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72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8 23:30
조회
217
추천
6
글자
12쪽

(60) 음주운전 원아웃

DUMMY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으로 피의자들을 직접 불러들여 사건 수사를 했다는 소식은 당연하게도 다음날 각 포털의 메인을 장식했다.


“정확하게는 사건 수사가 아니라 사실 관계 확인을 했을 뿐입니다.”


춘추관에서 내가 직접 지난 밤 일을 브리핑하고 있었다.


“경찰이 할 일을 왜 대통령께서 직접 하신 건지요?”

“관할서 경찰관들이 너무 바빠 보였습니다. 음주차량 단속 중에 중상을 입은 순경시보 격려차 경찰병원에 방문했다가 수십 대의 추돌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참이었구요.”

“그래도 대통령의 업무 영역을 벗어났다는 말들이 많은데요. 음주운전자 조사보다 국익에 관계된 일에 먼저 신경을 쓰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음주운전 피해로 인해 한해 발생하는 손실이 얼마인줄 잘 아시죠? 그걸 예방하는 것도 국익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요 기자 여러분.”


입만 열었다 하면 폭탄 발언인 대통령의 입에서 또 무슨 폭탄이 터질지 모두가 예의주시한다.


“대통령이 해도 되는 일입니다. 저는 국민의 민생과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사람이고, 최종 결정권자예요.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일입니다. 저도 국민이 투표로 뽑은 사람입니다. 월급 받는 만큼은 일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씀은 전임 대통령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전부는 아니지만 밥값 제대로 못한 대통령 많았죠. 그건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나요?”



###



면허시험을 볼 때 모든 내용을 운전하는 내내 기억하는 운전자는 없다.

실제는 실전으로 부딪혀가며 깨닫는다.


“이론은 지금처럼 합시다. 바꿔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론은 한글 배우기나 구구단처럼 간단하게 사리 분간 가능한 수준이면 된다.

중요한 건 늘 얘기하지만 실전이다.


“실기 코스와 도로주행의 합격점을 지금보다 몇 배는 높여야 합니다.”


그래도 날 사고는 나게 마련이다.

어차피 사고는 대부분 부주의로 일어나니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강화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기능 시험에서는...”


수십 년째 바뀐 게 없다.

절차만 간소화된 게 전부.

취득을 까다롭게 해놓았다면 사고가 많이 줄어들었을까?

모를 일이지만 최소한 어이없는 시비 거리는 안 생기겠지.


“이상한 게 하나 보이네요.”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기능시험에 후진이 없어요. 후진은 일상적으로 하고 그것 때문에 사고도 엄청나게 나는데.”


비서실장님도 생각을 못한 부분인 모양이다.


“후진항목을 넣읍시다. 오십 미터쯤 장애물 없이 한 군데, 그리고 장애물 설치를 하고 삼십여 미터 한군데.”


이정도면 운전 경력 다년간의 경력자도 쉽게 한 번에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면허증 소지 한 것 자체로 메리트가 될 수도 있겠군.’

“그리고...”


난 또 고민했다.

뭘 어렵게 만들어야 할까.


“아!”

“왜 그러십니까?”


정말 기가 막힌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들어보고 뭐라고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몇 시간 후.


“와... 정말 피곤하네요. 정말 못 해먹겠어요.”

“조금이라도... 미루시겠습니까?”

“아뇨. 할 일 뒤로 미루면 정말 하기 싫어집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으면 눈감고 싶어진다.

그건 대통령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골치 아픈 일은 되도록 빨리 해치워야 합니다. 사람들도 적응할 시간을 줘야죠.”


음주운전 원아웃.

운전자라면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게 돼 있는 소식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음주운전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반대로 술을 마시고 핸들을 한번이라도 잡아봤으면 움찔하겠지.’


우리나라는 술과 음주운전에 너무 관대하다.

그러다 누가 치이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닦달을 해도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 설레발치지 말라고 핀잔을 주기 일쑤인 세상이다.


“긴장 많이 되시죠?”

“아무래도요. 피곤도 하고 긴장도 되고... 하하하.”


지금껏 토론을 참 많이도 했다.

하지만 뭔가를 하지 말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놓고 욕을 먹으러 나가는 자리니 긴장이 안 될 수가 없다.


“이전에 자동 변속기 면허증 단속 때처럼 혼란이... 아니 그보다 더 큰 혼란이 되는데요. 조금 강도 조절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적잖이 걱정이 되는 표정이다.


“안됩니다.”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내가 너무 빡빡하게 하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거다.

고속성장을 하느라 쉼 없이 달려오느라 썩고 문드러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분명히 더 크게 터진다.

그전에 조금씩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줄이는 게 맞다. 지금은.



###



-이쯤이면 고정 패널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네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역시 강한 주제를 들고 나오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댓글 창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어느 때보다 내게 강한 거부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늘 제가 퍼주기 정책, 포퓰리즘 성 정책을 편다고 욕을 먹었죠. 다 세금 낭비 아니냐.”

-맞습니다. 늘 지나치게 많이 주는 것 아니냐. 내 세금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뭐 그런 반응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나왔습니다.”


