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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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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763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09.12.18 02:07
조회
2,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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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6쪽

로라시아 연대기 - 10.결투의 미학(2)

DUMMY

“칼을 거두게, 레드포드 자작!”

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판에 울려퍼졌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가 향한 곳에는 포르테빌 대공과 샤를이 서 있었다. 아마도 방금 소리를 지른 것은 샤를 쪽인 것 같았다. 샤를은 보기 드물게 무서운 표정을 지은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국왕 폐하?”

레드포드 자작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리처드 역시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샤를을 응시했다. 두 사람 다 샤를이 이곳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칼을 거두게, 마틴 경!”

샤를이 다시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마틴 경이 리처드 대공 심장 바로 앞에서 멈추어져 있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이 검 하나에 리처드의 목숨이 걸려 있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다시 자신이 하려던 일을 생각해 냈다. 딱 한 뼘... 딱 한 뼘만 칼을 꽂으면 이 오만한 왕족은 영원히 무덤 속에 묻어버릴 수 있었다. 그는 그 검을 치켜세우고 다시 심장을 정조준 했다.

“칼을 거두라고 했다! 마틴 경!”

다시 한 번 샤를이 외쳤다. 당장이라도 리처드의 가슴에 꽂힐 듯했던 그의 검이 아까와 똑같은 장소에서 멈추었다. 마틴 경은 갈등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리처드의 심장에 자신의 검을 꽂아 넣는 자신의 모습을 수백 번도 넘게 그려왔다. 이런 신이 내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충성스런 신하인 그가 샤를의 명령에 거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리처드 대공에 대한 그의 증오는 깊었다.

“칼을 거두어라, 마틴 경! 그렇지 아니면 그대를 쏘겠다!”

마침내 샤를이 최후통첩을 던지며 차고 있던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 권총을 마틴 경에게 겨누었다. 샤를의 경고에 마틴 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검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검이 당장이라도 리처드의 가슴에 꽂힐 듯이 흔들리며 이제는 손톱만큼의 거리까지 가슴에 다다랐다. 모든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샤를은 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레드포드 자작은 끝내 그 검을 꽂지 못했다. 그는 칼을 있는 힘껏 내던진 후, 샤를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는 간절한 어조로 간청하기 시작했다.

“국왕 폐하. 이것은 제 가문과 프레이르 전하의 명예가 걸린 결투입니다. 부디 결투를 재개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안 되네.”

샤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레드포드 자작은 이를 악물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지금 리처드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프레이르와 샤를은 곤경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 기회를 잡았을 때 제거해야 했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왜 샤를이 자신을 막아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샤를이 리처드를 감싸주는 것인가? 그는 다시 한 번 간청했다.

“폐하, 한 번만 더 재고해주십시오! 이것은 정당한 결투입니다. 부디 제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십시오.”

레드포드 자작의 간청에도 샤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더욱 성난 목소리로 마틴 경에게 외쳤다.

“안 된다! 그대의 명예는 이미 회복되었네! 더 이상 피를 보는 것은 안 돼. 리처드는 내 동생이야. 말다툼 같은 하찮은 이유 때문에 리처드를 죽이는 것은 허락할 수 없어. 돌아가게.”

“폐하!”

“더 이상 이 결투에 관해 듣고 싶지 않네. 당장 결투를 중지하게. 그리고 레드포드 자작 자네는 앞으로 1주일 간 궁성에 나오지 않아도 좋네. 집에서 근신하도록.”

샤를의 명령에 마틴 경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 이상 샤를을 설득하려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샤를은 그런 레드포드 자작을 내버려두고 리처드에게 다가갔다. 잠시 동안 안타까운 눈빛으로 리처드의 상처를 살펴 본 그는 한쪽에서 이들을 응시하고 있던 의사를 불렀다. 의사는 그 손짓에 황송해하며 달려와 리처드의 상처를 진찰했다. 리처드의 어깨에서 하얀 뼛조각을 발견한 의사가 혀를 찼다.

“오른쪽 날개뼈가 부서졌습니다. 생명에 큰 지장은 없겠습니다만 수술이 필요합니다. 부서진 뼛조각들을 맞춰야 하는데 아마도 굉장히 고통스러울 겁니다.”

“얼굴에서도 피가 나는데?”

샤를의 지적에 의사는 리처드의 코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진찰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뼈가 부러지긴 했습니다만 큰 부상은 아닙니다. 제가 치료하겠습니다.”

“부탁하네. 무사히 리처드를 치료해준다면 나의 큰 보상을 받을 것이오.”

“화, 황송합니다. 폐하.”

의사는 머리를 조아렸다. 샤를은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리처드는 샤를을 외면 한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자신이 증오하는 샤를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분한 모양이었다. 그런 리처드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샤를은 입회인들에게 리처드를 마차에 태워 의사와 함께 집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리처드가 마차에 실려 떠난 뒤 샤를은 잠시 동안 레드포드 자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잠시 동안 갈등의 빛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는 결국 아무 말 없이 포르테빌과 함께 마차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레드포드 자작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이윽고 격분과 안타까움을 참지 못한 레드포드 자작이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까지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입회인들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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