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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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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2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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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2,510

작성
23.12.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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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4) 물량공세

DUMMY

“이보세요. 성추행이고 피해자가 이제 고등학교 일학년 미성년자라구요. 이런 사건은 무혐의가 날수가 없어요. 최소가 벌금형으로 끝날 겁니다. 그렇게라도 하려면 상대편 변호사 잘 만나서 쇼부 잘 쳐야 되는 건 당연하구요.”


정치만 변호사.


“거스름돈 건네다가 손만 살짝 스친 건데 그걸 성추행이라구요? 난 그것 말고는 전혀 그 학생 몸에 손댄 적이 없어요. 이게 어떻게 무혐의가 아닙니까?”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한 고등학교 자판기 납품업자 권해근.

난 지금 그의 안에 들어와 있다.


“아 글쎄 그렇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법이 안 그래요.”

“법이라는 게 해석하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일단 그 학생이 진술도 번복했다고 했다면서요.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는데 어떻게 이게 벌금형이냐구요.”


정치만 변호사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권해근 이 사람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어야 했으니까.

물론 저인간은 지금 이 사람의 몸에 대통령이 있다는 걸 모르겠지만.


“혹시 돈 때문에 그러세요? 금액이 너무 커서요?”

“누가 돈 때문에 이런대요? 난 결백하다구요!”

“네네. 그러시겠죠. 그럼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 제가 저쪽 변호사한테 쇼부 치려는 금액이 이천만원이었는데, 천만 원으로 어떻게든 마무리하겠습니다, 말씀드렸던 제 성공보수 천만 원은 없는 걸로 해요. 그것도 안 받을께요.”


정말 가증스러운 놈이다.

이름대로 변호는 하지 않고 정치 놀음만 하려나보다.

정계 진출이 꿈인 양반인건가?


“그렇죠? 역시 금액이 문제였어. 자판기 하시는 분이 그런 큰 돈이 어디 있다고. 제가 진작에 신경을 썼어야 되는데. 아 물론 오해는 하지 마세요. 자판기 하시는 분이라고... 직업 비하하는 말은 아니니까요.”


잠시 입을 닫고 있었더니 자기 말에 동의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안되겠네요. 수임료는 아깝지만 이쯤에서 다른 변호사 알아보겠습니다.”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예전 인권변호사 때도 많이 느껴봤지만 이런 식으로 법의 보호가 아니라 법의 의해 테러를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네??”


그만하자는 내말에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란다.

성추행건이라 의뢰인을 아주 만만하게 봤나보다.


‘하긴 성추행건이면 너무 예민한 사안이기는 하지.’


상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가해자로 몰린 사람은 인생은 파탄이 난다.

물론 무고하다는 전제하에.


“요즘 청와대 콜센터에서 원스톱 무료 법률서비슨가 뭔가. 그런 거 한다던데요. 일단 거기나 알아볼랍니다.”

“이봐요. 권해근씨.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납니다. 성추행범 딱지 붙이고 어디 마음 편하게 살수나 있을 것 같아요?”

“그쪽하고 계속하면 정말 내가 성추행범이 될 것 같아요. 난 무죄니까 당당하게 끝까지 결백 주장할겁니다.”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정치만 변호사.

법정에서 변론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증거가 나오거나 상대측 변호사의 기막힌 반전 변론이 나올 때 딱 저런 표정일 것이다.

난 한마디만 더 해줬다.


“그런 식으로 살지 마세요. 서민들한테 일이천이 껌 값인 줄 압니까?”



###



“정치만 변호사님?”


무고한 서민 앞에서는 거만을 그렇게 떨고 있더니 공손하다.

두 번째 보는 내가 다 어색할 정도로 겸손을 떨고 앉아 있다.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권변호사시절부터 존경해왔습니다. 저도 대통령님처럼 사람들이 보호받아야할 기본적인 인권 보호에 힘쓰는 변호사가 되고자 합니다.”

“아, 그래요? 건승을 빕니다. 일단...”


이미 다 알고 있는 정치만 변호사의 이력들을 일부러 모르는 척 천천히 훑어보았다.


“음... 이력이 상당히 특이하네요?”

“아.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아닙니다.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니고요. 지원자 중 이런 경력만 있는 건 처음 봐서요. 성추행 사건 전문 변호사라...”


각 분야의 전문 변호사가 있다.

물론 그중에는 성추행 사건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변호사도 있겠지.

하지만 웃긴 건 이 사람의 일 처리방식이다.


“제일 가볍게 끝난 게 집행유예네요. 어떤 건 벌급형이고... 죄다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반성문까지 제출을 했었고...”

“대통령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그럴듯한 사건만 맡으셔서 잘 모르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네? 왜 저는 변호사 시절에 이런 변호 안 해봤을 거라 생각합니까?”


일부러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


“아, 그게 아니라...”


약간만 공격적으로 되 물어도 얼굴까지 시뻘개지며 당황을 한다.


“한 적이 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맡은 변론 중에 무고한 사람이 전혀 없었습니까?”


