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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라구.B.P 님의 서재입니다.

경제왕 연산군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라구.B.P
작품등록일 :
2024.05.08 21:07
최근연재일 :
2024.06.28 21: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63,085
추천수 :
26,514
글자수 :
461,568

작성
24.06.15 18:00
조회
10,664
추천
484
글자
21쪽

탈상

DUMMY

어쩐지 참패하고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끔찍한 일을 겪을 거 같은 대사를 마구 쳤던 황형은 순조롭게 건주 야인들을 격퇴해냈다.


그에게는 주술 같은 괴력난신 따위보다 강력한 최강의 무공 '총'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듯 조선은 괴력난신 따위 화포로 잡을 수 있다.(*1)


총이 없는 시대에 태어났을 뿐인 범부들인 건주여진은 첫 격돌에서부터 일백에 달하는 사상자를 만들었다.


건주여진도 화약을 모를 정도로 미개인은 아니라서, 조선군이 이상한 화포를 가지고 왔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조선군은 바로 편곤 등 근접무기로 변경해서 교전을 시작했고, 냉병기 무장 수준에서도 밀린 건주여진은 첫 충돌에서부터 타격이 너무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 뒤 조정으로 올라간 위무사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았다.


4진이 성공적으로 설치되어 번리들이 진심을 다해 복속하고 있으며,

건주위에 속했던 추장 중 일부가 만포 건너편의 번리로 들어왔고,

건주 야인들이 잡아간 중국인 포로들을 명에 송환했고,

평안도를 침략한 건주위 야인들을 의주목과 협력하여 격퇴했으며,

위무사는 잡물을 조선 본토에 팔아서 이득을 크게 남겼다.


뭔가 이런저런 이상한 일이 있었고 몇몇 사실이 빠지긴 했는데 아무튼 한 마디의 거짓도 없는 보고이며, 명백한 성공이었다.


되돌아온 삼위육진 경차관 동청례의 보고도 일치하니 조정은 더 의심하지 않고 크게 기뻐했다.


의주랑 평양의 중국 비단 값이 이상하게 떨어지긴 했는데, 아마 정조사 사신들이 돌아오는 길에 비단을 팔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남도에서는 슬슬 얼음이 녹기 시작했고, 호조의 결산도 거의 끝나갔다.


결산을 하고 나니, 이번 년도의 예산은 생각보다 많이 남았다. 정확히는 수익이 많이 났다.


1년차 때 화매소에서 담보를 받고 대출을 해줬던 것들 중 빚을 못 갚은 것들의 담보를 경매로 매각해서 현금이 생겼고, 춘궁기 때 화매소 창고에 있던 미곡들을 매각하며 수입이 또 발생했다.


화매소에서 거래되는 쌀에 대한 수수료 역시 결산되어서 들어왔고, 평양과 서울의 경매장에서 수수료도 꽤 발생했다.


군기시의 장사도 쏠쏠히 되었다. 생활용품을 판 것도 있지만, 군기시 무기들도 병사들에게 공짜로 준 게 아니라, 36개월 할부로 값을 받아서 그렇다.


4진의 갑사들은 튼튼한 강철제 갑옷과 무기 풀세트에 말까지 받은 대신, 월급을 반 까버린 공제 명세서도 함께 받게 되었다.


여기에 갑사들에게 알아서 보인(保人)을 고용하게 한 조치 역시, 갑사들의 월급을 까버렸다.


갑사 정도의 중장병은 임무를 혼자서는 수행 못한다. 최소한 2명 정도는 함께 다녀야 말도 돌보고 장비 관리도하고, 부대 유지 관리를 위한 각종 노역도 수행한다.


그뿐인가. 식량을 포함한 기타 소비 물자와 잡물도 다 부대에서 병사들 월급을 원천 공제로 갹출해서 구매한다.


이렇게 다 지출하고 나면, 분명 월 100전이라는 빵빵한 급여를 받는 갑사들도 월급이 홀랑 사라져 있다.


