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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38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7 23:30
조회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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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79) 모여 살만한 조건

DUMMY

난 어머니라는 존재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흔히 말하는 맘충도 어떤 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이기주의의 끝판을 달리는구만.'


대화의 수준이 참으로 한심하다.

속으로 한숨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고 웃는 얼굴로 이 여자들을 대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말 섞는 것도 싫지만...’


난 대통령이니 이들의 대화도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 된다.


“청와대 옮기는 거 정말인가요?”


건물을 옮길 수는 없죠 아줌마.


“집무실을 하나 더 만드는 겁니다.”

“그게 그거 아니예요?”


그게 왜 그게 그거냐고.


“아닙니다. 완전히 옮겨가서 안 오는 것도 아니고, 집무실을 ‘편의상’ 하나 더 만드는 것뿐입니다.”


난 ‘편의상’ 이라는 단어에 일부러 포인트를 줬다.


“왜요?”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국민 아닙니까?”

“서울에 제일 많이 살잖아요?”

“적게 살아도 국민입니다. 전 대통령으로서 그분들의 삶도 챙겨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렇기는 한데...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람한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이야... 극단의 이기주의.

지역감정보다 난 이런 게 더 싫다.


‘지역감정보다 더 무섭군.’


무조건 본인 우선이다.

본인과 아이.

더 나가면 남편을 포함한 가족.

그중에도 가족과 떨어져 혼자가 되면 무조건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들.


“휴,,,”


한숨 쉬는 내 모습이 화가 나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눈치를 살피는 네 여자.


“그러니까... 바라는 게 일단은 아파트값 안 떨어지게 신경 써달라는 건가요?”


대통령을 불러놓고 고작 이런 부탁이니 하고 있다니.


“그거 아십니까?”

“뭘요?”

“자본주의 역사에서 부동산 가격 통제에 성공한 정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걸 알기나 할까?

신상 명품백이나 구두나 그런 것만 알겠지.


“어머, 못하시겠다는 말을 이렇게 폼 나게 하시기예요?”

“그러게요. 그래도 대통령 실 이전 소문 때문에 부동산이 들썩이는 거잖아요.”

“우리가 영끌을 얼마나 했는데요. 손해 보면 이건 누구를 탓해야 되는데요? 정부 탓을 할 수도 없잖아요.”

“저는 이번에 집값 떨어지면 남편한테 이혼당할지도 몰라요. 제발 저 한번만 살려주세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성인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의 상당수가 요즘은 집값에 대해서다.

애들끼리도 서로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 비교를 한다고 들은 적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래도 자산증식 수단이 부동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죠?”

“그럼요. 중산층으로 가는 디딤돌이예요 아직도.”

“머리 좋은 사람들이나 주식, 코인 그런 거 하죠.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거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거든요. 아등바등 돈 모아서 전세 들어가고, 그렇게 몇 년 살다가 조금 힘들어도 집 사고. 그렇게 조금씩 늘려가는 게 여전히 정석이예요.”

“그래요. 사업을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은 부동산, 아파트뿐이라니까요,”


내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호소를 해왔다.


“제가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서 인식을 바꾸려고 많이 노력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

“많이 부족하네요 아직도.”

“...?”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물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



-최태웅 대통령이 아파트 보유자중 일부 투기 세력에 대한 투기세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국의 아파트 보유자가 움찔할만한 소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투기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직 세부 조율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부는 단순히 비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적용이 되지는 않고 주고 판 정황이 자주 보이거나, 레버리지투자가 심한 경우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갑작스런 정부의 듣도 보도 못한 투기세 적용발표에 대통령 실 이전 문제는 살짝 묻혔다.

그만큼 민감한 뉴스였다.


“와... 나 영끌 했는데 이것도 해당이 되는 건가?”


지금 안사두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횡행했고,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직장인들 중 어떤 사람은 조금 과하게 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다주택자는 해당사항 없다고 했으니 난 괜찮으려나?”


서울 보다는 조금 낙후된 지역에서 나오는 경매 물건을 낙찰 받아서 세를 주며 부동산 보유개수를 늘려가는 사람들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



“우와... 앞으로는 그런 건 좀 걸러주세요. 이런저런 핑계 많이 댈 수 있지 않습니까?”

“많이 당하셨나보네요?”

“전에 어머니의 날 때는 좋은 날이라 이런 건 없었는데...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데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대화상대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아까 나를 괴롭혔던 네 명의 여자들은 오늘 뉴스를 보면서 기함을 했을 것이다.

내가 준다는 선물이 폭탄으로 느껴졌을 테니까.


“그리고 교육부 장관이 면담을 요청해왔습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정확한 내용을 궁금해 하더군요.”


창업대학교를 만드는 것.

대통령 실 이전은 당선이 된 후 생각을 했지만 창업대학교에 대해서는 그전부터 생각해왔었다.

인재라는 인재는 여전히 서울대를 가고 의대를 가고 법대를 가는 현실.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면 도와줄 거라도 있답니까?”

“그건 아니구요. 다만 교육계 쪽에서 성화가 심하다보니 그런 거겠죠.”


대통령 실 이전에는 크게 반대가 없다.

왜냐하면 예전에 생각 없는 누가 그랬던 것처럼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아니니까.

천문학적 비용은커녕, 대통령 집무실이라고 신축을 하지도 않는다.

남아도는 폐건물을 물색할 예정이니까.

시비를 걸고 싶어도 걸 거리가 없는 거다. .


