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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C 님의 서재입니다.

眞삼국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AnthonyC
작품등록일 :
2013.10.14 21:46
최근연재일 :
2014.02.14 15:12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32,016
추천수 :
6,185
글자수 :
375,084

작성
13.11.12 14:52
조회
4,543
추천
85
글자
11쪽

24. 닭 쫓던 개, 지붕만 노려보다.

DUMMY

"이랴! 이랴!"

채현은 자신의 간단한 여장을 챙기고 아쉬움을 호로관에 남기고 길을 떠났다. 자신의 벗인 봉기와 멀어진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원소라는 인물에 크게 실망을 한 채현은 무작정 관을 떠나니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달리는 말 위에 타고 고민하던 채현은 말머리를 낙양이 아닌, 관동쪽으로 돌렸다. 그 어떠한 기반도 없는 젊은 자신은 누군가에게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채현은 자신이 관동에 있지만, 연합군에는 참여하지 않은 지역의 제후들에게 의탁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북평에 공손찬이 건재했으며, 유주목 유우 등이 연합군의 세력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많은 지역이 관의 통제에 벗어나 있었다. 황건적은 아직도 여전히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었다. 채현은 어디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제후들을 떠나, 스스로 천하를 유람하며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찾기로 결심했다.

"채 공! 기다리십시오!"

순간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틀리며, 말에 탄 한 인영이 급히 뒤에서 자신을 찾았다. 채현은 누가 자신을 찾는지 의아해 하며 자신의 말을 멈췄다.

"워-워-"

채현이 보기엔 원소나 봉기가 자신을 찾기 위해서 보낸 사람같지는 않아 보였다. 급히 말을 타고 자신을 쫓는 자는 자신을 손견이 보낸 자라 소개하더니, 채현에게 편지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뭔가?"

"우리 주공께서 급히 말씀하시길, 이렇게 떠나지 말고 술 한잔 하고 가라고 하십니다."

채현은 순간 손견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수관에서 본 손견은 무위가 대단한 사람이었다. 강동의 호랑이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을 정도로 용맹했다. 하지만 손견은 원술의 객장을 자처해야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은 잘 모르는 상황이 있는 것 같았다. 손견은 한 세력의 주인으로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고, 그 주인으로써 세력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채현은 손견이 원소보다는 더 영웅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떠날 길, 옛정을 고려해서 만나고 가는 것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았다. 지금 가겠다. 손문대 공은 어디 계신가?"

채현이 말머리를 돌려 파발에게 물으니 파발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며 호로관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채현은 그런 파발을 따라 호로관 안으로 다시 향했다.


다시 돌아온 호로관 안은 적막했다. 자신이 원소를 떠나기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다행히 원소가 떠난 자신에 대해서 어떤 미련이 없었는 것 같았다. 채현은 내심 다행의 한숨을 쉬며 파발을 따라 손견이 있다는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렸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전각 앞을 지키던 무사들이 채현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레 길을 비키며 문을 열어주었다. 밤이었지만 손견은 원소가 연 주연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았던 것 같았다. 채현이 보기에 자신을 위해 이 자리를 오래 전부터 마련한 것 같았다. 안내인을 따라 외당을 지나 내원으로 들어가고자 하니, 앞에 손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채현. 오랜만이네. "

"오, 손책아닌가?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과거 사수관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손책이 내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안내하던 안내인은 읍을 하더니 자신의 임무는 여기까지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채현은 손견이 자신의 아들 손책을 이 자리에 남겨 자신을 안내하게 한 의도를 눈치챘다.

'나를 자신의 휘하로 삼겠다?'

손책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신을 따라오라 하며 길을 안내할 뿐이었다. 채현의 질문에 손책이 아무 말 없자, 채현 역시 묵묵부답으로 길을 따라 갈 뿐이었다. 내원 깊은 곳에 다다르자, 큰 방에 술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두 명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손책이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네. 잠깐 자리에 앉아 기다리게."

채현이 자리에 앉자, 손책이 금새 자리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견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와 주어서 고맙네."

손견이 들어오자, 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읍을 했다. 손견 역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저, 술 한잔 하고 가라는 소리였네."

채현이 의도를 묻자, 손견은 그저 좋은 술이 있다며 자신에게 술을 따라주며 마시라고 할 뿐이었다. 채현이 손견을 경계하자, 손견은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 때 함께하였는데, 너무 경계하는 것 아닌가?"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다르지요."

채현이 말하자, 손견이 크게 웃었다. 술이 둘 사이에 몇 순배 오가자,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둘 사이에는 한동안 형식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자 손견이 갑작스레 말했다.

"나를 도와줄 수는 없겠나."

