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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29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30 23:30
조회
215
추천
4
글자
12쪽

(62) 진상

DUMMY

끼이익!


“어헉!”


우당탕!


“으악!”

“아이고!”


버스가 지나칠 정도의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퇴근길 시내버스 안에 승차해 있던 승객 상당수가 우르르 쓰러졌다.


“괜찮으세요? 다치신 분 없나요?”


시내버스 운전자 신동월은 갑자기 버스 앞으로 끼어 든 사람 때문에 반사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일단 사람을 치는 건 면했지만 룸미러로 대충 살펴본 버스 안은 한눈에 봐도 난리였다.


‘하아 진짜...’


이번 노선만 운행을 마치면 퇴근시간이었다.

차고지도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방심을 한건 아니었고 너무 갑작스럽게 버스 앞으로 툭 튀어 들어온 사람 탓이었다.


‘미안 미안해.’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버스 앞문 쪽에서 조금 전에 급작스럽게 끼어들어 많은 승객을 다치게 할 뻔한 남자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저 아저씨가 진짜!”



지이잉.


신동월은 버스 앞쪽 문을 열었다.

초저녁부터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얼굴이 시뻘건 색이었다.

담배까지 하나 꼬나 문 채로 가만히 서 있는데도 비틀거리고 있었다,


“아저씨! 그렇게 갑자기 끼어들면 어떡합니까?”

“미안, 미안해요. 어서 가요.”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하나도 미안한 기색은 없어보였다.


“지금 방금 아저씨가 갑자기 끼어 들어서 버스 승객들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크게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요? 네?”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잖아.”

“미안하다면 답니까? 그리고 지금 그게 미안한 표정이예요? 미안한 사람이 그렇게 실실 웃으며 그딴 식으로 사과 하냐구요.”


진정 어린 사과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자고로 술 취한 사람은 상대를 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씨바... 뭐 어쩌라고?”

“뭐 뭐라구요?”

“사과했잖아! 사과했지 않냐고!”

“와...”


저런 막무가내는 처음 본다.

운전석 근처에는 고령층이 주로 있었다.

룸미러로 슬쩍 본 중간 쪽은 대부분 젊은 사람이었다.

분명 우르르 넘어지는 걸 확인했는데 아직 젊어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대처를 잘한 모양이다.

다친 사람은 전혀 없어 보였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거기 뒤쪽에도 다친 고객님은 없으시죠?”


신동월은 다시 한 번 승객들을 살폈다.

나중에라도 갑자기 아프다면 큰일이다.

일단 승객 안전 체크가 먼저고 이상이 없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냥 가세요. 앞으로는 조심하시구요.”


버스가 아니었고 운행 스케줄에 쫓기지만 않으면 바로 경찰 신고 각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뒤에서 차도 많이 밀려 있어서 더 이상 멈춰있을 수가 없었다.


‘참자 참아.’


욱하는 심정을 참고 원인제공자인 술 취한 할아버지를 노려봤지만 그는 본인의 잘못은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피우던 담배를 튕기듯 버스에 던지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부으응.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중간에 멈춘 상황이어서 오래가지 않아 다음 정류장이 나왔다.


“아이고. 놀라서 근육이 뭉쳤나보네. 기사 아저씨. 여기 버스 회사로 전화해서 보상 요청해도 되죠?”

“네?”

“조금 전에 급브레이크 밟아서 넘어질 뻔했잖아요. 너무 놀라서 내가 지금 팔이고 다리고 허리고 전부 이상해. 근육이 놀랬나봐. 한방병원 아니면 정형외과 가서 진료 한번 받아야 될 것 같아서 그래요.”

“아 네...”


요즘은 무슨 일을 하던 클레임을 조심해야 한다.

현장 근무자에게는 거의 모든 업종이 마찬가지다.


‘진짜... 멀쩡해 보이는 구만.’


하지만 생각 그대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버스 회사로 전화 걸어서 기사가 불친절하다느니 어쩌니 그런 말 한마디만 해도 바로 고과에 반영이 된다.