“너무 과한 지출은 아닐까요?”

“창업대학교요?”

“네.”

“전혀 아닙니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을 퍼주다시피 하는 포퓰리즘 성 정책이라고 누구는 욕을 하겠지만.


“전교 일등하고 전국 일등 하는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크면 법대가고 의대로 가야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돼요.”


어차피 잘 먹고 잘살아 보겠다고 법대를 가고 의대를 가는 거다.

공부 열심히 해서 열심히 살면 보통의 월급쟁이보다는 나은 삶을 사는 게 대부분이니까.

그 와중에 불행한 이도 있기는 하겠지만.


“우리도 실리콘 밸리 같은걸 만들어보는 거예요.”


창업대학교에 입학을 하려면 사업가적인 머리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만연한 금융이나 부동산 쪽의 두뇌는 지원조차 힘들 것이다.

기술이 필요한 공학이나 과학에 밝은 아이들이 많이 필요하다.

현재도 공대나 카이스트가 있지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으니까.

이제는 우리 한국도 일론머스크, 스티브잡스, 빌게이츠... 그런 천재성 있는 인재가 나와줄 때가 됐다.


“그래도 입학하자마자 일억을 주고 일 년에 일억씩 주는 건... 백퍼센트 회수가 가능할까요?”


국립이라는 모양새를 띄기 위해 정부에서 보조를 한다.

그래봤자 아주 조금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자금은 비서실장님이 입김을 넣을 수 있는 해외 쪽에서 공수가 될 예정이다.


“회수가 백퍼센트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 일의 포인트는 지방 활성화예요.”


사람이 모여 살게 하려면 그만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 장관 통해서 각 대학 총장한테 전하라고 하세요. 학생 뺏기기 싫으면 경쟁력을 갖추라고. 아 그리고 하는 김에 정말 없어져야할 대학교들 명단 좀 뽑아봅시다.”

“정말 없어져야 할 대학교요?”

“네. 지원금 줄이는 과정에서 간신히 합격선에 들어온 학교들 있을 것 아닙니까. 지방 국립대도 죽는 소리 하는 마당에 인서울 사립대 중에서 지원금 줄 자격 없는 학교도 있을 거예요. 그 쪽 지원금 줄 돈으로 창업대학교 인력 확충에 힘을 쏟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제 있습니까?”

“별건 아닌데. 왜 하필 백제 대학교냐고 물으면 할말이... 궁색하네요.”

“뭐가 할 말이 궁색합니까? 지방 활성화 정책 중 하나다. 그렇게만 전하세요.”

“음... 거기 말고도 비슷한 형편의 대학교는 더 있습니다.”

“여산이 지금 소멸 위기 1위 아닙니까. 상징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 실을 이전해도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서울에 집중된 힘을 조금씩 지방으로 분산할 계획이라는 것도 전하세요.”


모여 살만한 조건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시설 같은 거야 장사꾼들이 알아서 돈 벌려고 들어올 것이다.

문제는...


“제법 큰 문제가 하나 남았네요.”


직업군들 중 가장 본인들 밥 그릇 지키기에 열심인 사람들.

하지만 직업인으로서의 윤리의식으로만 따지면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도 설득을 해야 한다.



###



여산에서 삼십분 거리.

다산 의료원.


“그게 무슨 말이예요?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가 없다니!”

“뇌 전문의가 저희 병원에는 없습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어서 빨리 인근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전화 한통을 받은 언니가 전화를 끊더니 갑자기 쓰러졌다.

다행히 바로 앞에서 발견해서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올수는 있었지만 정작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다니.


“여기 이 근처에서 제일 큰 병원이잖아요! 여기 말고 더 큰 병원이 어디 있어요!”


문희는 거품을 물며 눈앞의 의사를 닦달했다.

하지만 다른 병원으로 빨리 가야 살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여기 다산 의료원이구요. 전 3년차 레지던트 차태수라고 합니다. 지금 사십대 중반 여자 뇌출혈이구요. 저희 원에 도착한지는 십분 막 지났습니다. 응급처치는 잘 했는데요. 여기 뇌 전문의가 전혀 없는데 혹시 그쪽에서 환자 받아주실 수 있나요?”


안 된다는 말만 하던 의사는 어딘가로 전화를 몇 번 더 걸었다.


“됐어요! 받아준다는 병원 나왔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래요!”


어느 병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니의 상태가 더는 지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



“어제 그 기사 다들 보셨죠?”


여산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여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두 시간을 해매다 결국 서울까지 왔다는 뉴스.


“왜 다들 말씀이 없으십니까?”


그렇게 면담을 요청하던 교육부 장관을 불렀다.

추가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도 함께였다.


“왜들 표정이 그렇습니까? 질책성으로 오시라고 한 거 아닙니다.”


거짓말 하지 말라는 저들의 표정.


“지방 의료의 현실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보건 복지부 장관의 틀에 박힌 대답.


“이제 백세 시댑니다. 장관님들도 백 살을 넘게 사실 거예요. 조금만 욕심 버리고 마음 편하게 스트레스 없이 사시면 정말 앞으로는 그렇게 된답니다.”


이 인간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하는 표정이었다.


“지방에 있는 소멸 위기의 도시.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최근에 뭘 한지는 알고 계시죠?”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학교나 다른 인프라는 어떻게 해결이 될 것 같은데. 병원이 없어도 너무 없네요.”


이제 내가 할 발언은 당장 내일 여기저기서 시위를 하게 만드는 발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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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4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3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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