물론 급여 자체가 워낙 많고, 부대가 사주는 식량도 시대 평균을 생각하면 매우 풍족하지만, 월급이 다 털려 있고 겨우 용돈 수준만 남은 공제 내역 명세서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갑사들이 돈에 미쳐서 4진 지역에서 주변 여진족이 조금이라도 까불면 다 쓸어버리고 약탈하는 상태가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무기랑 갑옷을 최대한 활용해서 뽕을 뽑는 방법이 그거니까.


그리고, 경식이 그다지 신경을 안 썼는데 수익이 난 곳도 있었다.


경기도 동남쪽 광주에는 왕립 도자기 공장인 관요(官窯)가 잔뜩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 역시 부역제와 공납제가 결합된 제도 하의 세습적 장인이었다.


그런데 경식이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주고, 관요가 생산한 도자기를 팔고 난 수익을 일부 주게 했다. 마찬가지로 경매장에 내놓고 팔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매에서 판매되는 물품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술품, 예술품이었다. 이 시기 조선의 백자는, 명백히 예술품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


관요의 수익성과 도공들의 생활 수준은 급격히 개선되었다.


덕분에 1500만전으로 예상되었던 세입에, 400만전의 추가 수익이 발생해버렸다.


거기에 삼년상도 끝났으니, 정말로 긴장을 풀고 좀 놀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조정에 형성되었다.


예조에서 아룄다.


"삼년상이 끝나 상복을 벗고 길복(吉服)을 입게 되었으니, 나라의 경사로서 외방의 수령도 다 와서 하례를 드릴 것입니다.

그날은 신령의 은혜로 인하여 여러 신하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는 예를 잊어선 안됩니다.

상전께 역시 잔치를 올려야 신하들의 마음이 편안할테니, 상전께 나아가 아뢰소서."


"알겠소. 내가 나아가 상전께 아뢰겠소."


삼년상 때문에 자제되었던, 본격적인 궁중 잔치가 처음으로 벌어졌다. 인정전에서 육조와 의정부에게 내리는 잔치가 열렸다.


대비들에게 올린다고 했던 잔치는 대비들이 거부해서 취소되었지만, 대신들이 다시 한 번 요청했더니 '우린 진짜 괜찮으니 니들끼리라도 하렴' 이라는 명이 내려와서 왕과 백관들끼리 하게 되었다.


사대부들도 사람이라, 삼년상이라고 분위기 봐서 잔치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자꾸 반찬 줄이라고 하는 왕 때문에 또 눈치를 봐야하니 답답하긴 했었다.


'제주의 백성들이 감귤을 올리는데 얼마나 고초가 심했는가. 경시에서 살 수 있으면 제값을 주고 사되, 살 수 없다면 억지로 보채지 말라.'


라고 하는데, 경식은 미래인의 합리적 생각을 따라


'냉장 기술도 없고 항해 기술도 딸리는 조선에서는 왕도 귤 못 먹는게 정상 아냐?'


라는 이유로 그냥 저 안 먹고 말자는 생각이었지만(중전에겐 줬다), 조선인들에게는 성군 코스프레하는 것으로 보이니, 눈치가 있는 백관들은 비싼 음식들도 다 줄여야 했다.


그러다보니 왕의 눈치를 봐야하는 문무백관 신료들의 식탁은 다 황폐해질 수 밖에.


그래서 이 삼년상이 끝나는 날만을 기다려 왔는데 잔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사실 경식은 그다지 조선식 연회가 땡기지 않았다. 미래인이다보니 조선식 연회는 무형 문화재 보는 느낌이지 뭘 즐기겠는가.


상 중이었어도 책봉하러 온 중국 사신 때문에 연회를 할 일이 있어서 좀 보긴 했는데, 배탈이 나는 바람에 그것도 중간부터 못 나갔다.


그래서 기대는 하지 않은 채, 국가 의식이니만큼 할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연회를 열었는데, 하다보니 은근 즐길만 한 것 같았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건지, 아니면 평소에는 딱히 즐길 컨텐츠도 없이 심심하게 살아서인지.


