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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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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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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0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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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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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8) 와이프 잘못 둔 죄

DUMMY

며칠 전.

상하이 반점.


“이모 여기 짬뽕 한 그릇 주세요. 양, 많이 주시고요!”


메뉴판을 잠시 살피던 여자가 ‘양 많이’ 라는 말에 포인트를 주며 주문을 했다.


“곱배기로 드릴까요?”

“아뇨. 그냥 보통요,”

“양 많이 달라고.,.”

“그건 그냥 부탁을 드린 거죠. 양 좀 신경 써 달라고요.”


여자는 다시 한 번 ‘양 좀 신경 써 달라’ 는 말에 힘을 주며 싱긋 웃었다.


“아, 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이모.”

“네.”


아직 주문한 짬뽕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추가주문을 할 예정인가보다 하며 직원이 다가왔다.


“뭐 더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혹시요...”

“네?”

“제가 아이를 가져서 그러는데요... 아이가 배가 많이 고픈가 봐요.”


여자의 입에서 뒤이어 나온 말에 주문을 받으러 온 종업원은 귀를 의심했다.


“혹시 남는 밥 있으면 조금만 가져다주실 수 있을까요?”

“남는 바... 압요? 공기밥이 아니구요?”


종업원은 다시 한 번 말을 잘못 들은 건 아닌지 확인 차 되물었다.


“아뇨. 그건 돈을 내고 주문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

“그래서 그냥 남는 밥 없냐고 여쭤본 거예요. 애가 장군이 되려는지 식욕이 어마어마하네요. 계속 먹을 거 달라고 너무 성화라서요.”


직원은 난감하지만 그래도 손님인지라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는 선에서 공손하게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날 밤.


“뭐야 이게?”


상하이 반점을 운영하는 양마니 사장은 리뷰를 확인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별1개짜리가 발견 돼서였다.


“아니 어떤 자식이!”


맛과 서비스 모두 항상 최상을 유지한다고 자부를 해왔다.

다소 무리한 요구라 할지라도 쿨하게 들어주며 별점에도 늘 신경을 썼다.

다섯 개가 만점인데 어쩌다 별점 테러라도 당하면 순위가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었으니까.

요식업체가 난립하는 만큼 평점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그건 매출하락으로 이어진다.


“어? 이 사람...”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며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사항을 남겼던 사람이었다.

군만두야 흔한 서비스 메뉴라 짜장 두 그릇만 주문을 해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주고 있었다.


“와 정말 너무하네...”


짜장 한 그릇 시킨 사람이었다.

고작 짜장 한 그릇에 군만두를 서비스로 줄 수는 없다.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그래서 양마니 사장은 정중하게 거절을 했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어요?”


홀을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휴... 이거 좀 봐라.”


양마니 사장은 직원에게 별점테러를 보여줬고, 그녀 역시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와... 우리 이런 거 처음이죠?”

“그렇지. 그동안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렇게 한방에 무너지네...”


양마니 사장은 의욕을 잃어버린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이 사람 혹시...”

“왜? 너 아는 사람이야? 아니다, 리뷰만 보고 아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

“그게 아니라... 너무 비슷해서요.”

“뭐가?”

“오늘 낮에요.”


홀직원은 짬뽕 한 그릇 시키면서 남는 밥 없냐고 했던 손님에 대해서 말을 해줬다.


“에이 설마...”


양마니 사장은 믿고 싶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그렇죠? 다른 사람이겠죠?”

“그래. 우연일거야.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하냐,”


두 사람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것이 악몽의 시작이라는 것을.



###



쯔엉. 중국인이 맞기는 했다.

어쩌다 벨기에인 하고 결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체구니 임신 어쩌고 속이는 게 가능했군요.”


비서실장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물론 감탄의 초점은 저런 체구가 아니라 뻔뻔하게 거짓말을 매번 하고 다녔다는 점.


“문제 되지는 않겠죠?”


암행경찰을 동원해서 쯔엉이라는 여자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가 납치를 하라고 했다.


“납치는 나쁜 짓입니다.”


비서실장의 말.

물론 그건 나도 알지.


