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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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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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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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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09.12.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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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로라시아 연대기 - 12.인명록(1)

DUMMY

“알타미라 후작이 프레이르와 그 딸이 서로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는 말이지?”

샤를은 그가 앉아 있던 의자에서 몸을 당긴 후 침착한 어조로 재차 확인했다. 혹시라도 브라쇼브의 말을 잘못 듣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브라쇼브는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은 나지막하게 ‘끄응’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의자를 뒤로 물렸다.

그는 알타미라 후작의 이 놀라운 제안에 동요하고 있었지만 신하의 앞에서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 후작의 속셈이 이것이었군. 프레이르의 장인이 되는 것이었어.”

그는 몸을 뒤로 젖혀 의자에 기댔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완전히 알타미라 후작에게 놀아났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뛰어난 정치가인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브라쇼브의 보고를 듣자마자 알타미라 후작이 레스터 공작과 샤를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그는 결국 알타미라 후작이 이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3개의 다리가 모두 받치기를 거부하면 의자는 서 있을 수 없다라고? 협박까지 하는군.’

샤를은 침착성을 유지하려 애쓰며 이 알타미라 후작의 경고를 떠올렸다. 알타미라 후작은 지금 샤를에게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르첼을 지원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샤를을 벼랑 끝에 몰아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심산이 분명했다. 그러나 샤를에게는 이것에 대항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낭패군. 완전히 당했네. 그렇지 않은가, 브라쇼브 공?”

브라쇼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역시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정치의 대가인 샤를을 묶어 둘 정도로 알타미라 후작이 노린 기회는 너무나 절묘했다. 그런 알타미라 후작의 전략을 한낱 호민관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깨뜨릴 수 있겠는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브라쇼브를 바라보며 젊은 국왕은 다시 웃었다.

“당했네. 이로서 프레이르를 에우로텐의 공주와 결혼시키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되었어. 나는 꼼짝없이 알타미라 후작과 사돈 관계를 맺게 되겠군.”

샤를의 말에 브라쇼브는 침울해졌다. 그는 샤를의 이 결혼 동맹을 추진하던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샤를은 진작부터 프레이르를 동맹국 에우로텐의 공주와 결혼시킬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었다. 신분이 천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프레이르를 공주와 결혼시켜 왕자의 권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샤를은 이미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에우로텐의 대사들과 몇 차례 상의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알타미라 후작의 요구로 인해서 그의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버릴 위험에 처했다.

한동안 고심해보았지만 결국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샤를은 일단 알타미라 후작의 표면적인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차후에 다른 방도를 생각하더라도, 베아트리체 알타미라를 프레이르의 파트너로 삼아달라는 요청은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만약 이것마저 거절한다면 알타미라 후작이 아르첼 쪽으로 등을 돌릴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시종을 시켜 프레이르를 이 방으로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프레이르에게 파트너 신청을 하기 위해 알타미라 후작 저택을 방문하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시종은 인사를 마친 뒤 프레이르가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한 교실을 향해 급히 걸어갔다.


시종이 프레이르를 데리고 온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지난 뒤였다. 공손히 인사를 하면서 들어온 프레이르에게 샤를은 무도회와 알타미라 후작에 관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프레이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에게는 알타미라 양에게 파트너 신청을 할 수 없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된 샤를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느냐? 혹시 알타미라 양과 안 좋은 관계라도?”

“아뇨, 아버님. 그런 것이 아니라...”

프레이르는 말꼬리를 흐렸다. 사실 프레이르와 알타미라 양과의 관계는 살롱에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 우호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을 것을 각오하며 입을 열었다.

“실은 이미 다른 영애에게 파트너 신청을 했습니다.”

“뭐라고?”

샤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프레이르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난색을 표했다.

“그 영애도 동의했고?”

“그렇습니다.”

“하아... 이거 곤란하게 되었구나.”

프레이르는 샤를이 난감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브라쇼브 역시 일이 꼬여간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 번 맺은 파트너 약속은 다시 깨기가 무척 어려웠다. 아니, 사실상 절대 깨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 합당했다. 영애와의 파트너 약속은 서로에게 공식적인 의미를 가지며, 사적인 약속 이상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숙녀와의 이러한 공식적인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것이 귀족의 예의이자 기사도였다. 만약 여기서 프레이르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해버리고 베아트리체에게 다시 파트너 신청을 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심각한 무례가 아닐 수 없었다.

“네가 너무 경솔했구나. 그런 일은 나와 상의하고 결정해야 하거늘... 일이 꼬이게 되었어.”