“네. 그럼 제가 명함은 따로 없으니 회사로 전화 한번 주시겠어요? 혹시 필요하시면 제 번호 드릴까요? 연락을 주시던지 나중에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든지 할께요. 회사로 바로 전화하셔도 되구요.”

“그래요 그럼. 번호 불러보세요.”


분명히 조금 전에 두 번이나 물어볼 때는 아무 말도 안하더니...


‘똥 밟은 셈 치자. 블랙박스도 있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


버스 운전수로서 기본적인 일은 문제없이 했다.

이걸로 문제 삼으면 관둬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짜증이 났다.


“아저씨.”

“네?”


조금 전에는 칠십은 돼 보이는 할머니.

이번에는 그보다는 좀 어려보이는 육십 정도의 여자였다.


“나도 병원에 좀 가봐야 될 것 같은데...”

“네? 좀 전에 제가...”


두 번이나 물어볼 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랐지만 삼켜야 했다.

당장 때려 칠 건 아니니까.


‘와 정말... 노인네들한테 환멸이 느껴지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일이 커지면 갑자기 끼어 든 술 취한 노인네부터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선생님. 음주 하셨네요.”

“하... 이거 어제 밤에 마신 건데요.”

“음... 그러실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일단 측정에서 조금이라도 수치가 나오면 면허취소입니다. 바뀐 현행법이 그렇습니다.”


김현일 경장은 음주운전 단속에 예전보다 에로사항이 많아진 걸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수치가 나오면 바로 면허 취소다.

그러니 아직도 바뀐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화부터 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자동변속기 면허이시고... 오년 내 사고 이력 있으시네요. 과태료 백만 원입니다.”


음주 관련 단속에 걸리면 도주를 하거나, 욕을 하며 화를 내거나, 봐달라고 읍소를 하거나였다.

봐달라고 읍소를 하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단속에는 더 많이 걸리고 봐달라고 하소연하는 경우는 현저히 줄었으나 대부분은 욕을 먹는다.


“아저씨 이름 뭐예요?”

“경장 김현일입니다.”

“왜 그렇게 말이 삐딱해요? 고작 백만 원 과태료 가지고 너무 죄인 취급하는 거 아닙니까? 나 이거 너무 기분 나쁜데. 경찰청이나 청와대 민원 넣어도 되죠?”


보통 민원 이야기가 나오면 잠시라도 스스로 되짚어본다.

과연 내가 업무처리를 하며 시민에게 강압적으로 대한 게 있는지, 아니면 귀찮아서 소홀히 한 게 있는지.

하지만 현재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하... 때려쳐야 하나...’


회의가 너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했다.

일상이니 견딜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운동보다는 소주한잔이 해결이 빠르다.

그런데 며칠 후 김현일 경장은 경찰청에서 발송된 우편물 하나를 보고 기겁했다.


“고소?”


폭행으로 고소를 당했다.

기재된 상황설명을 보니 누군지 대번에 기억이 났다.


“고소를 했다 이거지... 그래 해보자. 경찰이라고 고소 못할 줄 아냐?”


손만 닿아도 폭행으로 고소를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진짜 들어 있었다니까? 당신, 지금 내가 거짓말 한다는 거야? 지금 내가 고작 족발 값 아까워서 공짜로 얻어먹으려고 이러는 거 같애?”


족발집.

가족과 함께 온 여자 한명이 테이블 앞에 서 있는 또래의 여자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손님 그게 아니라요. 저희 직원들 보면 아시겠지만 머리 긴 직원이 한명도 없어요. 사장님 포함 홀 직원 전부요.”


족발집 직원은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해명 중이었다.


“그럼 주방 직원일 수도 있잖아!”

“주방 실장님은 대머린데요?”

“아 몰라! 나 기분 나뻐서 더 못 먹겠고 돈 한 푼도 못내요!”

“하...”