"경들은 내연(*內宴, 왕실 여성들의 연회)이 파했다고 불편해하지 마시고, 마음 껏 마시고 즐기시오."


"주상전하의 말씀이 그러하시니 진심으로 즐기겠나이다. 하지만 풍악을 듣는 것이 썩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내가 불편해하지 말라고 했거늘 무슨 말인가? 풍악은 계속하시오."


술이 더 들어가니, 처음에 예복까지 입고 절까지 올리며 엄숙하게 시작하던 분위기는 어디가고 여느 술자리처럼 분위기가 풀어졌다.


취해도 흐트러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제 술버릇이 나오기 시작했고, 왕은 벌써 제 몸을 못 가누기 시작했다.


그 때 군기시쪽에서 왕한테 상언하는 것이,


"연회의 흥이 오르는데 놀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육조 관헌들이 나뉘어 승경도로 내기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라니, 왕도 윤허하였다.


그러자 군기시에서 수상할 정도로 많은 돗자리를 가져오는데, 자리 하나하나에 승경도의 자리가 그려져 있었다.


그 자리를 승경도판 모양이 되도록 까니 인정전 마당이 가득차서, 품계석도 함께 그대로 승경도판이 되었다.


"와하하하하! 누가 이런 것을 생각했는가? 그 자에게는 곧 탕전을 하사하겠다!"


육조와 의정부 관헌들이 각기 편을 나누고, 당하관들이 직접 말이 되고, 당상관들이 윤목을 던지니 한 차례 마다 울고 웃음이 진짜 벼슬이 오르내리는 듯 했다.


"호조는 이번에 유배요!"


"아니! 평소에도 유배지 취급을 받는데 승경도에서도 유배라니!"


"와하하하하!"


웃음이 오가는 중에, 어느새 왕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는 걸 내시들이 눈치챘다.


"전하를 침전으로 모십시다."




그때 경식은 꿈을 꿨다.


"엄마...엄마...어마마마..."


"흐흑! 마지막으로 세자를 한 번만 보게 해주소서!"


아기의 낮은 시야, 아기처럼 옹알거리는 자신, 조선 시대의 여인.


경식은 전혀 겪은 일 없는 기억이 향수(nostalgia)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장면이 바뀌었다.


"아바마마, 저 송아지조차 어미가 있는데 어찌하여 저는 어머니가 없는 것입니까?"


"세자야! 네 어미는 지금 왕비, 윤호의 딸 윤 씨다! 그런 불효한 소리를 다시는 입에 담지 말거라!"


자신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임금의 옷을 입은 젊은 사내가 화를 냈다.


이 사람은 경식의 기억에서도 얼굴을 본 적 있다. 지금 경식이 담긴 몸의 주인의 아버지, 성종.


경식이 조선에 와서 직접 본 기억은 없는, 오직 어진으로 본 그 얼굴.


그 순간 장면이 또 전환되었다.


"세자 저하, 소첩이 항상 저하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괴로워하지 마소서."


"...고맙소, 세자빈."


경식도 아는 얼굴이다. 중전 신씨. 좀 더 앳되어 보이는게, 몇년 정도 전의 모습이리라.


머리가 그 때 깨질 듯 아프며 장면이 또 전환되었다.


"내가 어머니께도 효를 다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어찌 말리느냐! 너희는 어미 없이 땅에서 솟아났느냐!"


흰 용포를 입은 자신이 신하들에게 울부짖듯 외치고 있었다.


"허나 전하! 선왕께서 내리신 유훈인데 어찌..."


그것을 마지막으로 경식의 의식은 아득해져갔다.




잠에서 깬 왕은 강렬한 숙취를 느꼈다.


"무...물..."


머리맡을 더듬자 자리끼로 둔 물병이 잡혔다. 왕은 물병에 입을 대고 그대로 들이켰다.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프고 속은 토할 거 같이 뒤집혔다.


그리고 무언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도 느껴졌다.


미래 한국인으로 비유하면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과 맞먹는, 마치 자신의 일부를 잃은 듯한 엄청난 허전함이었다.