샤를은 비록 야단은 치지 않았지만 착잡한 어조로 말했다. 브라쇼브 역시 이 진퇴양난의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알타미라 후작과 동맹을 맺기 위해 파트너 신청을 깨면 심각한 무례를 저지른 것이 되어 귀족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후작의 제안을 거절하면 이 강대한 귀족을 적으로 돌리게 될 판이었다.

“그래, 파트너를 신청한 아이는?”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얻기로 마음먹은 샤를이 물었다.

“에버딘입니다. 카스티야 에버딘 양.”

프레이르의 대답에 샤를은 찬찬히 그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그는 자신의 수많은 신하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중에 카스티야 가문이 있는지를 찾았다. 그는 카스티야라는 성을 중얼거렸다.

“카스티야... 카스티야... 카스티야... 음... 카스티야 백작가문이로군.”

계속해서 카스티야라는 성을 되뇌이던 샤를이 마침내 한 사람을 머리 속에서 떠올리는데 성공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프레이르는 샤를이 카스티야 가문을 발견했다는 것에 놀라서 물었다. 루크의 말에 의하면 카스티야 가문은 상당히 촌구석에 있는 지방의 작은 귀족 가문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설마 이렇게 작고 미비한 가문을 샤를이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샤를은 프레이르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브라쇼브에게 말했다.

“카스티야 백작이라면 내가 몇 년 전에 궁내부 감사관으로 임명한 적이 있었지.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아마 카스티야 백작 내외가 모두 열병으로 죽지 않았었나, 브라쇼브 공?”

샤를의 말에 프레이르는 깜짝 놀랐다. 그럼 에버딘과 알베로가 고아였다는 말인가?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두 사람이 고아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프레이르는 이것에 관해서 더 묻고 싶었지만 브라쇼브 공은 그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그때 두 남매가 남겨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카스티야 백작의 딸인 것 같군요.”

브라쇼브도 기억을 더듬어가며 말했다. 프레이르는 두 남매라는 말에 브라쇼브가 말하는 카스티야 가문과 자신이 알고 있는 카스티야 가문이 동일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알베로와 에버딘... 틀림없이 그들이었다.

“그럼 부모도 없이 그 아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샤를은 흥미가 생겼다는 듯이 브라쇼브에게 물었다. 하지만 브라쇼브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샤를은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한 가지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알았네. 그럼 자네는 프레이르를 데리고 이만 나가 보게.”

“알겠습니다, 폐하.”

브라쇼브는 공손히 고개를 숙인 다음 프레이르와 함께 밖으로 나가려했다. 프레이르 또한 인사를 마치고 브라쇼브를 따라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프레이르는 샤를이 깃펜을 들고 황급히 무언가를 휘갈겨 쓰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프레이르는 이 샤를의 다급한 손놀림이 왠지 수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돌아가는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샤를을 바라보았다. 한참 편지에 무언가를 적고 있던 샤를은 프레이르가 아직 방 안을 나가지 않고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동작을 멈추고 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고 있는 꼬마 왕자를 바라보았다. 가늘게 눈을 뜨고 샤를의 손을 지켜보고 있던 프레이르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설마 카스티야 양에게 제 파트너 자리에서 물러나 달라고 편지를 쓰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프레이르의 날카로운 물음에 샤를은 잠시 프레이르를 바라보았다. 그 투명한 푸른 눈이 프레이르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샤를은 껄껄 웃었다.

“그런 일은 없단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그저 홀트 백작을 부르려던 것뿐이란다.”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프레이르에게 대답했다. 프레이르는 홀트 백작이 누구인지 잘 몰랐기에 여전히 샤를에게 의심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샤를은 다시 허허 웃으며 쪽지에 쓴 내용을 보여주었다. 그 쪽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홀트 백작, 지금 당장 귀족들의 인명록을 들고 내 방으로 오게.’

이 쪽지를 보고 프레이르는 안심했다. 다행히 샤를은 에버딘을 파트너 자리에서 내쫓거나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에버딘에게 자신이 파트너 신청을 한 이상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왕족으로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결코 자신 측에서 약속을 깨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차였다. 그런 그였기에 샤를이 무언가 급히 편지를 쓸 때는 행여 샤를이 에버딘에게 약속 파기를 강요하는 편지를 쓰는걸까 하는 생각에 걱정했지만 다행히 편지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프레이르는 마음을 놓은 채 샤를에게 인사를 하고 되돌아갔다.

그러나 만약 프레이르가 홀트 백작에 관해 떠도는 소문을 조금이라도 들은 적이 있었다면 그는 결단코 그 쪽지를 불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샤를이 홀트 백작을 부르는 것 또한 온 힘을 다해서 막았을 것이다. 레인가드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자 모든 귀족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홀트 백작이 이 파트너 신청 건에 관여한다는 것은 결코 에버딘에게 있어서 좋은 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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