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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46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27 23:30
조회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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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89) 직무유기

DUMMY

사병월급을 미군 수준으로 올리고 그만큼 간부들의 연봉 인상도 하려면 새는 돈을 막아야 한다.


'오늘이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잘 됐군.'


명분이 적당하다.

지속적인 항명.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한방 먹일 자료도 꾸준히 모아온 터다.


"지금... 북한하고 내통을 하시는 겁니까?“


육군 참모총장의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


‘뭐지 또 이건? 내가 어이가 없는데?’


뻔뻔함을 뒤로하고 그의 말이 이어졌다.


”설마설마 했는데...“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내통이라니요?“

”그게 내통이 아니면 뭡니까? 역대 어느 대통령이 고작 그런 일로 북한 지도자랑 친근하게 전화를 주고받는단 말입니까?“

”아니 지금. 휴... 여기 계신 분들 원하는 대로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게 해드렸잖아요. 해달라는 대로 해드려도 시빕니까?“


정신 차리자.

대화의 포인트가 샛길로 빠지려 하고 있으니.


“그런 말을 한다고 냅다 북한에 전화해서 그렇게 사정을 하면... 국격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나라의 정상끼리 통화를 해서 이런저런 조율을 하는 것도 대통령의 일입니다. 아닙니까? 내가 다른 나라 정상들하고 통화하는 걸 총장님의 허가를 받아야 된다는 말씀인가요?”


역대 보수정권들의 장성들 중 강경파는 북한을 주적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가 보수정권은 아니지만 지금의 장성들도 성향은 마찬가지다.


”정말 더러워서 못해먹겠네요. 말을 안 듣는 것으로 모자라서 해달라는 대로 해드려도 트집을 잡으시니. 휴... 안되겠어요. 비서실장님. 지금 이 사람들 해임절차 밟아주세요. 그리고 군대를 통제할 수 있도록 장관은 차관으로 각 군 총장들은 각 군 사령관들로 일단 대체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이 그렇게 대답을 한 후 뒤로 한걸음 물러나서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뭐하시는 겁니까?”


제일 꼴통으로 보이는 전 육군 참모총장이 불쾌한 기색을 가장 먼저 드러냈다.


“뭐하긴요. 아, 당신 이제 민간인이잖아요. 경호실장님. 이 민간인들 바로 끌어내세요.”


대통령 경호실은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의 말을 따른다.

수방사처럼.


”알겠습니다.“


경호실장이 바로 육군 참모총장에게로 다가가자 민간인 신분이 된 그가 당황을 하기 시작했다.

나이로도 피지컬로도 상대가 안 되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님. 일단 진정을 하시구요. 지금 당장 이러면 군 내부적으로 혼란만 야기할겁니다.“


그나마 조금 침착한 국방부 장관이 말리려든다.

하지만 따라줄 필요가 없다.

나도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았다.


“지금 전시에 준하는 재난 상황입니다. 여러분들 즉결 처리감이예요.”

“저희는 그저 국민의 안...”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헛소리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이 시간 이후 검찰의 소환대상이라고 통보를 받게 될 겁니다. 비서실장님 준비해주시구요.“


난 이때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묵혀뒀던 말을 쏟아내려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마디라도 더 변명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일선 부대의 혼선이 엄청날 겁니다. 당장 군의 수장이 바뀌면...”

“혼선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당황만 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겁니다. 바로 지금 처럼요.”

“지시라도 제대로 내리려면 해임은 일단 조금 뒤로 미루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능해도 일단은 제대된 지휘체계가 있어야...”

“무능한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겁니다. 아 정정할께요.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겠네요.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포스타 보다는 사명감 있는 병장이 나을 거구요.”


항상 그랬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그걸 책임져야 할까 두려워서 이것저것 재고 또 재고.

그러다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기고, 그건 사병 혹은 무고한 국민들이다.


“자 이제 하나씩 묵혀놨던 거 꺼내보겠습니다.”


난 한명, 한명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먼저... 작년 국군의 날 행사 때. 에어쇼 하려다가 제대로 준비도 안 된 파일럿, 사람 없다고 밀어 넣다가 사고 났죠?”


현장에서 tv중계로 온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던 순간 에어쇼를 하던 전투기 한대가 눈앞에서 추락낙하를 했던 사건.

당시는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

군수사단의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덮였었다.


”그... 무슨...“

”증거 있냐고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증거 여기 있습니다.“


어느새 각 군에 대체할 인력 충원 지시를 끝낸 비서실장이 관련 증거로 모아놓은 파일하나를 공군참모총장 앞으로 던졌다.


”군수사관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총장님 선에서 덮였네요. 이걸로 충분... 아니다. 이건 검찰이 움직일 사안이 아니네요. 어차피 군에서 군인 수사해봐야 서로 봐주기 할 거 뻔하니...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유족이 공군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그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흐지부지.“


내말에 공군참모총장의 얼굴이 굳어갔다.

스트레이트를 한방씩 계속 먹였다.


”육군이야 뭐... 군내 성추행, 가혹행위로 사병의 극단선택, 하극상으로 인한 초임장교의 자살, 군납품비리...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말하기도 입 아프네요. 당사자도 이미 쫓겨났고, 아마 전 육군 참모총장은 당장 내일 검찰로 소환, 아니 영장 발부돼서 구속당할 겁니다.“


안색이 파리해져가는 전직 고위 군 관계자들.

