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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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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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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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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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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73) 죽어 마땅한 놈들

DUMMY

“가해자는 사정 봐주셨잖아요.”

“누가 봐줍니까? 그것도 가해자를!”

“반성을 충분히 하고 있는 점, 아직 어려서 갱생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되고...”

“...”

“아닙니까? 검사는 구형을 이십년을 했는데 반 토막을 내서 선고를 한 게 저런 이유 아니었나요?”

“그건...”


이제야 말문이 좀 막히나보다.


“이래저래 해서 이십년을 감옥에 있을 사람을 봐줘서 십년을 때리면 그 십년 후에 나와서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해자는 평생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합니다.”

“...”

“표정 보니 이런 것도 생각을 안 해보셨나보네.”


왜 이런 걸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볼까.


“가해자가 감옥에 들어가면 가슴 아파할 부모들의 심정도 헤아려...”


기가 찬다.

그 부모가 잘못을 한건 아니지만 왜 가해자 측의 심정을 헤아린단 말인가.


‘그리고 기차를 탄 이유는 따로 있었지.’


평생 눈치 같은 건 볼일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뭘 하든 신경을 안 쓰지만 난 알고 있다.

아까부터 격정적으로 토론을 하던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저기요.”


아무도 내 정체를 모른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와서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상태.


“네?”


다행히도 주변에는 남녀노소가 골고루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거 아시죠? 무산에서 스토킹으로 헤어진 전 여친 찾아가서 칼로 찌른 사건요.”

“... 네... 그런데요?”


갑자기 모르는 사이에 그런 걸 왜 묻느냐는 표정.

피해자 또래로 보이는 여자다.


“판결 십년 나온 거 아십니까?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지인이랑 부산 가는 도중에 그거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말이 안통해서요. 다른 사람들 의견이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십년 찬성하세요?”

“아뇨!”


찬성하느냐는 말에 정색을 하는 어린 여성.


“구형이 이십년인데 판사가 십년을 때렸답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형이 이십 년 이었다구요?”

“네, 뉴스에 그렇게 났던데요,”

“미쳤네요! 그렇게 될 수가 있는 거예요?”


세상 황당하다는 표정.


“피해자가 다행히 죽지 않았고, 가해자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아직 어려서 갱생하기에 시간이 충분하다는 이유였다고 하네요.”

“미쳤네. 십년 후에 나와서 복수하면 어떻게 하라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내 생각도 그런데 판사는 왜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는데요. 사정 다 봐줘가면서 판결을 내리라는 거냐고.”

“가해자는 사정 봐줬잖아요. 아직 어리고 어쩌고 하면서.”

“맞아요. 혹시 그 판사를 볼일이 생기면 해주고 싶은 말 있습니까?”

“뇌가 있냐고 묻고 싶어요. 어린 애한테 맡겨놔도 그것보단 잘하겠죠.”



###



무산에 가서 만나고 온 피해자는 아직 회복중이었고,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뭐 기발한 게 없을까...”


보통의 선량한 사람들은 경찰서에 가는 것도 무서워한다.

하지만 전과가 누적된 사람들은 단순하게 생각한다. 그냥 한번 다녀오지 뭐.

법이 헐렁해서 그런 거다.


“지난번에 과태료 백만 원씩 때릴 때 반응 어땠습니까?”

“임팩트 엄청났었죠.”

“그 정도로 강한 자극이 필요한데...”


실제로 사형을 받아도 형 집행을 하지 않은지가 워낙 오래되다보니 사형을 실제로 선고받아도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법정 최고형을 받았다는 사실에 절망을 할뿐.


“과태료 같은 건 어차피 지금 이대로 유지를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관련 정책이 안정되면 원래의 수준은 아니어도 대폭 낮출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건 전혀 다른 수준의 범죄다.

폭행, 상해, 살인 같은 건 정말 차원의 수준이 다른 범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해하면 어떻게 되는지, 법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알려줘야 하는데...


“생각하는 게 있기는 한 것 같은데요?”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쎈 겁니까?”

“쎕니다. 너무 쎄요. 너무 쎄서 문젭니다.”


내가 생각한건 유명무실한 사형제도의 부활.

정확하게는 수십 년째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형 집행에 대해서였다.

빨간 번호표를 가슴팍에 달고는 있지만 아직도 ‘복역 중’ 인 수감자들에 대한 형 집행.


‘아무리 생각해도 개운치가 않다.’


사람의 목숨을 끊으라고 지시하는 거다.

나쁜 놈은 죽어도 괜찮다, 라고 생각하지만 찜찜한 건 어쩔 수가 없는 일.


“형을 현행법의 두 배 정도로 높이기라도 하실 건가요?”

“휴... 그건 아니구요.”


잠시 고민을 하다 끝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현재 사형수로 수감 중인 사람들에 대해 형 집행 명령을 내릴까 고민 중입니다.”

“아... 확실히... 쎄긴 쎼네요.”


비서실장도 사안이 절대로 가볍게 다뤄질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함께 빠졌다.


“국민들이 납득을 할까요?”


이건 세금을 물 쓰듯 써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퍼주는 복지를 하거나, 음주운전 관련 처벌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하는 것과는 아예 다른 문제다.


“수감자들 중 유죄가 확실한 사형수는 얼마나 될까요?"


고민을 하게 되는 이유 또 하나.

억울한 사람이 절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


"그건 자세하게 알아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수십 년을 복역하고 나온 사람들 중 드물게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

징역 다 살고 나왔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단 사형 선고 받고 복역 중인 흉악범들 중 유죄가 확실했었는지 면밀히 검토만 좀 진행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



네거티브가 또 시작됐다.