손견은 웃음을 그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손견은 채현이 필요했다. 조무의 죽음에서 손견은 인재의 아쉬움을 느꼈다. 모든 군웅들 중에 인재를 필요로 하지 않은 자는 없었다. 하지만 손견이 채현을 굳이 부른 이유는 과거부터 채현이 원소보다는 자신과 더 뜻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원소를 떠났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급히 파발을 보내 자신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하여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채현은 골똘히 생각했다. 손견은 훌륭한 인물이었다. 채현은 자신이 직접 뜻을 세워 천하를 평탄케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과 맞는 인물을 찾아서 그를 도울 생각인 자신은 원소때와 같은 잘못된 판단을 더이상 하고 싶지는 않았다. 채현은 원소에게 물은 것과 같은 질문을 손견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질문 세 가지 해도 되겠습니까?"

"하시오."

손견은 자신을 간절히 구하고 있었다. 원소는 많은 선비와 인재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었기에, 그저 자신 역시 그러려니 하는 생각으로 자신을 맞았지만, 손견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채현은 손견군의 상황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손견의 책사가 된다면 손견 군의 중추를 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과거 질문을 손견에게 던졌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어찌 인도하실 생각이십니까? 솔직한 마음으로 답해주십시오."

"음.. 도탄이라.."

손견은 잠시간 고민했다. 그 옛날 손자의 후예이기도 했던 자신은 원체가 선비나 관리가 아닌 무사로써 이름을 떨쳐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원소와 달리 사세삼공의 자제이며 일찍이 높은 관직에 올라 백성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손견은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답했다.

"내 아래에 있는 백성에게 덕을 베푼다면 되지 않겠소? 사실 백성을 어찌 인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소."

손견의 답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였다. 항상 전투에 앞장서서 싸우기에 바쁜 손견이 이 질문을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채현은 이 답이 원소의 답보다는 훨씬 좋은 답이라 느꼈다. 오히려 덕을 베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손견의 답은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채현은 인의고 신과 충이고 하는 유교적 논리에서 잠시동안 벗어나 생각했다. 나라의 근본은 흙이자 백성이었다. 백성에게 덕을 베푼다면 그들은 별 생각없이 자신들에게 덕을 베푸는 위정자를 따라 옹호할 것이었다. 채현은 국가의 근본이념이 어떻고 하는 대답보다는 손견의 답은 썩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공은 왜 거병하셨습니까?"

"그거는 바로 답할 수 있겠군. 동탁의 폭정을 응징하기 위해서네."

손견은 용감하게 답했다. 채현은 예상했던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손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원래 무를 오래 수련한 자는 일의 본질을 단순하게 파고드는 성향이 있었다. 손견 역시 그러한 모습을 전장해서 여러 번 보여주었기에, 채현은 손견이 진짜 동탁을 응징하기 위해서 거병하였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세 번째입니다. 공께서 지금 하셔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낙양을 치는 거일세."

채현의 질문은 끝났다. 손견의 답 역시 끝났다. 손견은 솔직하고 꾸밈없이 답했다. 솔직한 답으로 채현이 자신을 따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채현은 손견의 답에 만족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같음에 만족했다. 사실 채현에게도 이런 질문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런 하찮은 대화로 원소같은 속좁은 인물을 주공이라 한동안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채현은 오직 대화를 하며 손견의 태도와 생각을 읽고 싶었다. 채현은 순간 고민했다. 쉽게 결정내릴 사안은 아니었으나, 손견 군의 용맹함에 자신의 계책이 결합한다면 뜻을 펼칠 수도 있다고 여겼다. 무엇보다도 손견은 절실히 자신을 원하고 있었다. 자신을 원하는 곳에 가면 자신도 효용성이 있을 것이다.

"조무 장군은.. 잘 갔습니까"

"그렇네."

뜬금없이 채현이 조무를 언급하자 순간 손견은 슬픔이 떠올랐다. 자신을 대신해 시간을 끌다 여포에게 죽은 조무가 죽은 까닭은 바로 좋은 작전을 짤 두뇌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이빨과 발톱만 날카롭다고 해서 사냥을 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냥에는 좋은 두뇌가 필요했기 때문에, 손견은 채현이 자신을 도운다면 조무의 죽음과 같은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채현은 손견의 표정변화를 순간 바라보며, 손견이 조무의 일을 자신과 연관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채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이리 된 것. 손견을 품고 자신의 뜻을 이뤄 보겠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주공으로 모시겠습니다."

채현이 고하자 손견이 매우 기뻐했다. 채현은 기뻐하는 손견을 보며 이제는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완전한 자를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원소와 손견에게 물었던 세 가지 질문 역시 더이상 묻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인의고 뭐고 하는 유교적인 가르침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손견 정도의 인물이면 괜찮았을 뿐만 아니라, 손견은 지낭이 필요했고 채현은 자신의 뜻을 펼칠 만한 울타리가 필요했다. 손견 정도면 꽤 튼튼한 울타리였다.


작가의말

손..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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