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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라구.B.P 님의 서재입니다.

경제왕 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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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B.P
작품등록일 :
2024.05.08 21:07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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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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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프롤로그 : 수상할 정도로 까다로운 교수님

DUMMY

박경식은 오늘도 복수전공을 한 것을 후회하며 몸과 시간을 태우고 있었다.


사학과 커트라인에 아슬아슬 붙는 것에 기뻐하며, 사학과 가서 무슨 돈을 버냐는 부모님의 만류에 불구하고, 자긴 역사 좋아하고 또 좋은 대학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인데 이렇게 들어간 다음 취업 잘되는 과로 전과를 하건 복수전공을 하면 될거라 호언장담을 할 때는 좋았다.


부모님의 권유에 경제학과를 복수 전공 했으나, 한국 최고 명문대에서 경제학과랑 사학과를 동시에 전공하는 것은 정말 정신 나간 선택이었다.


선배들이 다 복수 전공 하지 말라고 말릴 때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그것도 경제학과를 복전한다는 말에 다들 얘가 어려서 아직 몰라도 뭘 한창 모르나 하는 표정으로 볼 때라도 눈치 챘어야 했는데, 박경식은 공부를 대가로 눈치를 내다버린 지능의 소유자여서 몰랐다.


사학과는 그래도 경제학과보다는 쉽지? 라고 경제학과 쪽 애들이 물을 때 박경식은 더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사실 박경식도 처음 입학할 때는 아무리 명문대여도 다들 고등학교 과정까지 배운 수준일테니 똑같이 역사 좋아하는 애들일거라고 생각했다.


"교수님, 교재에서 아즈텍 제국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 용어는 당시 테노치티틀란 중심의 삼국 동맹 체제를 설명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자들이 편의 상 붙인 이름인건 알고 있고, 현재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과정인 여러분께는 저명성 상 충분히 적절한 용어라 생각됩니다."


같이 이미 학부생 수준이 아니다 싶을 정도인 누군가도 있고,


"교수님, 배포하신 자료에 인용된 고전은 국내에는 천병희 선생님이 완역하신 본만 있는걸로 아는데, 그것과 번역이 다른거 같습니다."


"별도 인용이 없는 고전은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황제 교황주의란 용어가 교재에 있는데..."


"해당 논쟁에 대해서는 별도 리포트를 받겠습니다."


괜한 질문으로 과제를 괜히 늘이는 수상할 정도로 그리스를 좋아하는 녀석도 있었다.


하여간 다들 학부생 1학년 시절부터 장난이 아니었다. 그냥 역사에 관심 좀 있다는 평범한 수준으로는 와서는 안됐던 걸까 하는 후회가 가득했다.


그렇게 주눅이 들며 사학과를 다닌지 어느덧 4학년. 승자는 결국 버텨낸 사람인걸까. 1학년 시절부터 질문으로 어그로를 끌던 녀석들은 의외로 중간에 전부 사라졌다.


졸업 논문 주제를 선택할 때가 왔는데, 문득 수업 중 들은 한 마디가 생각났다.


"비교사에서 제일 발달된 주제가 동아시아와 서유럽입니다. 왜 서양은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근대를 일으켰는데 동양은 그러지 못했을까요?


그 전 시대를 보면 동양도 서양과 닮은 꼴로 발전하고 있었고 일부는 서양을 앞선듯한 모습도 보여집니다. 어쩌면 동양이 근대를 열 수 있지 않을까요?"


역사에 만약이 어딨어? 그건 소설에서나 할 이야기지,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데.


...라고, 왜 이런 개뜬금 없는 교수에 대한 반발심이 들었던걸까? 아마 경제학과 학점이 까여서 급한데 사학과 졸업논문이 거슬린다는 기분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논문 주제로 근대성이 왜 서양에서 발생했는지, 그런 장기 추세는 고대부터 이어진 것이며 동아시아의 사회 구조로는 근대로 이어질 수 없다는 주장을 논문 주제로 선택했다.


그렇게 논조만 대충 얼개를 만들고, 적당해보이는 출처 서적들의 내용을 마구 챗 GPT에 복붙해서, 챗 GPT 가 정리해서 토해낸 내용들을 또 복붙해 넣어서 제출하고, 출석만 하며 경제학과 학점과 취준에 더 신경쓰고 있을 때였다.


졸업을 미루는게 좋으려나, 등록금은 부모님에게 뭐라 말하지 고민 중에,


"경식 군, 잠시 괜찮으세요?"


소름이 쫙 돋았다.


교수 뒤를 걸어가면서 '논문이 교수 맘에 들었든 안 들었든 난 좆됐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교수는 자기 연구실에서 내 논문을 주워 챙기더니 자기가 잘 아는 게장집이 있다면서 밥을 사겠다며 날 데리고 갔다.


광숙게장이라는 이름의 가게로 들어가서 교수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이거였다.


"경식 군의 졸업논문은 흥미롭게 봤습니다."


음,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아쉬운게 많아요."


사람 기분을 띄웠다가 내려꽃는 느낌이 마치 롤러코스터 같군.


"경식 군은 제가 왜 부른거라고 생각하나요?"


"...제 논문에 관심이 가셔서?"