-최태웅 대통령이 사형수들에 대한 형 집행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십여 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나 다름이 없습니다. 형 집행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속 앵커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은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거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현장 취재 기자에 의해 사람들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사형 집행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사람 생명이잖아요. 그걸 강제로 끊어놓겠다는 건데... 최태웅 대통령 과격하게 일 잘한다고는 생각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네요. 사람 목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음...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사형 집행은 좀... 혹시 그중에 억울하게 사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없을까요? 이십년씩 징역 다 살고 나와서 무죄 판결 받는 경우도 있고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좀 과격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뭐 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기는 했어요. 하는 말도 좀 과격하고 뭔가 다 거침이 없고, 하고 싶은 일은 아무리 사람들이 반대를 해도 꼭 하고 마는 성격 같고요. 아, 그리고 그 과태료 딱지. 그거 진짜 너무 생각이 없이 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내가 낸 딱지 값만 얼마를 낸지 아세요? 아무튼 난 대통령 하는 일 무조건 반대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앞으로도 무조건 반대입니다.

-대통령이 너무 젊어. 의욕만 많아가지고. 나라 정치라는 게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나랏일도 해본 놈이나 한다고 아직 어려 뭘 몰라서 그렇다니까.


전 채널이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에 대한 반대 의견이 대한 시민들의 인터뷰나 그것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인권단체에서 단체 시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주 제대로 작정을 했네요.”


방송만 보면 내가 아주 커다란 잘못을 하고 있는 걸로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뭘 한 것도 아닌데.

단지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게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나 봐요.”


네거티브는 괜히 하는 게 아니다.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이미지를 더럽힐 수가 있다.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에게 흙탕물을 튀기는 것이다.


“이번에는 많이 힘 드시겠는데요.”

"네. 그래서 이번만큼은 국민을 좀 믿고 맡겨 봐야 될 것 같아요."

"믿고 맡기신다구요? 어떻게요?"

"말 그대로 맡기는 겁니다. 예전 영국의 브렉시트 때 처럼요."

"설마..."

"맞습니다. 국민 투표로 결정을 할까 합니다."



###



좀 치사하다는 말을 들을 지도 모른다.

사형수들에 대한 형 집행을 국민들의 선택으로 미루게 되어 실제 형이 집행됐을 때 찬성 쪽에 섰던 사람이라면...


‘사람들을 죽이는데 동조를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는 문제니까.’


하지만 일단은 그게 우선이다.

일방적으로 밀어 부쳤다가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니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랜만에 토론이나 기자 회견이 아니라 입장 발표를 했다.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에게 좀 마음이 무거워지는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경로로 소문을 들어서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십여 년째 형 집행을 미루고 있는 수감 중인 사형수들에 대한 형 집행에 관한 것입니다. 누구는 인권을 말하고 누구는 온당한 죄 값에 대해 얘기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중대한 일인 만큼 저는 이 사안의 판단을 국민여러분께 맡기고자 합니다.”


형 집행의 실행 여부를 국민의 판단에 맡긴다는 발표는 다시 한 번 전국을 술렁이게 했다.

투표율이 90퍼센트가 넘었던 대선 때와는 다르게 뚝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투표 여부로 실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건 잘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결정권자는 대통령인 저여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그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지요.”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를 더 준비해 둔 참이었다.



###



“이 사람은 생각할 일고의 가치도 없네요.”


유두철.

성매매 여성들을 상대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놈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들은 놈이기도 하다.


“이 자식도 마찬가지고요.”


강호철.

비슷한 부류의 놈이다.

그나마 상당히 음침하고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강하게 보였던 유두철에 비해 허우대는 비교적 멀쩡한 편이다.

하지만 용서의 가치는 없다.


“이 자식은 다시 잡아들여서 사형을 줄 방법은 없습니까?”


조두숙.

열두 살짜리 아이를 성폭행해서 평생 불구로 만든 잔혹한 놈이다.

하지만 정민주라는 여자를 찔렀던 그 놈처럼 고작 십년을 받았다.

십년 형을 다 채우고 출소를 해서 화제가 됐었지.


“다시 잡아들여서 사형을 시키자구요?”

“너무 분하잖아요. 피해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됐다고는 하지만 겁나서 밖에 다니기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참에 어설프게 징역을 살고 출소한 나쁜 놈들을 다시 잡아들여서 사형을 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죽어 마땅한 놈들로만.


“일을 이렇게까지 벌이는 이유가 법의 무서움을 알게 하고 웬만하면 죄를 짓지 않게끔 경각심을 가지게 하자는 겁니다. 전에 음주운전 관련해서 처벌을 강화했을 때처럼요.”

“음...”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저런 놈들은 다시 잡아서 가둬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동안 살면서 저질렀던 못된 짓들 전부 누적해서 처벌을 해버려야 하는데.”


사형수들 리스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국민투표를 할 때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지금 사형을 선고받고도 세금으로 밥을 먹이고 재워주는 놈들이 얼마나 죽일 놈들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이미 다 잊었을 텐데요 사람들은.”

“그러게요. 안타깝게도 그러네요. 그래도 다시 이름 들으면 기억이 날 정도로 강력함 점죄를 저지른 놈들이지 않습니까.”

“그건 사살이죠. 일단 암행경찰국에 지시를 해놓겠습니다.”

“뭐를요? 없는 죄를 만들라고 하시게요?”


없는 죄를 만드는 건 지금도 암암리 일어난다.

하지만 그건 싫다.

페어플레이가 좋다.


“없는 죄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놈들은... 언제 터져도 터집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잡아넣으면 끝이예요. 일단 지시해놓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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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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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7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4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7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6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7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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