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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389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1.26 23:30
조회
213
추천
6
글자
12쪽

(58)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

DUMMY

광남 경찰서 강력반은 아수라장이었다.


“경찰관님! 내가 이번 달에 우리 회사 실적 일등이라 무려 회장님까지 회식에 오셔서 칭찬을 받았거든요! 오늘 같은 날 술 한 잔 한 게 큰 잘못입니까?”


넥타이 정장 차림이었지만 잔뜩 헝클어진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시뻘건 얼굴로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경찰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아이고 네네. 실적 일등 축하 드리구요 그런데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시면 안 되죠. 아실만한 분이. 자자, 일단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구요?”

“술 마시고 운전을 하면 안 되죠. 안되는데! 오늘 내가 대학도 안 나왔는데 저기 스카이 나온 쟁쟁한 놈들 제끼고 일등 했다는 거 아닙니까! 입사한지 무려 오년 만에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라구요! 오늘 같은 날 술 한 잔 하면 안 되는 거냐구요!”


남자는 술에 취해 이성이 마비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모든 추태를 다 부리고 있었다.


“와 미치겠네. 이 사람들 미친 거 아냐? 혀도 꼬일 때까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무슨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은 거야?”


경찰들은 혀를 내둘렀다.

아직 초저녁이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추태를 부리는 건 넥타이 부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우리 합의 같은 거 절대 안합니다. 저 사람들 지들이 와서 갖다 박아놓고는 주먹까지 휘둘렀다구요! 무조건 깜빵에 처넣으세요!”

“맞아요! 우리 차 부서진 거 변상부터 시작해서 정신적인 피해 보상금까지 모조리 요구할겁니다.”

“고작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었어? 어휴... 이 양반들이 정신 못 차리고. 우리가 누군지 알아?”


한쪽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다른 한 무리의 남자들.


“선생님도 잘한 거 없어요. 추돌을 당했다 뿐이지 이미 일반 국도에서 규정 속도를 훨씬 넘는 속도로 주행하셨고, 도로위에서 드리프트하면서 다른 차량들 주행 방해했죠. 거기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양쪽 다 음주시네.”


사건 조서를 쓰고 있는 경찰은 너도 똑같은 놈이라는 표정으로 일갈했다.


“드리프트 하는 게 불법입니까? 누가 그래요? 내가 변호사 불러볼까요? 드리프트가 불법인지?”

“누가 드리프트가 불법이랍니까? 과속하고 주행방해를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음주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시잖아요.”



###



“아이고 이거 완전히 난장판이네.”


광남 경찰서 주차장은 열대도 넘는 차량이 제대로 된 주차를 하지 않아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음주운전자들하고 추돌 일으킨 수퍼카 동호회 차들 같은데요.”

“그 사람들은 음주는 안했답니까? 그냥 도로 위를 지들끼리 질주하다가 받힌 거예요?”

“그건 들어가보면 알겠죠.”


안쪽에는 더 가관이었다.


“이거 뭐...”


조폭들끼리 싸움이라도 난 것처럼 고성과 폭력이 오가는 현장이었다.


“아저씨! 거기 의자 내려놓고 앉아요! 어이! 거기도 지금 손에 든 거 내려놓으시라고!”


경찰들이 여기저기서 소리를 질러대며 취객들을 말리는 중이었다.


“술은 잘못이 없겠죠? 그걸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마시는 사람이 문제인거지.”

“맞습니다.”


너무 혼잡스러워 내가 끼어 들 틈이 없었다.

경찰들도 취객들 조용히 시키느라 정작 조서 같은 본 업무는 뒷전인 듯 보였다.


“야야! 음주 운전자들은 전부 다 수갑 채워! 피해자 한명 사망했다고 지금 병원에서 연락받았다!”


피해자 사망?

그냥 단순 추돌 사고가 아니었어?


“알겠습니다! 김형사, 이형사, 거기 박형사! 여기 제약회사 영업사원들 일단 도주 위험 있으니까 모조리 수갑 채워!”

“알겠습니다!”

“네!!”

“예써! 이리 오세요, 이 범죄자 새끼들아!”


단순 음주 추돌 사고 피의자에서 사망사건의 용의자로 전환된 순간이다.