여성의 인권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가 되면서 예전처럼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손을 만지거나 하면 바로 쇠고랑 차기 일쑤다.

스스로 당당해야 한다며 여성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탓에 가능한 일이다.


“사건의 특성상... 일단은 당사자들이 어떻게든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하는 바가 크기도 했고요. 남성의 감수성상 여자들은 당연히 불쾌하게 느끼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성향이 많습니다. 아직도.”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 하다.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변호사님 말씀은... 어쨌든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성추행한 사실이 있다는 걸 본인들도 뒤늦게 인정은 한다는 말이네요?”

“실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게 전쟁과 성매매라며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식 같아서, 손녀 같아서 손 한번 잡아줬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으니까.


“그중에서요.”

“네.”

“본인은 정말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진짜 무고한 사람은 없었습니까?”

“네?”

“무고를 주장하는 사람한테 현실적으로 무혐의를 받기는 어렵다며 적당히 합의를 하는 쪽으로 회유를 한 적은 없냐고 묻는 겁니다.”



###



“딱 맞는 사람은 정말 찾기가 힘들군요.”


선량한 성품을 가졌으면서 능력도 좋은 변호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완벽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법조계에서 선량한 품성으로는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겁니다.”


어떤 변호사는 서류만, 어떤 사람은 직접 인터뷰까지 했지만 실제로 계약까지 한 번에 골인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인권변호사라 하더라도 사생활이 의외로 더러운 사람도 꽤 있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의 말 대로였다.


“일단은 능력은 레벨업을 시켜주면 되니까 능력보다는 기본적인 성품부터 봅시다. 일은 반복하면 느는 거지만 천성은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요.”


대기업도 회장마다 인재를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그룹은 천재성을 주의 깊게 보고, 어떤 그룹은 사람은 자리가 만드는 거라며 천재성이외의 면을 많이 보는 회사도 있다.


“일단은 서비스를 최대한 알리려면 물량공세가 우선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쓰레기들만 제외하고 웬만한 변호사들은 투입하는 걸로 합시다. 무료 변론서비스가 존재하는 것 자체로 힘이 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시작을 안했으면 모를까 그 사람들을 외면할 수는 없어요.”



###



빌게이츠가 세상을 한번 바꿨고, 스티브잡스는 뒤집어 놨다.

아주 소소한 골치 아픈 사연들까지 청와대 콜센터로 접수가 되던 터라 그런 민원까지 필요하면 원스톱 법률서비스가 연결되고 있었다.

이런 게 있더라, 하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진짜요?”


족발집에서 일하던 수경은 전화 한통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네, 정상 접수되셨구요. 담당 변호사 곧 배정입니다. 문의 건이 많다보니 신속한 처리를 위해서 사건 발생 상황을 대략적으로 먼저 메모를 해놓고자 하는데요. 그때 당시와 그 후 추가로 진행이 된 과정을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일가족이 족발을 먹던 중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말도 안 되는 클레임을 걸었고, 수경은 억울한 마음에 사장에게 따로 얘기도 하지 않고 인터넷에 사연을 뿌려버렸다.

그 결과 돌아온 건 개인 정보 유출과 명예훼손을 당한 것에 대한 고소였다.


“정말 이런 것도 도와주시는 건가요? 나라에서요?”

-네 그렇습니다. 상황에 따라 원하시는 부분에 따라 단순 법률서비스로 끝이 날수도 있고, 전담 변호사가 실제로 파견되어 법적 대응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

“와... 대박. 감사합니다.”


버스 운전을 하다가 승객에게 고소를 당한 사람도, 일하던 아파트 입주민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아파트 관리실 직원도, 어디선가 성추행 혹은 기타 자잘한 일로 고소를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희망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



좋은 일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그 일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예를 들면 온갖 지저분한 소송들로 돈을 벌던 양아치 같은 변호사 집단이 그들이었다.


“이거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망할 각인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메신저로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law-line의 대표 노법 변호사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함께한 파트너들의 생각을 물었다.


“정말 몰랐다. 우리한테도 불똥이 튈 줄이야.”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세 변호사 모두 나이도 젊고 진보적인 사람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높다는 걸 늘 생각해왔다.

정확하게는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은 탓이었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온라인 법률서비스였다.


“이거 청와대에 공식 항의라도 해야 되나?”

“명분이 없어. 우리는 더더욱.”


법률서비스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문턱 자체를 낮추고자 십분 단위의 전화 상담서비스를 선보였다.

비용자체는 한 시간에 오만 원짜리 변호사도 있는 등 기존 변호사의 상담료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일이십 분이라도 딱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에게 인기를 끌었다.

기존 변호사 협회의 반발을 살 정도로 서비스 출시 초반에는 업계의 반발에 부딪힐 정도로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그런데 나라에서 무료 법률 자문을 해주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될까?”


동료들의 질문에 노법 변호사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 답을 내놨다.


“정면 돌파야. 그것 말고는 답이 없어.”

“정면 돌파?”

“그래.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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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5) 구출 거부 23.12.23 190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4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0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2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4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5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7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3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5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5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0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6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7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3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5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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