하지만 일단 숙취 해소가 우선이다.


내관에게 뭔가 숙취를 해소할만한 걸 내오게 시키려고 했다.


어떤 걸 시키면 좋을까. 지식을 더듬어서, 숙취에 좋을만한 음식을 떠올리려고 했다.


분명 미래에는...그런데 갑자기 떠오르지 않았다.




깨어난 경식은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빙의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그 희한한, 의지와 다르게 몸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VR 게임을 조종하는 듯한 감각.


몇 달이 지나 적응한 뒤로는 그런 감각이 안 느껴졌는데, 이번에 다시 그 어색함이 느껴졌다.


아니, 아니다. 이번에는 더 심하다. VR 게임을 넘어서 단순히 1인칭 시점의 영상을 보는 듯한, 아예 몸이 경식의 의지랑 무관하게 움직이는 듯한 지경이었다.


하지만 몸의 감각들은 느껴졌다. 머리가 아프고 토할 거 같다. 그러고보니 어제 술을 진탕 마셨지.


'이럴 때는 콩나물 국밥이 직빵인데...'


경식이 그런 생각을 하자, 마치 다른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몸이 말했다.


"콩나물국밥?"


2년 간 들어온 자신의, 아니, 엄밀히 말하면 몸의 원래 주인인 이융의 목소리.


경식은 2년 간 들어 익숙해진 줄 알았던 목소리가 갑자기 다시 어색하게 느껴졌다.


경식이 말하려는 것과 약간 다른 말이, 경식의 의지랑 약간 다르게 세어나왔다.


'어...? 뭐야, 이 감각은?'


그 의문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가기 전에, 문득 방에 둔 경대의 백동거울이 보였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자마자 몸과 의지가 따로 움직이는듯 하던 감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식의 눈에, 거울에 비치는 '나' 가 보였다. 2년 간 거울을 보며 익숙해진,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조선 왕 이융의 얼굴.


'...정말로 뭐였지, 방금 감각은?'




숙취 때문에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루를 낭비한 경식은 수랏간에 미리 콩나물 국밥 레시피를 일러둘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해장할 것을 가져오랬더니 오늘만 사는 조선인들은 해장술을 가져오는 것 아닌가.(*2)


하긴 경식의 불과 바로 전 세대 한국인들도 술로 술을 해장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또 술을 마시고는 했다.


다행히 술병 난 왕을 억지로 나오라고 보채는 패역무도한 신하는 없었다. 술자리에 있던 신료들 상당수는 지금 왕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왕은 숙취에서 벗어난 후에야 편전에 나와 다시 정사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편전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거의 윤은로 형제를 숙청 돌릴 때 만큼이나 싸늘했다.


아직도 신료들이 숙취를 다 못 깨서 이러나 했는데, 곧 노사신과 신승선이 나서 말했다.


"...주상께서 이전 외연에서 논하셨던 폐비묘의 천장(*遷葬, 묘를 옮김)에 대해서 아뢰겠습니다."


응? 지난 연회에서 뭘 논해? 내가 그 때 일 관련 소리를 했나?


"의정부는 무슨 말인가? 내가 외연에서 말한 것 중에 편전에서 다시 논할 만한 것이 있었는가?"


신하들끼리 눈치를 보다가 신승선이 총대를 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외연 중에 승정도를 열어 신료들에게 내기하게 하셨었는데..."






왕을 업어 침전으로 모시려던 내관들은 왕이 다시 깨어나 손을 젓는 것을 보았다.


"아니, 아니다. 나는 아직 멀쩡하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말한다.


왕이 삼년상 마친 기념 잔치에서 술독에 빠져 죽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니, 내관들이 절하며 간곡하게 침전으로 들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갑자기 왕이 훌쩍거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제일 성가신 술버릇 중 하나가 우는 사람이다. 어서 들여보내야 한다.


그런데 웬걸, 갑자기 왕이 이상한 말을 하며 탄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부왕의 상은 이렇게 지냈는데,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상은 치르지 못했구나!"


