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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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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49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2.09 23:30
조회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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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71) 돈 앞에 장사 없죠

DUMMY

“휴... 여깁니까?”


중국과 미국 양국의 정상과 통화를 한 다음날밤.


“저차들이예요?”


한숨 돌렸나싶어 잠이 들려는 찰나. 팔 층짜리 근린상가 건물 칠층에서 불이 났다는 뉴스를 누운 상태에서 접했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출동을 했지만 건물 내로 진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차주들이 아직도 연락이 안 된다구요?”

“네.”


화재발생으로 인해 소방차가 출동했을 때, 통행로를 막고 있는 차량이나 불법으로 주정차 돼있는 차량들에 대한 강제 견인을 할 수 있도록 오래전에 법이 바뀌었다.

하지만 사유지에 주차돼 있는 차들에 대해서는 아직 적용이 안 된다.


“이거 다 합치면 얼맙니까?”


넓은 주차장에 삼중으로 주차돼 있는 수퍼카들.


“대충 스무 대쯤 되는 거 같은데요.”

“한대에 일억씩만 계산해도 이십억이네요.”


억소리가 나오는 가격의 차들.


“밀어버리세요. 소방차가 바짝 붙을 수 있도록.”


옥상에 대피해있는 피해자들을 무사히 구조하려면 그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있어서 내가 직접 온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소방대장이 무전기로 지시를 내렸다.

이윽고 수퍼카들이 이리 치이고 저쪽으로 우그러지며 하나씩 없어졌다.


“그런데 대통령님.”


수월하게 상황 정리가 돼 가는 걸 지켜보던 소방대장이 갑자기 뭔가 궁금한 게 생겼나보다.


“지금 여기 계셔도 됩니까?”


현장 자체는 흔한 화재현장이었다.

수십억의 재물 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여느 화재사고와 별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소방서장도 지자체단장도 없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왔다.


“안 왔으면 화재진압이 더디지 않았겠습니까? 뉴스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는데요.”


예전에 어떤 대통령은 유조선에 구멍이 뚫려 서해안에 기름띠가 둥둥 떠다닐 때 현장 지휘를 위해서 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 큰 재난에 비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런 사고 정도야 얼마든지 올수 있지.’


교통 통제를 하면 이십분이면 닿는 거리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기는 한데요...”

“... 뭐 다른 문제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뉴스를 봤습니다. 지금 중국하고 분위기 엄청 안 좋다던데요.”

“분위기가 언제 좋은 적이 몇 번이나 됩니까. 툭하면 다투죠 그쪽이랑은. 지금 전쟁 운운하는 거 보셔서 알고 계시죠?”


난 일부러 아무 일도 아니라는 투로 말을 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이런 건 저희가 해도 되는데 더 중한 일에 신경을 쓰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물론, 오늘 진압이 수월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고, 도움 주신덕분에 말끔하게 정리가 됐지만.”

“전쟁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불 나면 출동해주시는 분들 따로 있듯이.”

“...”

“그리고 전쟁 그리 쉽게 안 납니다. 걱정마세요.”


21세기 들어서 첫 유럽 국가 간 전쟁이 있기는 했다.

중동 쪽을 제외하고는 첫 전쟁이어서 우리 국민도 이제 한국에도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긴장을 하게 되나보다.


“그러니까 대장님도 본연에 업무에 충실해주세요. 뒤는 국가가 지키겠습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들 하시구요.”


소방대장은 경례를 한 후 동료들에게로 향했다.


“어?”


여기저기서 뭔가 엄청난 것을 본 듯 비명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



헌정 사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된 건 딱 두 번이었다.

그중 한번은 가결되어 파면을 당했고, 한명은 당연히 부결이 됐고 그 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직을 별문제 없이 잘 수행했다.


“내 편이 하나도 없는 게 이렇게 불리한 걸 이제야 실감하겠네요.”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외국인 여자 한명 때문에 시작된 중국과의 분쟁.

공해상에 떨어지기는 했지만 미사일도 주고받은 상황.

화재진압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보고 놀란 건 야당 대표들이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언급을 한 장면이었다.


“겁내실 건 없지 않습니까.”


세상 겁날 것 하나 없다는 비서실장의 얼굴을 보니 든든은 하다. 하지만...


“귀찮지 않습니까. 민생에 조금 더 신경을 써도 모자랄 판에 싸워야 하고 증명도 해야 하니 짜증이 나네요.”


탄핵안이 아직 통과 되지도 않았다.

가결되는 순간 직무정지니 내 입장에서는 무조건 막아야 하는 일이다.


“일 좀 크게 벌립시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내편은 없다.

