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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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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53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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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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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80) 이기주의

DUMMY

“여산에 대학병원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좋은 의견 혹시 있으십니까?”


정확하게는 분원이 될 것이다.


“대학 병원요? 현재 여산에 대학교가... 백제대라는 학교 한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더군다나 그 학교도 대통령께서 창업대학교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미 사안에 대해 고민 중인 교육부 장관이 먼저 물어왔다.


“맞습니다. 지금 여산에 있는 그 학교와는 상관이 없어요.”

“그럼...”

“설마...?”


두 장관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우려가 된다는 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제가 간섭을 할 권한은 없죠. 권고야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대학 병원 쪽에서 나서주셔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학이라고 무조건적인 지시를 하시면 의료계 전체의 반발이 또...”

“왜요? 또 환자 방치해두고 파업이라도 하시게요?”


그런 짓하면 정말 화를 낼 생각이다.

내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런 일이 아직 벌어지지는 않았다.


“이거 말을 완전히 꺼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의료계에서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기존 건보체계 손보면서 정부 때문에 의료계 쪽은 주머니가 두둑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얘기도 안 해 보고 왜 이러시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이건 팩트다.

나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보는 업종은 주로 건설업 쪽과 그 후에는 자동차 제조 쪽, 그것도 당연히 대기업 군에 국한해서다.


“그래도 여산은 너무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입니다. 그런데도 분원을 세우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생각들을 할 텐데요.”


교육부 장관의 조심스러운 한마디.


“아 그래요? 손해가 막심하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건보체계 손질 후 정부에서 지급보증하고 결국 입금해줬던 돈들. 그 돈 도로 내놓으실래요? 그것도 아니면 대형, 아니 대학병원들 쪽은 특별세금이라도 부과를 할까요?”

“...”


거 봐.

이러면 또 아무 말 못할 거면서.


“다들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맨날 괜히 여러분하고 싸우자고 이러는 것 같습니까? 휴... 방금 말씀드린 부분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장관님 생각은요?”

“그곳 인구가 지금 얼마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멸 순위 1위의 지방도시라는 뉴스를 본적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곳 인구에 맞게 작은 병원부터 일단은... 너무 외지다보니 인프라도 부족하고 의료진도 가길 꺼려할 수도 있습니다.”


말하는 꼬라지하고는.


“지금 제가 여기 왜 여러분 부른 건지 대화중에 잊으신 겁니까?”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두 남자.


“지방 활성화라구요. 치료 받을 병원도 하나 없어서 겁나서 못 살겠다는 사람 있으니까 겁먹지 말라고 이것저것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게 하려는 거라구요.”


정말 답답하다.

공감능력이 왜 이렇게 떨어지는 건가.


“여산 말고도 소멸 위기의 도시는 많습니다. 일단 지역 선정부터 좀 신중하게 진행하신 후에 결정을 하시는 게...”


참으로 끝까지 답답하다.

대화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몇 시간 후.


"다들 똑같은 생각이신가요?"


장관들을 보낸 후 이어진 대학병원 원장들과의 대화.

하지만 반응은 장관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분원 내면 돌아가는 혜택이 그렇게 커도 안 간다구요?"


내가 이들에게 제시한건 병원 입장에선 꽤 솔깃해 할 만한 것들이었다.

병원 신축에 따른 비용 절반 지원, 수익에 따른 세금 혜택.

그리고 결정적으로 장기화 돼서 도시가 안정화되면 여산을 의료 관광특구로 지정해주겠다는 것 .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의료 관광 특구요? 허...“

“여산은 너무 외지입니다.”


쓸데없는 데 힘 빼기 싫었다.


“정말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죠?”

“저희도 최대한으로 협조를 해드리고 싶지만... 일단은 여산보다는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 훨씬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

“한명은 사람 아니고 두 명은 사람이 아닙니까? 정말 너무들 하시네요. 생각들 잘 알겠습니다.”



그날 밤.

난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생방송으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그나마 나에게 호의적이었던 의료계.

회견이 끝나면 당장 내일부터 파업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저는 최근 지방에 있는 도시 중 인구가 너무 타지로 빠져나가 소멸 위기에 놓인 도시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방을 활성화할만한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충남 여산의 백제대라는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서 그곳에 가게 되었고, 생각보다 심각한 소멸 위기에 대통령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골 촌 동네 하나 소멸돼서 없어진다고 그게 무슨 문제냐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하는 슬픔을 감히 누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중략. 저는 대통령으로서 솔선수범을 보이기로 했습니다. 대통령 실을 그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그곳의 유일한 대학교인 백제대를 완전히 새로운 대학으로 만들어 소멸을 막을 것입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이 병원입니다. 맹장 같은 간단한 수술도 하수 있는 병원 자체가 아예 없다는 사실에 병원 설립을 고민 중이었으나 기존 대학병원들의 비협조로 인해서...”



###



“겁을 많이 먹었나본데요.”


기존 국내 운영 중인 대학병원들의 여산 분원 거부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말을 했다.

대학병원들에 대한 지원 폐지였다.

폐지 내용은 당연히 정부 지급 보증 안에 대한 철회.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위협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말했으니까요.”


어느 정부도 의료계의 파업에 대해서는 강경한 자세로 나간 적이 없다.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다른 직업이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면...