"그건 제가 방금 말한거잖아요."


"아."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했더니 그제야 교수가 본론을 말했다.


"경식 군, 제가 1학년들 1학기에 매년 하는 강의가 있는데, 그 첫 주제가 뭐였는지 기억 나나요?"


"에드워드.H.카 의 '역사란 무엇인가' 였죠."


교수는 그걸 잘 기억하고 있는 경식에게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박경식은 이게 그 석사 과정 끌려가는 그거구나, 하고 확신을 가지고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거절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맞아요. 카의 말대로 과거를 비춰봄으로써 현재를 돌아볼 수 있다면, 경식 군의 논문은 어떤 현재를 돌아보고 있나요?"


그제야 교수가 하려는 말이 뭔지 짐작이 간단 생각이 들었다.


"제 역사관이 서양 제국주의를 옹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경식 군이 논문에 인용한 학자들은 실제로 그런 비판을 받고 있죠."


그렇게 반론을 들은 경식은, 처음으로 일개 사학생도에서 역사학자로써 눈을 떴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현재도 우리는 서양 제국주의의 연장 속에서 번영하고 있잖습니까. 바로 북쪽에는 미제국주의에 맞선다고 하고서 그 어떤 번영도 못한 나라가 있고요. 그리고 또..."


저도 모르는 열의에 타서 경식이 말을 하는데 교수가 손을 흔들며 말을 끊었다.


"경식 군의 생각이 틀리단건 아닙니다. 다만 역사에 '만약에' 를 말한다면 어떤 현재를 비추는지도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죠."


그제야 생각났다. 논문 서문에 자본주의 맹아론을 비롯한 만약 어쩌고를 언급하면서 깐 다음에 본론으로 들어갔지. 그게 교수 눈에 밟혔나보다. 너무 도발적이었나?


"경식 군이 역사에 만약을 말한다면 지금의 어떤 것을 비춰볼 수 있나요?"

"전...."

"그걸 전 보고 싶습니다."


...사실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애초에 교수가 지금 원하는게 뭐지? 내가 쓴 대체역사물을 보고 싶다는 소리는 아닐테고, 대학원 들어오라는 권유인가? 뭐지?


그런 생각을 하며 경식이 머리를 굴리는 중 갑자기 교수가 손가락을 딱 튕기는 것이었다.


그러자 세상이 멈췄다. 경식도 뇌정지가 왔다.


어, 나 이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마블 영화 같은데서 봤나? 뭐지?


경식이 뇌정지가 와서 개소리를 머릿 속으로 떠올리는 것을 교수는 알까 모를까, 교수는 갑자기 누군가를 불렀다.


"라순아! 염라순!"


그러자 또 마블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이펙트가 일어나며 이차원 게이트 같은게 열리고 지옥 같은 풍경이 그 너머에 보였다. 웬 여고생 같은 누군가도 보였다.


"왜 아빠? 나 일할 때인거 알잖아."


"부탁할게 있어서. 이 친구 좀 조선 시대 쯤으로 보내줄래?"


"또?"


뭐임?? 진짜 뭐임????


"궁금한게 많은 표정인데 간단히만 말씀 드려야겠네요. 경식 군, 사실 전 조선총산신령연맹 소속의 산신령입니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라고 밝히는 것만큼이나 아무렇지 않게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죠?"


"제가 소설을 쓰는데 요새 소재가 확 잡히는게 없어서...경식 군이 뭔가 영감을 주실 수 있을거 같아요."


"뭣"


그 말을 듣고서야 뭔가 느낌이 왔다. 1학년 때에 수업 중에 교수에게 반론하다가 사라진 애들 다 이렇게 된 거 아냐?


"잠시만요, 교수님. 전 아직-"


"때는...이 쯤이 좋겠네. 아직 한 번도 소재로 쓴 적이 없으니."


"!!!"


의식이 멀어지고 몸이 제 것이 아닌 것 마냥 의지와 다르게 움직였다. 몸은 멋대로 쓰러지는데 정신은 움직이는 몸과 다르게 움직이는듯한 기묘한 감각이 몸을 쓸었다. 멈췄던 세상이 일렁인다. 형광등이 켜진 가게가 기묘한 빛으로 뒤덮히며 모습을 바꿨다.




"내가 생각컨데, 우리 대행대황께서 조종의 업을 이어받으시어 정치에 힘쓴지 26년, 문이 성하고 무가 빛나며 백성이 편안하고 물자가 풍족하였다.


그지 없는 복을 누리시리라 기약하였는데 하늘이 화를 우리 집안에 내리시어 선왕이 승하하시니 종묘 사직의 큰 불행이다!


비통한 마음이어 상중에 어찌 감히 왕위에 오르랴마는, 대통을 오래 비울 수 없어 이에 마지못해 12월 29일 갑신에 창덕에서 즉위한다.


아아! 조종께서 내게 나라를 맡기시니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듯 위태로와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러나 신하들의 보필을 받아 길이 태평한 정치를 이룩하겠다."


...정신을 차리니 왠지 왕이 되었다.


이제 어떡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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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우리는 주인이다 힘차게 살자 +76 24.06.01 12,117 55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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