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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C 님의 서재입니다.

眞삼국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AnthonyC
작품등록일 :
2013.10.14 21:46
최근연재일 :
2014.02.14 15:12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32,044
추천수 :
6,185
글자수 :
375,084

작성
13.11.0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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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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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11쪽

22. 낙양으로 가는 길(4)

DUMMY

진법 대결에 앞서 선봉장으로 선택된 것은 바로 원술의 상장(上將) 기령이 아닌 뇌박이었다. 뇌박은 원술의 장수들 중 아끼는 장수 중 하나인 자였지만, 사실 그리 쓸만 한 장수는 아니었다. 전투 전, 뇌박은 조립된 전차들을 이끌고, 적진의 한가운데를 뚫으라는 명을 원술에게 받았다. 뇌박은 자신의 전차를 타고 전진하라는 명만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북을 치지, 왜이리 오래 기다리는거야?"

전투에 앞선 뇌박은 불안했다. 그 이유는 선봉에 대한 부담감과 요긴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리라. 그는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도겸, 장막 등의 후속 전차병이 있다는 사실을 주지했다. 후속부대가 올 것이며, 자신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계속 하자 마음이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마음이 가라앉자,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려 하는 뇌박이었다.

그때였다. 연합군의 본영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진군의 신호였다. 뇌박은 호기롭게 자신의 칼을 뽑으며 적군을 향해 겨눴다.

"전군! 공격하라! 적진을 뚫어라!"

뇌박의 명에 연합군의 전차병들이 적 보병을 향해 돌진했다. 전차병은 전차 한 대에 말 두 마리, 병사 셋이 타서 병사 둘은 활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차병이 적 보병진 중앙을 향해 삼각꼴의 진형으로 돌진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동탁군 진영 한가운데에서 붉은 깃발이 펄럭이며 북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갑자기 최전선에 있던 긴 장창을 가진 서량병들이 진형을 갖추며 일제히 뒤로 퇴각했다. 적의 이런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뇌박은 물론이거니와 원술과 제후군은 당황했다.

"저..저건 무슨 변화냐?"

서량병은 퇴각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더 많은 장창병들이 앞으로 뛰쳐나오더니 일자진을 형성했다. 양 측면에서는 매서운 서량 기병이 등장하며 전차를 향해 뛰쳐나왔다.

"저건...학익진?"

높은 곳에 서서 진법의 격돌을 오롯이 원술과 함께 지켜보던 모사 양홍이 동탁군의 진법 변화를 보고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두텁게 보병으로 벽을 쌓던 어린진이 보병 진형의 변화를 시행함과 동시에 양옆에서 예상치 못한 기병의 돌진이 가져오면서 학익진으로 진법이 변했다. 오히려 적은 병사로 많은 병사들을 포위하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전차는 이동방향을 변화하기가 쉽지 않아 측면과 후방에서 오는 공격에 매우 약했다.

"걸려들었다! 적을 쳐라! 모조리 없애버려라!"

양옆에서 동탁군의 장수 호진이 서량 기병을 이끌고 뛰쳐나오며 측면에 빈틈을 보이던 제후군의 전차들을 부숴버리고 전차병을 학살했다. 보병 역시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원술은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며 많은 수인 자신의 군세를 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자신의 전차는 이미 사방으로 포위되어 있어 그들을 구할 수는 없었다. 애써 만든 자신과 다른 제후들의 전차들은 모두 동탁군의 소유로 넘어가게 될 판이었다. 멀리서 있는 원술 자신이 보기에도 갖힌 전차병들은 전투의지를 잃고 항복하고 있었다.

"젠장!!"

원술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적에 분명히 머리를 잘 쓰는 모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술은 자신과 그 부하들을 과신했다. 별로 발달되지도 않은 진법을 이렇게 응용할 만한 자는 그닥 많지 않았다. 원술은 동탁에 임관한 자들에 대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러자 이 정도의 꾀를 쓸 자가 생각났다.

"이..유..!"

이유. 낙양의 대신. 유림(儒林)출신이나 사도를 걷는다 하여 퇴출된 자.