반지하 월세방에 살아도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세상이다.

반지하 월세방에 사는 사람들은 자차를 보유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자차 보유율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거다.


‘휴... 한번 시작해볼까?’


이미 공은 던져졌다.


-대통령님, 정말 한번만 걸려도 바로 면허 취소당하나요?


정말 궁금할 것이다.

물론 내 정책 실행력을 봤을 때 이미 다들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하고야 있겠지만.


“맞습니다. 걸리면 바로 취소입니다.”

-정지 수준의 음주수치인지, 취소 수준의 수치인지 이런 거 차등을 둬서 적용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됩니다. 훈방 수준의 수치가 나오더라도 무조건 취소입니다. 단순히 딱지 값 벌겠다는 게 아닙니다. 이건 술을 마시면 무조건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생각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단순 과태료가 아니니 딱지 값 벌려고 저런다는 오해도 삼가주시면 좋을 것 같구요.”

-오년 내 면허 취득 제한도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몇 달, 일 년 이정도의 기간으로는 악순환의 반복일 뿐입니다.”

-지난번에는 자동 변속기 면허에 대한 제한을 하셨는데요. 오년 내 사고와 음주 단속이 이력 있는 사람들이 운전대를 아예 못 잡도록요.

“맞습니다. 현행대로 유지를 할 계획이고, 그래도 편법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더 엄중하게 처벌을 할 생각입니다.”


비슷비슷한 질문들이 반복돼 나왔고, 난 했던 말을 되풀이하기를 몇 번을 계속해야 했다.

그중에는 내가 운전면허 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한 것에 대한 지적도 꽤 많았다.


“여러분.”


아무리 운전면허 따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한 번만 음주운전으로 걸려도 취소를 해버리는 등 강한 조치를 취해도 한계가 있다.

편법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걸리든 말든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음주운전, 혹은 취소된 후에는 무면허 운전이 성행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같은 건 한번 한 사람이 계속 합니다. 애초에 법규 준수 잘하고 타인에게 피해주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면 절대 하지 않죠. 괜히 무사고 십년인 분들이 있겠습니까.”


원래 방청객을 따로 선별하지는 않았다.

라방 때도 시청자를 제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별도로 초대를 한 사람들이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입니다.


피해자의 첫 등장.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움찔하는 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네 영광입니다. 대통령님. 여기 저와 비슷한 피해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일단 전 음주운전을 하던 차량에 치어서 한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순간 숙연해진다.

나도 일단은 계속 말을 하도록 지켜보고만 있었다.


-덤프트럭을 모는 생계형 운전자더군요. 보험도 부실하게 가입돼 있었고...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지금 감옥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이 등장할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부 남의 일이지. 음주운전 피해로 다리를 잃어도 남의일, 폭주하는 차에 치어 죽어도 남의일, 후진을 하던 트럭운전자의 부주의로 사랑하는 아이가 깔려 죽어도 남의 일. 그 생각을 바꿔야 해.’


그게 시작이다.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운전을 못하게 온갖 제제를 가해도 내가 오천만 국민들의 삶에 전부 간섭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저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가해자가 상습범이었어요. 음주운전인데 그전에도 상습음주 운전 전력으로 면허도 취소된 사람이었습니다. 트럭은 보험 가입도 안 돼 있고, 당연히 그 사람 운전자 보험 이런 건 없었구요.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건 아니지만 화상으로라도 이런 얘기를 직접 듣는 건 처음일 것이다.

뉴스나 재연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사연 소개를 하는 것과는 임팩트가 다르다.


-목숨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병원비는 수천만 원이 나왔어요 .이 다리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서 아직 빚은 갚을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허벅지 아래로 없는 한쪽 다리를 직접 들어 보여준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움의 탄식이 들리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어요. 사는 게 막막합니다. 굶는다는 게 보릿고개 시절 얘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알겠더군요. 배고픈 게 얼마나 서러운 건지.


남자의 얼굴은 점점 더 참담해져간다.

저 심정을 당사가자 아니고서야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집안에 환자 한명만 있어도 분위기가 어두워진다고 하는데.

모두가 자신에게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



다음날.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난리가 났다.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하면 원아웃으로 면허 취소 당하는 제도 도입하겠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당한 운전자는 향후 오년간 면허 취득이 제한됩니다. 그리고 기존에 준비 중이던 운전면허증 취득 제도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을 할 예정이고...


내내 주택 문제와 전세피해 구제, 결식아동 식사제공 관련과 미혼모 보호 대책 등 퍼주기만 한다고 욕을 먹던 대통령이 처음으로 뭔가를 뺏고 못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라방 봤음? 좀 충격 먹었음

-이번 참에 음주운전 뿌리를 뽑아야함. 난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내가 잘못된 거야 세상에 잘못된 거야

-그 사고로 다리 잃으신 분 성금 모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불쌍...

-음주운전 한번이라도 이력 있는 사람은 두 번 다시는 운전대를 아예 잡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충격적인 사연일수록 자극적이다.

다들 남의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정작 본인이 겪을 불편 때문에 소극적이던 사람들 사이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5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7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1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8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4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7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1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9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7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1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9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10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