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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작품등록일 :
20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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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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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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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 (1)

DUMMY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는 초대 실버 라이트를 기념해 만들어진 왕립의 고등 교육기관이다. 시설, 역사를 비롯 그 무엇을 놓고 평가하더라도 세계 최고로 평가될 수 있는 장소이며, 그만큼 저명한 학자들이 교수진으로 많이 재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5세 이하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일 년에 한 차례 있는 시험을 통해 입학할 수 있으며, 입학 이후는 본인의 성적과 노력 여하에 따라 박사 과정까지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입학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지만 졸업의 난이도는 대단히 높아서 전체의 4할 정도만이 교과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다고 한다. 교육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 기초 학문에서부터 훌륭한 기사나 군인을 만드는 수업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히 학자뿐만 아니라 아루스의 무수한 고위관료와 군인, 정치인이 이곳 출신이다. 중산층 이상의 부르주아 계층이 이곳에 자신들의 자식을 입학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루스에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며, 다른 국가에서의 유학도 드물지 않다.

기본적인 아카데미의 목표는 ‘모든 공민의 위한 교육’이기 때문에 장학제도도 발달해 있지만, 어지간히 재능있는 경우가 아니면 이 학원에 입학하는 것도,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입학을 허용하고, 실제 여자의 비율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학원의 진보성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상쇄되고 있기도 하다.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에 비견할 수 있는 유명 교육 시설이 여성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며, 있는 경우에도 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그래서 상류층 집안 여식들이 무수히 입학해 오는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는 훌륭한 신부 양성소라는 좋은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든 평가를 하나 더 가지고 있기도 했다.




“크군.”

“응. 크네.”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소년 한 명과 소녀 한 명이다. 밝은 인상의 소년과 꽤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어딘지 불균형해 보이는 것이 그 미모를 아쉽게 만드는 소녀 한 두 명이다.

엘과 카린이었다. 그들은 특무기관의 의뢰로 이 아카데미의 원생으로 잠입, 황녀의 호위를 맡게 되어 있었다. 그를 위해 두 사람 모두 얼굴을 마법으로 간단하게 변형시켜 놓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받아들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표정은, 특히 엘의 표정은 다소 들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루딜 마을 같은 건 열 개도 들어가겠는데. 이게 겨우 하나의 교육기관이란 말이지.”

“그러게. 자위력 운운할만한걸.”

두 사람은 정문의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주변을 둘러봤다.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의 규모는 굉장했다.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 널직한 간격을 두고 들어서 있었고, 녹음 사이로는 곳곳에 공원과 간이 휴게실, 그리고 호수가 마련되어 있었다.

내일 있을 입학식을 맞아 학생을 비롯해 일반인까지 무수하게 들락이며 움직이고 있었음에도 학원의 느긋하고 넓은 분위기를 어쩔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쉬엄쉬엄 구결도 할 겸 보통 사람의 속도로 한참을 걸어 기숙사 앞에 도착했다.

기숙사도 학원의 다른 곳처럼 입학식을 맞아 소란스레 장식되어 있었다. 필요한 행정수속은 특무기관 쪽에서 미리 다 해뒀기에, 두 사람이 특별히 행정관에 가서 서류 때문에 골치를 썩일 일은 없었다.

“후- 앞으로 여기서 한동안 지내야 한단 말이지.”

엘이 기숙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환영합니다.’라고 키틴어로 크게 쓰인 플래카드가 장식된 기숙사 건물은 그 장식을 제하면 차분하고 웅장한 안상의 거대한 건물이었다.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두 채가 세워져 있었다. 하나는 남자용, 하나는 여자용이었다. 듣자니 일인 일실의 호화로운 시설이라고 한다.

“아침에 깨우러 갈게. 점심하고 저녁도 혼자 먹으면 화낸다. 맞춰야해.”

카린이 옆에서 옆구리를 쿡 찌르며 얼른 말했다. 꽃 같은 소녀들이 많이 모인 곳이니 만큼 눈 닿는데 두지 않으면 불안했다.

“큼. 알았어.”

엘은 다소 아쉽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의 짐을 들고 자기 방을 찾아 갔다.




기숙사 관리실에서 열쇠를 받아 자신의 방이 있는 2층 방으로 가면서 카린은 부쩍 사람이 많이 복도를 오다닌다는 것을 느꼈다. 1층 로비보다 훨씬 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이유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2층에 바로 그 황녀님이 배정 받은 방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은 필요상 바로 그녀의 옆방이었다.

‘음, 황녀님한테는 우리 정체가 비밀이라고 했지.’