“하이고. 누가 그런 걸 모를까 봐요. 잡아놓고 죽일 것도 아닌데 뭐 어때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둬놓을 것이다.

누구한테 납치당했는지도 모를 만큼.

몇 대 때려주고 눈물도 쏙 빠지게 만들 작정이었다.


“뭐 상관있겠습니까. 일개 대사의 부인. 그것도 폭력 사건의 가해자. 그리고 알고 보니 이런저런 사고도 많이 쳤는데요 뭐.”


그래도 남편이 한 나라의 대사씩이나 되면서 참 할 일이 없는 여자인가보다.

상하이 반점이라는 곳에서 진상을 피웠고, 마음에 안 드니 배달을 시켜서 별점테러를 했다.

급속하게 낮아진 평점과 그로인한 매출 손실로 그곳 주인은 앓아 누웠다.


“철없는 여자 하나가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네요. 참 아직 안 왔습니까?”


벨기에 대사가 올 시간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아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나오면서 다녀오겠다고 인사는 했으려나.


‘뭐 나라면 그런 와이프면 꼴도 보기 싫겠지만.’

“안 그래도 지금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오 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



범산구 강남동.

주한벨기에 대사의 관저 앞.

얼굴을 반쯤은 가리는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한껏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툭 튀어나온 아랫배를 자랑스레 내밀며.

그런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는 한 무리가 있었다.


“명심해. 우리는 중국 사람이야. 한국말 실수로라도 절대 튀어나가면 안 된다.”

“네.”

“잘 알겠습니다.”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고 쯔엉을 납치하기 위해 대기 중인 암행경찰국 소속 요원이었다.


“그런데 정말 대통령 실에서 내려온 지시 맞습니까?”

“그래.”


대통령 직속기구니 그게 당연은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납치하라는 지시는 처음이었다.

늘 암행, 그러니까 사람들 속에 숨어서 사고 예방을 하거나 누군가를 구하는 일만 주로 했었는데.


“아까 전달 사항 받았잖아. 세상에서 숨 쉬어서는 안 되는 여자야. 물론 죽일 수는 없어, 지시가 그렇게 내려온 것도 아니고. 그냥 절반쯤 미치게 만들 때까지 괴롭히다가 풀어주면 된다. 그리고 그게 같은 중국인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해서.”



###



“안녕히 계셨습니까?”


벨기에 대사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사를 해왔다.


“저야 늘 바쁘죠. 대사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통령님 일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아무리 젊으셔도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 어디 아프기라도 할까 걱정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벨기에는 한국이 늘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키야... 안색 하나 안 바꾸고 저런 말을 하냐.


‘강심장이든 연기를 잘하는 정치인이든 둘 중 하나겠군.’


형식적인 인사치례나 하기 위해 부른 건 아니니까 인사는 이정도만 하고.


“간밤에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


마치 본인이 그렇게 부추긴 건 아니다, 정말 몰랐다 그런 표정이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응? 그렇게 모른 척 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지금 무슨 일로 오셨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

“뉴스 보셨겠죠? 아주 떠들썩했으니까 모르시지는 않을 것 같고.”

“...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해봐야 죄다 변명이다.

뭐 이해는 한다.

어떻게든 조용히 넘어가고는 싶겠지.


“법이라는 게 참 웃기죠?”

“네?”

“잘못했으면 바로 벌을 줘야지. 일단 경찰에 접수되면 수사라는 걸 해야 하고, 법을 어떻게 줄지 어떤 법을 적용해서 얼마나 벌을 줘야 하는지, 아니 그전에 훈방으로 풀어줘도 되는지, 검찰로 넘겨야 할 만큼 엄중한 사안인지... 또 명색이 대사의 부인인데 증거인멸과 도주 혹은 재범의 우려가 없기에 일단은 풀어줘야 하는지...”


물론 나는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고 보니 피해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보고를 못 받았군.’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게 뭘까.

비 피할 곳도 없어서 노숙하는 것?

아니면 배가 고픈데도 굶고 있거나 음식을 구하지 못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

남에게 이유 없이 맞고도 피해 보상은커녕,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나는 것?


“뺨 맞아 보신 적 있으세요?”