원술은 이유가 생각났다. 동탁의 지낭. 이 정도의 계교는 무식한 동탁 진영에서 이유만이 쓸 수 있었다.

전장은 더욱 악화되었다. 전차병들을 전멸시키고 흡수한 동탁군은 어느새 다시 어린진으로 진을 변화하여 자신의 보병과 대적하고 있었다. 전투는 쉽지 않았다. 저들은 적은 수로 많은 수의 병사를 훌륭히 대적했다.

"후퇴..후퇴하라!"

원술은 빠른 후퇴를 명했다. 뼈아픈 패배였다. 원술뿐 아니라 많은 제후들에게도 뼈아픈 패배였지만, 원술은 더 뼈아팠다. 피해는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원가의 적장자라는 하늘 높은 자신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원술은 천한 야만인 출신인 동탁에 대한 적개심이 더욱 커져갔다. 고귀한 피가 흐르는 자신을 격퇴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호로관에서는 한창 연회가 벌어졌다. 원소가 주최한 주연은 몇 주째 계속되었다. 채현은 갑작스레 변한 원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호로관을 성공적으로 점령한 관동군과 그 총사령관 원소는 더이상 진군하지 않았다. 채현은 원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수가 없어 한심했다. 답답함에 주연에서 나와 정원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에 비치는 별은 밝았다. 채현은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동탁의 턱밑에 칼을 집어넣었는데 베지를 않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기 주공을 한탄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갑작스레 뒤에서 들린 호통소리에 채현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조조였다.

"조맹덕이셨구려. 이 늦은 밤에 주연은 하지 않고 어쩐 일이시오?"

"허어, 주연이라니, 동탁을 눈앞에 두고 지금 술이 마셔지시오?"

조조는 원소의 행태가 한심하다는 듯 채현에게 말했다. 채현은 부끄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봉기가 말한 원소는 호로관으로 같이 올 때까지만 해도 밝은 군주였다. 하지만 호로관에 와서, 낙양을 눈앞에 두자 원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채현은 원소의 검은 속내는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저 원소의 겉모습과 장식품만 바라본 것이었다. 조조는 부끄러워하는 채현을 보고 껄껄 웃었다.

"난세에 그대의 주인으로는 모자란 인물이 바로 본초이거늘..."

"그런 말 마시오."

채현은 그래도 아직 원소에 대한 실망감은 있었지만 원소라는 인물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채현이 탁 잘라 말하자 조조가 피식 웃었다.

"낙양 출신이라더니,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잊어버렸나 보군"

"뭘 말이오?"

채현이 반문하자 조조가 진짜 모르냐는 둥 말했다.

"원래 동탁을 부른 자가 원소인 것을 모르셨소이까?"

채현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아직 약관(20세)을 넘은, 젊은 청년에 불과한 채현은 어릴 적 낙양에 살지 않아서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채현은 조조에게 그 일에 대해서 묻기를 청했다.

"무슨 일인지 알려주실수 있소이까?"

"흠흠. 나는 원래 본초와 어릴적 친구라서 그를 잘 알지. 과거 하진 대장군이 계실 적에, 원소는 그 숙부 원외가 태부로써 환관의 무리에 아첨하는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환관을 다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지."

조조의 말에 채현은 귀기울여 들었다. 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조가 말을 이었다.

"환관을 다 죽일 필요는 없었소. 모든 환관이 악인은 아니었지.. 게다가 원소는 환관따위를 없애기 위해 궁 주변에 수염나지 않은 모든 자를 죽였소. 그리고 더 무서운 자인 서량의 야만인 동탁을 불렀지. 동탁이 낙양에 와 야심을 드러내자, 원소는 오히려 자기가 내쫓긴 거요. 그런 뒤에 다시 군사를 모아 동탁을 멸하겠다 이러고 있는 거지."

조조의 말을 들은 채현은 그 사실을 처음 들어서 매우 놀랐다. 자신이 보기에도 동탁 진영에 있는 모든 자가 악인일 수는 없으며, 모든 환관이라고 다 악인일 수는 없었다.

