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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37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5 23:3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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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77) 지방 강연

DUMMY

"강의 요청요?“

“네. 충남 소재의 한 사립대에서 요청이 들어온 모양입니다.”

“흐음...”

“의미 있는 일정이 될 것 같습니다. 폐교 예정인 대학교거든요.”


폐교예정?

학생 수가 급감해서 더 이상 운영이 힘들면 재단에서 폐교 처리를 밟는다.

학생 수가 급감한다는 건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고 지방 사립대라는 건...


“충남 어디입니까?”

“여산이라는 소도시입니다.”

“거기 이번에 소멸 위기 도시 순위 1위로 뽑힌 곳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아직 정치와는 큰 상관이 없는 연령대를 상대로 한 연설.

어쩌면 때 묻은 어른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해 논의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지방 추진 중인 다른 일에 대해서도.


“언젭니까? 아니, 당장 출발 하도록 하죠.”



###



여산 백제대로 가는 길.


“이야...”


강의 요청이 들어온 다음날 아침.

여산으로 진입을 하고 시내를 지나쳐 학교로 가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거기 백제대요.”

“네?”

“거긴 재학생이 다 타지 사람들입니까?”

“주로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럴 만하네요...”


한적한 정도가 아니라 도시 자체가 늙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 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옆으로 텅 비다시피한 도로를 빠르게 달려 나가는 구급차 한 대.


“인근 도시의 큰 병원으로 가는 거겠죠.”


역시... 오다 병원 하나 본적이 없다.

요새 어딜 가나 보이는 복합 쇼핑몰 같은 건 당연히 없고, 그 흔한 대형마트나 극장 같은 것도 보지를 못했다.

터미널 근처에 아주 오래된 구시가지 같은 작은 술집 거리만 있었을 뿐.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려고 하지를 않을 것 같은데요. 요새 지방으로 잘 안 가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 서비스의 부재도 있다면서요.”


살만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

기본 말고 필수 인프라는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문화시설은 좀 부족하더라도 기초 교육시설이나 의료 시설은 있어야 안심하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다 왔습니다.”

“네. 우와!”


다 왔다는 말에 정면을 응시하다가 깜짝 놀랐다.


“무슨 정문이 이렇게...”


정문 크기 하나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이 학교는 정문에 공사비를 다 쏟아 부었답니까?”

“안으로 좀 더 들어가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폐교 예정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릴 정도로 인적이 정말 드물었다.


“여깁니다.”

“강의 장소요?”

“네.”


강의 장소 또한 의외였다.

대학에서의 강의이니 당연히 대강당 같은 장소일 줄 알았다.

어느 대학교나 강당 정도는 있으니까.


“그런데...”

“정문에서부터 여기까지.”

“...?”

“지금까지 본 게 백제 대학교의 전부입니다.”

“네??”


비서실장도 그 말을 해놓고 참 한심하게 생각이 되는 모양이었다.

정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컸지만 들어오는 동안 본 건물이 다섯 개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이게 강당인건 맞습니다. 대, 강당은 아니지만요 보시다시피.”

“아...”


그래도 그런 목적으로 짓기는 했는지 다른 건물들과는 외관에 힘을 준 흔적이 느껴졌다.


“학생들이 입학을 했다가도 떠나가겠네요. 요즘에는 대학의 낭만이라는 것도 없다고는 하지만 이건 뭐...”


학교건 회사건 다닐 맛이 나야 한다.

외관도 다닐 맛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설마 학생이 한명이 기다리고 있거나 그렇지는 않겠죠?”


말은 한명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그래도 대통령 초청 강연인데 강의실이 너무 휑할까 걱정이었다.

서로 민망할 테니까.



###



이 학교는 인문, 사회와 예능계열 학과만 있었다.

모인 학생은 스무 명.


‘어이가 없네.’


누구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누구는 귀찮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어이가 없는 건 적은수의 인원 때문이 아니었다.


“뭐라도 먼저 말씀을 하시는 게...”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화가 났다고 짐작을 한 모양인지 비서실장이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학생 수는 적을 수도 있다.

먼저 초청을 헸다고 해서 내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바라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최소한의 진행 매뉴얼도 없다니.’


모인 학생들은 내가 올 거라는 것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기본적인 진행자도 없었고,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고 불려왔으니 학생들도 뭘 해야 할 지 몰라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반갑습니다.”


싸가지 없는 아이들은 아닌지 여기저기서 작게 답인사가 들려왔다.


“밥들은 먹었습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이 튀어나왔다.

엄마가 아이를 보고 밥은 먹었냐고 자연스레 묻듯이.


“아니요.”

“저도 아직 안 먹었는데요.”


여기저기서 비슷한 답들이 들려왔다. 아직 한창 나이다.


“그럼 밥부터 먹고 예기할까요? 아니다, 먹으면서 합시다.”


그 말에 눈동자가 반짝인다.

밥값이 좀 들게 생겼다.



잠시 후.

먹는 행위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배가 부르면 최소한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은 전혀 나지 않는다.


“와 대박. 대통령 빽 장난 아닌데요?”


흔한 배달 어플도 소용이 없는 동네였다.

어플이 작동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배달 어플 라이더를 이용하지 않는지 어플에 검색되는 업장이 없어서였다.

포장도 안 된다고 고집하는 걸 비서실장이 웃돈을 주고 포장해왔다고 했다.


“기숙사는 지낼만 해?”


건물 외관이야 비슷하게 허름했다.

수업이야 선생과 책상만 있으면 되겠지만 잠자리는 또 다른 문제다.

예상치 못한 불편을 혹시 겪고 있지는 않을까 해서 물어본 거였다.