족발집 직원은 말도 안 되는 클레임에 골치가 아픈 듯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말이 되는 걸로 트집을 좀 잡으세요. 이거 딱 보니까 머리 길이도 그렇고 탈색된 색깔도 그렇고 손님 머리카락이랑 똑같잖아요.”

“뭐? 내꺼 아니면 어떡할 건데? 엉? 어쩔 거냐고! 너 두고 봐? 이 머리카락 가져가서 유전자 감식 맡겨서 결과 받아올 테니까. 우리 애기 머리카락 들어간 족발 먹은 것 때문에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는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요구할거라고!”


기세등등하게 날뛰는 진상을 보며 족발집 직원은 되려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래보시던가! 나도 별거 안 나오면 나도 무고로 맞고소 할라니까 그리 아세요! 누가 고소한다고 하면 무서울 까봐?”



###



“이번 주의 포인트는 이겁니다.”


서연희 센터장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주로 들어오는 민원을 순위별로 정리해달라고 한 후 보고 받은 첫날.


“고소관련 문의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고소요? 그거야 늘 있는 일 아닙니까?”


고소와 고발의 천국 대한민국.

고소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말로 해결하면 될 일도 고소나 고발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에 관한 문의가 늘어났다는 거죠. 이제는 청와대 콜센터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들은 모르는 게 있거나 해결할게 있을 때마다 저희 쪽으로 전화를 하는 수준이라...”

“음...”


청와대 콜센터의 근본적인 취지는 어느 곳 하나 하소연 할 곳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위함이다.


“일반적인 건 문제가 안 됩니다. 신경을 딱히 쓸 필요도 없는 일인데요. 딱한 사연이 몇 개 확인이 됐습니다.”



###



“이거 이미 예전부터 툭하면 불거지던 사고 아닙니까?”


입주민의 갑질로 과한 스트레스를 받는 아파트 관리실의 관리인.

당시 경비업 법에 따라 경비원에게 근로기준법 관련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꼼수가 등장했었다.


-앞으로는 경비원이 아니라 관리인으로 불러주세요.


한 아파트의 관리실 앞에 걸려 있던 배너가 이슈가 됐었다.

그리고 경비원이 아니라 관리인이니 관련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한 입주민이 관리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직무유기와 배임으로 고소를 했답니다.”

“와... 정말 삭막하네요.”


살면서 웬만하면 마주치지 말아야 하는 일줄 하나가 고소와 고발이다.

그런 일을 흔하게 당하는 사람이야 고소장이 몇 개가 날아오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

부자들이면 변호인에게 처리하라고 말하면 그만이고, 없는 사람들은 잃을 것도 없어서 배를 째기 마련이니까.


“참, 그런데 피해자는 괜찮습니까? 설마 안 좋은 생각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다행히 그 관리인 아들이 콜센터로 전화를 준거랍니다. 변호사를 알아보려고 해도 수백 만 원이 깨지니 혹시나 도움 받을게 없나했던 모양이예요.”


오죽했으면 청와대로 전화를 걸었을까.

변호사 선임 한 번에 한 달이나 두 달치 월급이 기본으로 날아간다.

사건 자체가 예민한 케이스라면 일이천도 우습게 깨진다.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보고자 하는 서민들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큰돈이다.


“전부터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건데요.”

“네.”

“원스톱 무료 법률서비스 어떻습니까?”


본의 아니게 고소와 고발에 시달리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률자문을 해주고 필요하면 전담 변호까지 해준다면.


“국선 전담 변호사 말고 다른 걸 말씀하시는 거죠?”

“네. 국선 전담 변호사는 피고인으로 전환됐을 때 최저가로 국가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해주는 제도예요. 그전에 일상인으로서도 고소에 얼마든지 노출됩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줄여주자는 거예요.”

“고소를 장려하는 모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피해자의 편에 정부가 적극 나서서 변호를 하면... 고소를 한쪽에서도 점점 패소를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고소 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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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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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7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0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4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7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5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0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6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7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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