백 프로 적대적인 세력이 대부분일 것이고, 나머지는 내가 일하는걸 보고 호의적으로 돌아섰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완전히 내편인 사람은 없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 상대로, 그리고 국민들도 다 지켜보도록 해서 담판 짓죠.”



###



맨날 반대만 하던 국회의원들이 처음으로 빠른 협조를 해준 날이다.


“다 안 왔다구요?”

“네. 한 스무 명 정도 불참을 통보해왔습니다.”

“내 참... 이런 날 기다리던 거 아니었나요? 왜 안 온답니까?”


열 명이 더 오건 스무 명이 빠지건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유가 궁금했다.


“지역구 행사에 참여한답니다.”

“행사요?”

“네. 예전부터 일정이 잡혀있던 거라 어쩔 수가 없다고 하네요.”


황당하다.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을 내서 주가를 떨어트리고 안보에 구멍이 났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여론악화에 온힘을 기울이던 사람 아닌가.


“어차피 모두가 대통령님을 공격할 거니 본인들 몇 명은 빠져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겠죠.”

“나중에 다시 하자고 말만 해봐라. 일단 가시죠. 많이들 기다리셨을 것 같은데.”


차로 잠시 달려 도착한 국회.

의원들 몇이 불참을 알려서 내가 조금 당황한 것처럼 이미 도착을 해 있던 국회의원들도 적잖이 당황을 하고 있었다.


“이거 뭡니까? 일부러 이러신 겁니까?”


그래, 일부러 그랬다 왜?

내가 명색이 대통령이지만 의원들은 청문회 형식을 띄어줄 것을 요구했다.

난 흔쾌히 응했다.


“청문회가 장난 입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왜요? 국회의사당이라는 곳이 일반국민들은 오면 안 되는 자리입니까?”


야당의원들이 놀란 이유는 일반 국민들 때문이었다.


‘원래는 따로 좌석 배치를 할 예정이었지만... 뭐 잘됐지.’


스무 명의 의원들이 불참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착한 국민대표들 중 몇 명을 무작위로 선별을 해서 의원들의 자리에 배치를 했다.


“여기는 신성한 국회입니다.”


정색하고 말하기는.


“그러니까 제가 지금 말씀 드리잖아요. 국회의사당에는 국민들이 와서 빈자리에 잠깐 앉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지금 장난 하자는 겁니까? 오늘 어떤 이유로 모인지는 대통령께서 더 잘 아실 텐데요. 혹시 불명예스런 장면을 노출시키고 싶지는 않으실 텐데요.”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불명예스런 장면을 노출하는 게 내가 될지 의원님들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스스로 특권의식으로 가득한 의원들.

자기들의 자리에 일반인이 앉는 것만으로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화를 돋우기 위한 의도였다.


‘물론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지지는 않겠지만.’




잠시 후.

이백팔십의 의원과 수십 명의 국민들이 함께한 자리.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국방부 담당 의원의 질문이 들어왔다.

너무 재미없게.


‘얘들은 정말 말하는 것부터 배워야 되겠어.’


맨날 거저먹는 지역구에서 선거 때만 되면 악수 한번 해주고 얻는 자리라서 그럴까.

머리도 없고 생각도 없다.


“아니오. 동의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중국 공해상으로 미사일 발사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게 아니란 말씀인가요?”

“제가 지시한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한테 몇 발 쏘길래 그걸 돌려준 것뿐입니다. 미사일 쏜 것 자체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는 정의는 없는 걸로 아는데요. 그리고 위협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바보라는 소리 듣습니다. 국방위 소속 의원님.”

“지금 국민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고요.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달래주실 겁니까?”


행안부 소속 의원.

이자식도 단순하네.


‘이 양반들아 질문은 좀 상대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야지.’


예를 들면 외교부 관계자가 현지 여직원을 성추행 하는 과정을 묻는 질문에서 발가벗고 있었냐, 팬티는 입고 있었냐 같은 질문들.


“전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떨어진 주가는 다시 회복될 거고요. 국민여러분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전쟁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구요. 만약 전쟁, 아니 작은 국지전이라도 발생하면 책임지고 제가 사임을 하겠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한적 없는 말.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지고 물러날 테니 믿어 달라.


“자리에서 물러나시겠다구요? 그 말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이번에는 야당의 3선 중진의원이었다.


“책임을 질수 있겠냐구요? 그 말은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말처럼 들립니다만?”


의원들과의 뻔하디뻔한 질문이 십여 분을 이어졌다.

그런 일 일어나지 않는다.

별일 없을 거다. 그게 내가 한말의 전부였다.


“이제는 국민들에게도 발언할 기회를 좀 주시죠. 설마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해라. 뭐 그런 어이없는 말씀하시지는 않겠죠?”


