실이 아침부터 전해져 나라를 들쑤셔놓은 형국인데요.”

“피해자로부터 직접 제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대통령이 중학교 시절 같은 반 동급생을 구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충격인데요. 장차관급 인선할 때도 학폭 의혹 제기됐다가 줄줄이 낙마한 사례도 있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같은 시간.

난 어이없는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있었다.


“학폭요? 내가? 중학교 때?”


무려 삼십년도 더 지난 일을 일일이 기억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 시간이면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동창들 이름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은 없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일에 대해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거참 이상하네요. 대통령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 같은 걸로 국민들이랑 실시간으로 토론도 즐기는 분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의혹이 의심으로 변해가는 상황이라 심히 우려됩니다.


보아하니 특집으로 뉴스 방송시간 내내 다룰 모양이었다.


“나 미치겠네. 나도 뉴스로 지금 접했는데 무슨 입장 표명? 이거 웃기지 않아요?”

“방송국에 전화 넣을까요?”

“에이 그러지는 마시죠.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데. 전화 넣기라도 하면 청와대에서 압력이 내려왔다고 오히려 일을 크게 키울 사람입니다.”


큰일은 아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검찰이 대대로 해왔던 일이다. 이른바 별것도 아닌 일로 망신주기.


“검찰이 왜 나를 고작 이런 걸로 걸고넘어졌을까요?”


그게 궁금했다.

내가 고작 이런 걸로 부끄러움을 느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노법 변호사라고요.”

“노법? 그게 누굽니까?”

“말씀을 드렸던 law-line대표입니다.”

“아. 기억나요 그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랑 지금 이 뉴스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장난을 치는 것 같습니다. 검찰총장이 협조를 하기로 한 걸로 보이구요.”


참 못났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왜 법을 가지고 휘두르는 사람들은 저런 식의 공격밖에 못하는 건지.

의도야 알겠지만 좀 더 창의적으로 할 수는 없는 걸까.


“그래도 대통령이라 이런 걸로 체포되지는 않을 테고... 자리 한번 마련을 하기는 해야 되겠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준비시킬까요?”

“정면 돌파 해야죠 당연히.”

“네.”

“그리고 받은 대로 돌려주죠. 분탕질은 똑같이 분탕질로. 망신주기에는 똑같이 망신주기로 갑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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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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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7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1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8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6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1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9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1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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