“저희다 근처에서 자취하는데요.”

“자취? 여기 기숙사 있던데?”


난 그렇게 말하며 밖에 저 건물 아니냐는 표정을 했다.


“저희 다 쫓겨났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는 얼굴.

너무 순진한 얼굴에 내 가슴이 아려왔다.


‘쫓겨났다고?’


드는 생각은 당연히 한 가지.

등록금은 대출이 가능하지만 기숙사비는 그것도 안 된다.

당연히 기숙사 비를 못 내서 쫓겨났다고 생각했다.


“어? 왜 우리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세요?”

“니가 말을 똑바로 해야지. 쫓겨났다고 하니까 저러시잖아.”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쫓겨났다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닌가?


“쫓겨난 건 맞지 뭐.”

“난 내가 내발로 나갔거든?”


쫓겨난 건 아닌 건가.

그 다음 말이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기숙사에 수도, 가스, 전기 다 끊긴지 좀 됐거든요. 그래서 요즘 밖에서 자취하고 있어요.”

“수도, 가스, 전기가 끊겼다고? 돈을 못 내서?”

“돈을 못 내니까 끊어졌겠죠? 일부러 학교에서 차단할리는 없잖아요.”


대박이다.

공과금도 못 낼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안 좋은가?


“강의실은? 기숙사만 그런 거야? 아니면 학교 전체가 다 그런 거야?”

“학교 전체가 다 그래요. 그래서 어두워지면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 하나도 없어요.”

“비 너무 많이 와도 휴강이예요. 칠판이 안보이게 어두운 날이 많거든요.”


와... 이게 과연 학교란 말인가.

어이없는 마음을 누르고 열악한 학교 상황과 그리고 학교생활, 나아가 아이들의 꿈에 대해서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전 좀 많이 아쉬워요.”


계백이라는 아이였다.

본명을 조심스럽게 꺼낸 아이는 폐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독 혼자만 아쉬워했다.


“뭐가 아쉬운데?”

“여기를 떠나기가 싫으니까요. 다른 아이들은 이참에 좀 큰 도시로 나가자고 하거든요.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온 아이들도 많으니까요. 뭐 걔네들 생각도 이해는 하는데 전 여기가 그냥 좋아요. 그래서 이 학교 졸업하고 어디 적당한데 취직할 생각이었거든요. 어딜 가든 이 근처에서.”


젊은 아이들이라고 다 클럽 좋아하고 힙합 좋아하고 아이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 계백이라는 학생도 그런 성향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너무 대도시에만 사람들이 몰려요. 특히 서울에요.”


그런 사실이 슬픈 모양이었다.


“오다가 보셨죠?”

“응?”

“여기 뭐 영화를 볼 수 있는 곳도 없고. 그 흔한 마트도 찾기가 힘들어요. 대중교통도 잘 안 돼 있어서 버스라도 탈라치면 한시간이상은 무조건 기다리는 게 대부분이구요. 저번에는 배가 갑자기 너무 아픈데 아시지만 여기 병원이 없잖아요. 그냥 참았어요.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정말 죽는 줄 알았거든요. 다른 지방에 작은 도시들 보면 사람들 살게 하려고 이런저런 지원 사업도 많이 벌이던데 여기 여산은 그런 것도 없고...”


다른 친구 하나가 한창 말을 늘어놓다가 말해봐야 소용없다 싶었는지 힘없이 말끝을 흐렸다.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많겠네.”

“죄송해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닌데.”


편하다 생각해서 말을 실컷 하기는 했지만 내가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난 모양인지 조심스러워한다.


“아니다. 내가 예전부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 중 하나야. 정말 문제가 심각하네. 지방 일부 도시의 문제점이야 이미 알고는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문득 한 가지가 묻고 싶어졌다.


“계백 학생?”


아이 아버지가 이곳에 애착에 얼마나 깊었으면 아들의 이름까지 저렇게 지었을까.

아들도 지역에 대한 애착이 이렇게 깊은 게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았다.


‘개발지역에 선정돼서 잘 살던 곳에서 억지로 떠나는 것도 서러운데.’


이건 다른 문제지만...

살던 고향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소멸 위기가 온다면 내내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의 슬픔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네?”


내 물음에 계백이 쳐다본다.


“여기 여산 말이야. 아니 일단 이 학교부터.”

“...?”


무슨 말을 할 거냐는 표정이다.


“학교 폐교 막아주면. 아니 학교 정상화 시켜놓으면 여기 다닐 거지?”

“네? 아 그거야 당연히...”


고향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 스무 살 청년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주고 싶다.



###



"저 상태 그대로는 지원이 불가합니다. 백제대보다 사정이 괜찮은 대학도 상당수가 올해 지원에서 제외된 케이스가 많거든요."


아이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온 후 비서실장과 백제대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겠죠. 학생 수라도 많아야 될 텐데."

"그게 가장 큰 이유죠.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보셔야 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라...


"명분이 있어야 되겠어요. 없는 학생도 끌어들일 명분이."

"지금 학령인구 자체가 너무 많이 줄었습니다. 그 와중에 있는 아이들도 서울로 모입니다. 지방의 이름 있는 국립대들도 지금 없어질 위기의 학교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비서실장의 말도 맞다.

하지만...


"딱 좋은 명분이 몇 개 생각이 났네요 마침.“


대통령 실을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을 당선이 되자마자 생각하고 있었다.


“은밀하게 진행을 해야 할 부분이 좀 있습니다.”


부자들아 미안하다.

이번에도 부자들이 들고 일어날 정책이 될 것이다.

반면에 개천에서 용이 나길 바라는 사람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할 테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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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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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4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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