물론 여기 넥타이부대 이십여 명이 전부 범인은 아니겠지만.


“도련님!”


익숙한 소리.

또 돈 좀 있는 집안 자식 놈이 하나 껴 있나보다.


“왜 이제 와!”

“죄송합니다. 회장님이랑 함께 있다가 몰래 빠져나오느라...”

“아빠는 모르는 거지? 일단 여기서 좀 빠져나가자!”


한쪽에서는 수갑을 채우려는 경찰과 반항하는 피의자들의 발악소리가 들리는데, 이쪽은 다소 여유롭다.

역시 있는 집 자식들인가.


“경찰관님. 제가 이분 변호삽니다.”

“아, 네. 그런데 지금 그분도... 어쩔 수 없어요. 음주운전이예요.”

“저희 도련님 파란 유통 삼남이십니다.”

“파란유통 삼남요?”


나도 안다.

파란유통.

흔히 말하는 10위권 내의 재벌은 아니지만 어디가면 그래도 나름대로 재벌소리 들을 수 있는 회사다.


‘이거 일이 이상하게 꼬이네.’


주거지가 분명하고 도주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면 그냥 보내주기도 하겠지만...


“수고하십니다.”


난 파란유통 삼남을 담당하고 있는 형사에게로 다가갔다.


“네.”


건성으로 대답하고 나를 힐끔 보며 고개 숙이려던 형사는 다시 고래를 번쩍 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 대통령님!”

“아 바쁘신데 거수경례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지금 상황을... 좀 구체적으로 보고 받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명분도 좋다.

도로교통법과 면허증관련법, 음주운전의 처벌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손질을 하고 있던 차에 눈앞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



“아니, 잠깐만요 형사님!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건데요? 좀 전에 내 변호사 왔잖아요!”

“변호사도 왔는데 엄청나게 높은 분이 또 왔네요. 거기 가서는 사고 치지 마세요? 여러분들 지금 청와대로 가시는 겁니다.”

“청와대? 내가? 왜요?”


청와대라는 말에 남자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건 가보면 아실 거고. 우리도 명령이라 어쩔 수 없어요.”


조수석에 앉은 경찰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설마. 나 영업 일등 먹었다고 대통령이 표창하고 그러는 건 아니죠? 우리 회장님이 청와대에 줄이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아직 내가 일등 한 거 회사 내에서도 공식 발표한 건 아니거든요.”


경찰서에 오고 나서 일등 했는데 그깟 술 한 잔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던 남자.

그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네네. 가보면 아시겠죠.”


하지만 그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에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조사를 하던 피의자를 갑자기 청와대로 이송을 하라니.


“하아... 이거 명령이니 하긴 하는데.”


그래도 개운치 않은 형사는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응, 왜?

“서장님. 이거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갑자기 청와대로 피의자를 이송하라니요.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건... 나중에 청장님한테 한소리 안 들으시겠어요?”


소위 말하는 대빵.

이 나라의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인 건 맞다.

하지만 이런 다소 사소한 일에까지 개입을 하는 건 보도 듣도 못했다.


-니가 그걸 왜 신경 써 임마! 넌 그냥 가서 걔네들 잘 내려다 주고 오면 돼.

“진짜 책임 지는 거 없는 거죠?”

-하... 이 얼빠진 놈아. 지금 청장님이 문제야? 이 나라 대한민국 대빵이 지금 누구냐?

“그거야... 대통령이죠.”


너무나 당연한 답변.

하지만 대통령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민생은 일선 경찰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건데.

하지만 형사는 청와대에 도착해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



“괜찮으시겠어요?”

“안 피곤하겠느냐 그 말이죠?”

“그것보다도... 영빈관에 이런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게 좀...”

“시간도 공간도 없잖습니까. 그 바쁜 경찰서에서 이러는 건 더 실례죠.”


경찰들이 호송차량에 제약회사 직원들과 수퍼카 동호회 사람들 수십 명을 태우는 동안에도 사건은 계속 밀려들었다.


“이거 내일 보도 나가면 또 한 차례 들썩일 겁니다. 대통령이 경찰도 아닌데, 무슨 범죄자들을 직접 잡아 가냐고요.”


