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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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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51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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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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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DUMMY

범산구 강남동 한 의류매장.


“이거 말고 다른 디자인은 없어요?”


풍성한 펌 스타일에 짙은 선글라스를 쓴 중년의 여자는 한껏 도도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네, 손님. 아우터 쪽은 지금 다른 제품은 모두 품절이어서요.”

“품절이면 바로바로 채워 넣어야 되는 거 아니예요? 손님이 또 그 디자인 찾으면 어쩌려고 그래?”

“저희 사장님께서... 그 디자인은 이제 생산 중단이라고 하셔서요.”

“그래도 손님이 찾으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가지고 와야 되는 거 아니예요?”


말도 안 되는 강짜를 늘어놓고 있는 중년의 여자는 벌써 이십 분 째 매장안의 모든 옷을 입고 만져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응대하는 직원들은 고압적인 손님의 태도에 벌써 질려버린 상태로 어서 나가주기를 속으로 빌었지만 고압적인 태도의 중년 여자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유명하다해서 와봤더니 별것도 없네. 살게 없어도 너무 없어.”

“... 죄송합니다.”


가게 점원들이 사과를 할 일은 아니었지만 딱히 할 말이 없는 점원들은 끝까지 저자세로 일관했다.

어쨌든 손님은 왕이니까.


“수고들 해요.”


중년여자는 볼일 끝났다는 듯 그 말 마치고 바깥으로 향했다.


“어? 저기! 손님!”


점원 중 한명이 나가려는 중년 여자를 다급하게 불러 세웠고,


“응? 나?”

“손님. 계산은 하고 가셔야죠.”

“계산? 무슨 계산?”

“신고 계신 구두. 저희 가게 디피 돼 있던 거 신어보시고 아직 그대로 신고 계시잖아요.”

“무슨 소리야? 집에서 나올 때 신고 나온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이거 분명히 아까 저기 가게 입구 쪽에 진열...”

“뭐야? 내가 지금 거짓말 한다는 거야?”


중년 여자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는지 앙칼진 목소리로 대꾸하기 시작했다.


“손님, 그게 아니라...”


아까부터 진상인 이 여자를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 지 점원은 막막했다.

하지만 가게에 진열돼 있던 신발을 신고선 계산도 하지 않고 그냥 나가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니가 지금 하는 짓이 그렇잖아!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사람을 거지취급을 하고 있어!”

“제가 언제 또 거지 취급을 했다 그러세요. 일단 구두부터 좀 벗으시고...”


구두를 벗겨놓으면 도망을 나가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점원이 구두를 벗기기 위해 다가가며 허리를 숙이려 할 때였다.


짝!


“어머!”


점원이 허리를 채 숙이기도 전에 중년여자에게 뺨을 맞았다.

너무 놀란 동료 점원은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고, 뺨을 맞은 직원도 그저 황당해하는 얼굴로 중년 여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내거라고! 내가 집에서 신고 나온 신발이라는데 어딜 벗기려고 들어! 천한 것이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냐고!”


여전히 고압적인데다가 서슬퍼런 얼굴로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두 점원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려갔다.



###



-오늘 오후 범산구 강남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손님이 직원 두 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매장에 진열된 구두를 신은 뒤 계산도 하지 않고 나가려 하자 손님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 매장에 방문한 손님이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직원 중 한명의 뺨을 때리면서 폭행이 시작됐는데요.


평화로운 저녁식사를 간만에 즐기는 중...

마음의 평화를 깨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하이고... 요즘에도 저런 일이 있어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난 저런 광경을 직접 목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저런 사람들은 과연 어떤 정신 상태를 가지면 저런 어이없는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저런 사람은 어딜 가든 있죠. 예전에도 지금도요.”

“비서실장님은 저런 사람 많이 보셨어요?”

“인생이 두 번째니까 경험이 두 배는 되지 않을까요?”

“말을 하지 않으니 가끔 잊게 되네요. 두 번째 인생이라... 어?”


