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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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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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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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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DUMMY

충남 여산.


“이봐 소식 들었어?”


여산의 부동산 중개소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무슨 소식?”


안 그래도 파리 날려서 사무실을 접어야 할 정도로 심란한 중개소 사장은 지인의 방문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이전 소식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대뜸 청와대 이전이라니.

청와대 이전이 장난인줄 아나.

쓸데없는 말에 짜증이 살짝 났다.

가뜩이나 평생 살아온 고향이자 생활의 터전인 여산을 떠나야 하는 고민이 많은 요즘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술이나 한잔 사. 퇴직금 받아서 돈 많지 않냐?”

“지금 술이나 마시고 앉았을 때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진짜 요즘 땅 보러 온 사람 없어?”

“아 글쎄 없다니까. 낮술 자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그래? 청와대 옮기는 게 애들 장난이야? 그런 일이 있으면 이미 예전부터 소문이 났을 거라고. 알아도 나 같은 사람이 제일 먼저 알았을 거고 말이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수도 이전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결국 정부청사 정도에서 끝이 났으니까.



###



“비밀로 하신다구요?”

“네. 전 국민이 알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임기 내에 마무리 지어야할 또 다른 큰일.

바로 대통령 실 이전이다.

단순히 청와대를 비우는 게 아니라 서울을 떠나는 것.


“행정수도인 세종과 가깝고 소멸 위험이 있고, 인근에 현 수방사를 대체할 수 있는 군부대가 있는 도시. 꼭 도시가 아닌 군 단위도 상관은 없어요. 그래서... 일단은 충청남도 쪽으로 계획 중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가본 여산이 적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에 너무 많은 게 몰려 있다.

지방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예전부터 수도 없이 나왔지만 모두 일시적이었다.

사람은 모로 가도 서울로 가야 한다며 서울의 인구는 아직도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왜 충청남도, 그것도 여산입니까? 혹시 학생들 만나고 불쌍하다는 생각에 냉정한 판단을 못 내리신 건...”


그 말에 난 단호하게 부정할 수 있었다.


“아닙니다.”

“아니라구요?”

“네. 다른 이유예요. 충분히 합당한.”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영향을 미친 게 백 프로 거짓은 아니다.

어른들이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보고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란 뜻이다.


“...”

“아시다시피 경상도는 이미 다른 지방에 비해서 가진 게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전라도도 고려를 했지만... 일단 늘 미안한 정서가 있고 어떤 식으로든 늘 부각은 돼 왔던 지역이예요. 하지만 충청도는 또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치상으로 일단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간쯤 있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위치상요?”

“네. 제가 아무리 날아다녀도 서울에서 대한민국 전 지역을 꼼꼼하게 돌아볼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여산에 집무실을 하나 더 만들어서 임기 중 절반은 그곳에서 업무를 보는 겁니다. 서울이든 지방 어느 곳이든 두 시간 안에 닿을 수가 있는 거리예요.”


마음만 먹으면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전국 어디든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그냥 서울에 계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안됩니다. 계속 서울에만 있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 배치한 장사정포들만 발사해도 서울은 십분 이내에 초토화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스갯소리지만 군사학적으로 그것 역시 팩트다.

그것 때문에 맨날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나.


“그리고 아무리 지방에 공단을 세우고 정부 청사를 세우고 해도 사람들은 전부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사는 걸 원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예요. 이제 서울은 예전의 서울이 아니라는 걸 점차적으로 인식을 시켜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 실을 일단 옮겨야 합니다. 아, 물론 완전 이전이 아니라 현 청와대와 함께 사용하는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리 알고 진행에 참고해주세요.”


비밀리에 진행을 하고자 한 이유는 들썩일 현지 부동산 가격 때문이었다.

부동산 가격 컨트롤은 인위적으로 성공한 역사가 없다고 했다.

나도 그건 정말 자신이 없었다.


‘한적한 시골 땅에 대통령 집무실 들어온다고 하면 사전에 정보 입수한 투기세력들이 득실거릴지도 몰라. 어지간하면 그건 막자.’


내내 소외됐던 지방에 다른 지역들처럼 집값 한번 오르게 해주는 건 한 번쯤은 경험을 해봐도 좋을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기세력에 의한 의도적이고 공격적인 상승은 없어야 한다.