나도 이렇게 범죄자들을 직접 잡아가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안될 건 뭐 있습니까. 시간이 없으니 못하는 건데, 눈앞에 사건이 벌어져있고 피의자들이 있으면 대통령이 좀 도와줄 수도 있는 거죠.”

“휴... 알겠습니다. 그래도 좀 살살하시죠.”

“할 말만 할 겁니다.”


차에서 내린 내게 경찰서로 복귀하려고 하는 경찰들이 인사차 다가오는 게 보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바쁘실 텐데 어서 가보세요.”

“고생은 대통령님께서 많이 하셨죠.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쓰시니. 그보다...”

“왜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저, 그게...”


대통령 앞에서 이런 말을 감히 꺼내도 되냐는 듯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아무 말이나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괜찮으십니다. 여러분들은.”

“그럼...”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실제로 봐서 영광이라는 말?

광남 경찰서에 간 게 처음은 아니었으니 그건 아닐 것 같다.


“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대통령님께서. 그게 너무 궁급합니다.”

“왜라니요?”

“대통령님께서는 이것... 이런 범죄자들을 직접 상대하시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큰 일이 많이 있지 않으십니까. 이런 건 저희 일선 경찰이 해도...”


예상이 대강은 맞다.

대통령이 일선 경찰서의 일까지 직접 관여하거나 챙기려들면 당사자인 경찰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것이다.


‘본인이 일을 잘못하고 있나 생각이 들겠지. 혹시 청와대에서 그 경찰서 일 못한다고 말 한마디 했다가 고과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도 될 것이고...’


어떻게 말해야 부담을 덜 주고 상처를 받지 않을까.

잠깐 고민하던 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형사님.”

“네.”

“대통령은 이 나라 국민들의 민생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중에서도 최고결정권자예요.”

“...”

“몸이 백 개라면, 아니 천개라면 모든 일에 직접 달려 나가 모든 걸 챙기고 싶습니다. 그러지를 못하니까 일선에 여러분들이 있는 거구요.”

“그 말씀은...”

“형사님이 늘 이렇게 밤새 고생하시듯, 저도 이런 일 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되거나 격 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



청와대 영빈관.

마음 같아서야 경찰서 안에서 용건을 다 끝내고 왔어야 하지만, 그러기에 경찰서는 늘 붐비는 곳이다.

이런 음주운전자들 말고도 단순폭행, 절도 등의 일반 강력 사건들로 항상 정신이 없는 곳이니까.


“여러분 좀 황당하죠? 단순히 음주운전으로 걸려서 경찰서에서 조사받아가 갑자기 잡혀 오다시피 이곳까지 오셨으니까요.”


여기저기서 작게 ‘네’, 하는 소리와 조심스럽게 헛기침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래도 영광인줄 아셔야 합니다. 여기 청와대 영빈관은 주로 국빈을 포함한 중요한 손님들을 접대할 때 주로 이용하는 곳이니까요.”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물론 행사차원에서 일반 국민들을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선량한 일반 국민들에 한해서요.”


내가 얼마나 평소 발언과 행동이 과격한지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범죄자는 여러분이 처음입니다.”


조금씩 공기가 얼어붙는 듯 하다. 물론 차갑게 느끼는 건 내가 아니라 앞에 있는 사건의 당사자들이겠지만.


“선량한 국민으로서 뭔가 칭찬과 격려를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그 흔한 음료수 한잔 없습니다.”

“...”

“일선 경찰서의 일이 너무 많고 손이 모자란 듯 보여서 여러분은 제가 이리 데리고 온 겁니다.”


점점 현실을 깨닫는 듯 하다.

사고를 쳤는데 영빈관에 왔다.

하지만 그게 결코 좋은 일로 온건 아니라는 걸.


“수퍼카 동호회. 이름만 들으면 잘 알만한 집안의 자제분도 계시고, 속칭 한 번에 졸부가 된 분들도 계시겠네요. 변호사 정도는 전화 한통화면 오겠죠?”

“...”

“그리고 제약회사 영업사원 분들... 까지. 길게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점점 굳어가는 내 표정.

내가 그래도 대통령이다.


“여러분에 대한 처벌은 여기서 내가 결정할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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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9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3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2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7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3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5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9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7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8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10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6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6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9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8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3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3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12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9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9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3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30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12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7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6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8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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