그게 살인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아, 그리고 생각보다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래요?”


내가 선전포고 한 또 다른 하나.

병원은 나라에서 짓겠다.

의료 인력의 지원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상식 있는 의료진들의 사명감에 호소한 셈이다.


“기존 의료계의 부당한 관행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았나봅니다.”

“그렇죠. 당장 본인들이 특별한 사람들이라 느껴서 의대정원 확대도 기를 쓰고 반대를 하지 않습니까.”


매번 힘들어서 관두고 돈이 안 돼서 관두고 개업하는 현직 의사들이 늘어난다.

개업을 한다는 뜻은 대형 수술에 필요한 의사들이 정작 필요한 대형병원에는 많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반대를 한다.

많이 관두면 기존 의사들이 입지가 더 단단해질 거라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지원자 중 외국인도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사람 살리는데 국적이 중요합니까? 일단 지원자는 최대한 확보하세요. 백제대를 의료계의 다크호스로 한번 만들어봅시다.”



###



집무실 이전은 청와대 직원의 의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다.

완전 이전이 아니라 제2의 집무실이라는 것을 알렸는데도 부동산 가격은 들썩이고 있었고, 그 와중에 사기꾼들도 득실거렸다.


“정말 그 정도 규모로 되시겠습니까?”

“가벼워야 움직이기가 편합니다. 메인캠프는 어차피 청와대고 여산은 제2의 집무, 사무실이라고 봐야 하니까요. 여산 사무실을 베이스로 해야 지방에 돌아다니기도 편합니다. 서울에서는 움직이는 것 자체가 일이지 않습니까.”


너무 소수정예로 움직인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혹시 필요하시면 전용 헬기라도 한 대 확보할까요?“

“전용헬기요? 아뇨 그건 싫습니다.”

“아, 혹시 고소공포증이라도...?”

“실장님. 저 해군특수부대 출신이예요. 헬기 타는 게 무섭다니요. 헬기는 더 필요한곳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냥 차타고 다니면 됩니다. 충분해요 이미.”



###



여산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대통령님. 여산으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 죽어가던 백제대를 새롭게 탈바꿈 시켜놓을 예정이고, 없던 의대를 신설해서 대학병원이 생긴다는 것만으로 이미 활기가 생기고 있었다.


“오늘은 배부르게 드실까요? 술은... 저는 제외하고 필수 경호 인력 두 명 정도만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술도 한잔 하고 그러세요.”

“대통령께서는요?”

“저는 최고 책임자인데 흐트러지면 안 되죠.”

“그래도 이런 날은...”

“안됩니다. 당선확정이 되는 순간 결심했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자리여도 임기동안에는 술은 입에도 안대겠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예약해놓은 식당으로 이동하실까요?”


동네 주민들끼리 주고받고 사고 파는 마을이었다.

제법 큰 규모의 식당이 있기는 했으나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물론 이 역시 차츰 바뀔 것이다.



이동하는 차안.


“오늘 정말 마음껏 드시라고 하세요. 앞으로 절반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곳에서 지내야 합니다. 제가 미안해서 그러니까 잊지 말고 꼭 신신당부 하셔야 합니다.”


속을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불만 가진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직장인은 지방 발령 그 자체만으로 좌천당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나.


“그래도 다행이네요. 환영들 해주셔서.”


호재가 연달아 생기니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해하는 주민들이 있을 거라 예상을 어느 정도는 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밥을 먹으러 갔다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



###



“자, 대통령님 제 잔 한잔 받으십시오.”


이곳의 유지인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저는 임기 내내 술은 입에도 대지 않기로 해서요. 다른 직원들이랑 잔 주고 받으시지요.”


난 한사코 거절했다.

여산이라고 해서 쉬었다 갈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시스템이나 인프라를 따지면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더욱 긴장의 끈을 조일 생각이었다.


“에헤이. 그래도 그러시면 됩니까. 제가 여산에서 사업도 크게 하고 있고 해서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한잔 드리는 겁니다.”

“그러시면 더욱 곤란합니다. 청탁 금지 모르세요?”


난 애써 웃으며 얘기를 했지만 아무래도 나이도 많고 본인이 이곳 터줏대감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불쾌한 거듭된 거절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권위의식 같은 거 안 보이려고 통으로 안 빌렸더니 이런 사단이 나네.’


인원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라고 어려워하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였다.


“에이 재미없네.”


동네 유지는 그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건 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옆에는 아가씨 한명이 앉아 있었다.

요새는 지방 소도시 아니면 보기 힘든 ‘다방 레지’였다.


“아이 오빠 왜 이래.”


술을 몇 잔 주고받던 그들은 그 후 조금 취해보이는 남자가 레지 아가씨의 허벅지등에 손을 대면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저거 나 보라고 그러는 거죠?”


대통령이 있는 자리 근처에서 유사 성매매를 시도 하고 있었다.


“저 저거...”

“미쳤네 미쳤어.”


몇 직원들이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굳이 지방에 내려온 이유는 이런 것도 있지.’


세상 곳곳에 죄다 하얀색일수는 없다.

어딘가는 어둡고 음침한 곳도 존재한다.

아니 존재해야만 한다.

불법을 장려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세상의 균형에 맞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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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7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1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 (80) 이기주의 23.12.18 188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6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1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9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1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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