그들은 정말 몰랐을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될 줄도, 이번에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도, 그로인해 대책 마련 차 모였다가 습관적으로 항명을 했는데 그걸 빌미로 옷을 벗게 될 것도.



###



"저 사람들 대체할 적당한 사람은 당연히 있겠죠?“


사실상 군의 컨트롤 타워를 날려버린 셈이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수습도 해야 한다.


"전역자들 중 적합한 인물들로 좀 알아봤습니다.“

”전역자중에서요?“


지난번 여산 공무원들 물갈이가 생각이 난다.

비서실장은 내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 이어 말했다.


”옷을 빨리 벗은 군인이나 경찰은 보통 두 가지죠. 비리가 있었거나 비리에 맞서다가 타의로 벗게 됐거나.“


맞는 말이다.

거기에 속하지 않으면 군인이나 경찰이라는 특수한 공직이 아니라 그냥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다.

연금 수령자가 되기 위해 근근이 버티는 직장인.


“시간 끌 거 없습니다. 일단 몇 명이나 봐야 됩니까?”

“이미 선별은 해놨습니다. 아마 마음에 드실 겁니다. 바로 전화하셔서 임명만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일단 이 재난 상황이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임명을 하는 걸로 하시고요.“


눈치를 봐서는 벌써 언질을 해놓은 듯 하다.


“그래도 일단 준비해놓은 프로필은 보시죠.”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서 총 네 명의 신상정보.

그런데...


“이거 이대로 괜찮을까요? 너무 파격적인 인사인데요.”


전부 영관급에서 전역을 한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보나 그 사람들이 가장 적합한 사람들입니다.”

“휴... 그래도 이건. 부장검사가 바로 지검장이 되는 거하고 비슷한 건데...”


지금 추천받은 사람들을 각 군 총장에 임명을 하면 옷을 벗을 장군들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일단 장성이 되고나면 먼지가 많이 묻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요.”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가라?”

“지금 남아 있는 장군들이 제대로 된 군인이라면 항명을 하거나 옷을 벗지는 않겠죠. 그리고 영관급이기는 합니다만, 지금 장성급들하고 임관 시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들끼리 평판이 있을 테니 거부가 심하지는 않을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정말 존경스러운 동료인건 알지만 본인 자리 보전 때문에 비참하게 쫓겨나는걸 보면서도 죄책감이 조금은 있겠지.

오히려 잘됐다며 환영을 할 수도 있는 일이고.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화해서 임명절차 밟도록 하죠.”



###



장갑진은 통화중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전화였지만 막상 본인 입으로 말을 들으니 실감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실현 불가능한 일이어서였다.


“그런데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본인만 하시겠다면요?


대통령 실 비서실장의 전화를 앞서 받았다.

그래서 상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직을 떠도는 것도 아니고 전역한지 오년이 지나서 다시 군복을 입으라니.

그것도 무려 육군 참모총장으로.

대령으로 전역한 장갑진으로서는 충분히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규정상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물었다.


-규정상 말이 안 되는 건 옷 벗겨버린 전임자에게 해당이 되는 거죠.


전 참모총장을 말하는 거겠지.


-무려 육군을 책임지는 사람이면서 아직도 미군만 찾고 있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그런 게 규정 위반이예요. 군인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서 사단장까지 연루된 군내 비리를 밝히려다가 억울하게 옷을 벗게 된 사람이 참 군인이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년 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자.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한 번 더 묻겠습니다. 저의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휴... 이거 참...“


옷을 벗은 지가 벌써 오년이 넘었다.

대령으로 전역을 한 후 인력을 파견하는 용역업체를 차렸다.

돈도 꽤 벌었지만 직업적인 만족도는 솔직히 군복을 입고 있을 때 비하면 형편없었다.


-지금 시기가 이래서 이런 식으로 밖에 임명을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재해가 지나가면 정식 임명장 수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시간부로 전직 육군대령 장갑진씨. 당신을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네. 조국과 민족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바쁘니 일단 급하게 할일부터... 말씀을 좀 드려야 되겠습니다.


대통령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지금의 재해에 대비하는 것들이었다.


-가능하겠습니까?


한참동안 말을 하던 대통령의 물음.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대통령과의 통화는 끝이 났다.



###



허리케인이 정말 왔다.

오늘은 역사상 한반도에 허리케인이 처음 상륙한 날이 될 것이다.


“휴... 그래도 다행입니다. 미국 같은 데는 주택들 죄다 날아가고 난리도 아닌데요.”

“우리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벽돌이나 시멘트로 지으니까요. 요새는 골조를 목재로 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아직 바람 좀 세게 분다고 날아가 수준은 아닙니다.”


아예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게 경고를 했건만 말을 듣지 않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고 있거나, 본인에 취향에는 맞지만 이런 돌풍에는 취약한 집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애초에 수해에 취약한 지역에서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버려둘 수는 없으니까 구조 해야죠. 설마 설마하고 준비를 했는데... 다행입니다.“


이미 새로 임명한 각 군 수뇌부이 지휘아래 구조 프로토콜이 발동 중이었다.


”피해는 발생해도 죽는 사람은 없도록 기도합시다.“


다치는 건 치료하면 된다.

집이 날아가면 일단 잘 곳을 마련해주면 된다.

사람이 죽는 건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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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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