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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작품등록일 :
2008.11.22 23:02
최근연재일 :
20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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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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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 (3)

DUMMY

벤은 몇 명의 교수들과 함께 뒷문을 통해 강당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엘은 그를 불렀다.

“벤 선생님!”

벤이 멈춰서며 뒤를 돌아봤다. 그는 두 사람을 보고는 동료들에게 먼저 가라고 말하고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근처에 다가온 그는 무언가 어리둥절한 것을 본 것 처럼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 환한 얼굴을 했다가 다시 고개를 흔들며 음- 하고 침음성을 냈다. 누가 보면 판토마임이라도 하고 있는 줄 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엘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접니다. 소드마스터 엘.”

“아-!”

이제야 알았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뜬다. 그는 엘과 카린의 모습을 번갈아 다시 바라보고는 곤혹스럽게 묻는다.

“그런데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건가요?”

“카린이 마법을 좀 할 줄 압니다. 얼굴을 고쳤죠.”

“그런건 굉장히 고등한 마법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하군요. 아루스를 통틀어도 그런 마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벤은 감탄한다. 용모나 정신을 조작하는 마법은 무척 고등한데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의 실전되었다. 존재 자체는 알려져 있지만 사용법 자체는 실버 라이트 이후 용들의 지속적인 간섭으로 거의 실전되었다고 한다. 그런 마법이 흔하게 되면 조직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헤헤.”

“그럼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좋지 않으니, 근처 공원에라도 가도록 하지요.”

벤은 제안한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른다. 곧 세 사람은 멀지 않은 곳의 공원 파고라에 도착했고 그간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야기를 들은 벤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엘이 신대륙에서 원주민들과 있었던 이야기 가운데 몇몇을 끝냈다. 대공이라던가, 이런 것은 역시 말할 수 없었지만. 엘은 쓴 웃음을 지으며 설명한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아닌 게 분명한데, 아니라고 강하게 말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화, 확실히 그러했겠군요. 노예 제도를 옹호하는 자들의 논리 가운데 일부는 사실이기도 하니, 더, 더욱 말이지요.”

“사실요?”

“소, 소규모 중산층 가계에 노예로 팔려가는 경우는 대개 그렇게까지 험한 일을 겪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꽤 대우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드문 것은 아니라고 하고. 그러니 임금에 매여 결국 도적이 되고, 사형을 당하는 아루스의 노동자보다 처지가 나은 경우도 적지 않겠지요. 다, 단순한 공리의 차원으로 바라볼 때, 어쩌면 노예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을 임금 자유 시민으로 해방시키는 것 보다 못할 가능성도 실지로 이, 있습니다.”

“그건...”

“그래서 공리주의는 인간을 지, 짐승으로 만들지요.”

희미하게 웃으며 벤은 말한다. 두 사람은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 하지만 물론 그런 것을 긍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기, 억하십니까? 저는 과거에 운영하던 공장에서 쫒겨났지만, 그, 그것을 실패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것은 제가 공장에서 운영권을 빼앗긴 것이 노동자들의 궈, 권리참여, 정치적 행동으로의 유도를 이,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인도받아야 하,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으로서 저립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그것은 비록 단기적인 실패지만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야기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서 벤은 결의로 굳은 얼굴을 한다.

“마, 마찬가지입니다. 노예로 있는 것이 사회적인 이유로 차, 차별받으면서 경쟁하는 것 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반드시 이, 이루어져야할 한 발자국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건 쓰레기가 싫다고 똥통에 들어가는 겪일 뿐이지요.”

엘과 카린은 고개를 끄덕인다. 명쾌한 이야기였다. 특히 엘은 앓던 이가 빠진 것 처럼 시원했다. 기분이 좋았다. 벤에게 상담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벤씨, 말 더듬거리던 게 많이 나았네요?”

카린이 웃으며 물었다. 엘도 느끼고 있던 바였다. 못 보던 사이 벤은 상당히 깨끗하게 말하게 되었다. 벤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었다.

“아, 무래도 강의를 하려면 마, 말을 명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기야. 두 사람은 납득한다. 그리고 생각났다는 듯 엘이 물음을 잇는다.

“그러고보니 어떻게 여기 계시게 된 건가요? 마지막에 듣기로는 백과사전인가... 만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지금 이 곳에 있는 것도 그 작업의 연장선상이지요. 배, 백과사전 프로젝트가 국가 학술 지원금을 받게 되었거든요.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조, 좀 미묘하고, 그 작업과 정부 간의 여, 연결고리가 될 겸 이 곳에 교수로 오게 된 겁니다.”

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생각지도 않던 행운에 엘은 속으로 기뻐한다. 벤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큰 기회다.

“헤에- 어떤 걸 가르치시나요?”

“가, 강의 보다는 주로 연구를 합니다만, 강의는 저, 정치경제학쪽을 맡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은 어떤 과목인가요?”

질문의 바통이 카린에게로 넘어갔다.

“기, 기본적으로는 정치에 있어, 경제의 역할을 다루는 것입니다. 즈, 즉 부국을 이루는 방법이나 부 그 자체의 흐름에 대한 연구지요. 제, 생각에 장래에 이, 이것은 ‘경제’만을 다루는 것으로 분리 되,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한 가, 능성과 주, 중요성을 가진 학문입니다. 어, 어쩌면 세계 그, 자체가 여, 여기에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다루는 학문인가요?”

“즉물적으로 말한다면, 그렇게 보, 볼 수도 있겠지요.”

“기대되는걸요. 꼭 강의하시는 거 듣고 싶어요.”