뉴스를 보고 있던 중 의외의 내용에 나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고 tv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거 단순한 시비가 아니었네요?”


손님과 직원들 간의 시비는 맞다.

하지만 좀 특이한 경우였다.


-해당 매장을 방문해서 점원을 폭행한 사람이 주한벨기에 대사의 부인인 쯔엉 여자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대사의 부인이라고? 저거 거짓말 아니겠죠?”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나 재벌가의 아내가, 아들이, 형제가, 부모가 저런 만행을 저지르는 건 그리 놀랍지가 않다.


-폭행당시 재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서 일단 조사는 받았지만 곧바로 귀가조치를 했다고 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게 내부 영상으로 봐서는 명백히 폭행인데 귀가조치라니요. 이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에 나가 있는 저희 취재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슬며시 든다.


“설마경찰이 지레 겁을 먹고 풀어준 건 아니겠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구속을 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건 맞는데...”


어이없는 폭행을 당했지만 가해자가 일단은 풀려나는 경우는 꽤 많다.

그 흔한 증거인멸과 도주 혹은 재범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다.

그렇게 해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악질 관행이다.


“저 분은 지금 어쩌고 있답니까? 아니, 지금 벨기에 대사 측에서는 따로 얘기 나온 거 없습니까?”

“아직 보고는...”

“콜센터로 접수된 것도 없답니까?”


말 못할 억울한 사연이나 기존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 만든 것이 청와대 콜센터다.

가급적이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기 위해서.


“서연희 센터장한테 연락 취해보겠습니다.”

“벨기에 대사, 그리고 사건 접수된 관할 경찰서에 바로 전화해보세요. 그리고 일단 피해자한테 제일 먼저 접촉해보시고요.”

“알겠습니다.”

“잠깐만 그리고요...”


뉴스를 보다가 언뜻 느꼈던 특이점 하나.


“그런데 벨기에 대사 부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죠? 그런데 이름이 쯔엉...?”


쯔엉이면 중국 이름 아닌가?

생각보다는 일이 좀 복잡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주한 벨기에 대사 관저.


“당신 미쳤어? 지금 난리도 아니야. 지금 당장 귀국하라고 본국에서 전화 왔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


주한 벨기에 대사는 아내가 사고를 친 사실을 뉴스로 접하고 바로 관저로 달려온 상태였다.


“그년이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나를 도둑년 취급했다니까! 어디 우리 중국의 속국 주제에 나를 감히 뭘로 보고!”


쯔엉 여사는 잘못은커녕 여전히 자신이 고작 한국인, 그것도 옷가게 점원에게 무시당했다는 것에 기분나빠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보는 주한 벨기에 대사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그렇다고 사람을 때려? 한국은 이런 문제 굉장히 심각하게 다루는 거 몰라서 그래? 나 지금 대사 임기 끝나면 총선 출마 예정인거 알잖아. 이런 일은 극도로 조심을 해야 한다고.”

“무슨 소리야 지금! 당신 그깟 선거가 나보다 더 중요해?”

“휴... 그 말이 아니잖아 지금.”


아내와의 대화를 포기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대사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입니다.”


아... 문책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벨기에를 대표해서 한국에 대사로 부임을 했지만 사실 별다른 힘도 없다.


‘정신 나간 여편네 때문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일이 더 커지기전에 어떻게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대사는 내일 아침에 청와대 방문을 약속하고는 일단 전화를 끊었다.



###



“누구라구요?”


잠들기 직전 난 예상 못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중국 마오 부주석의 친척이라고 합니다.”

“중국? 주석도 아니고 부주석... 그런데 또 당사자도 아니고 친척이라구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벨기에 대사가 중국계 벨기에 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때문에 사소한 시비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거물인 모양이다.


“용건이 뭔데요?”

“일단은 받아보시라는데요.”