상선 김처선은 지금 왕이 던지는 말의 뜻을 대번에 알아챘다.


"주상의 기체후가 술로 많이 흐트러진 모양이다. 어서 침전으로 모셔라."


"어허! 어딜 옥체에 멋대로 손을 대려 하는가!"


왕이 이렇게 호통을 치는데 감히 내시들이 강제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왕은 다시 흐느끼며 소리쳤다.


"대신들! 대신들은 대답하시오! 내 어머니는 누구요!"


왕의 징후가 심상치 않은 걸 알아채 조용해진 상태였던 승경도판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신료들도 술이 들어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 갑작스런 왕의 질문에 아무도 적절한 대답을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총대를 잡고 대답해야할 대신들은, 간담 깊은 곳까지 서늘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왕이 지금 묻는 것은 자순 왕대비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대신들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지금 왕이 어릴 때 폐비되고 사사된 폐비 윤씨의 그림자가 갑자기 드리웠다.


"내 듣자하니 폐비의 묘가 허물어져서 해골이 나와 여우가 뜯어먹을 지경이라고 한다!

자식된 정으로서 차마 들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길한 날을 골라 천장을 하려하니 대신들은 그 대책을 올려라!"


'대체 주상께서 어찌 폐비의 일을 아신 것이지?!'


'즉위 이래 단 한 번도 폐비에 관한 일을 알만한 일도 없었고, 논하신 적도 없었는데?'


'누군가 사사로운 방법으로 폐비에 관한 일을 주상께 아뢴 것인가!!'


잔치의 흥을 다 깬 임금은 외연을 파하고 들어갔다.






신승선의 보고를 들은 경식은 다시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랬다고?'


경식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내전으로 들어왔다.


사실 경식도, 은연 중에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이융의 존재를 느끼고 있기는 했다.


중세 한국어 따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식이 어떻게 조선에서 멀쩡하게 생활했겠는가?


조선의 왕실 예법은 전혀 모르는 경식이 어떻게 아무 사고를 안 치고 지냈겠는가?


지식 상으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왕실의 인원들이 갑자기 가족이 되었는데 어떻게 누구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았겠는가?


여태 경식은 그걸 몸에 남아 있는 연산군의 무의식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보니 그것은 '무의식' 같은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원래 역사의 연산군, 지금 조선 왕 이융의 정신은, 경식에게 밀려서 무의식만 남은 것이 아니다.


이융의 인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그의 몸 속에 살아 있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난 그에 대한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않은 거지?

내가 이 몸을 통제 못하거나,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거나 같은 일이 한 번이라도 일어나는게 맞지 않나?'


한 가지 생각해볼만한 가설은, 이융이 자신에게 협조적으로 행동하여 서로 일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융은 경식이 경제학 지식을 활용한 정책 논의 등의 일은 경식이 하도록 일임해놓는다.


반대로 경식은, 자기가 잘 모르는 왕실 가족들에 대한 일이나 대인관계들을, 지금까지는 '몸에 남아 있는 연산군의 무의식'이라고 생각했던, 이융의 인격에게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꽤 그럴싸해보이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이러면, 경제학 관련 업무가 아닌 부분에서도 전부 이융이 내게 협조한 것이란 말인가? 이융도 주관이 없진 않을텐데.'


그리고 또 이상한 것은, 경식 스스로가 가지는 이융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었다.


이융이 모시고 있는 세 명의 대비는, 경식에게는 그냥 '대비가 셋이나 있어서 참 좋으시겠어요.' 정도 생각 밖에 안 드는 모르는 아줌마다.


그런데 경식이 계속 지내다보니, 어느새 세 대비들에게 스스로 선물을 올리거나, 문안을 하거나, 편지를 쓰는 등 진짜 웃전을 모시듯 움직이고 있었다.