“하, 하하하. 쑥스럽군요.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음, 이건 비밀인데, 아무 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실은 저희 두 사람 황녀님 경호로 왔어요.”

카린은 냉큼 답한다. 엘은 한 소리 할까 하다가 상대가 벤이라면 결국 자신도 이야기 했으리라 생각하고 지적하길 그만둔다. 벤은 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그렇군요.”

“황녀님이 그렇게 위험한 입장입니까?”

엘이 물었다. 벤이 답했다.

“미묘합니다. 확실히 적이 마, 많긴 합니다만 아군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녀가 아, 아루스에서 무척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그녀의 안전은 아루스에 무척 중요하죠.”

“어떤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하나요? 역시 그 메르첼 같은 사람들?”

“대표적으로는 그, 그렇지요. 전통적인 대지주 계급은 그녀를 좋아하지 아, 않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미, 민중파 가운데서도 그녀를 적대시 하는 사람이 저, 적지 않습니다.”

“왜요? 좋은 사람 같은데.”

“그들도 트, 특별히 황녀 개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 공인으로서 황녀는 헌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지요. 그, 그들은 그 개정의 여파가 향후 전제정의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거, 걱정하고 있습니다. 관료제의 정비와 함께 권력이 중앙으로 모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 추세이니까요.”

“음, 잘 모르겠어요.”

카린은 아리송한 얼굴을 한다. 엘도 마찬가지다. 전에 헌법과 황녀를 연결하며 어쩌고 하는 신문을 본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고, 당시도 이해하지 못했다. 벤의 이야기는 (벤에 비해)무지한 두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조, 좀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셔도 어쩔 수 없지요. 아, 아마 여기서 공부를 해 나, 가신다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쓰게 웃으며 벤은 말했다. 엘은 동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되기 위해 황녀의 경호를 기꺼이 받아들인 게 아니던가. 그는 벤에게 묻는다.

“-그런데 벤씨는 황녀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 민감한 질문이군요.”

곤란하게 웃으며 벤은 엘을 바라본다.

“민감하기 때문에 더욱 벤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거지요.”

“저는...”

벤은 잠깐 말을 끊고 생각을 정리하듯 눈을 감았다 뜬다.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여깁니다.”

엘은 안도감과 기쁨이 느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최소한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는 것을 그는 이제 이해한다.

“하지만 제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민중파의 걱정 역시 일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결국 에, 엘 씨가 직접 언젠가 결정해야 하겠지요.”

엘은 고개를 끄덕인다. 벤이 옳다. 그러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었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공부라는 과정을 통해 무수하게 이해될 것이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참혹한 것들에 대해 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답으로 서브라임을, 서브라임을...

이어 웃으며 엘은 벤에게 말한다.

“강의 기대하겠습니다.”

빈말이 아니다. 엘은 정말로 기대하고 있었다. 벤은 여전히 어색한 듯 머리를 긁으며 하, 하하 하고 건조하게 웃는다.



*이왕 학술기관이 배경인데, 자제하던거 다 엎어버릴까효? 이 정도 되는 시절의 학적 흐름 같은건 개인적으로 흥미진진한 문제라능.


*벤이 말 더듬는걸 고친건 사실 강의 때문이 아니라 제가 쓰기 힘들어서 그런 거라능.


*여러분이 클라우스 학원 이야기 개인지를 많이 신청해 주시면 이 글의 수명과 저 자신의 글 쓰는 기간이 올라갈 수 있다는! 그러니 후원하는 셈 치고 신청을!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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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황립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 (2) +36 08.11.09 3,937 13 16쪽
116 황립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 (1) +18 08.11.03 4,457 18 13쪽
115 다시 아루스로(2) +18 08.10.27 4,273 37 13쪽
114 다시 아루스로(1) +15 08.08.22 4,226 21 12쪽
113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8) +29 08.08.18 4,560 56 15쪽
112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7) +22 08.08.15 3,730 7 15쪽
111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6) +13 08.08.10 3,877 15 13쪽
110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5) +10 08.08.07 3,960 18 16쪽
109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4) +15 08.08.03 3,962 11 16쪽
108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3) +11 08.07.31 3,929 11 18쪽
107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2) +15 08.07.28 3,991 9 15쪽
106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1) +12 08.07.25 4,763 28 12쪽
105 가장 위대한 전사(4) +44 07.05.28 8,460 27 10쪽
104 가장 위대한 전사(3) +35 07.05.25 6,084 23 11쪽
103 가장 위대한 전사(2) +30 07.05.22 7,223 101 11쪽
102 가장 위대한 전사(1) +32 07.05.20 9,442 47 11쪽
101 신대륙(14) +42 07.05.19 5,383 21 11쪽
100 신대륙(13) +37 07.05.18 5,738 30 12쪽
99 신대륙(12) +34 07.05.17 5,287 8 11쪽
98 신대륙(11) +37 07.05.16 5,434 26 12쪽
97 신대륙(10) +35 07.05.15 5,300 13 12쪽
96 신대륙(9) +28 07.05.13 6,106 19 11쪽
95 신대륙(8) +36 07.05.10 5,892 36 11쪽
94 신대륙(7) +36 07.05.09 5,463 15 10쪽
93 신대륙(6) +34 07.05.08 5,516 18 13쪽
92 신대륙(5) +39 07.05.07 5,741 12 9쪽
91 신대륙(4) +45 07.05.06 6,074 20 13쪽
90 신대륙(3) +55 07.05.05 6,743 14 10쪽
89 신대륙(2) +38 07.05.03 6,277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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