###



"어휴... 여긴 진짜 쥐뿔도 없는 촌구석일세."


충남 여산 버스 터미널.

버스에서 막 내려 여산의 공기를 한 모금 마신후의 솔직한 첫 느낌이었다.


“여기서 살다가는 폐가 애기애기 해지겠어.”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강명수는 공기가 시원하기는 한지 연신 숨을 크게 쉬었다.

신선한 공기로 속을 가득 채우기라도 할 것처럼.


“여기는 언니들은 좀 이쁜가?”


어느덧 초저녁이어서 술 생각이 절로 났다.

터미널 주변에 즐비한 유흥주점이 눈에 들어왔다.


“사장님. 어디 찾으시는데 있으세요?”


호객꾼이 붙었다.

강명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뭐야 이 새낀?“


속으로 새끼라고 했지만, 마흔 살인 자신보다 열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남자였다.


“사장님 혹시 여기 처음이세요?”


정말 여기는 희망이 없는 동네인가 싶었다.

저 나이에 삐끼 질이라니.

보다보다 이렇게 나이든 삐끼는 처음 본다.


“사업 때문에 왔는데...”

“사업요?”


사업을 하러왔다는 말에 돈 많은 사업가라고 생각을 한 건지 나이든 삐끼의 표정이 환해졌다.


“우리 가게 오늘 민짜 새로 들어왔어요 사장님. 맛이나 보고 가시죠.”

“민짜?”


강명수는 일부러 인상을 찌푸렸다.

민짜라는 말이 뭔지는 너무 잘 안다. 인상을 찌푸린 건 민짜가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사기꾼 특유의 습관이었다.


“에이 사장님. 걱정 안하셔도 돼요. 출생신고를 빨리해서 법적으로는 성인인데 실제로는 민짜 맞으니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씀입니다요.”


출생신고를 늦게도 아니고 빨리 했다는 건 또 무슨 헛소린가.

웃음이 나왔지만 이곳에서 입빨을 털어볼 좋은 기회인 것 같기도 했다.

돈 한 푼 안내고 술 마실 자신은 있으니까.


“그럼 한번 가보지 뭐.”


그래도 여자 살 냄새 맡으러 가는 곳이니 미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명수는 삐끼의 뒤를 따라갔다.



잠시 후.

여산 터미널 근처의 한 유흥주점


“어머 어머! 오빠 그게 진짜야?”

“정말이라니까. 니네들 여기 여산 촌구석에만 박혀 있어서 잘 모르나본데. 이미 서울에서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니까? 아마 여기 곧 난리날거야.”

“어머 어떡해! 나도 좋은 매물 있으면 투자나 좀 했으면 좋겠는데...”


강명수는 사기전과만 열 개가 넘는 베테랑 사기꾼이어다.

그의 전공은 외지를 찾아가 부동산 개발이 될 거라는 헛소문을 흘려서 순진한 시골 사람들 등쳐먹는 것.


“뭐 정보 알려주면 투자할 돈은 있고?”

“그럼. 나 이래보여도 가게 차리려고 돈 꽤 많이 모아놨어.”

“웃기시네. 술집에서 일해서 번 돈은 손안의 모래야. 그걸 알뜰살뜰 모을 리가 없잖아.”

“진짜야. 나 보기에는 이래도 똑순이라고.”


여자는 이곳의 마담이었다.

자신의 말을 증명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자신의 계좌내역을 확인시켜주려는 듯 휴대폰까지 꺼냈다.


‘호.. 의외로 알짜일세?’


강명수는 베테랑 사기꾼이었지만 사실은 양아치축에 속했다.

거액의 자금을 여기저기 모아서 크게 한탕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개인이 푼돈만 야금야금 갉아 먹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가 운 좋게 정말 순진한 여자라도 하나 걸리면 여자에게서 동전 하나 안 나올 때까지 우려먹는 스타일이었다.


“그럼 내가 우리 언니 돈 벌게 해줘 볼까?”


드디어 여자가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을 직감한 강명수의 두눈이 반짝였다.



###



사람이라는 게 아무리 많이 가져도 남이 가진 게 탐이 나는 모양이다.


“조심을 한다고 했는데 어디서 정보가 샌 겁니까?”


집무실로 사용하기 위한 폐교 같은 오랫동안 방치된 건물을 알아보던 중 눈치 빠른 지역 주민에 의해 한마디씩 두 마디씩 퍼지고 부풀려진 모양이다.


