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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45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9 23:30
조회
182
추천
7
글자
11쪽

(81) 대통령 특채

DUMMY

“주의라도 줄까요?”


평소와 다르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비서실장.


“아닙니다. 저게 지금 범죄가 성립되는 상황도 아닌데요.”


사실이었다.

돈을 주고받는 것도 포착이 되지 않았고, 정작 레지 아가씨가 말은 싫다고 하면서도 반항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아서였다.

아직은 그랬다.

시골이니까 저런 사람한테 비위를 맞춰서라도 돈은 벌어야 하는 상황일수도 있다.


“팀하이드에 지시하세요.”

“네? 어떤...?”

“여산에 있는 유흥주점 혹은 다방 현황 조사하시고, 저 남자 성매매에 관련 정황이나 증거는 모조리 긁어 모으시라구요. 지금 당장.”

“아... 알겠습니다.”


세상 어떤 여자도 마음도 없는 남자에게 몸을 내맡기는 걸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

돈을 받고 하는 불법적인 일이라도 그렇다.


“그리고 일단 지금 바로 여산 시장 오라고 하세요.”



###


여산시 여산읍 텐프로만 있는 단란주점.


“아이고 시장 형님. 너무 점잖게 노시는 거 아니예요? 오늘 내가 거하게 쏜다니까 자꾸 빼시네. 내가 며칠 놀아봤는데 여기 애들 잘해줘. 물이 좋아. 아주 상쾌하다니까.”


강명수가 잔뜩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그래도 공무원인데... 이런데서 어떻게 노나. 다른데도 많은데 꼭 여기를 왔어야 해?”

“무슨 말씀이세요. 남자라면 술을 이런데서 여자끼고 먹어줘야 남자 소리 듣는 거예요.”

“그래 나도 알아. 나도 이런 거 좋아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몸을 사려야 할 시기란 말이야.”

“무슨 일이요. 왜 그러는데? 며칠 전만 해도 좋은데 한번 가자면서요?”

“너 소문도 못 들었냐? 여산에 대통령 온다고 난리잖아. 그러니까 여기서 놀지 말고 내가 이 동네 유지 한명 소개 시켜준다고 했잖냐. 일단 거기나 가자. 술은 거기 가서 먹자고.”

“형님 겁 많으시네. 알았소. 일단 거기부터 갑시다. 아가씨 끼고 노는 건 그 사람이랑 하지 뭐.”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할 때였다.

손님이 그냥 나가는 상황이라 접대부들도 아쉬워하고 있는데.


“응. 지금 바빠.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시청 비서실 직원이었다.


-대 대통령이 왔습니다.

“무슨 소리야?”


안 그래도 대통령이 여산에 온다고 해서 심란해죽겠는데.

하지만 공식 발표 내용으로는 일주일 후였다.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당장 나오시라구요.

“그러니까. 지금? 대통령한테 전화가 왔다고? 어디로 나오라는건데?”


여산시장은 경찰 공무원 출신으로 늘 보수당 쪽에 빌붙어서 시장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이슈에서는 비켜난 한적한 동네인 여산에서 시장 생활을 하다 보니 말 그대로 나 혼자만의 왕국이었다.

그런 생활이 비서실 직원의 얘기를 듣자마자 이제 곧 끝날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야, 넌 일단 내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그 형님 만나고 있어. 내 금방 따라갈 테니까.”

“무슨 소리쇼? 같이 가야지.”

“잔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 나 지금 대통령이 불러서 가야 되니까.”

“이 시간에 대통령? 서울로 오래요?”

“여산에 내려와 있대 벌써.”


그 말을 하는 여산시장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고, 강명수는 도저히 못 믿겠다는 얼굴이었다.



###



“그동안 혼자 잘 먹고 잘 살았나보네요.”


애초에 여산 시장을 부른 건 저 정신 나간 양반을 혼내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시골 인심보다는 느슨해진 시골의 윤리 의식에 경각심을 주는 건 보너스였고.


“이렇게 작고 조용한 도시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니까요. 신경 쓰기에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늙고 의욕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쓸데없는 간섭은 많고 텃세도 심하다.

지금 저 앞에서 여전히 다방레지 아가씨를 제살 만지듯 만져대고 있는 저 나이든 남자처럼.


“다른 지방 소도시도 이럴까요?”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정말 내려오기를 잘했군.’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은 많이 사는 곳의 특성이, 인구가 없을수록 또 그들만의 특성이나 문제점이 있는데 그건 현지인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다.

전남의 염전 노예가 괜히 있었겠나.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노인이 더 많을수록 모든 일에 소극적이기 마련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해요. 겁이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어지간한 건 사람 사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눈감아주죠.”

“우리가 바꿔야 되겠네요. 아, 저기 오시네.”


마침 여산 시장이 도착했다.

옆에 이상한 사내 하나를 달고 왔다.

물론 내가 조금 전 팀하이드를 통해서 얻은 정보로 정체는 알 수 있었다.


“대통령님! 처음 뵙겠습니다. 여산시장 입니다.”


육십은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잘 먹고 잘 살았는지 얼굴에 기름 끼가 잔뜩 낀 사람이었다.

물론 내가 지금부터 그 기름 끼 다 제거해주겠지만.


“시장님. 한 십년 시장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니 편하셨죠? 여산 시민 분들하고 시장가서 막걸리 한잔 하시면 바로 표 찍어주니까.”

“네?”


대놓고 시비를 걸었다.