이융의 아내인 중전 신 씨에게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있을 적 경식의 취향은 중전 신씨 같은 현모양처 타입이 아니었다. 되려 신 씨의 현모양처 행동에, 내심으로는 거의 기겁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경식의 이상형은 굳이 말하면 아이돌 마스터 샤이니 컬러즈의 마유즈미 후유코 같은 츤데레 타입이다.


그런데 어느새 경식은 신 씨가 진짜 부인인 것처럼 아끼고 헌신하고 있었다. 애도 생겼고.


이전에 중전과의 대화에서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


"전하, 저희가 제 사가에서 처음 만났을 적의 일이 기억나시는지요?"


'이런 시발, 전혀 모르는데. 대충 몸에 맡기면 알아서 대답이 나오겠지?'(경식)


"내가 어찌 그것을 잊겠소. 애초에 내가 먼저 당신을 찾았거늘."


"후후, 서연이 저희 집에서 열린 것 말고, 그 이전에도 전하는 저희 집에 오신 적이 있으십니다."


'아~그렇군. 전혀 모르겠어.'(경식)


"그런 일이 있었소?"


이런 식으로, 몸에 있는 이융의 의식이 경식의 지식이나 기억과 아예 별개의 기억을 가지고서 움직였다.


그렇다면 반대로 경식의 지식이나 경험은, 이융이 들여다보고 있는가?


대체 어떤 가설로 이 상태를 설명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경식은 일단 직접 실험해보기로 했다.


가장 간단한 가설은 자신이 강하게 의식할 때는 경식 자신의 의지로 몸이 움직이고, 자신이 의식하지 않고 몸에 맡기면 이융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경식은 강하게 의식하며, 종이에 '내 이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썼다.


의식을 다시 강하게 한 채로, 한자로 이름을 써보려고 했다.


'이융(李㦕)'


'...이것도 아닌가?'


실험이라는 행위를 하기 위해 종이에 뭔가를 쓰려고 몸을 움직이는 것은 되면서, 이름을 쓰려는 것은 박경식 세 글자를 맘대로 못 쓴다니 이게 대체 무슨 상태라는 말인가?



---


<이하 미주>


*1 : 인터넷 밈 '청컨대 화포로 이를 물리치소서' 라고도 알려진 조선의 일화는 작 중 시점으로부터 약간 앞인 성종 시절의 일입니다. 영의정 정창손의 집에 귀신이 있어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알려졌는데, 이 때 예조판서 유지가 대포를 쏴서 귀신을 물리치자고 합니다. 미래인들에게는 대포를 쏴서 물리로 귀신을 잡는다는 내용처럼 받아들여져서 인터넷 밈으로 돌아다니지만, 사실 중국 도교에서 화약을 발명했을 때부터 화약의 폭발은 퇴마의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불꽃은 양기를 가졌고, 귀신은 음기이니 정초에 하는 불꽃놀이 자체가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주술 행위였지요. 이것을 양진(禳鎭)이라고 합니다. 원래 역사의 연산군은 자신의 조상들이 퇴마해야할 귀신들로 보였는지 종묘에서 대포를 쏜 적이 있습니다.


*2 : 해장이라는 단어의 원형은 해정(解酲)입니다. 정(酲)이라는 글자 자체가 숙취라는 뜻이 있습니다. 숙취가 병인 것이 명백하다보니 해정의 방법 자체는 고대부터 중국에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해정주, 그러니까 해장술을 마시는 것이었죠. 죽림칠현 중 유정은 해정주로 술을 다섯 말 마셨다고 합니다. 한국도 중국 의학의 영향을 받아 여러 해정 방법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해정주를 마시는 일이 자주 사용된 것 같습니다. 현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해장국은 관점에 따라서 조선 후기에 나온 국물요리인 효종갱(曉鍾羹)이 유래라고 보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에 나왔다고 보기도 합니다. 아무튼 작 중 시점인 조선 전기~중기에는 없는 요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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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7

  • 작성자
    Lv.37 yo******..
    작성일
    24.06.15 19:05
    No. 31

    아이마스 마유즈미 후유코... 메모해둬야지 ㅋㅋㅋㅋㅋㅋ

    찬성: 1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니나노
    작성일
    24.06.15 19:07
    No. 32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Almagest
    작성일
    24.06.15 19:19
    No. 33

    기생 겨울이는 나중에 후궁으로 들어오려나...?