수군거리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생중계가 되고 있다.

간편하게 라방으로.

헛소리를 했다가는 그 장면이 사람들의 뇌리에 고스란히 각인이 될 것이고, 헛소리를 한 사람은 그 순간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 것이다.


“대통령님. 딱 한 가지, 아니 두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젊은 청년이다.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치지만 사실상 가장 힘든 세대.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진 나이.


“네 말씀하십시오. 여러 개 하셔도 됩니다. 궁금하신 게 엄청 많으실 것 같은데요.”

“정말 전쟁 일어나지 않을 거라 확신 하십니까?”

“네. 확신합니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럼 제가 지금 가업을 이어서 중국에서 사업 중인데요.”


가업을 계승한 청년이군.

요즘 보기 드문 사람이다.

가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취업하느니 아빠 회사보다도.

부모님이 싫으면 수백억짜리 회사를 준다 해도 받기 싫을 테니까.

청년이 이어서 말을 한다.


“전쟁이 나지 않는다면... 제가 하는 사업. 따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전쟁은 전쟁이고 사업은 사업이다.

사업이라는 게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많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여기서 뭐라 말을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욕먹기 딱 좋으니까.


‘하지만 확신은 줘야 되겠지?’


확신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장담합니다. 전쟁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안심하십시오.”



###



애국심.

요즘 세상에 그런 건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먹고 사는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세상.


“아이고. 이거 국내 거주 중국인들한테 뭐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전쟁의 공포는 생각보다 컸다.

전쟁 유발 당사자가 조국이라는 사실이 치가 떨리는지 전 세계의 중국인들은 연일 중국 주석에 대해 항의를 했다.


“중국 주석이 그렇게 안 봤는데 겁이 많은가봅니다.”


단지 중국 인민의 항의가 전부였다면 다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와서 처음 발생한 유럽 전쟁이후 세계인들 사이에는 전쟁이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있는 상태였다.

무조건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태였고, 그건 중국 불매로 이어졌다.


“역시. 아무리 힘이 센 놈이어도 돈 앞에 장사 없죠. 전쟁 자체도 전투력보다는 시간 길어지면 결국 물자 싸움 아닙니까.”


한창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중국은 소비재 수출을 엄청나게 한다.

수출길이 막히면 나라에 돈줄 마르는 건 시간문제.

그러면 공산당 간부들이 비자금을 축적하는 것도 문제가 생길 터.


‘거봐. 괜히 쫄 필요가 없다니까.’


물론 중국이 더 겁을 주면 내게도 대비책은 있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평화적인 게 좋은 거니까.


“주가가 다시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리고 내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소리도 들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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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89) 직무유기 23.12.27 165 5 11쪽
89 (88) 기상이변 23.12.26 161 4 13쪽
88 (87) 호우 피해 대비 23.12.25 184 4 12쪽
87 (86) 자주적 외교 23.12.24 186 6 12쪽
86 (85) 구출 거부 23.12.23 191 5 12쪽
85 (84) 거래 23.12.22 181 6 12쪽
84 (83) 바이러스 23.12.21 175 6 12쪽
83 (82) 납치 23.12.20 201 6 11쪽
82 (81) 대통령 특채 23.12.19 183 7 11쪽
81 (80) 이기주의 23.12.18 187 4 12쪽
80 (79) 모여 살만한 조건 23.12.17 195 5 12쪽
79 (78) 대통령실 지방 이전 23.12.16 196 4 13쪽
78 (77) 지방 강연 23.12.15 208 5 11쪽
77 (76) 폭행과 살인, 성범죄 특별법 23.12.14 213 7 12쪽
76 (75) 형법 손질 23.12.13 214 6 12쪽
75 (74) 국민투표 23.12.12 216 7 12쪽
74 (73) 죽어 마땅한 놈들 +1 23.12.11 216 5 13쪽
73 (72) 형벌권 23.12.10 211 5 12쪽
» (71) 돈 앞에 장사 없죠 23.12.09 211 6 13쪽
71 (70) 철없는 잡범 하나 때문에 23.12.08 208 7 12쪽
70 (69) 화해가 안 되면 빠이빠이 23.12.07 217 7 12쪽
69 (68) 와이프 잘못 둔 죄 23.12.06 216 5 12쪽
68 (67) 아직 저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본데 23.12.05 220 8 12쪽
67 (66) 검찰폭파 23.12.04 228 7 11쪽
66 (65) 담합 23.12.03 209 6 12쪽
65 (64) 물량공세 23.12.02 215 5 11쪽
64 (63) 원스톱 법률 서비스 23.12.01 204 5 11쪽
63 (62) 진상 23.11.30 216 4 12쪽
62 (61)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3.11.29 21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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