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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47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12 23:30
조회
215
추천
7
글자
12쪽

(74) 국민투표

DUMMY

경기 당산시.

와장창!


“술 가져와! 술 가지고 오라고 씨발 년아!”


조두숙은 얼굴이 시뻘건 채로 옆에 있던 술병을 집어던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술 좀 그만 먹어요! 도대체 아침부터 몇 병을 마시는 거냐구요!”

“술 가져오라니까 뭔 잔말이 그렇게 많아! 죽고 싶어! 죽고 싶냐고!”


이미 여러 차례 맞았는지 얼굴 여기저기에 멍으로 가득한 조두숙의 아내는 악을 써봤지만 남편 조두숙이 조금도 말을 알아 듣는 거 같지 않자 이내 포기하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씨발 년이 어디서 감히. 죽을라고.”


출소한지 한 달이었다.

열두 살짜리 초등학생을 등굣길에 납치해 성폭행을 한 후 십년 복역하고 출소한지가.


“안 사다주면 내가 사먹지 뭐.”


원래 술을 좋아하고 주량이 많기도 했다.

물론 술을 마시고 사고도 많이 쳤지만 그렇다고 술을 끊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돈이 어디 있나.”


취직이 될리 없는 조두숙은 마누라한테 빌붙어 살고 있었지만 늘 당당했다.

지금처럼 마누라가 옷장 깊숙이 숨겨놓은 돈을 훔치는 것도.


“아니 이 여편네가 돈을 어디에 숨겨놓은 거야. 지난번에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돈이 나오지 않자 조두숙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감당하지 못해 혼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내 포기한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가서 그냥 가져오지 뭐. 돈 없으면 술 못 먹나 뭐.”


이미 젊은 시절부터 무전취식으로도 신고당한 경험이 많은 조두숙은 그런 상황이 익숙해보였다.

무전취식, 폭행이나 사기, 성폭행 등으로 이미 전과 20범이었으니까.



###



“우리 마누라 누군지 알지? 걔 앞으로 달아놔.”


조두숙은 집 앞 슈퍼 냉장고에서 소주 두병을 꺼내들고는 주인에게 통보하듯 말했다.


“왜?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주인이 자신을 째려보는 시선을 느끼고 조두숙은 공격하듯 되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주인은 이미 시선을 피하고 딴 짓을 하는 척을 하는 중이었다.


“많이 파슈.”


드르륵.

조두숙은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뭐야?”


여자 한명이 서 있었다.


‘뭐야 이 꼬마는?’


중학생 같기도 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상당히 어린 여자 아이였다.

십년 전 그때가 생각이 날 정도로.


‘아직 핏기도 안 가신 것 같은데...’


그 말은 아직 생리도 시작을 안했을 것 같이 어려 보인다는 말이었다.


‘가슴도 아담하고.’


너무 원숙한 여자는 재미가 없다.

조두숙이 어린 여자 아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이유였다.

그래서 십년 전 징역을 살고 나온 거고.


“가만 있자.”


눈앞의 여자 아이는 미동도 없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뛰어오는 길인지 숨도 살짝 찬듯했고, 그 결과로 목덜미와 가슴팍이 살짝 젖어있는 듯 보였다.


꿀꺽.


침이 절로 넘어갔다.

조두숙은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너 이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주면 아저씨랑 잠시 놀러 갈래?”



###



조두숙은 아이를 데리고 향한 곳은 자신의 집이었다.


"여기 어디예요? 아저씨...?"


군말 없이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여자아이는 그제야 겁이 나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이거야. 너무 고분고분하면 재미없잖아?'


살짝 떨고 있는 듯 보이는 여자아이를 탐욕스런 눈길로 쳐다본 조두숙은 입고 있던 윗옷을 벗었다.

아이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였다.


"어? 어...?"


살짝 놀란다.

지금이 딱 좋다.

좋아 순조롭군.

조두숙은 아이를 바닥에 살짝 눕히며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아저씨가 지금부터 기분 좋게 해줄 거야."


그렇게 말한 조두숙의 손이 아이의 바지를 벗기려 엉덩이 쪽으로 갈 때쯤이었다.

쿠당탕!


"조두숙. 너를 아동 성추행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한다!“

“뭐 뭐야!”


난데없이 쳐들어온 불청객에 조두숙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



-현장에 나와 있는 취재기자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십년 전 열 살 조금 넘은 여자아이를 성폭행 했던 조두숙이 출소 한달된 어제 다시 똑같은 십년 전과 똑같은 범행을 시도하던 중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당시 십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출소 후 얼마 되지도 않아 끔찍한 동일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의 강도가 너무 약한 것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도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본 기자가 주민들에게 질문을 몇 가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페어플레이의 결과였다.

물론 재범 확률이 높은 전과자이기는 하지만 민간인을 감시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를 한 상황이라 논란에서 아주 자유롭지는 못하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네요. 이 와중에 민간인 사찰 운운합니까?”


없던 죄를 만들어서 뒤집어씌운 것도 아닌데 이런 반응이라니 우습다.


“어찌됐든 여론의 반전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겁니다.”

“그건 그렇겠네요.”


십년 전 당시에도 처벌이 너무 가벼운 거 아니냐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출소 즈음해서도 벌써 풀어주는 게 말이 되냐고 여론이 뜨거웠다.


