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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43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01 23:30
조회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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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DUMMY

“아버지. 저 출근할께요. 기운 없어도 점심 잘 챙겨 드셔야 돼요 아셨죠?”

“그래. 얼른 가.”

“그럼 다녀올께요.”


정현은 누워있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휴... 어쩌다 재수 없게 그딴 새끼한테 걸려서는.”


교사로 정년퇴직 후 어렵게 구한 아파트 경비 자리.

잘 다니시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통 밖에서 일어난 일을 잘 얘기하지 않으셔서 이번일이 아니면 정말 아버지가 무슨 일을 당하고 다니시는지도 모를 뻔했다.


지이잉.


-합의 안할 거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문자.

아버지가 다니던 아파트의 입주민이다. 작은 실랑이를 하다가 재수 없게 살짝 넘어졌는데 진단서를 끊어온 남자.


-안합니다...


그 네 글자를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씨발...”


정현은 결국 답장을 하지 못했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기에.


“진짜 변호사라도 선임을 해야 하나.”


인터넷으로 알아본 정보로는 빼도 박도 못 하게 가해자로 몰릴 판이라 무조건 변호사부터 선임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기본 오백만원부터 시작하는 선임료.

물론 그 돈을 못 낼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건 아니었지만, 밥값 내듯 선뜻 지를만한 금액도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출근길 내내 아버지 고소 관련으로 생각하던 정현은 어느새 회사에 도착을 했다.

일은 해야 한다.


“정현씨 누가 찾아왔던데.”

“네? 누가요? 아직 출근시간도 되기 전인데?”


거래처 사람인가 싶었다.

하지만 급한 일이었으면 전화가 직접 왔을 것이다.

이렇게 회사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무슨 일 있어 혹시?”

“무슨 일요?”

“아니 난 그냥 궁금해서. 찾아온 사람이 변호사던데?”

“변호사요?”


설마 상대방 측에서 합의 종용을 위해서 보낸 변호사인가?

하지만 가해자 측에서야 합의를 서둘러 하기 위해 변호사를 보내 피해자를 압박하지만, 그쪽은 현재 피해자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어디 있는데요?”


찾아가보려고 하는 찰나였다.


“임정현씨인가요?”


처음 듣는 목소리.


“네? 아, 네. 제가 임정현입니다만. 누구신...”

“방금 내가 말한 사람이야. 그 변호사.”



###



정현은 흡연자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는 옥상 한편으로 방금 처음 본 변호사를 데리고 올라왔다.


“백형진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라는 사람이 명함 하나를 건네며 인사를 한다.


“아, 회사는 지금 거기는 아닙니다. 아직 명함이 안 나와서요.”


딱 봐도 로펌이름으로 보이는 상호가 박혀 있는 명함.

하지만 아니라고 한다.


“변호사가 맞으세요? 그런데 아니시라는 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정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거기는 예전에 일하던 곳 이구요. 지금은 거기서 나왔고 다른 곳으로 들어갔는데 부랴부랴 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바람에 아직 명함을 못 받았거든요.”

“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최근에 사무실을 옮긴 변호사라는 뜻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닐 걸 알면서도 혹시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보낸 건지.


“아. 죄송합니다. 제일 중요한 걸 말 안했네요.”

“...?”

“청와대에서 나왔습니다.”

“청와대요?”


정현은 직접 듣고도 믿지 못 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네, 맞습니다. 며칠 전에 콜센터 전화하셔서 문의하셨다면서요.”


콜센터?


‘아! 설마...’


기억이 났다.

청와대 콜센터에 한밤 중에 전화를 했던 게.


“일단 상황부터 좀 알 수 있을까요?”


지금 도와주겠다는 건가?

대통령이 보내서 청와대에서 왔다고?


“잠깐만요.”

“네.”

“콜센터 전화를 했던 것도 맞구요. 선생님이 변호사라는 것 도 알긴 하겠는데요.”

“네에.”

“무료 변론인가요? 국선 변호사 그런 것처럼요?”

“음... 무료는 맞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국선 변호사는 아니예요. 국선 변호사는 피고인을 변호해주는 사람을 국선 변호사라고 하구요. 아, 피고인이 뭔지는 아시죠?”


막연하지만 안다.

죄를 지어서 경찰에 잡히고 수사를 마친 후 재판에 넘겨진 사람...

그런 거 아닌가?


“저는 그것과는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요?”

“대통령께서 또 일을 하나 벌이셨어요.”


변호사라는 사람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새로 계획 중이십니다.”

“원스톱... 법률 서비스요?”


최태웅 대통령을 원래부터 지지해왔다.

최근 조금 급격하게 진행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정현 역시 의견이 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뭔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저도 이런 건 처음이어서요. 자세하게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원스톱 법률 서비스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이렇게 전화 한통화하면 와서 무조건 도와주시는 건지...”


아직 이 사람의 명함도 못 받았다.

정황상 청와대에서 나온 건 맞는 건 같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



“일단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 추립시다. 그 외에는 국선 변호사들 중에서 변호 이력보고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시는 걸로 하시죠.”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개인이든 단체든 외부 사무실에 의뢰를 맡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는 법률서비스를 원활하게 시행하려면 인원이 한두 명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력만 보고 따로 검증을 하지는 않아도 되겠습니까?”

“검증까지 할 시간이 과연 있을까요?”


