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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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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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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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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9.12.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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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10.결투의 미학(3)

DUMMY

마차를 타고 궁성으로 돌아가는 동안 샤를은 아무 말이 없었다. 팔짱을 낀 채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으므로 포르테빌은 섣불리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팔짱을 낀 샤를은 무언가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샤를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이런 무거운 공기 때문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우물쭈물하며 샤를의 눈치를 보고 있자 결국 샤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뭔가? 사랑을 고백하려는 숫총각마냥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남자답게 묻게.”

샤를의 말에 포르테빌은 기다렸다는 듯이 샤를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의 다리와 샤를의 다리가 서로 맞닿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그는 지금 물으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결투를 중단하신 겁니까?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비록 레드포드 자작과 리처드 대공의 결투 사실을 알린 것은 포르테빌 자기 자신이었지만 설마 샤를이 그 결투를 막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리처드 대공은 샤를의 정책에 사사건건 방해를 늘어놓고 프레이르를 방해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리처드 대공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샤를 스스로가 차버렸다는 사실이 그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나는 자네가 이해가 가지 않네. 리처드는 내 동생이야. 같은 어머니의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내 동생이지 않은가? 자네의 동생이기도 하고 말이야.”

샤를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포르테빌은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샤를은 이렇게 정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아벨 신이 샤를에게 리처드를 처형하면 프레이르를 왕위에 올려주겠다고 약속할 경우,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리처드를 참수해 버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샤를이었다. 그는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차피 결투이지 않습니까? 합법적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이미 레드포드 자작이 승리했고 리처드 또한 패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구요. 왜 굳이 나서셔서 리처드를 살리신 겁니까?”

“내가 그 것에 대한 답변은 이미 말했을텐데? 왜 자네에게 추궁을 당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군.”

샤를이 언짢은 기색을 보이며 날카롭게 힐문했다.

"리처드는 내 동생이네. 이런 일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샤를은 이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런 일로'는 말이지."

샤를의 말에 포르테빌은 '아!'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용서하십시오, 국왕 폐하.”

그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샤를의 뜻을 헤아렸기 때문이었다.

샤를은 '이런 일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은 다른 명분으로 리처드를 제거할 기회를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이유에 관해서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을 눈치였지만 지금까지 샤를의 정치적 결단이 실패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샤를의 결정을 신뢰해보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샤를은 가히 정치에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 왔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 계책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그 결투 얘기는 그만 하도록 하지. 저런 하찮은 결투보다 우리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은가?”

샤를의 말에 포르테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결투보다 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샤를과 논의하고 싶었다.

“레스터 공작과 세르티프 백작이 손을 잡은 사건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래, 그리고 프레이르와 레드포드 자작에 대한 헛소문까지.”

샤를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건 중에서도 더욱 위험한 것은 물론 레스터 대공과 세르티프 백작의 결탁이었다. 샤를은 마차의 문을 쿵쿵 두드렸다. 그가 마차 속에서 무언가를 구상할 때마다 으레 나오는 버릇이었다.

“일단 리처드 공작과 세르티프 백작이 손을 잡았다면 레인가드에서 가장 압도적인 군대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내전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폐하의 군대가 오히려 수적으로 열세일 겁니다.”

포르테빌 대공은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병력을 손꼽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는 조금의 과장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현재 레인가드를 구성하는 군대의 1개 전략 단위는 1개 군단으로서 2천5백 명에서 3천 명 사이였다. 또한 2개 군단을 합친 군대를 가리켜 방면군이라 부르는데 레인가드에는 모두 3개의 방면군과 1개의 친위대 군단이 존재했다. 그 중 샤를을 비롯한 국왕파가 직접 통솔권을 쥐고 있는 군대는 샤를의 친위대 1개 군단, 레드포드 자작이 맡고 있는 수도경비군 제1군단, 제2군단이었다.

레스터 공작이 지휘하고 있는 군대는 동부방면군으로서 제3군단, 제4군단이었고, 로딤체프 공작이 장악하고 있는 군대는 남부방면군으로서 제5군단, 제6군단이었다.

또한 레인가드의 해군은 세르티프 백작이 지휘하는 제1함대 3천 명과 클라이스트 자작이 지휘하는 제2함대 3천 명이 있었는데 클라이스트 자작은 사실상 세르티프 백작의 심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레인가드 해군은 통째로 세르티프 백작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 두려운 것은 레스터 공작의 영지에는 과거에 군인이었다가 전역한 베테랑 군인들과 해체된 기사단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레스터 공작가문의 전력이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데다 국왕보다 레스터 공작에게 충성을 바치는 이들 베테랑들을 동원한다면 레스터 공작가의 군대 동원 능력은 5개 군단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이미 3개 군단을 동원하는 국왕파를 훨씬 상회하는 숫자였다. 비록 최근 들어서 샤를의 꾸준한 압박으로 레스터 공작가를 누르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군사적인 면에서 레스터 공작은 위협적이기 그지 없었다.

이런 레스터 공작가와 세르티프 백작가가 동맹을 맺었다는 것은 샤를과 프레이르에게는 큰 위협이었다. 그 때문에 샤를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타개책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도 알타미라 후작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말이야...”

알타미라 후작가문은 본래 군사적 능력이 전무한 가문으로서 재력으로서 그 힘을 과시하는 가문이었다. 그러나 알타미라 후작과 남부방면군 사령관 로딤체프 공작은 서로 죽마고우이자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즉 알타미라 후작과 동맹을 맺으면 더불어 로딤체프 공작가의 군대 또한 샤를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이렇게 되면 국왕 측도 결코 군사력 면에서 열세라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알타미라 후작은 영 적극적이지가 않아서 말이죠. 과연 우리 뜻대로 손을 잡아줄까요?”

포르테빌 대공이 회의적인 어조로 물었다. 사실 최근 알타미라 후작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볼 때 세르티프 백작처럼 적극적으로 한 편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이 사내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정말이지 예측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샤를은 포르테빌의 말에 동의했다.

“어렵겠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어쨌든 아직 레스터 공작과 손을 잡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우리로서는 다행이게도...”

샤를은 여기까지 말을 한 다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한 가지 사안을 두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들에게는 또다른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포르테빌도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프레이르 전하에 관한 문제는... 제게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포르테빌의 말에 샤를은 고개를 돌려 동생을 바라보았다. 포르테빌은 자신 있게 말했다.

“성대한 무도회를 여는 것입니다. 그 곳에 폐하와 프레이르 전하, 레드포드 자작이 모두 참석하여 서로의 애정을 백성들 앞에서 과시한다면 소문도 사그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포르테빌의 말에 샤를은 그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확실히 그런 대규모의 행사를 통해서 왕실이 건재함을 보여주면 그런 헛소문을 사그라질 것이다. 샤를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아, 그럼 포르테빌, 자네에게 맡겨 볼테니 성대한 무도회를 주선해보게. 자세한 내용은 궁내부 대신과 상의해 보도록 해.”

“뜻대로 하겠습니다.”

포르테빌은 공손히 샤를의 뜻을 받들었다. 두 사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한 샤를은 눈을 감았다. 궁성으로 돌아가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서였다.

“무도회라... 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

샤를은 포르테빌도 듣지 못할 정도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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