더러워도 너무 더러웠다.

사건의 비중을 따지면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 크겠지만, 여산처럼 없이 사는 도시에서 너무 많이 해 처먹었다.


“예전에 대한민국이 허허벌판일 때는 다들 미래가 있었다고 합니다. 더 잃을 것도 없으니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요. 서로 희망을 가지고 살자고 막 그랬다고 하죠.”

“...”

“여산, 여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땅에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도대체 뭘 하신 겁니까?”



###



성매매, 성매매 방조, 폭행과 특수폭행, 도로교통법 위반, 무전취식, 배임과 횡령, 청탁 방지법 위반, 뇌물수수까지...

여산시장의 죄목은 화려했다.

왜 이런 인간을 그동안 아무도 쳐다도 안 봤던 걸까.


“그 사기꾼도 대단한 놈이네요. 대통령을 사칭하고 다니고. 사기를 쳐 먹고.”


여산시장과 함께 온 사내.

그는 대통령이 여산에 개발 사업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트린 후 이곳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해 돈을 뜯어낸 양아치였다.


“사기꾼들이 원래 사람의 욕심을 먹고 살죠.”

“보이스 피싱이랑 똑같은데 이거 참.”


스스로 알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사기를 당하는 거다.


“그나저나 이거...”


난감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산시장이 너무 광범위하게 도시 전체를 해먹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잡혀 들어간 상태다.

말을 배워도 욕부터 배우고, 못된 짓을 먼저 배운다고 시장이 그 모양이었으니 시청의 다른 공무원들도 성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마디로 시정이 마비가 된 상태.


“제일 큰 문제는 인수인계를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직원이야 새로 채용을 하든 희망자를 발령을 내든 하면 되는데요.”


시청직원뿐만이 아니었다.

여산 경찰서와 파출소 순경들도 빈자리가 많았다.

이런 총체적인 비리는 실제로는 처음 본다.


"제대로 된 공무원이나 경찰들도 있지 않았을까요?"

"있기야 했겠죠."

"일단 시청직원이건 경찰이건 관두고 나간 사람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세요. 쓸 만한 사람들이면 대통령 특채 한번 진행합시다.



###



여산 터미널 앞 콩나물 국밥집. 05시.


“사장님. 여기 콩나물 국밥 하나 주세요.”


이동운은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게 주문을 마치고는 빈 테이블 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


“후... 삭신이야.”


하던 일이 책상 놀음은 아니었지만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썼더니 온몸이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휴... 벌써 일주일인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


전직 여산 경찰서 강력계 팀장 이동운은 공무원 비리 수사를 하다가 윗선의 외압에 결국 옷을 벗었다.

여산 안에서는 어디를 가든 취직이 힘든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몸 하나만 있으면 되는 막노동판에 뛰어든 상태였다.


“응? 뭐야 이 시간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당연히 없다.

거절을 할까 하다 왠지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이동운씨 되시나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

받기는 했으나 신뢰는 가지 않는다.


“그런데요?”

-대통령 실에서 전화 드렸습니다.

“네? 어디시라구요?”

-대통령 실입니다. 새벽부터 죄송하지만 급한 연락 건이 있어서요.


하... 이동운은 자신이 현직 경찰이 아닌 게 아쉬웠다.

현직이었으면 장난질이라도 쳐봤을 텐데.


-여보세요? 이동운씨 듣고 계신건가요?

“아침부터 정말 짜증나게. 휴... 이만 끊습니다.”


신종 보이스 피싱인가?

대통령 실을 사칭하다니.

겁 대가리가 없어도 너무 없는 놈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잠깐만요. 전 여산 경찰서 강력계 팀장 이동운씨 아닌가요?

‘뭐야? 이런 건 또 어떻게 아는 거지?’


보이스 피싱 치고는 사기 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보를 알고 있다.

이동운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 드린 이유는 좀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상대방의 전화건 용건을 듣고 있던 이동운은 통화를 끝낸 후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여산시 여산 면사무소.


“휴... 사무실이 좀 허름해서 죄송합니다. 극적인 복귀이신데 좀 근사한곳에서 임명장을 드려야 하는데요. 이동운 서장님. 아무쪼록 앞으로 여산시의 치안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경찰 공무원 임명식이 있는 날이다.

가장 먼저 여산경찰의 수장이 될 이동운 서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감사합니다!”


강력계 팀장이었던 사람이 해직을 당한 후 서장으로 컴백을 했다.

누가 봐도 드라마틱한 상황이다.


“어? 지금 우시는 겁니까?”

“아 아닙니다!”

“에이. 좀 우셔도 됩니다 이런 날은.”


여산 경찰서 동료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던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경찰직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의 외압에 의해 관두고 공사판을 전전하는 삶을 살았으니 자괴감이 얼마나 심했을까.


“지금 흘리신 그 눈물. 여산의 다른 사람들은 절대 흘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안이 너무 급해서 특채로 채용을 하긴 했지만 능력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함께 복귀하신 동료들과 앞으로 여산을 든든하게 지켜주세요.”

“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명심해주실 게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앞으로도 예전처럼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마시고 성역 없는 수사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이동운 서장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예전일이 생각나는 거겠지.


“예전하고 많이 다를 겁니다. 선 조치 후보고가 필요하면 재량 하에 그렇게 하세요.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경찰로서 당당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문제될 거 없습니다. 그리고...”

“...”

“여러분들의 뒤는 제가 지키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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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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