법률서비스가 필요하지만 비용문제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도 엄청나게 많았다.


‘법은 최소한이라던데... 정말 가진 자를 위한 법이야 완전히.’


일제 강점기이후 조금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해방을 하고 현대 국가로 접어들면서 마련된 법들이라는 게 죄다 주변 나라에서 시행중인 걸 참고하고 배끼는 수준이다.

거기다가 어차피 법 만지는 사람들이 배운 사람들이고 당시만 해도 기득권에 친일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당장 정당방위만 해도 복잡하지. 먼저 때린 놈이 장땡이거든.’


항상 피해자만 억울해진다.

그래서 더러운 건 피하라는 말이 있는 거고.


“그런데 대통령님.”

“네에.”

“전부 다 직고용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왜요? 비용 문제 때문에요? 아... 하긴 제가 너무 많이 자꾸 신세만....”

“필요하시면 국민 인당 한명씩 전담 변호사를 붙여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럼 뭐가 문제라는거지?

감이 안 잡히는데?


“인권변호사와 국선 변호사들 중에서 이 서비스에 어울릴만한 사람으로 뽑는 건 좋은데요.”

“그런데요?”

“직고용보다는 건별로 계약을 하시는 게 어떨까요. 직고용보다는 그게 파이를 늘리기도 좋습니다. 또 유명로펌에 있다고 그런 일에 관심 있는 사람 없다는 법도 없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법률지식이 기본이 돼야 하는 건 맞지만 어차피 그 바닥의 일이라는 것도 다 사람이 하는 겁니다. 변호사들끼리 대화 몇 번으로 사건 자체가 상황 반전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

“그리고 대통령님이 하시려는 게 약자 보호도 있지만 보편적인 복지의 개념도 강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돈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혜택을 못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또 그런 사람들에게는 맞는 변호사는...”


비서실장은 한참동안 의견을 피력했다.

요점은 변호사의 출신 성분을 다양하게 하자는 거였다.

없는 사람 편만 들지 말고 가능한 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반발도 적을 거라는 말도 함께였다.



###



-012 청와대 콜센터입니다. 평생임대주택관련 문의는 1번, 자영업자의 미성년자 식대 청구 관련 문의는 2번, 미혼모 지원센터는 3번, 원스톱 법률서비스는 4번, 기타 문의는 5번, 상담원 연결은 0번을 눌러주세요.

“와...”


말로만 듣던 청와대 콜센터라는 곳에 전화를 처음 걸어봤다.

안내멘트를 듣다보니 평생임대주택이나 미성년자 식대청구처럼 어디서 한번쯤 들어본 것 같은 단어들이 나열됐다.


“4번...?”


신동월은 조심스럽게 4번을 눌렀다.


-대기 중인 변호사와의 연결을 원하시면 1번, 연락받으실 전화번호 남겨놓기는 2번, 상담원 연결은 0번, 이전으로 돌아가시려면 별표를 눌러주세요.


잠시 고민했다.


‘어쩌지?’


변호사 상담 같은 건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돈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궁금해서 걸어본 건데.’


고민하는 사이 똑같은 멘트가 한 번 더 나왔고, 뒤이어 처음과는 추가된 멘트 하나가 더 들렸다.


-청와대 콜센터에 처음 전화주신 분이셔서 생소하신 분들, 망설이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연결을 합니다. 원치 않으시면 끊어주시면 됩니다. 5초 후에 자동 연결됩니다.

“뭐?”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

어어, 그러는 사이 전화는 연결됐다.


-안녕하세요. 청와대 콜센터 산하 원스톱 법률서비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신동월은 너무 놀라서 숨까지 참아버렸다.


-선생님?

“...”

“선생님?”

“아...”


변호사라는 존재.

평소에는 볼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닿지 않는 먼 곳에 떨어져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변호사의 어투에 신동월은 절로 긴장이 풀리며 참고 있던 숨을 뱉고 말았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어떤 문제로 전화를 주신 걸까요?

“저...”

-네에. 부담 없이 말씀하세요. 상담은 전부 무료입니다.

“진짜예요? 진짜 변호산데 무료 상담이라구요?”

-그렇습니다. 말씀하시는 상담의 난이도에 따라 현장 실사를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무료입니다.

“현장 실사요?”

-대화로만 상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단순 법률 조언으로 끝나지 않는 일도 있을 수 있거든요.

“음...”

-음... 제가 예를 들어볼께요. 혹시...


신동월은 차분하고 따뜻한 음성의 변호사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참 살기 좋아졌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계약할 변호사들을 한명씩 만나보면서 느낀 점은 서류상의 그동안 경력보다는 따뜻한 목소리라는 거였다.


“전화하는 사람들은 어디 하소연 할 데 없는 보통 사람들이예요. 변호사로서 전문성은 가지되 배운 사람 티내지 않고 의뢰인의 눈높이에 완전히 맞춰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중점적으로 본 부분 중 하나가 따뜻한 목소리를 포함한 평소의 대화 방식이었다.


“탈락자들이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 가서 거울 좀 보라고 하세요.”

“네?”

“얼굴을 보면 살아온 흔적이 보입니다. 서류상의 이력보다는 그 이외 부분을 많이 본 결과라고 전해주세요.”


나쁜 사람들이 싫다.

변호사들이 도움을 줄 사람은 보통 약자다. 도움을 주는 변호사들의 기본적으로 선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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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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