    찬성: 10 | 반대: 3

  • 작성자
    Lv.85 아시누스
    작성일
    24.06.15 19:20
    No. 34

    여포는 아버지가 셋이라지? 연산군은 어머니가... 이게 아닌가?

    찬성: 4 | 반대: 1

  • 작성자
    Lv.21 Manamu
    작성일
    24.06.15 19:21
    No. 35

    취향확고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MN
    작성일
    24.06.15 19:21
    No. 36

    후유 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월광사수
    작성일
    24.06.15 19:30
    No. 37

    난 오히려 이게 맘에 들어요 서스펜스 느낌이 드니 더 재미있음

    찬성: 8 | 반대: 13

  • 작성자
    Lv.52 책과가을
    작성일
    24.06.15 19:33
    No. 38

    몬가몬가 일어난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shadowx
    작성일
    24.06.15 19:36
    No. 39

    샤니마스는 학원마스의 후배 같은거지? 역시 닮은 구석이 있어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4 후루바
    작성일
    24.06.15 19:54
    No. 40

    이융은 여기서 겨울이와 함께 죽는거야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7 Regulars
    작성일
    24.06.15 19:54
    No. 41

    여기서 잘 못넘기면 ㅈ망한다

    찬성: 3 | 반대: 2

  • 작성자
    Lv.55 노블매니아
    작성일
    24.06.15 20:04
    No. 42

    갑자기 이상해지는데? 고구마진행 가는거임?

    찬성: 2 | 반대: 2

  • 작성자
    Lv.99 알케넨
    작성일
    24.06.15 20:13
    No. 43

    아 인격 굳이 ..? 이걸?? 그냥 주인공이 연산군의 바램이 이거였구나 하고 넘어가는 정도만 해도 충분할텐데..

    찬성: 16 | 반대: 2

  •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24.06.15 20:34
    No. 44
  • 작성자
    Lv.59 BeeKiKi
    작성일
    24.06.15 20:36
    No. 45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취향… 마유즈미 후유코…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12 마하라바타
    작성일
    24.06.15 20:50
    No. 46

    나 진성대군인데 요즘은 학원마스가 대세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48 쿠라냥
    작성일
    24.06.15 20:58
    No. 47

    갑사에게 해병의 방식이라니 부족한 보급으로 생긴 분노를 노골적인 약탈로 해결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2 슬픈햄스터
    작성일
    24.06.15 21:18
    No. 48

    순애충들 ㅅㅂ ㅋㅋㅋㄲㅋㅋ

    찬성: 2 | 반대: 2

  • 작성자
    Lv.69 my*****
    작성일
    24.06.15 21:24
    No. 49

    근데 굳이 필요한 전개인가 싶은데. 모대역마냥 다중인격이 메인인것도 아니고. 그냥 잠재의식으로 남아있던 기억이나 이런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준것정도로 치면 됐지.... 폐비윤씨 에피소드 풀어내기에 적절한 시기인가 하는 의문도 있고. 사실 쥔공이야 경제학에나 관심있지만, 윤씨건은 연산군 입장에선 칼 제대로 휘두를수있는 치트키니깐. 필요할때 꺼내써야지 딱히 정치적으로 위기가 온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이걸 꺼내야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군요.