이곳에 오기 전에 그루비얼과 부장이라는 아저씨에게 들었던 유의사항을 점검해 본다. 그들은 호위의 은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비밀을 엄수해 달라고 했다. 황녀 본인도 비일 리에 호위가 따라붙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가능하면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루비얼 씨가 이야기 하긴 했는데... 될까?’

곧 카린의 발걸음이 멈췄다. 자신의 방 앞이었다. 옆방은 예상한 것 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길을 오다니며 우연을 가장해 황녀와 만나보려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대 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전에 데브로에서 있었던 퍼레이드에서도 느꼈지만, 황녀는 무척 인기가 많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벌써 이렇게 친해지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 보이니, 그루비얼 양이 말한 대로 하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녀는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잘 정리된 방이 그녀를 맞았다. 색조도 화사했고 가구도 좋았다. 어쩌면 지난 일 년 간 묶었던 방 가운데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여겨졌다.

그녀는 침대 위에 풀썩 몸을 날리며 한동안 부드러운 감촉을 즐겼다.

-똑똑.

포근한 감촉에 즐거워하던 카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얼른 문을 열었다.

“아.”

카린은 감탄사 같은 소리를 흘린다.

문을 여니 앞 챙이 넓은 독특한 모자로 얼굴의 반 정도를 가리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다소 허름한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 이 기숙사의 잡다한 일을 하는 여자인 것 같았지만, 어딘지 기품 있어 보이는 몸가짐이 그렇게 만도 보기는 힘들게 했다.

카린은 차림으로 가릴 수 없는 그녀의 기품을 확인하듯 당황을 섞어 말한다.

“황녀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카린의 입을 막고 막무가내로 방 안에 들어가 문을 닿았다. 방문은 탕! 하고 성급하게 닫힌다.

“미안해요.”

그리고 황녀는 모자를 벗어 맨 얼굴을 드러냈다. 방이 환해지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알고 있는 얼굴이다. 위니아 로비노스. 다음 아루스의 여황으로 예정된 고귀한 아가씨. 그녀는 정중하게 카린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소란은 피하고 싶어서... 잠시간 이 방을 함께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에- 예. 괜찮아요.”

카린은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요. 나는 편하게 위니라고 불러줘요. 당신은?”

“저는... 카린요.”

“카린. 예쁜 이름인걸요.”

그리고 황녀는 카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카린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 미안해요. 전에 카린 양하고 비슷한 아가씨를 봤거든요. 음, 린카라고 하는 아가씨였는데, 혹시 아세요?”

“아, 아니요.”

카린은 부정한다. 로비노스는 쉽게 납득한다.

“역시 그렇겠지요. 두 사람이 어딘지 닮긴 했지만...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는 로비노스의 모습을 보면서 카린은 엘의 모습을 좀 더 고쳐뒀어야 하는가, 하고 걱정스레 여겼다. 같은 사람으로 볼 일은 없겠지만, 엘 역시 원래 얼굴의 선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계서도 괜찮은가요?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다들 쓸데없이 흥분한 것 같은데, 밤이 되면 어느 정도 정리될 테니 그때 들어갈 생각이예요.”

로비노스는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린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되도록 정체나 모습, 실력을 감추고 돌아다니길 좋아한 엘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런데, 카린 양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에, 그게, 데브로 근처의 시골 마을에서 올라왔어요.”

카린은 눈동자를 살짝 굴리며 답한다. 데브라 근처의 시골마을, 그건 특무기관에서 마련해준 위장 신분이다. 실제로 있는 집안을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설령 조사에 들어가도 들킬리는 없다고 한다.

“그래요? 의외인걸요. 몸가짐이 무척 기품이 있어서 먼 곳에서 유학이라도 온 게 아닌가 했는데.”

“아, 아하하.”

카린은 당황한 웃음을 흘린다. 역시 이 아가씨는 눈썰미가 좋다.

“그리고 이렇게 방이 옆이 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서로 말은 놓고 지내기로 해요.”

“제가 어떻게 감히.”

위대한 고룡 델시테리아의 손녀가 당황하며 사양한다. 희극적이라면 나름대로 희극적인 장면이다. 로비노스는 유감스레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아, 그러지 말아요. 그런게 싫어서 여기로 도망 온 거니까. 그리고 나이 차이도 어차피 많이 나지 않는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그러고보니 카린 양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18세, 예요.”

“아, 나하고 딱 같은 나이네요. 잘 됐다. 역시 서로 말은 놓고 지내기로 해요.”

“에, 음.”

특별히 아루스 황실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벌써 말을 낮추고 지낸다는 것이 좀 부담스레 여겨졌다.

하지만 로비노스는 카린을 채근한다.