고작 중국의 부주석, 그것도 친척 따위가 타국의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게 비서실장도 적잖이 불쾌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나한테 볼일이 있다니 일단은 내가 마무리를 지어야 되겠지?’


일단은 통화를 해야 했다.

무슨 미친 소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최태웅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중국 마오 부주석의 친척되는 사람입니다.

“전화를 걸었으면 이름이라도 밝혀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잠자리에 든 사람한테 한 전화치고는 태도가 점잖치 못하시네요.”

-미안합니다. 기밀에 해당되는 사항이라 양해 부탁합니다.

“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이거야 말고 각국 정상들만 연결 가능한 핫라인인데요.”


대놓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얘네들은 그렇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직도 자기들은 대국이고 우리는 소국 혹은 속국이라며 무시할게 뻔하다.

아무리 내가 대통령이라도 해도,


‘그게 짱깨들의 습성이지.’


일본과는 또 다른 면으로 재수 없는 종족이다.


-다름이 아니라...


용건은 아니나 다를까, 아까 내가 뉴스로 접했던 주한벨기에 대사 부인의 폭행사건에 대해서였다.

쉽게 말하면 별거 아니니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이 치사한 놈 보소? 내일 아침에 들어오기로 해놓고 이런 꼼수를 부린다고?’


물론 약속을 했으니 들어오기는 하겠지만, 들어와서 사과를 하고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그냥 차나 한잔 얻어먹고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가겠다는 의도 아닌가.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네?


당연히 내가 네네 하면서 알겠다고 할 줄 알았던 걸까.

하긴 예전에는 다른 나라에서 오염수 방류를 해도 오히려 한국에서는 별문제 될 거 없다며 알아서 기고 들어갔던 대통령도 있었다.

다른 나라 대통령하고 골프 치면서 골프 카트 운전대를 직접 잡은 못난 놈도 있었고.


“나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지금 그런 나에게 자국 국민이 몹쓸 일을 당했는데, 그것도 가해자가 다른 나라 사람인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라는 건가요?”

-허허허... 너무 고깝게 듣지 맙시다.

“고까운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불쾌합니다 지금!”


그제야 내말에서 강경함을 느꼈는지 부주석의 친척이라는 남자는 말을 아꼈다.


“이거 지금 중국 주석도 아는 내용입니까? 외교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거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흠... 듣던 대로 철이 많이 없으시군. 우리 중국하고 맞서서 좋을게 뭐가 있소?

“이거 지금 싸우자는 겁니까?”

-싸움? 하하하! 한국하고 우리 중국하고 싸움이 될 거라 보시오? 정말 천지 분간 못하는 애송이였군.


애초에 말이 조금이라도 안 통하면 이렇게 무시하고 깔볼 작정으로 전화를 했나보다.


“쯔엉 여사하고는 정확히 어떻게 됩니까? 설마 건너 건너서 십 몇 촌 되는 완전히 남인데 그것도 친척이라고 이러는 건 아니겠죠?”

-우리 중국은 하나요. 십이억 인민이 모두 하나요.


십이억. 많기도 하다.

너무 많아서 소수민족 문제 등 단결이 안 되고 분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 본인들만 인정을 안 하고 있지만.


“많네요. 십이억.”

-하하하. 그러니까 잘 생각하시오. 십이억을 상대로 괜한 전쟁이라도 벌이기 싫으면.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고작 나이든 아줌마 하나 보호 하자고.


-어떻소. 그러니까 그깟 뺨 몇 대 맞은 걸로 국가 간의 분쟁을 일으켜 좋을 건...

“아뇨.”

-뭐라고?

“십이억. 한 대치면 가루가 나서 그 정도 숫자의 알갱이는 나오겠군요.”

-이런 감히...

“한번 해봅시다. 그 미친 여자가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싹싹 빌게 만들어드리지. 내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약속합니다.”


갑자기 흐르는 무서운 정적.


“그러니까 앵간히 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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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0) 집단 감염 23.12.28 158 5 11쪽
90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1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6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1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9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1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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