채현이 매우 놀라자, 조조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원본초가 왜 진군하지 않는지 아시오?"

"무엇입니까?"

채현이 가르침을 달라고 하자, 조조가 뻔하다는 듯 말했다.

"원소는 아마, 현 황제를 모실 생각이 전혀 없는 거요. 사세삼공의 명문가 출생으로, 관동군이라는 근왕군의 총사령관이라는 위치에 섰으니 자신감이 선 거겠지. 이미 원소는 나에게 유주의 황족 유우를 새 황제로 옹립하자고 말했었소. 난 그에 반대했지."

"아니, 유우를 새 황제로 옹립한다면, 낙양에 계신 분은 어찌하구요?"

채현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반문했다. 어찌 제위에 올랐던 낙양의 어린 황제 역시 황제였다. 게다가, 유주의 유우가 인망이 있다는 투의 말을 평소에 자신에게도 몇 번 말하던 원소를 채현은 기억해 냈다. 유우를 새 황제로 옹립한다면, 원소 자신은 새로운 황제를 자신이 동탁의 핑계를 대며 옹립한 새로운 동탁일 뿐이라고 채현은 생각했다.

채현은 격분했다.

"이건 말도 안되오!"

채현은 원소의 이런 깊은 꿍꿍이를 이제야 알아챘다. 처음 만났을 때 목민(牧民)을 위해서는 목민관이 현명해야 한다고 하던 원소. 사실 그는 그 목민관이 바로 자신이 되어서 영원히 원가의 이름을 드높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봉기가 새로운 세계를 열겠다고 하는 것도 이제서야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봉기 역시 이젠 더이상 유학자가 아니었다. 원가를 중심으로 한(漢)의 정통성만 계승하겠다는 것이었다. 채현은 그것이 배운 자로써 황실의 녹을 먹고 살아가는 관리 출신이 할 말이 결코 아니라 여겼다. 자신도 한을 계승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아예 조조에게 들은 원소의 생각으로는 원소 자신이 대의명분을 얻은 동탁과 다름없었다. 이것은 역적질이었다.

"원본초는 그런 자요."

조조는 멀리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 것 아니라는 듯 채현에게 이야기했다. 채현은 격분하고 있었다. 조조는 이럴 때 자신이 확실한 자신의 모습과 뜻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내 군사 3만으로 낙양을 칠 생각이오. 손문대(손견)공과도 같이 갈 거요. 그대도 같이 갈 생각이 있소?"

채현은 과거에 출사하기 전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조조의 모습이 진정한 난세의 충의지사라 여겼다. 채현은 조조가 그저 간사한 자라 여겼지만 그 간사함은 한(漢)을 위한 충심에서 비롯된 간사함이라 생각했다. 나쁘게 보면 간사함이지만, 좋게 말하면 그것은 놀라운 꾀였다. 인의(仁義)와 충(忠)으로써 난세를 이겨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채현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젊은 그도 역시 본디는 유학을 공부한 자였다. 채현은 원소에 대한 환멸심과 조조에 대한 동경심이 교차했다. 고민하는 채현을 보며 조조가 뒤를 돌아 정원을 나갔다.

"내일 밤. 자시에 본초 몰래 출관할 것이오. 관심이 있다면, 이 조조에게 와 주시오. 내 부탁하리다."

채현은 마음이 흔들렸다. 이 밤, 채현은 잠을 잘 수 없으리라.


작가의말

화요 연재인데 조금 일찍 올립니다.

수요일에 삼성디스플레이 면접이 있거든요.

화이팅해주십시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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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새로운 만남. 그리고 시작. +8 13.12.05 4,566 8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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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집으로 가는 길. +9 13.11.29 4,061 85 11쪽
29 29. 곳곳에 흩어진 제후들.(3) +12 13.11.26 4,325 8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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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곳곳에 흩어진 제후들. +8 13.11.19 4,042 8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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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낙양으로 가는 길(4) +8 13.11.04 4,159 7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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