“아루스는 특별한 인간은 인정하지만, 높은 곳에 있는 인간은 인정하지 않아요.”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고 하면 내 말대로 하는 게 어때요?”

“으, 응. 그럴게 위니.”

카린은 어렵사리 입을 연다. 로비노스는 환히 웃는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생각한다. 황녀는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엘은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생경한 방의 내음이 코속을 채우는 가운데, 눈앞은 어두웠고, 생각들이 물 위를 유영하듯 오갔다.

그는 세상에 나오고, 자신이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본다.

어떤 것은 쉬웠고, 어떤 것은 어려웠다. 어떤 것은 통쾌했고, 어떤 것은 슬펐다. 비루함과 비참은 안제나 그러하듯 넘쳐났고, 그것은 검을 잘 휘두른다는 것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엘은 눈을 뜨고 벽에 기대어 세워둔 자신의 두 검을 바라본다. 하나는 디 세리온이고, 하나는 이제는 다시 뽑히지 않는 블랙 둠의 검이다.

“......”

엘은 고개를 돌린다.

이번 특무기관의 의뢰는 행운이었다고 엘은 느낀다. 적어도 어비스의 문제가 일단락 되고서나 공부라는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공부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의뢰라니.

엘은 다시 눈을 감는다.

침몰하는 배 가운데 서 있는 것 처럼 생각이 차오른다.

“...디리디타.”

이제는 죽어 스러진 친구의 이름을 조용히 입에 담아본다.

마음이-

-쓰리다.

생각을 돌린다.

카린이 며칠 전에 델시테리아와 사부에게 이제까지의 경과를 보고하기 위한 사자를 보냈다. 정확히는 근처의 용에게 부탁했다.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용은 많지 않으니 머지 않아 그들에게 연락이 가 닿을 것이다.

‘사부는... 나올까?’

엘은 그렇게 생각해 본다.

델시테리아야 꿈쩍도 안 하겠지만 이번에 대공을 하나 처리했고, 그들 사이에 분열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만한 사태라면 어쩌면 사부도 움직일 수 있다. 엘이 알기에 지난 천년간 이런 사태는 없었다.

“......”

사부가 오면, 서브라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었다.



*이른바 양판소라 불리는 것들의 클리셰를 사용한 글들 가운데서는 이만하면 최상위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껄껄;


*클라우스 학원 이야기 개인지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글 자체의 수준에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 구매에는 후회가 없으리라 자부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희망을 위한 찬가 게시판을 참고해 주세요.


*글을 여럿 적으려니 죽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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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황립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 (2) +36 08.11.09 3,937 13 16쪽
» 황립 실버 라이트 아카데미 (1) +18 08.11.03 4,458 18 13쪽
115 다시 아루스로(2) +18 08.10.27 4,274 37 13쪽
114 다시 아루스로(1) +15 08.08.22 4,227 21 12쪽
113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8) +29 08.08.18 4,561 56 15쪽
112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7) +22 08.08.15 3,731 7 15쪽
111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6) +13 08.08.10 3,877 15 13쪽
110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5) +10 08.08.07 3,960 18 16쪽
109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4) +15 08.08.03 3,962 11 16쪽
108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3) +11 08.07.31 3,929 11 18쪽
107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2) +15 08.07.28 3,992 9 15쪽
106 죽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1) +12 08.07.25 4,764 28 12쪽
105 가장 위대한 전사(4) +44 07.05.28 8,461 27 10쪽
104 가장 위대한 전사(3) +35 07.05.25 6,085 23 11쪽
103 가장 위대한 전사(2) +30 07.05.22 7,223 101 11쪽
102 가장 위대한 전사(1) +32 07.05.20 9,443 47 11쪽
101 신대륙(14) +42 07.05.19 5,383 21 11쪽
100 신대륙(13) +37 07.05.18 5,739 30 12쪽
99 신대륙(12) +34 07.05.17 5,287 8 11쪽
98 신대륙(11) +37 07.05.16 5,434 26 12쪽
97 신대륙(10) +35 07.05.15 5,301 13 12쪽
96 신대륙(9) +28 07.05.13 6,107 19 11쪽
95 신대륙(8) +36 07.05.10 5,892 36 11쪽
94 신대륙(7) +36 07.05.09 5,464 15 10쪽
93 신대륙(6) +34 07.05.08 5,517 18 13쪽
92 신대륙(5) +39 07.05.07 5,741 12 9쪽
91 신대륙(4) +45 07.05.06 6,074 20 13쪽
90 신대륙(3) +55 07.05.05 6,744 14 10쪽
89 신대륙(2) +38 07.05.03 6,277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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