“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지만 이내 표정이 굳어간다.


“저는 아직 없습니다만.”

“...”

“그래도 맞으면 얼마나 아프고 당황스럽고 모멸감이 들지는 짐작이 됩니다. 그런 건 굳이 맞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죠. 그런 능력이 공감을 하는 능력인거구요.”

“그...”


점점 숙여지는 벨기에 대사의 고개.


‘그래. 당신이 무슨 할 말이 있겠어. 와이프 잘못 둔 죄지.’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혼을 내줘야지.

정신 나간 와이프 대화 안 통한다고 꼼수나 부리지 말고. 이제 본론을 꺼낼 차례다.


“왜 그러셨습니까?”

“...”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아니 본인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벨기에 대사도 굳이 지난밤에 그런 짓을 한걸 보면 우리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 그리고 내가 어떤 대통령인지에 대해서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다.


“어제 그 전화가 불쾌한건 불쾌한 거고, 전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

“어제 알아보니 대사께서는 임기 끝나고 본국으로 가면 다음 총선에 나갈 계획이시라구요?”

“그 그걸 어떻게...”

“대사 정도 되면 관료 놀이는 할 만큼 하신 거 아닙니까? 연세도 지긋하신 분이 굳이 선거까지 나가셔야 되겠어요? 아니 뭐 그것도 본인 마음이니까 내가 뭐라 할 수는 없고..”

“...”

“그렇지만 본인 일 때문에 사과할 걸 하지 않고, 본인 가족으로 인해 생긴 선량한 피해자는 쳐다도 안보고 이게 벨기에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본인도 막상 그것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다는 표정이다.


“피해자에게 사과하세요. 제가 타국의 대사께 명령을 할 입장은 아니니 부탁드리겠습니다.”

“지 집에 가서 아내와 상의를...”

“상의요? 지금 내가 잘 못 들은 겁니까?”

“아내가 고집이 너무 셉니다. 중국인 특유의 그...”


대국의 자존심 어쩌고 지금 그런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건가 설마?


“사과 안하시면 당장 출국 금지 시키고 가택 연금 조치하겠습니다.”

“네??”


무슨 미친 소리냐는 얼굴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당연히 없다.

내가 지시한건 쯔엉, 그 여자의 납치와 감금까지이니까.

어감이 좀 살벌하고 굉장히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지만 남의 집 자식 뺨을 함부로 때리고 무전취식하다가 안돼서 별점테러로 남의 장사 망하게 하는 그런 여자는 좀 그래도 된다.


“외교적인 문제가 불거져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 측에서...”


정말 어이가 없는 소리만 자꾸 지껄인다.


‘유럽사람 맞아? 무슨 이런 적극적인 저자세가 다 있지?’


마치 중국을 대국으로 받들고 사는 나라의 사람 같잖아.


“정신 차리세요. 대사는 벨기에 사람 아닙니까? 뒤에 숨어도 귀국 정부의 뒤에 숨어야지, 왜 자꾸 중국, 중국 하십니까?”



###



“내가 정말 어이가 없어서. 전생에 중국인이었나 봐요.”

“그러게요. 중국은 본인들만 대국이라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가봅니다.”


벨기에 대사의 중국 찬양, 정확히는 찬양이 아니라 자국인 벨기에를 팔아먹기 싫어서 아내의 나라인 중국을 팔아먹은 것이겠지만.


“피해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까부터 궁금했던 피해자의 근황.


“일단은 다니던 가게 관두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합니다.”

“휴... 걱정이네요.”


사람이 사람에게 맞는 건 상상을 초월한 충격을 동반한다.

잘못했다고 맞는 건 훈육을 하는 시절인 아주 꼬맹이 시절로 끝나야 한다.

물론 이 말도 지금 했다가는 몰매 맞을 말이지만.


“ptsd 같은 게 올수도 있어요. 신경 써야 합니다.”


모르면 몰랐을까 알게 됐으면 챙겨야한다.

어른이 어른에게 구타를 당한다는 건 자존감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 일이다.

내 나라 내 국민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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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7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0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0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4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7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5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0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6 7 12쪽
»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7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4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5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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