    찬성: 22 | 반대: 7

  • 작성자
    Lv.73 마루도령
    작성일
    24.06.15 21:43
    No. 50

    네? 후유코는 현모양처인데요 정말 잘못 알고 계시네요 사과해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73 마루도령
    작성일
    24.06.15 21:45
    No. 51

    근데 갑자기 뜬금없네 이중인격같은거

    찬성: 5 | 반대: 2

  • 작성자
    Lv.34 UltronMk..
    작성일
    24.06.15 22:20
    No. 52

    사실 정체성 위기를 대충 넘기는게 빙의물에선 국룰이 되버렸긴했지요. 가장 말도 안되는 부분이지만 짚고 넘어가는 순간 불호가 갑자기 늘어나는

    찬성: 6 | 반대: 2

  • 작성자
    Lv.41 하2
    작성일
    24.06.15 22:37
    No. 53

    갑분 아이마스 ㅋㅋㅋㅋ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13 Wladysla..
    작성일
    24.06.15 22:54
    No. 54

    인격 융합은 또 신기하네 ㅋㅋㅋㅋㅋ 여태까지 걍 이융 영혼은 치우고 온전히 박경식인줄 알았는데

    중세 한국어 알아듣던게 원래주인 이융빨이었던건가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88 코파는노마
    작성일
    24.06.15 23:03
    No. 55

    흠...굳이 이런 복잡한 설정이 필요한가 싶긴한데
    작가님이 정치면에서 등등 뭔가 더 갈등요소를 넣고 싶으신가봄
    좀더 지켜봐야 겠네요

    찬성: 2 | 반대: 2

  • 작성자
    Lv.72 강포동
    작성일
    24.06.15 23:11
    No. 56

    난 흥미진진한데? 경제부흥만 하면 지루할수도, 이런거도 흥미로움.

    찬성: 8 | 반대: 9

  • 작성자
    Lv.68 무뇌드라군
    작성일
    24.06.15 23:15
    No. 57

    귀찮은건 다 떠넘기고 있었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으안
    작성일
    24.06.15 23:23
    No. 58

    대역에 무슨 인격이야

    찬성: 3 | 반대: 2

  • 작성자
    Lv.76 ddmfksss
    작성일
    24.06.15 23:29
    No. 59

    작가님 취향이...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73 마루도령
    작성일
    24.06.15 23:30
    No. 60


    왜 불호가 많냐면
    뭐 대역 시작의 환생 빙의 그런것부터가 판타지 요소긴 하지만 정작 시작한 뒤 부터는 거의 모두 추상적 요소를 배제한 역사물 같은 '개연성' 맞는 진행을 원하니까요
    빙환트 그건 다들 이야기를 어쨌든 시작해야하니까 모두들 넘기는 암묵적 합의 같은거고, 그래서 대역들 시작은 빌드업 자체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죠. '일어나고 보니 과거의 왕이다.' 식으로.
    대부분의 대역 독자층은 그러한 '사극' 이나 '역사물' 같은 어쨌든 실제 존재할 수도 (?) 있었을지도 모르는 현실 역사 비슷한 발자취를 밟는 전개를 보는데 거기에 판타지같은, 그 뭐냐 마법이나 물리법칙을 깨는 뭔가 (얼음으로 태양광을 모아 뭘 불태운다던가 하는 과장된 요소 혹은 비합리적인 뭔가) 가 들어오면 장르가 괴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몰입이 깨져버리는거죠
    아직 1화 뿐이기도 하고 이번 편이 그런건진 모르겠지만은 '뭔가 국가 발전' 같은 거시적 내용 전개에서 '영혼 뭔가랑 이중인격' 같은 개인적이며 뭔가 초현실적인 요소가 들어왔으니 독자층에서 반응이 있는건 자연스럽다고 봄
    근디 머 작가님이 잘 쓰시겠죠

    찬성: 22 | 반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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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진격의 세종(The conqueror) +68 24.06.06 12,247 544 25쪽
31 서울의 여름 +37 24.06.05 11,697 488 23쪽
30 우릴 돈으로 살 셈인가! +43 24.06.04 11,439 500 21쪽
29 아니 내 10만 철기가!!! +34 24.06.03 12,107 526 22쪽
28 또 이세계 용사 박경식 +94 24.06.02 12,465 573 25쪽
27 우리는 주인이다 힘차게 살자 +78 24.06.01 12,504 562 21쪽
26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91 24.05.31 12,542 562 20쪽
25 대초피시대 +62 24.05.30 12,844 551 22쪽
24 뒷수습 +49 24.05.29 13,452 49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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