“후아... 그게 이런 식으로 엉뚱한 곳에서 터지다니. 아무리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지만. 우리 대통령 실 보안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


요즘에는 기업들의 보안도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한나라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에 관한 일이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노출이 돼버리다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대통령실 지방 이전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 자체로 온 나라가 당분간은 그 얘기로 떠들썩할 테니.

정확히는 완전 이전이 아닌데도 그렇다.


“그러게요 정말. 전용차선 공사 이야기는 또 뭡니까?”

“한 번도 없는 일이니 이런저런 소문 만들어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죠.”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요. 대통령 한명을 위해서 전용도로를 서울에서 충남 여산까지 따로 내다니요. 이거 머리가 있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헛소문 덕분에 인근 땅값이 말 그대로 폭등하고 있었다.


“제발 헛소문에 움직이는 사람은 없어야 할 텐데요.”


매매를 비싼 값에 했다가 헛소문이라는 게 확인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테니까.


“여산도 지금 당장 난리입니다. 한 번도 개발이라는 호재가 생긴 적이 없었는데, 이건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국가 단위 이벤트라고 다들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완전히 수도가 이전하고 그 주위도 예전 경상도 쪽 수준으로 개발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예요.”

“휴... 덕분에 건설회사 주가도 오르겠군요.”


이걸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일일이 해명을 할 수도 없고.


‘좋은 일 생겼다고 신바람이 났을 텐데 찬물을 끼얹을 수도 없고.’


해당 지역에 한번이나마 조용한 자산증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랬건만.


“일단 만나보셔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데요?”

“면담신청이구요.”

“면담요?”

“네. 서울 소재 아파트를 소유한 부녀회에서 면담을 요청하네요.”



###



광남구 담청동. 한 브런치 카페.


“대통령이 너무 젊어.”

“그러게 아직 인생을 덜 살아서 뭘 몰라서 그러나? 수도 이전이 왠말이래 갑자기?”

“지역 경제 어쩌고 하는 것 같던데? 옮긴다는 곳도 지방 어디라고 하더라. 충청도 쪽이라고 하던데.”

“그러니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경상도도 아니고. 혹시 전라도라고 하면 내가 또 이해를 하겠어. 맨날 소외되던 지역에 지역 발전. 명분도 좋잖아. 그런데 뜬금이 없어도 이거 너무 없는 거 아니니?”


네 명의 여자는 서른 초반이었다.


“나는 잘생긴 거 하나만 보고 뽑았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네. 남편 따라 그냥 보수로 갈걸.”

“잘생긴 거 하나만 봤으면 본전은 했네. 얼굴이 어디 가나? 요새 뉴스에 라방에 얼굴 매일 나오더만. 자주 봐서 좋겠다야.”

“서울 아파트가격도 영향 많이 받을 거라는 소문도 있어. 나 얼마 전에 상수동에 투자한다고 빚 끌어서 하나 계약했는데 불안해 죽겠다니까.”

“아파트 끝났어 야. 요새는 주식이나 코인 해야 돼. 내가 좋은 거 하나 소개해줄까?”


주요 관심사가 재테크인 그녀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진짜 올까?"

"올 거야. 매번 정면 돌파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잖아."

"그래. 맨날 방송 나가고 라방하고. 어쩌면 관종일 수도 있어."

“근데 그 사람 맨날 없는 사람 편에만 서는데, 우리 얘기 들어주기나 하겠어? 지금까지 하는 게 다 그런 일만 하잖아. 딱지 값 같은 것만 올리고 말이야. 내가 저번 달에 주정자 딱지 값만 오백이 넘는다니까. 정말 미친 거 같애.”


한참을 수다를 떨던 그녀들은 수다로 재미가 없어졌는지 다른 주제로 바꿔서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시간 되는 사람?”

“왜?”

“호빠 갈 시간 돼?”

“이 시간에?”


이제 열시 반 정도 된 이른 시간이었다.


“얘가 뭐 모르네. 지금도 한창 일할 시간이야 걔네들은.”

“난 오늘 아침에 남편 출국하고 애도 영어캠프.”


기다렸다는 듯 시간 많다며 서로 손을 들었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어허... 이거 곤란한데요. 손님 불러놓고 딴 약속 잡기 있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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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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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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