“저런 놈은 이제 차라리 죽어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사람의 목숨에 경중을 매길 수는 없다.

하지만 저런 것들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 생각이 확산될 것이다.

조금도 미안한 마음은 없다.


“이제 국민 재판을 해도 되겠군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까요?”


방식 역시 기존에 없던 투표방식을 도입할 것이다.



며칠 후.

민선은 링크를 하나 받았다.

발신번호는 청와대였다.


“아 이거...”


얼마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했던 게 기억났다.


“우와... 대박.”


링크는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찬성과 반대로 설정돼 있는 버튼이 있었고, 그 위로는 형 집행이 되지 않는 사형수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이거 진짜인가?”


투표는 청와대에서 발송한 링크를 통한 온라인과 기존에 해오던 오프라인 방식을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서 진행된다고 했다.


“어떻게 할 거야?”


민선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 연준에게 의견을 구했다.

최근에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해본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뭘 고민해? 대통령이 잘 하는 거야. 자칫하면 욕먹을 수도 있는 일인데 지금 지지율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그거 감수하면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음.”

“어차피 사형 선고 받은 사람들이야. 죄 값을 치러야 하는데 그걸 실행 안하는 거고. 난 이게 맞다고 본다.”


그렇게 말하면서 사형 집행 찬성 버튼을 누르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민선은 자신도 더 이상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



"저희같이 무능한 사람들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야당 대표들을 불렀다.

여전히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하나...


"대표님들 협조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한 특별법이 아니라 형사 소송법과 형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한 일이다.

의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알아서 잘 하시지 않습니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잘 하시더만요."


이번 분탕질도 잘 피해갔다.

아주 그냥 내가 얄미워 죽겠는 수준이겠지.


"이건 여러분들의 협조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일단은 정중한 태도. 좋게 끝나려면 괜히 처음부터 얼굴 붉힐 필요가 없다.


"이제 와서요?"

"국민들이 바라는 일입니다. 이번에 투표 결과 보시지 않았습니까?"


사형수들에 대한 형 집행은 찬성이 90프로가 넘게 나왔다.


“온라인 투표도 섞여 있는 걸로 아는데 그걸로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 말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온라인 투표를 병행한 이유가 다 있다.


“온라인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조금 부족한 대신에 국민들의 솔직한 의견, 그리고 형 집행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저는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람 목숨이 장난이 아닙니다.”

“장난이 아니니까 이러는 겁니다. 장난삼아 사람 죽여 놓고 죽을 줄 몰랐다. 죽을 때까지 패서 죽여 놓고 촉법이라 괜찮다. 장난합니까? 언제까지 다른 사람은 죽여 놓고 가해자는 세금으로 밥 먹여 줘야 하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인위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끊을지 말지 결정하는 건...”

“이미 수많은 사형수들이 자기 마음대로 사람의 목숨을 끊어놓은 사람입니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어요. 언제까지 봐줘야 합니까. 사회로부터의 영구적인 격리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서 깨끗한 영혼을 받도록 하는 게 더 맞다고 봅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잠시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졌는데 지금 이 자리에 이미 결정된 형 집행에 대해 논의를 하기 위해 부른 게 아닙니다. 형법 개정에 대해 협조를 구하는 자리예요.”

“...”

“정치라는 걸 한번 해보겠습니다. 베테랑 정치인인 여러분들을 상대로요.”


이 사람들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것이다.

정치라는 건 협상이다.

원하는 거 한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 저들이 원하는 것 하나 정도는 들어주는 것.


“어디 한번 들어나 봅시다.”


대표 한명이 입을 열었다.

사실상 정치계 원로인 사람이라 다른 당대표들도 듣고만 있는 분위기였다.


“감사합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가능하다는 건 염두에 두고 말씀하세요.”


평소에는 말을 아낀다.

하지만 누구보다 경험이 많고 그러다보니 연륜이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 중 유일하게 네거티브만을 위한 네거티브는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입니다.”


말하기 직전 조금 고민을 했다.

협상의 수위를 올려야 하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 그중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범죄는 최고 사형, 집행은 일 년 이내.”


일단 서론만 꺼냈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흉흉하다.


“아니 그렇게 극단적일 것까지는 있습니까?”

“맞습니다.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의원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국민들 의견도 수렴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들 의견은 이번 투표로 확인된바나 다름없다.

그리고 의원들 설득은...


“여러분들을 이렇게 모신 이유가 각 소속 의원들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들 그 정도 힘은 있으시지 않습니까.”


초선의원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만나서 시간 낭비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뭣도 모르고 금뱃지 한번 달아보겠다고 지방에 있는 지역구 시장가서 상인과 소주한잔 마시고 의원 뱃지 단 인간들하고는 더더욱.


“계속 해보세요.”


베테랑의 한마디에 일단 침묵.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는 어이없는 처벌을 내리지 않을 수준으로 손볼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폭행이나 살인, 성범죄 같은 흉악범죄 그리고 평생 모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려 새상 하직할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악랄한 사기. 일반 사기나 보이스 피싱 같은 것도 해당이 되겠네요. 마약이나 술과 관련해서 심신미약 어쩌고 감경 사유는 되지 않도록...”


한참을 얘기하는 동안 대표들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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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0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 (74) 국민투표 23.12.12 216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72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0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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